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자살당했다. 그것도 교실 안에서

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양파의 왕따 일기’로 학교 폭력을 다룬 책을 처음 접한 것 같다.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다 까먹었는데 꽤 충격적으로 읽은 것만은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 악질적인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시자와 요의 ‘죄의 여백’ 또한 학교 폭력을 다룬 소설이다.

안도는 딸 가나와 둘이서 살고 있다. 안도는 딸 가나가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집에 항상 일찍 들어가고 딸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딸이 죽어버렸다, 이유도 모른 채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안도는 가나를 그렇게 만든 두 학생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사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나하고는 상관없다. 멋대로 죽었을 뿐.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면 항상 사적 복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성적으로 법으로 해결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막상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나 또한 이성을 잃지 않을까. 소설 속 가해자인 사키를 보면서 특히 그랬는데,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되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는 모습이 분노를 끌어올렸다.

‘죄의 여백’은 다양한 시점에서 진행되는 소설로, 피해자인 가나, 가나의 아버지 안도, 안도의 직장 동료 사나에, 가해자 마호와 사키의 입장이 모두 나온다. 그 중에서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나에의 캐릭터가 무척 흥미로웠다. 사나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로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딸을 잃은 슬픔으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안도와 메마른 사막처럼 감정이 없는 사나에의 대조가 흥미로웠다. 학교 폭력에 대해 진지하게 그려낸 소설, ‘죄의 여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