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사람의
본보기로서 예술가


가장 풍부한 스타일은 중심인물의 합성된 목소리다.
-파바세

이탈리아 소설가 체사레 파베세는 1930년 무렵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미국에 번역 출간된 소설(언덕 위의 집 la casa in eollina』, 『달과 불』, 「여자들끼리 Tea donne sole』, 『언덕 위의 악마 diavalosulle colline』은 전부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썼다. - P70

작품의 진짜 주제는 폭력적 사건 (예를 들면 여자들끼리의 자살, 언덕 위의 악마의 전쟁 등)이 아니라 서술자의 조심스러운 주관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 P70

작품 속 인물들 사이의 냉담한 관계를 보상이라도 하려는듯 파베세는 이들이 장소와 깊은 관련을 맺게 한다. - P71

장소와 사람에 대한 파베세의 감각은 우리가 이탈리아 작가에게 기대함 직한 것과 맞지 않는다. - P71

파베세가 보여주는 사람과 장소의 관계(사람이 장소의 비개인적 힘에 사로잡히는 방식)는 알랭 레네 영화나 특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여자 친구들 Le Amiche> (파베세의 걸작 『여자들끼리』를 각색한 것이다), <정사>, <밤> 등을 본 사람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 P72

파베세가 1935년부터 마흔두 살의 나이로 자살한 1950년까지 쓴 일기가 최근에 영어로 출간되었다.**

** - P73

우리는 왜 작가의 일기를 읽을까? 작품에 대해 알게 해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많다. 그보다는 일기라는 형식이 주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 때문에 읽게 된다. - P73

현대 독자는 벌거벗은 작가를 원한다. - P73

일기는 작가의 영혼의 작업장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작가의 영혼에 관심을 갖나? 작가 개인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심리에 대한 오늘날의 끝없는 집착 때문이다. - P74

작가는 고통의 가장 깊은 바닥을 찾았고 또 고통을 승화할(프로이트적 의미가 아니라 문자적 의미로) 직업적 수단을 찾았으므로 고통받는 자의 본보기다. 인간으로서 작가는 고통받는다. - P74

 자살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고통을 활용하는 궁극적인 방법이다. - P74

작가의 일기라는 현대적 형식의 핵심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진화 과정이 드러난다. 스탕달, 보들레르, 지드, 카프카, 파베세까지. 억제되지 않은 자기중심주의의 표출이 점차 자아의 소멸을 향한 영웅적 추구로 이양된다. - P75

파베세 일기에서 작가의 일기에 으레 기대할 법한 내용은 (콜리지의 수기나 또 지드의 일기처럼) 문체와 작문과 관련된 일반적 문제의 고찰, 읽은 책에 관한 풍부한 기록 들이다.  - P76

일기에 두 페르소나가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파베세와 비평가이자 독자인 파베세. 또는 앞날을 생각하는 파베세와 과거를 반추하는 파베세. - P77

글쓰기 말고 파베세가 계속 떠올리는 두 가지 전망이 있다. 한 가지는 자살인데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 두 명이 목숨을끊었다) 파베세는 그 유혹에 시달렸고 일기의 대부분 페이지에서이 주제가 발견된다. 또 다른 하나는 낭만적 사랑과 성적 실패에 대한 전망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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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미의 말처럼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는 재능이 있다. 약점을 파고들어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완벽하게 무너뜨릴수 있다. 단 하나의 작은 약점만 있다면. - P155

"우리 미래는 자네에게 달렸네." - P156

"자네는 그저 그 머릿속에 숨겨둔 걸 우리에게 제공해주기만하면 돼."
그 남자는 그런 말까지 입에 담지 않았던가. - P157

"마지막으로 믿게 해줘. 내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 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 P158

5

(전략).
"녀석들을 물리쳤군! 브라보! 당신은 영웅이야. 인류를 구했어!"
구스카미가 기미코를 껴안았다. - P158

고요미는 출입금지 구역에서 훔친 베레타를 꺼내 탄창을 넣고 슬라이드를 당겼다.
"어라, 꽤 위험한 물건을……………."
머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빵. 구스카미는 춤추듯쓰러졌다.
(중략).
그 다음에는 기미코에게 총구를 향했다. 무어라 말하려는 - P159

고트는 신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료의 복수를 위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 P159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1

유령 같은 모호한 것은 믿지 않는다. 만약 믿었다면 이렇게 남의 원한만 사는 일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63

평범한 야쿠자라면 가즈코를 납치해 산에 묻거나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 유곽에 팔아넘겼겠지만, 잇폰마쓰는 책략가였다. 그녀를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았다가는 그녀에게 감화된 동료들이 뜻을 이어받아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이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1928년 8월 4일 정오. - P164

. 다쿠조도 회장을 모시고 가본 적이 있지만, 음식 맛이 너무 싱거워서 자신의 혀가 마비된 것은 아닌지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다른 간부들은 어떻게 할까요?" - P165

역 앞에서 호객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오후 9시. 다쿠조는 좋아하는 고무신을 신고 요시만으로 향했다. 그 신발은친분이 있는 조직 간부의 장례식 참석차 하다카미에 갔을때 고물상에서 회장이 사준 것이었다. - P166

허둥지둥 천을 들어 올리자 피투성이가 된 노인의 얼굴이나타났다. 부어오른 눈꺼풀, 휘어진 콧대. 입술 아래의 사마귀가 터져서 과육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었다. (중략), 노코비키 야타로라는 점은 틀림없었다.
"어, 어르신......"
급히 재갈을 풀었지만, 이미 숨은 끊어져 있었다.  - P168

이런 악랄한 꾀를 부릴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집행부장 잇폰마쓰다. - P169

어차피 나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각오하자 묘하게 마음이후련해졌다.
다리를 건너 깔끔하게 게소자키 만에 몸을 던질까.  - P171

문제는 돈이었다. 지갑을 열고 남은 돈을 세어 보았다. 1전짜리 동전 열 개뿐, 유곽에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P172

(전략).
"이 정도 돈으로는 저희 가게에서는 어렵습니다."
차 농장이었던 과거의 흔적일까, 구로즈카에서는 손님에게 갓 우려낸 우단 지방의 고급 차를 내어주고 그 차를 마시면서 유녀를 고르게 하는 풍습이 있다. - P174

"당신네 젊은 주인을 불러줘. 다쿠조라고 말하면 알 거야."
남자는 잠시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접수대에서 나와 이쪽으로 오시죠"라고 유곽의 문을 열었다.  - P175

"10 전밖에 없잖아. 무리야. 메밀국수 한 그릇도 아니고" - P176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왜 그렇게 소중한 상품이 창고방에 굴러다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으리라. - P177

"괜찮아요?"
몸부림치는 다쿠조를 올려다보며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중얼거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이 고장 난 듯했다. - P179

2

구로즈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손님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P180

하지만 구로즈카에서는 절대로 나갈 수 없다.
남천루의 동료들을 보면 이 말은 사실이었다. 병, 낙태, 동반 자살로 죽은 유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 P180

이곳은 정상적인 유곽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손님이 붙지 않는 여자가 헐값에 팔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 그곳이 구로즈카다.
유녀가 정상이 아니기에 이곳에 놀러 오는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다. - P181

"잇폰마쓰 후미히코. 촌장의 둘째 아들이니 가문도 나무랄데 없어."
그 이름을 듣자 기억이 났다. 달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나나코를 지명하는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 P182

(전략).
"감사한 이야기지만 저는 유녀예요. 그것도 평범한 유녀가아니죠. 여기는 구로즈카잖아요."
나나코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말했다. - P183

남천루에서 일한 지 4년째지만, 낙적 이야기는 들은 적이없었다. (중략).
살무사 할멈이 새로운 예고문을 내건 것이다.
구로즈카에서는 손님들이 독을 먹고 죽는 사건이 연이어발생하고 있었다.  - P184

나나코가 등 뒤까지 바짝 다가온 괴물의 그림자를 알아차린 것은 혼례를 닷새 앞둔 8월 4일이 되어서였다.
나나코는 그날도 손님을 받을 예정이었다. - P185

구로즈카의 유곽은 다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유녀들과노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손님에게 고급 차인 우단 차를 대접하는 허영심 많은 풍습도 한몫했다. - P187

"나나카마도 씨, 구로즈카에서 도망치세요."
탈출은 중죄다. 붙잡히면 죽음보다 더한 체벌이 기다리고있다고 했다.
"불가능해 감시도 있는데." - P188

밤 11시 55분. 나나코는 화장을 지우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후 방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코를 고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헐떡이는 소리는 없었다. - P189

"내 가슴 어디 갔지?"
미닫이문이 열리고 한치치 언니가 뛰어나왔다. (중략).
"너, 왜 여기 있니? 아, 알겠다. 내 가슴을 훔치러 왔구나."
한치치 언니는 콧물을 흘리며 나나코의 몸을 마구 더듬었다. - P190

덜컹, 다시 격자 창문이 소리를 냈다.
그래, 이거야.
꽂힌 걸쇠를 뽑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지 않아도 유곽을 나설 방법은 있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된다. - P191

・・・・구로즈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의식을 잃는 순간,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 P192

다음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창고방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젊은 주인과 두 기부, 그리고 유녀들을 돌보고 손님에게차를 접대하는 지요미 할멈이 위를 보고 쓰러진 나나코를내려다보고 있었다. - P193

"너, 죽은 게 아니었어?"
젊은 주인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손님의 옆구리에 손을넣어 상체를 들어 올렸다. (중략).
"네가 다쿠조를 죽인 거야?" - P193

"착각하지 마. 잘못한 건 너야. 시체는 시집을 가지 못해네가 죽어서 못 받게 된 돈을 생각하면 그 정도 일은 해도당연해."
사실 나나코는 죽지 않았으니 이런 설교를 들을 이유는 없다. - P194

"다쿠조는 사고로 죽은 걸로 하지. 이런 하찮은 녀석이 죽었다고 혼례 일정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나나코는 9일까지 헛간에 가둬둬. 절대로 도망치게 하면 안 돼." - P195

3

8월 5일, 오전 10시 14분.
(중략).
"유령이 똥을 싼다고 생각해?"
(중략).
고개를 들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다쿠조가 앉아 있었다.
"여, 역시 살아 있었나요!" - P196

다쿠조는 독기에 찬 목소리를 냈다. "나는 살해당했거든." - P197

(전략). 그렇게 말하며 다쿠조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지었다. "네게 부탁이 있어. 나를 죽인 범인을 찾아줘."
"직접 하세요."
"난 유령인데? 더군다나 너한테 빙의되어 있잖아. 내가 할수 있는 건 이렇게 너한테 말을 거는 것뿐이야." - P199

"범인을 찾아달라고 하셨지만 저는 창고에서 나갈 수도없는걸요."
"괜찮아. 이미 계획을 세워뒀어." 다쿠조는 자신만만하게입술을 핥았다. "우선 내 사인부터 확인시키자" - P200

나나코의 탐정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 P201

"다쿠조 씨를 죽인 범인을 조사하게 해주세요."
나나코는 상태를 살피러 온 젊은 주인을 붙잡고 요청했다.
"저 때문에 남자가 죽었다는 이상한 누명을 쓴 채로는 도저히 시집갈 수 없어요. 이대로 잇폰마쓰 씨와 하나가 되라고 한다면 저는 벽에 머리를 박고 죽을 거예요."
"그럴 듯한 말로 또 도망치려는 거지?" - P202

나나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만약 내일 아침까지 살무사 할멈을 찾아내지 못하면 기꺼이 잇폰마쓰 씨에게 시집갈게요. 자살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 P203

혹시 진짜로 살무사 할멈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있었으리라.  - P204

4

(전략).
비파루에서 일하는 마쓰바 할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심인지 비아냥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첫 번째 집에서부터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모양새였다. - P204

"할멈이 다쿠조 씨에게 차를 대접하신 거죠?"
마쓰바 할멈이 숨을 들이쉬는 순간을 노려서 나나코는 본론을 꺼냈다.
"그렇긴 한데, 저를 의심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그분과 함께 차를 마셨으니까요. 그 차에 독이 들어 있었다면 저도 죽지 않았을까요?" - P205

"제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차를 두 잔이나 우렸지 뭐예요."
이미 유령에게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에 나나코는 처음듣는 듯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같이 마신 거군요." - P206

 찻잔은 한쌓인 것 같았지만, 하나는 팥색, 하나는 가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 P207

"이쪽 방은 뭐죠?"
(중략).
"여주인님이 독서가이신가 보네요."
당황하며 사과하려는 시로를 제지하면서 더 캐물었다.
"그렇습니다만, 저는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지만요."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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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성형 Ai가 추천해서 구매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책이 아닌 위르겐 하버마스의 저서 그 자체를 추천했지만, 장바구니에 담을 당시 왜인지 이걸로 선택되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마 저자가 쓴 책을 먼저 읽는 것보다 이 책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철학책은 본디 앞선 철학자에 대한 비판이나 수용,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이나 자신의 견해가 나오는데, 달리 말하면 선행될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러한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설명해주는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이란 책을 도전 해 봐야겠다.


이성적 사유의 기원과 합리성의 역설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다. 무엇인가에 대해서 사고(思考)한다‘거나 ‘생각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P-1

(전략). 그런데 이 경우 한편으로는 그 증거나 증언에 대해서 별다르게 인지하지 않거나 인지하더라도 그에대한 심각한 반성이 없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그런 신념을 갖게 된 이유나 증거에 대해서 그 타당성을면밀히 검토해 보는 경우가 있다. - P-1

듀이에 따르면 인간 사고는 일종의 ‘갈래 길 상황‘에서시작된다. 여러 선택지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 닥쳤을 때 사람들은 사고를 시작하게 된다는것이다. - P-1

. 인간 사고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다. - P-1

또한 사고는 어떤 일반적인 원리를 따라 이루어지는 과정도 아니다. 사고는 그것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기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Dewey, 1933:12). - P-1

신화적 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단지 익숙한 일상에 불과하다면, 그래서 별다른 의구심을 느낄 필요 없이당연시되는 사건의 연속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굳이 그것들에 우리 관심을 집중시켜 사고를 전개할 필요를 느끼지않는다. - P-1

고대인들이 지녔던 신념들은 그 깊이에서나 넓이에서오늘날 우리들이 지닌 것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념들은 고대인들 나름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고 과정을 거쳐 획득된 것들이었을 테다. - P-1

서양 역사에서 문자화되어 가장 체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체계‘를 우리는 고대 헬라스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1

헬라스 신화는 철학이 등장하기 이전에 사람들의 삶과자연 세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담론 체계였다. 그것은 철학, 역사 등이 분화되기 이전, 모든 것들이 미분화된 채로한데 섞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체계였던 것이다(이정우, 2011:46).  - P-1

이성적 사유의 등장


그런데 신화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던 시대에 자연계를 기존의 신화적인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곧 자연계 자체의 운동 원리 또는 우주 생성의 원질을 탐구하는 일을 통해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 P-1

‘철학(필로소피아)‘이라 불린 새로운 사유 패러다임이 나타난 것이다. - P-1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신화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또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르침을 후세에 전해주는 일만 했을 뿐 그 증명을 전해 주지는 못했으며, 그 점에서 결코 학문하는 사람들이라고는할 수 없었다(Hirschberger, 1965/2012:20). - P-1

그러나 철학은 대중적인 사고 또는 상식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이제 철학자들은 자연 세계의 움직임을 신들의 활동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 그 자체의 성격과 움직임의 원리를 밝혀내는 일을 통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 P-1

합리성의 역설

그러나 새로운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 일종의 등불 역할을 했던 이성은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 여러 사상가들에의해 오히려 인간성을 억압하고 정의와 자유를 훼손하는기제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 P-1

그러나 적지 않은 현대 사상가들은바로 그 이성 때문에 인간 세계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고 진단한다. - P-1

근대적 이성의 재조명

그런데 여기서 잠시 되돌아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인간 이성, 그리고 인간 이성의 작용으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의 흐름들을 반드시 이와 같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시각에서만 다루어야 하는지의 문제다. - P-1

 도구적 이성이 체제에서작동하는 이성이라면, 생활세계에서는 그와 성격이 다른 이성, 곧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작동한다.  - P-1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의 핵심 논제, 곧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이 제공하는 규범성은 현대 대중사회에서 왜곡되고 쇠퇴해 버린 ‘공론장의 기능을 복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 P-1

하버마스는 시민 대중이 다시 ‘공중‘으로 되살아나는 것, 그들 간 활발한 논의를통해 진정한 의미의 ‘여론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서의 ‘정치적 공론장‘을 재건해 그것을 규범적으로 설정된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으로삼을 것을 주장한다(Habermas, 1962/2001:49). - P-1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
이 책은 하버마스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의주요 논점들을 필자의 언어로 재구성한 것이다. - P-1

『의사소통행위이론』 한국어 번역판이 발간된 해, 서평에서 문성훈은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저작의 한국어판 발간은 그간에 다소 불완전하게 이루어져 온 하버마스 수용사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사건으로 평가한다(문성훈, 2006:322). - P-1

한 가지 다소 아쉬운 점은 관련 학계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달리, 하버마스의 이론은 이를테면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같은 학자들의 그것처럼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P-1

그의 공론장 이론과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은 현대 대의민주주의와 복지 국가의 이념이 흔히 빠지기 쉬운 결함들을 대단히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따라서 이 두 이념이 올바른 형태로 전개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론이다.  - P-1

참고문헌

문성훈(2006).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한국어판 출간과그 의미. <철학사상≫, 제22권, 317~322.

송병구(2003), 뮈토스와 로고스: 현대사회의 신화 읽기. ≪종교와문화≫, 제9집, 163~178.

이엽 (2004). 독일 계몽주의의 보편적 인간 이성의 이념과 그 전개. ≪철학논총≫, 제36집, 359~376.

이재현(2012). 뮈토스와 로고스: 그대 그리스 철학의 기원에 관한 소고. ≪동서사상≫, 제13집, 21~42.

이정우(2011). 『세계철학사 1: 지중해 세계의 철학』. 도서출판 길.

Bernstein, R. J.(1985). Introduction to Habermas and modernity. The MIT Press.

Dewey, J. (1933). How we think. Chicago: Henry Regnery Company.

Habermas, J.(1962). Strukturwandel der offentlichkeit:Untersuchungen zu einer kategorie der bürgerlichengesellschaft. 한승완 옮김(2001). 『공론장의 구조 변동:부르주아 사회의 한 범주에 관한 연구』, 나남.

Hirschberger, J.(1965). Geschichte der philosophie. 강성위옮김(2012). 서양철학사(상권)』, 이문출판사.

Horkheimer, M. & Adorno, T. W.(1969). Dialektik deraufkla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김유동 옮김(2013).『계몽의 변증법: 철학적 단상』. 문학과지성사, - P-1

01

도구적 이성 비판


이성과 계몽의 자기 파괴적 속성

(전략). 루소가 당대를 타락한 사회로 보고 그 타락의 원인을 인간 이성, 그리고 그것이 이룩한 문명 전반에서 찾고 있듯이, 제1세대프랑크푸르트학파 비판이론가들도 인간 이성과 그것이가져다 준 계몽을 절망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P2

『계몽의 변증법』의 핵심 논제는 합리적 사고 또는 도구적 이성에 대한 역사철학적 비판이다(노성숙, 2003:201). - P2

이성의 도구화, 도구적 이성

도구화된 이성, 곧 ‘도구적 이성‘은 호르크하이머 철학의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이종하, 2011:174). - P5

 객관적 이성은 고대 헬라스 철학으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철학이 그 토대로 삼은 이념이다. - P5

객관적 이성의 위기는 이성의 주관화, 형식화로 나타났다. - P6

. 주관적 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이익에 대한 주관적 관심을 이성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이성을 말한다. - P6

형식화된 이성은 이성의 중성화(中性化)를 초래하고,
중성화된 이성은 결국 이성의 도구화를 초래한다.  - P7

 서양 근대 사회의 합리화 과정에 대한베버의 논의는 도구적 이성, 또는 베버의 용어로 목적합리성이 의미하는 바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양 근대 사회의발전과 어떤 역동적 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 P8

참고문헌

김원식(2007). 근대성의 역설과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이론의 전개. <사회와 철학≫, 제14호, 35~64.
노성숙(2003). 계몽과 신화의 변증법: 계몽의 어두운 걸림돌.  <철학과 현실≫, 제59호, 200~212.
이종하(2011). 『호르크하이머의 비판이론』. 북코리아.
Horkheimer, M. & Adorno, T. W. (1969). Dialektik deraufkla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김유동 옮김 (2013). 「계몽의 변증법: 철학적 단상』. 문학과지성사, - P9

03

합리화의 패러독스


합리화의 패러독스

(전략). 그러므로 ‘합리화의 패러독스‘라는 말에는 합리화의 과정이 두 가지 상반된 이념을 함께 추구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합리화는 한 쪽에서 보면 발전을 의미하지 - P24

합리화의 패러독스라는 논제는 언뜻 보기에 단일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완전히 다른두 개의 실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합리성‘ 개념의 애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P24

 합리성의 새로운 측면이 담고 있는 새로운 가치는 베버에 의해서 개념화된다.  - P25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서양 근대 사회의 합리화 과정이 보인 패러독스적인 경향은 합리성의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을 때는 결코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 P26

자본주의는 청교도들의 소명 윤리로부터 발생했지만, 아직은 선을 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 P27

자본주의 정신이 청교도 윤리로부터 분리되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되면서 초창기에 유지되었던 가치합리성과 목적합리성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그 결과 목적합리성의 과대화가 초래된다. - P27

목적합리성 또는 형식적 합리성의 승리


(전략). 형식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고도로 합리적인 생활이 실질적 합리성의 측면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심각하게 비합리적인 생활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28

형식적 합리성에 대한 요구는 사람들의의식을 실질적 합리성으로부터 멀어지도록, 곧 행위를 목적합리성이라는 단일 가치 체계의 지배하에 두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는 것이다. - P29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진정으로 베버가 제시한 합리화의 패러독스와 그것의 논리적 결론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가?  - P29

우리의 관심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하버마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다. - P30

(전략), 그래서 그 자체의 내적 논리에서 초래되었다고한 합리성의 패러독스라는 논제가 결코 불가피한 논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여전히 이성을 인간 해방의 이론적 토대로 삼을 수 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 P30

참고문헌

Bernstein, R. (1988). The rage against reason. In E. McMullin (Ed.). Construction and constraint: The shaping of scientific rationality. Notre Dame: Indiana University Press.

Brubaker, R. (1984). The limits of rationality: An essay on thesocial and moral thought of Max Weber. London: George Allen & Unwin.

Kalberg, S. (1980). Max Weber‘s types of rationality:Cornerstones for the analysis of rationalization processes inhistory.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85(5), 1145~1179. - P31

04

베버 합리화 논제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판적 논의


베버 합리화 논의의 재구성.

(전략).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 첫 권에서 하버마스는 베버의 사회합리화 개념을 분석하고 사회 변화의 한 측면으로서의 ‘합리화‘를 자신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에 비추어 재구성하는 일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 P34

합리화(rationalization)‘는 전통적 행위 양식과 구분되는 근대적 행위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베버 특유의사회학적 개념이다. - P34

베버에게서 ‘사회합리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P35

그런데 하버마스는 사회합리화를 설명하는 베버의 논의에 대단히 심각한 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 P36

이전까지 문화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예외 없이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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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라는 영웅

(전략).

우리 시대의 진지한 사유는 대개 집을 잃은 듯한 느낌에시달린다. (중략). 이런 영적 메스꺼움을 치료할 방법은, 그것을 일단은 더 악화시키는 것뿐인 듯하다. - P110

철학자들이 이런 정신적으로 집이 없는 상태를 표현하고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나는 그런 철학자들만이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인, 소설가, 몇몇 화가는 이 고통스러운 영적 충동을 의도된 광기, 자기 유배, 강박적인 여행 등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냈다. - P110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 달리 레비스트로스는 문인이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대체로 학술적이고 그는 늘 학계의 일부로 여겨진다. - P111

레비스트로스는 미국에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학 방법론과 개념을 주제로 여기저기 발표한 에세이를 모아 1958년에 출간한 『구조인류학』과 『오늘날의 토테미즘』(1962)이라는 책이 작년(1962년)에 미국에서 번역되었다. - P111

.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유효한 일반적 지적입장을 통합해내는 드문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서 가운데 한 권은 걸작이다. - P112

『슬픈 열대』는 이 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 가운데 한 권이다. - P112

『슬픈 열대』는 외형적으로 저자의 ‘현지‘ 경험 기록인데, 정확히 말하면 그 일이 있은 지 15년 넘게 지난 후에 쓴 회고록이다.  - P112

 이 책의 핵심은 6장 ‘나는 어떻게 인류학자가 되었나‘다. (중략).『슬픈 열대』는 극도로 개인적인 책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처럼 이 책은 지적 자서전이며, 인간 조건에 관한 포괄적 시각과 정서를 상술하는 개인적 역사다. - P113

레비스트로스도 인간을 루크레티우스처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루크레티우스처럼 지식이 위안이자 거리두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14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이 열일곱 살 때부터 마르크스를 열렬히 추종했다고 말하는 점은 흥미롭다("사회학이나 민족학 문제에 접근할때마다 나는 언제나 먼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나 『자본론』을 한두 페이지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 P115

.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따르면 현지 조사는 "모든 민족학 탐구가 시작되는 곳이며, 최고의 철학적 태도인 의심의 어머니이자 유모"이기 때문이다.  - P115

따라서 인류학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심과 지적 불확실성에 대해 무척 영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입장이 뚜렷이 철학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 P116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인류학』에서 이런 것을 유배의 기술technique de dépaysement이라고 불렀다. 레비스트로스는 현대과학의 ‘가치 중립성‘이라는 범속한 공식을 당연히 여긴다. - P116

현지의 인류학자는 ‘집에서는 비판자‘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순응자‘인 20세기적 의식의 모범이 된다. - P116

전문자 민족을 처음 찾아온 방문자들은 거리두기를 할 줄몰랐다. 당시에 민족학이라고 불렸던 분야의 최초 현지 연구자들은 선교사였고, (후략). - P117

 이들의 뒤를 이어 종교와 무관한 인문학자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중립적이고 정중하고 개입하지 않는관찰자들로 야만인들에게 기독교를 팔러 온 게 아니라 자국의 부르주아 독자들에게 ‘이성‘, ‘관용‘, ‘문화적 다원주의‘ 따위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었다. - P117

 원시적인 것에 대한공포(프레이저와 뤼시앵 레비브륄이 사용한 표현이다)가 인류학자의 의식에서 영영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 P117

인류학자는 목격자이고,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이 점이사회학자와의 본질적 차이다. - P118

레비스트로스는 현지 조사의 목적이 "인류학자 수련의 결정적 전기가 되는 심리적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 P118

『구조인류학』에 포함된 신화에 관한 중요한 글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요소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분석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개괄한다. - P119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은 인문학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될 것이냐다.  - P120

 인류학은 언어학을 비롯해 경제학, 게임 이론 등에서 "구체적 데이터에 지나치게 익숙해짐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 P120

『야생의 사고』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사고가 "일화逸적이고 기하학적"이라고 말한다. 『구조인류학』에 수록된 글은 대체로 그의 사고가 기하학적임을 보여준다. - P121

레비스트로스가 원시사회와 믿음을 분석할 때 가장 즐겨사용하는 메타포 또는 모델은 언어다. 인류학과 언어학의 유사성이 『구조인류학』에 실린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 P122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의 논리가 현대과학의 논리 못지않게 엄밀하다고본다. 다만 논리가 적용되는 문제가 다를 뿐이다. - P123

사르트르는 사상뿐 아니라 정서 자체가 레비스트로스와정반대다. 철학적·정치적 독단주의, 지칠 줄 모르는 독창성과 복잡성을 지닌 사르트르는 늘 열광하는 사람의 태도(나쁜 태도일 때가 많다)를 보인다. - P123

‘새로운 소설과 영화의 형식주의자들처럼 레비스트로스는 ‘구조‘를 강조하고 극단적 형식주의와 지적 불가지론을 내세우는데 이것은 막대하지만 철저히 억제된 파토스와 나란히 놓인다. 그것이 때로 『슬픈 열대』 같은 역작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 P124

이 주제는 일정한 거리, 즉 15년 전의 경험이라는 거리를 두고분명한 감정과 사실로 전달되고, 이런 서술은 독자의 감정에 오히려 더 큰 자유를 부여한다. - P124

관습, 의례, 신화, 금기는 하나의 언어다. - P125

레비스트로스는 극단적인 반역사주의자라 ‘선사‘ 사회와 ‘역사‘ 사회를 구분하기를 거부한다. 원시사회에도 역사가 있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 P125

콜레주 드 프랑스 취임 연설에서 레비스트로스는 후기 마르크스주의적 자유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간이 마침내 진보의 압박에서, "진보를 이루기 위해 인간을 노예화했던 오랜 저주"에서 벗어난 미래다. - P126

따라서 인류학자는 원시인들의 차가운 세계를 애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를 지키려 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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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 날 아침 교코와 시바타는 도쿄역에서 7시 정각의 신칸센을 탔다. 자유석이지만 마침 자리가 나서 나란히 앉을수 있었다. 교코는 출발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간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잔 것이다. - P108

에리의 본가는 잇샤역에서도 한참 걸어 들어간 곳에 있었다. 도로를 마주하고 주차장이 있고 그 안쪽이 쌀가게였다. 오른편은 신문가게, 왼편은 카페였다. - P110

"그런데 왜 도쿄에 올라갔던 건가요?"
시바타의 질문에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중략).
"젊은 애들은 한 번쯤은 도쿄에 가고 싶어 하니까요." - P111

"여기 가장 최근의 사진도 그렇죠? 하나같이 에리 씨 혼자예요. 정확히 말하면 에리 씨만 남기고 잘라냈어요. 게다가이 잘라낸 면을 보면 바로 최근이에요." - P112

"에리 씨가 왜 도쿄에 올라갔는지는 얘기를 안 해주시던데요."
시바타가 분명한 말투로 얘기를 꺼내자 그 즉시 노리유키는 입을 꾹 다물었다. - P113

"화가 지망생이었어요." 잠시 뒤에 노리유키가 입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에리가 그 녀석에게 푹 빠졌어요. 결혼하고 싶다고 했죠. 아버지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 P114

"즈루마이공원 옆의 진보학원, 아세요?"
역의 북측에 있는 그 학원이냐고 운전기사가 확인하자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중략).
"에리 씨의 책상에 진보학원이라고 인쇄된 책받침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다, 라고 찍었죠." - P115

시바타가 사무직원과 뭔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교코는 학원 팸플릿을 들여다보았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코스와 재수생 코스라는 것이 있었다. 시간별로 상당히 빡빡하게 짜였다. - P116

교코는 찻잔을 들었다. 차가 맛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에요. 병으로 사망했다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고, 병명은 적당히 지어내면 될 텐데." - P117

"이름이 어떻게 되는 사람이었어요?"
잠시 머뭇거린 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중략).
"이(伊)에 세(瀬)." - P119

"자살했어요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유서를 남기고..."
(중략).
"다카미 부동산회사 사장님이 살해된 사건. 그 범인이 이세 씨였어요." - P120

4장

합동 작전을 펼치자

1

시바타와 함께 나고야에 다녀온 다음 날, 교코가 일을 나간 곳은 아카사카 퀸호텔이었다. 지난번 사건이 일어난긴자 퀸호텔과 같은 계열의 호텔이다.
그날 밤의 파티는 모 슈퍼마켓 회장의 회갑연이라는, 말만 들어도 별로 재미가 없을 듯한 연회였다. - P122

(전략). 게다가 대부분 마흔 넘은 중년 남자들이다.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흑심을 드러내며집적거리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웃는 얼굴로 능숙하게 받아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 P123

하지만, 이라고 교코는 접시에 요리를 담던 손을 멈추며생각했다. 과연 다카미 슌스케는 에리가 사망한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을까. - P125

그래서 교코는 오늘 미용실에 가는 길에 나카노 도서관에들러 3년 전 그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엄청난 양의 신문 축쇄판을 뒤져본 결과, 그녀가 파악한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P125

"죄송해요.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
교코는 급히 손님이 몰린 테이블로 향했다. 이런 때는 잽싸게 달아나는 게 좋다. - P128

이걸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는 감이 들었다.
시바타 형사는 분명 관련이 있다고 아예 확정지은 눈치였다. 그 증거로 어제 시바타의 태도는 묘하게 냉랭했다.
만일 우연이 아니라면? - P128

2

다카미 부동산회사의 본사 빌딩은 긴자 고초메에 자리 잡고 있다. 교코가 회갑연에서 일하고 있던 무렵, 시바타는 다카미 슌스케를 만나기 위해 그 빌딩의 맞은편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 약속은 오전 중에 잡았다. - P130

삼십대 나이에 부동산회사 전무라고? - P130

하지만 시바타의 보고에 대한 상사의 반응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우선 휴가를 이용해 멋대로 단독수사에 나선 것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 P131

7시 정각에 다크 그린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시바타의 옷에 시선이 멈추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시바타의 상의는 갈색 헤링본 트위드 재킷이다. 이 옷으로 알아보기로 약속한 것이다. - P132

다카미가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그 말은 무시하고 시바타는 곧장 질문에 들어갔다.
"보석점 하나야의 감사파티에 참석하신 게 이번이 몇 번째였죠?" - P133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다카미 쪽에서 물었다. 시바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를 만나러 오셨죠? 관계자라고는 해도 나는 단순히그 파티에 참석한 것뿐이라서 관계성이 아주 희박한데요."
약간 비꼬는 뉘앙스를 담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화가 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 P134

딱 잘라 대답하고 다카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그 여자가…………. 이것 참, 특이한 우연이네."
그의 윤곽 짙은 얼굴이 팽팽히 당겨졌다.  - P135

다카미는 잔을 들어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가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시바타는 다시 질문에 들어갔다.
"자살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다카미 씨도 그 호텔에 계셨다고 하던데요?"
"파티가 끝난 다음에 로비에서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로했었거든요." - P136

3

한바탕 일이 끝나자 항상 그렇듯이 다른 컴패니언들과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기실에는 영업실장 요네자와가 기다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왔다. - P139

교코가 불러 세우자 유카리는 경계하는 몸짓으로 돌아보았다.
"누구?"
"나는 교코, 오다 교코라고 해." - P141

(전략).
유카리가 마스터와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슬쩍 귀엣말을건넸다.
"우리, 비밀 얘기 할 거니까 이쪽에 아무도 오지 않게 해줄래요?" - P142

"에리가 도쿄에 온 다음에 알게 됐어. 로열에서 동기였거든."
(중략).
"새삼스럽게 그런 걸 왜 묻는데?" - P143

"에리는 절대 자살했을 리가 없어."
교코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스윽 주위를 살펴봤지만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기척은 없었다.
"유카리 씨, 혹시 에리 사건을 알아보려고 오늘 밤비 쪽에일하러 온 거야?" - P144

"에리는 도쿄에 와서도 항상 이세 씨만 생각했어. 어쩌다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리고 언젠가는 꼭그 진상을 밝혀낼 거라고 했어. 내가 이번 사건 때문에 생각난 건데, 에리가 로열을 관두고 밤비로 옮긴 건 뭔가 그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 P146

"하지만 본가에서 청산화합물 병을 발견했다고 하던데."
시바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교코는 들려주었다. - P148

유카리와 헤어져 고엔지 원룸으로 향했을 때는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둘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유카리도 역시 마루모토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 P149

한바탕 신나게 탄 뒤에 문득 생각나서 시바타에게 물었다.
"뭐 좀 알아냈어요?"
(중략).
그러자 시바타는 길게 뻗은 다리를 굽혀 두세 번 그네를저었다. 녹슨 쇠줄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교코 씨의 왕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 P151

"다카미가 직접 손을 댄 게 아니라는 건 밝혀진 셈이죠."
"어째 말투가 묘하네요?"
"다카미가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내 직감만으로 일단 정리해버린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까." - P152

"소용없어요. 그건 단지 유카리 씨의 추측일 뿐이지 증거가 없잖아요. 경찰은 그런 정도의 정보로 선뜻 행동에 나서는 조직이 아니에요." - P154

4

그로부터 사흘 뒤의 오전 시간이다.
시바타는 주식회사 하나야의 본사 1층 접수처에 나와 있었다. 하나야 본사는 긴자 주오도리를 마주하고 있다. 도로를 끼고 맞은편은 하나야 긴자점이다. - P156

"지난번 하나야 감사파티는 무로이 씨가 총괄 책임자였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중략).
"총괄 책임자라고 해봤자 통상적인 사무 처리를 한 것뿐이에요. 감사파티는 벌써 몇 년째 계속 진행해온 행사니까요."
경계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 P157

"그저 전례에 따른 거예요. 지금까지 밤비 뱅큇을 이용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냥 그것뿐입니다." - P158

"하나야 감사파티는 벌써 10년 넘게 해온 행사지만 이전에는 항상 ‘도토 파티 서비스‘라는 곳에 의뢰했어요. 전례에따른 것이라면 당연히 이번에도 그 회사였어야 할 텐데, 이건 좀 이상하잖아요. 1년 반 전부터 갑자기 밤비 뱅큇으로바뀌었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거죠?" - P158

시바타가 하나야와 밤비 뱅큇의 관계에 의문을 품은 것은마루모토의 과거를 알아보던 때였다. - P159

"그러니까 그게요, 저희도 잘 모른다니까요. 위쪽의 업무지시에 따른 것뿐이에요."
(중략).
"정말로 제가 말했다는 건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 P161

"사타케 부장님이에요." - P161

"근데 사타케 부장님은 어떤 분이에요?"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접수처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중략).
"능력이 대단한 분이시겠죠?" - P162

약속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자 5분쯤 뒤에 교코와 유카리가 들어왔다. - P164

"어쨌든 일찌감치 자살로 처리하고 넘어갔잖아요."
"다양한 근거에 의거해 그런 결론을 내린 겁니다. 여기 시바타한테서 얘기는 들으셨죠? 독극물의 출처라든가 호텔방이 안에서 잠겨있었다든가."
아이를 타이르듯이 나오이가 말했다. - P165

"그건 트럭이죠."
"맞아요, 트릭이에요. 그 트릭을 밝혀내는 게 형사님들 일이잖아요." - P165

한바탕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시바타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뒤에 유카리 씨도 뭔가 알아낸 게 있었어요?"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이 시선을 떨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죠?" - P166

"오늘 얘기, 팀장님이 들으면 당장 코웃음을 치실 것 같은데.."
마지막은 혼잣말처럼 나오이가 중얼거렸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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