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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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사실 거의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여러 명이서 방을 같이 썼고, 누군가의 책상에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있었다. 가서 읽을 책이 부족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책도 많이 빌려 보았는데 그때 읽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내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 무거운 삶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 한 켠에 있었다. 김중미 작가의 신작 ‘곁에 있다는 것’도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닮은 소설이다. 인천 은강구를 배경으로 하는 ‘곁에 있다는 것’은 세 아이를 비추고 있다. 


지우, 강이, 여울이의 시선에서 차례대로 진행되는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혹은 모른 척 했던 가난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20년 전처럼 밥을 굶는 사람은 적어졌지만, 밥을 굶지 않는다고 가난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말,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은 내 마음을 꼬집었다. 차상위 계층의 어려움,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노동자들의 아픔이 소설 내내 녹아있다.


시대가 변한 만큼 ‘곁에 있다는 것’의 인물들은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가난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맞서는 이들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게 되었다. 마법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로도 이 소설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가장자리로 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 지우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를 따뜻하게 비추는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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