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다음 날 아침 교코와 시바타는 도쿄역에서 7시 정각의 신칸센을 탔다. 자유석이지만 마침 자리가 나서 나란히 앉을수 있었다. 교코는 출발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간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잔 것이다. - P108
에리의 본가는 잇샤역에서도 한참 걸어 들어간 곳에 있었다. 도로를 마주하고 주차장이 있고 그 안쪽이 쌀가게였다. 오른편은 신문가게, 왼편은 카페였다. - P110
"그런데 왜 도쿄에 올라갔던 건가요?" 시바타의 질문에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중략). "젊은 애들은 한 번쯤은 도쿄에 가고 싶어 하니까요." - P111
"여기 가장 최근의 사진도 그렇죠? 하나같이 에리 씨 혼자예요. 정확히 말하면 에리 씨만 남기고 잘라냈어요. 게다가이 잘라낸 면을 보면 바로 최근이에요." - P112
"에리 씨가 왜 도쿄에 올라갔는지는 얘기를 안 해주시던데요." 시바타가 분명한 말투로 얘기를 꺼내자 그 즉시 노리유키는 입을 꾹 다물었다. - P113
"화가 지망생이었어요." 잠시 뒤에 노리유키가 입을 열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에리가 그 녀석에게 푹 빠졌어요. 결혼하고 싶다고 했죠. 아버지 어머니는 반대했지만." - P114
"즈루마이공원 옆의 진보학원, 아세요?" 역의 북측에 있는 그 학원이냐고 운전기사가 확인하자 아마 그럴 거라고 대답했다. (중략). "에리 씨의 책상에 진보학원이라고 인쇄된 책받침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다, 라고 찍었죠." - P115
시바타가 사무직원과 뭔가 얘기를 나누는 동안 교코는 학원 팸플릿을 들여다보았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코스와 재수생 코스라는 것이 있었다. 시간별로 상당히 빡빡하게 짜였다. - P116
교코는 찻잔을 들었다. 차가 맛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에요. 병으로 사망했다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고, 병명은 적당히 지어내면 될 텐데." - P117
"이름이 어떻게 되는 사람이었어요?" 잠시 머뭇거린 뒤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중략). "이(伊)에 세(瀬)." - P119
"자살했어요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유서를 남기고..." (중략). "다카미 부동산회사 사장님이 살해된 사건. 그 범인이 이세 씨였어요." - P120
4장
합동 작전을 펼치자
1
시바타와 함께 나고야에 다녀온 다음 날, 교코가 일을 나간 곳은 아카사카 퀸호텔이었다. 지난번 사건이 일어난긴자 퀸호텔과 같은 계열의 호텔이다. 그날 밤의 파티는 모 슈퍼마켓 회장의 회갑연이라는, 말만 들어도 별로 재미가 없을 듯한 연회였다. - P122
(전략). 게다가 대부분 마흔 넘은 중년 남자들이다.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흑심을 드러내며집적거리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웃는 얼굴로 능숙하게 받아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 P123
하지만, 이라고 교코는 접시에 요리를 담던 손을 멈추며생각했다. 과연 다카미 슌스케는 에리가 사망한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을까. - P125
그래서 교코는 오늘 미용실에 가는 길에 나카노 도서관에들러 3년 전 그 사건에 대해 알아봤다. 엄청난 양의 신문 축쇄판을 뒤져본 결과, 그녀가 파악한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P125
"죄송해요. 잠깐 딴생각을 하느라..…………. " 교코는 급히 손님이 몰린 테이블로 향했다. 이런 때는 잽싸게 달아나는 게 좋다. - P128
이걸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는 감이 들었다. 시바타 형사는 분명 관련이 있다고 아예 확정지은 눈치였다. 그 증거로 어제 시바타의 태도는 묘하게 냉랭했다. 만일 우연이 아니라면? - P128
2
다카미 부동산회사의 본사 빌딩은 긴자 고초메에 자리 잡고 있다. 교코가 회갑연에서 일하고 있던 무렵, 시바타는 다카미 슌스케를 만나기 위해 그 빌딩의 맞은편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전 약속은 오전 중에 잡았다. - P130
삼십대 나이에 부동산회사 전무라고? - P130
하지만 시바타의 보고에 대한 상사의 반응은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우선 휴가를 이용해 멋대로 단독수사에 나선 것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 P131
7시 정각에 다크 그린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카페 안을 둘러보다가 시바타의 옷에 시선이 멈추면서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시바타의 상의는 갈색 헤링본 트위드 재킷이다. 이 옷으로 알아보기로 약속한 것이다. - P132
다카미가 의아한 얼굴을 했지만, 그 말은 무시하고 시바타는 곧장 질문에 들어갔다. "보석점 하나야의 감사파티에 참석하신 게 이번이 몇 번째였죠?" - P133
"이번에는 내가 질문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다카미 쪽에서 물었다. 시바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를 만나러 오셨죠? 관계자라고는 해도 나는 단순히그 파티에 참석한 것뿐이라서 관계성이 아주 희박한데요." 약간 비꼬는 뉘앙스를 담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화가 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 P134
딱 잘라 대답하고 다카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그 여자가…………. 이것 참, 특이한 우연이네." 그의 윤곽 짙은 얼굴이 팽팽히 당겨졌다. - P135
다카미는 잔을 들어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가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가 시바타는 다시 질문에 들어갔다. "자살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다카미 씨도 그 호텔에 계셨다고 하던데요?" "파티가 끝난 다음에 로비에서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로했었거든요." - P136
3
한바탕 일이 끝나자 항상 그렇듯이 다른 컴패니언들과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기실에는 영업실장 요네자와가 기다리고 있었다.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흘러나왔다. - P139
교코가 불러 세우자 유카리는 경계하는 몸짓으로 돌아보았다. "누구?" "나는 교코, 오다 교코라고 해." - P141
(전략). 유카리가 마스터와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슬쩍 귀엣말을건넸다. "우리, 비밀 얘기 할 거니까 이쪽에 아무도 오지 않게 해줄래요?" - P142
"에리가 도쿄에 온 다음에 알게 됐어. 로열에서 동기였거든." (중략). "새삼스럽게 그런 걸 왜 묻는데?" - P143
"에리는 절대 자살했을 리가 없어." 교코는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스윽 주위를 살펴봤지만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기척은 없었다. "유카리 씨, 혹시 에리 사건을 알아보려고 오늘 밤비 쪽에일하러 온 거야?" - P144
"에리는 도쿄에 와서도 항상 이세 씨만 생각했어. 어쩌다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리고 언젠가는 꼭그 진상을 밝혀낼 거라고 했어. 내가 이번 사건 때문에 생각난 건데, 에리가 로열을 관두고 밤비로 옮긴 건 뭔가 그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 P146
"하지만 본가에서 청산화합물 병을 발견했다고 하던데." 시바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교코는 들려주었다. - P148
유카리와 헤어져 고엔지 원룸으로 향했을 때는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둘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유카리도 역시 마루모토를 의심하는 눈치였다. - P149
한바탕 신나게 탄 뒤에 문득 생각나서 시바타에게 물었다. "뭐 좀 알아냈어요?" (중략). 그러자 시바타는 길게 뻗은 다리를 굽혀 두세 번 그네를저었다. 녹슨 쇠줄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교코 씨의 왕자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 P151
"다카미가 직접 손을 댄 게 아니라는 건 밝혀진 셈이죠." "어째 말투가 묘하네요?" "다카미가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예요. 내 직감만으로 일단 정리해버린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으니까." - P152
"소용없어요. 그건 단지 유카리 씨의 추측일 뿐이지 증거가 없잖아요. 경찰은 그런 정도의 정보로 선뜻 행동에 나서는 조직이 아니에요." - P154
4
그로부터 사흘 뒤의 오전 시간이다. 시바타는 주식회사 하나야의 본사 1층 접수처에 나와 있었다. 하나야 본사는 긴자 주오도리를 마주하고 있다. 도로를 끼고 맞은편은 하나야 긴자점이다. - P156
"지난번 하나야 감사파티는 무로이 씨가 총괄 책임자였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중략). "총괄 책임자라고 해봤자 통상적인 사무 처리를 한 것뿐이에요. 감사파티는 벌써 몇 년째 계속 진행해온 행사니까요." 경계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 P157
"그저 전례에 따른 거예요. 지금까지 밤비 뱅큇을 이용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냥 그것뿐입니다." - P158
"하나야 감사파티는 벌써 10년 넘게 해온 행사지만 이전에는 항상 ‘도토 파티 서비스‘라는 곳에 의뢰했어요. 전례에따른 것이라면 당연히 이번에도 그 회사였어야 할 텐데, 이건 좀 이상하잖아요. 1년 반 전부터 갑자기 밤비 뱅큇으로바뀌었던데? 대체 어떻게 된 거죠?" - P158
시바타가 하나야와 밤비 뱅큇의 관계에 의문을 품은 것은마루모토의 과거를 알아보던 때였다. - P159
"그러니까 그게요, 저희도 잘 모른다니까요. 위쪽의 업무지시에 따른 것뿐이에요." (중략). "정말로 제가 말했다는 건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 P161
"근데 사타케 부장님은 어떤 분이에요?" 슬쩍 지나가는 말처럼 접수처 여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중략). "능력이 대단한 분이시겠죠?" - P162
약속한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자 5분쯤 뒤에 교코와 유카리가 들어왔다. - P164
"어쨌든 일찌감치 자살로 처리하고 넘어갔잖아요." "다양한 근거에 의거해 그런 결론을 내린 겁니다. 여기 시바타한테서 얘기는 들으셨죠? 독극물의 출처라든가 호텔방이 안에서 잠겨있었다든가." 아이를 타이르듯이 나오이가 말했다. - P165
"그건 트럭이죠." "맞아요, 트릭이에요. 그 트릭을 밝혀내는 게 형사님들 일이잖아요." - P165
한바탕 이야기를 들은 다음에 시바타가 다시 물었다. "혹시 그 뒤에 유카리 씨도 뭔가 알아낸 게 있었어요?"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이 시선을 떨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요.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죠?" - P166
"오늘 얘기, 팀장님이 들으면 당장 코웃음을 치실 것 같은데.." 마지막은 혼잣말처럼 나오이가 중얼거렸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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