싫어는 싫어, 거절은 거절해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 2021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허남훈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영업사원이었다.

인상이 순하게 (?) 호구같이 생겨서 (O)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온갖 전도에 휘말린다. 기억에 남는 전도로는 사람이 아주 많은 왕십리역에서 환승을 하던 중 어떤 여자가 나한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고깔모자를 쓰고…. 물론 나는 생일이 아니었고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그 사람이 새 종교를 믿고 새롭게 태어나라고 말할 때쯤 간신히 도망쳤다.

허남훈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의 주인공 허수영은 물론 저런 사이비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인이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 보험을 영업하는 사람으로서 공통점이 있다. 거절이 일상인 주인공의 삶을 보면서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영업직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은 보험설계사 일을 하기 전에 기자 일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기자 일도 정말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보다 더 빠르게 특종 기사를 내기 위한 안간힘,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을 찾는 삶은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느껴졌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능한 사람인지도 모르겠구나.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의 또 다른 주인공 사카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말고 노가다 일을 시작한다. 사카이의 인생도 수영 못지않게 고단함이 느껴진다. 잘살아보려고 애쓰지만 만만치 않은 세상은 그를 자꾸만 힘들게 만든다. 소설을 읽는 내내 두 청춘의 무거운 어깨가 내 마음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결국에는 독자에게 위로를 준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변명 대신 진솔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돌고 돌아가더라도 결국 길은 있다는 믿음 같은 것이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속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