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팟캐스터 한 명이 내 삶을 망쳐버리는 바람에, 나는 지금 닭을사는 중이다. - P5

남자친구를 위한 사과의 치킨을 만들 생각이다. 말하자면 ‘내가 내 친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걸 말 안 해서 미안해 치킨‘이다. - P5

"루시, 유감이지만,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아요."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차원에서 인원을 줄이고 있거든요." - P6

첼시는 정말 힘들어질 거다. 범죄 팟캐스트 하나 때문에 일이 두 배로 늘다니. - P7

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곧 문이 닫혔다.
보안 요원이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었다. (중략).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요." - P7

2

사실 팟캐스터가 내 삶을 망쳤다고 말하는 건 조금 부담할 것같다. 따지고 보면 내 삶은 새비가 살해당한 그날 무너졌다.
(중략).
세 번째는 내 고향 사람 모두가 새비를 죽인 범인이 나라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였다. - P8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들은 많이 봤지만, 네이선은 그중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P9

사실 그 거지 같은 벤 오웬스가 아니었어도 네이션과 나는 얼마 가지 못했을 거다. (중략). 네이선은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었다. - P9

"안녕, 브루스터" 네이선은 나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브루스터를 오래 쓰다듬는다.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네."
"닭 요리를 했거든."
네이선이 마침내 몸을 일으켜 나를 흘긋 봤다. 그러고는 오븐위에 놓인 닭 요리로 주의를 돌렸다. - P10

네이선이 움찔하며 놀라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네이선은 결국 살인자와 결혼하게 될 거다. - P11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마야 하퍼 : 루시가 사람을 죽이고도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건 모두가 알아요. 플럼튼에 사는 사람 중에 루시 체이스가 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뿐이죠. - P12

마야: 벌써 5년이나 지났고 이젠 새비가 죽었다는 걸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전부 포기해 버렸죠.

잠깐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사바나를 ‘새비‘라고 부르는 걸 자주들을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바나를 그렇게 불렀다고합니다.

(중략).
마야: 몇 년간 그랬죠. 다들 루시가 범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증명을 못하는 것 같아요. - P13

3

네이선에게 배짱 따윈 없었다.
- P15

지난 주말 마지못해 지원서를 몇 개 넣었는데, 벌써 한 군데는거절당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딱히 새 일자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세 권을 냈고, 세 번째 책은 꽤 팔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이 얼마나 안 팔렸는지를 생각하면 전혀 기대 못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다음 책은 밤을 새워서라도 열심히 써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 P16

LA에 있는 마트는 평일이라고 해도 절대 한적하지 않다.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거다. - P17

나는 진심으로 경찰이 범행 도구를 찾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내 머릿속에서 사람들이 좀 덜 죽었을 텐데.
(중략). 핸드폰을 원래 용도대로 쓰는 사람은 텔레마케터랑 할머니밖에 없으니까. - P18

"루시, 지금 오후 두 시야. 당연히 안 마셨지." 그러고는 잠깐의 정적 후에 말을 이었다. "정말 아주 살짝 취한 거야."
나는 웃음을 삼킨다. "부탁이 뭔데요?"
"생일파티를 할 거야. 아주 성대하게 80번째 생일이잖니." - P19

"회사에 휴가 낼 수 있겠어?" 할머니가 물었다.
"저 잘렸어요."
"아, 잘됐네! 아니, 그러니까, 유감이야." 할머니는 황급히 덧붙였다.
"그 회사 별로 안 좋아했던 거 아시잖아요."
"그럼 사과는 취소할게. 잘린 거 축하해." - P20

한때 성공한 삶을 살았고, 결혼도 했고, 내 (가짜)행복을 질투하는 친구들도 많았던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니.
정말 초라한 귀환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완벽했던 삶이 끝난지 5년 후, 친구 하나 없는 백수 이혼녀가 되어 비척거리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 P20


"참, 루시?"
"네?"
"너도 그 팟캐스트 들은 거지? 네 얘기 하는 그거?" - P22

4

여행 가방을 하나 새로 샀다. (중략). 여행 가방을 발견하자네이션의 얼굴이 밝아진다. 티를 좀 덜 낼 수는 없나? - P23

"넌 아예 시늉도 안 하네?" 내가 물었다.
"뭘?" 네이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던데, 내 사정을 들어보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아직 생각을 정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 P24

"언제 얘기할 거야?" 마침내 네이선이 물었다.
"뭘?"
"네 이야기"
아, 제발, 남자들은 정말 애 같다. 고작 헤어지자고 말할 용기가없어서 차일 때까지 못되게 굴거나 슬그머니 거리를 두는 꼴이라니. - P25

"내가 안 그랬다고 하면 믿을거야?" 내가 묻는 순간, (중략).
하지만 네이선은 거짓말을 했다. "응." - P25

"하루나 이틀만 묵을 거야. 그러니까 집으로 와 방 많잖아. 그리고 네가 집에 없으면 모두가 이상하게 볼 거야."
아. 이게 진짜 이유였구나.
나는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댔다. 안에 있는 네이선은 어딘가로 미친 듯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제 뒷얘기를 안 하는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요." - P26

"그랬지. 아무튼, 그럼 이만 끊을게. 아, 할머니가 너한테 그 얘기..."
"네, 팟캐스트 얘긴 저도 알아요." - P27

아마 그 팟캐스트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알게 된 건 바로 나였을 것이다. 나에게 첫 번째 이메일이 온 게 5개월 전이었다. - P27

나는 새비와 관련된 이메일에는 절대 답장하지 않았고 이 벤오웬스라는 자식의 메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일을 읽고 나서 그대로 잊어버렸다.
물론 새비에 관한 이메일은 대부분 답장이 필요 없는 내용이었다. - P28

나는 이 팟캐스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구글에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기울일 것‘을 검색했다. 벤의 사진이 떴다. - P29

나는 브루스터를 내려다보며, 애초에 텍사스에 가지 않을 핑계를 대지 못한 걸 후회했다. 할머니에게 내가 생일파티에 가면 분위기를 망칠 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나는 가족들끼리 모인 파티에서 이야깃거리로 삼는 그런 친척이다. - P30

그래, 할머니 말이 맞다. 할머니가 개자식들만 데리고 생일파티를 하게 만들 수는 없다. - P30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전략).
출발하기 전에 바비큐를 먹을까 생각도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저녁을 먹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바로 렌터카를 빌려 플럼튼으로 향했죠.
여긴 생각했던 텍사스랑 완전히 다른 곳이에요. 숲이 우거져 있거든요. 사막 지역일 줄 알았는데 말이죠. - P33

플럼튼 주민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일어나서는 안됐던 일이라고. 이런 사건은 모든 주민이 서로를 알고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곳이 아니라 더 나쁘고 위험한 동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요. - P34

노마: 루시 체이스도 거기 사는 거 알죠? 끔찍한 여자예요. 사바나는 완벽한 애였어요. 정말 사랑스러웠죠. 당신이 루시 그 살인자를 제대로 엿 먹였으면 좋겠네요. - P35

5

내가 자란 집은 여전히 클로버가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집 앞도로에 렌터카를 세운 채, 운전석에 앉아 몇 분 동안 가만히 그집을 바라봤다. - P36

"비행은 어땠어?" 아빠가 내 여행 가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았어요." 거짓말이었다. 나는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었고, 난기류를 만났으며, 멀미 때문에 토할 뻔했다. 마지막 15분 동안은 멀미 봉투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 P37

(전략).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사진은 두 가지 이유로 아주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첫 번째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내가 새비를 죽였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서이고, 두 번째는 새비가 결혼식에 참석한 후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집에 오는 사람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 P38

나는 살인에 관한 생각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상담사들(나는 상담사들을 꽤 많이 만났다.)은 모두 이런 폭력적인 생각을 단순히 밀어내지 말고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 P39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사바나의 시신은 사망 후 불과 몇 시간 뒤인 이른 아침에 발견됐습니다. 길 브래드퍼드 씨가 조깅을 하던 중 시신을 발견했죠. - P40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저는 플럼튼 경찰에 여러 번 연락해 이 사건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쪽은.. 정말 비협조적이었죠. 아주 순화해서 말하자면요.  - P41

(전략).
길: 며칠 후에 제게 경찰서로 와 달라고 했어요. 제 DNA 샘플을 줬고요. 그러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전 그냥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입안을 면봉으로 휘젓든 뭘 하든 맘대로 해요. 상관없으니까 난 아무도 안 죽였거든요."라고 했죠.

루시는 한 시간 후에 발견됐습니다. - P42

빌리 잭: 운전을 하다가 그 여자애가 걷고 있는 걸 봤어요. 누가 실종됐다는 얘기 같은 건 못 들었지만,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죠. 맨발로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으니까요. 
(중략).
그때 그곳에 있던 경찰 중에 그 애가 사바나를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모두 그 애를찾아서 다행이라고만 여겼죠. 다들 루시도 죽었을 거라고생각했으니까요. 그 애를 찾아서 정말 기뻐했어요.
우린 몰랐어요. 꿈에도 생각 못 했죠. - P44

6

발을 디딜 때마다 나무계단이 삐걱거렸다. 내가 어렸을 때와는비교도 안 되게 낡은 것 같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몰래 나가야 할일이 훨씬 많을 텐데 큰일이다. - P45

엄마는 이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긴 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꼴이 말이 아니라고 한 거겠지. 엄마는 외할머니처럼 좋은 피부를 타고나서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젊어 보였다. 하지만 쉰다섯이 되면서 이제는 50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P46

나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다리는 어때요? 진통제는 있어요?"
"진통제는 필요 없어" 엄마는 거만하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나나 아빠보다 텍사스 억양이 심하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든 더 친근하게 들렸다. - P47

뭐, 상대적으로 제정신이라는 말이지만,
"내 다리가 나을 때까지 네가 내 헬스장 회원권을 써 내가 고소 안 할 거라고 말해둘게." - P47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요, 엄마."
"그렇겠지. 하지만 숨을 필요는 없잖아. 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으니까, 안 그래?"
바로 이게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일 거다. - P48

내가 LA로 떠난 뒤 엄마는 내게 집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돌아오면 뭔가 기억이 날지도 모르잖아. 아니면뭔가 새로운 걸 말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새비 장례식은 봤니?" - P48

엄마가 가장 바라는 건 내가 새비를 죽였다고 털어놓는 거다.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인자의 엄마로서 주목을 받을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 - P49

엄마는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건 그렇고, 네가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그 팟캐스터가 여기다시 왔다고 하더라. 혹시 모르니 조심해."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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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사람의
본보기로서 예술가


가장 풍부한 스타일은 중심인물의 합성된 목소리다.
-파바세

이탈리아 소설가 체사레 파베세는 1930년 무렵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미국에 번역 출간된 소설(언덕 위의 집 la casa in eollina』, 『달과 불』, 「여자들끼리 Tea donne sole』, 『언덕 위의 악마 diavalosulle colline』은 전부 1947년에서 1949년 사이에 썼다. - P70

작품의 진짜 주제는 폭력적 사건 (예를 들면 여자들끼리의 자살, 언덕 위의 악마의 전쟁 등)이 아니라 서술자의 조심스러운 주관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 P70

작품 속 인물들 사이의 냉담한 관계를 보상이라도 하려는듯 파베세는 이들이 장소와 깊은 관련을 맺게 한다. - P71

장소와 사람에 대한 파베세의 감각은 우리가 이탈리아 작가에게 기대함 직한 것과 맞지 않는다. - P71

파베세가 보여주는 사람과 장소의 관계(사람이 장소의 비개인적 힘에 사로잡히는 방식)는 알랭 레네 영화나 특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여자 친구들 Le Amiche> (파베세의 걸작 『여자들끼리』를 각색한 것이다), <정사>, <밤> 등을 본 사람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 P72

파베세가 1935년부터 마흔두 살의 나이로 자살한 1950년까지 쓴 일기가 최근에 영어로 출간되었다.**

** - P73

우리는 왜 작가의 일기를 읽을까? 작품에 대해 알게 해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많다. 그보다는 일기라는 형식이 주는 날것 그대로의 느낌 때문에 읽게 된다. - P73

현대 독자는 벌거벗은 작가를 원한다. - P73

일기는 작가의 영혼의 작업장을 보여준다. 우리는 왜 작가의 영혼에 관심을 갖나? 작가 개인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심리에 대한 오늘날의 끝없는 집착 때문이다. - P74

작가는 고통의 가장 깊은 바닥을 찾았고 또 고통을 승화할(프로이트적 의미가 아니라 문자적 의미로) 직업적 수단을 찾았으므로 고통받는 자의 본보기다. 인간으로서 작가는 고통받는다. - P74

 자살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고통을 활용하는 궁극적인 방법이다. - P74

작가의 일기라는 현대적 형식의 핵심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진화 과정이 드러난다. 스탕달, 보들레르, 지드, 카프카, 파베세까지. 억제되지 않은 자기중심주의의 표출이 점차 자아의 소멸을 향한 영웅적 추구로 이양된다. - P75

파베세 일기에서 작가의 일기에 으레 기대할 법한 내용은 (콜리지의 수기나 또 지드의 일기처럼) 문체와 작문과 관련된 일반적 문제의 고찰, 읽은 책에 관한 풍부한 기록 들이다.  - P76

일기에 두 페르소나가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파베세와 비평가이자 독자인 파베세. 또는 앞날을 생각하는 파베세와 과거를 반추하는 파베세. - P77

글쓰기 말고 파베세가 계속 떠올리는 두 가지 전망이 있다. 한 가지는 자살인데 대학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 두 명이 목숨을끊었다) 파베세는 그 유혹에 시달렸고 일기의 대부분 페이지에서이 주제가 발견된다. 또 다른 하나는 낭만적 사랑과 성적 실패에 대한 전망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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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미의 말처럼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에게는 재능이 있다. 약점을 파고들어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완벽하게 무너뜨릴수 있다. 단 하나의 작은 약점만 있다면. - P155

"우리 미래는 자네에게 달렸네." - P156

"자네는 그저 그 머릿속에 숨겨둔 걸 우리에게 제공해주기만하면 돼."
그 남자는 그런 말까지 입에 담지 않았던가. - P157

"마지막으로 믿게 해줘. 내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 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 P158

5

(전략).
"녀석들을 물리쳤군! 브라보! 당신은 영웅이야. 인류를 구했어!"
구스카미가 기미코를 껴안았다. - P158

고요미는 출입금지 구역에서 훔친 베레타를 꺼내 탄창을 넣고 슬라이드를 당겼다.
"어라, 꽤 위험한 물건을……………."
머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빵. 구스카미는 춤추듯쓰러졌다.
(중략).
그 다음에는 기미코에게 총구를 향했다. 무어라 말하려는 - P159

고트는 신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료의 복수를 위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 P159

나나코 안에서 죽은 남자


1

유령 같은 모호한 것은 믿지 않는다. 만약 믿었다면 이렇게 남의 원한만 사는 일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63

평범한 야쿠자라면 가즈코를 납치해 산에 묻거나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 유곽에 팔아넘겼겠지만, 잇폰마쓰는 책략가였다. 그녀를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삼았다가는 그녀에게 감화된 동료들이 뜻을 이어받아 대립이 이어질 가능성이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1928년 8월 4일 정오. - P164

. 다쿠조도 회장을 모시고 가본 적이 있지만, 음식 맛이 너무 싱거워서 자신의 혀가 마비된 것은 아닌지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다른 간부들은 어떻게 할까요?" - P165

역 앞에서 호객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오후 9시. 다쿠조는 좋아하는 고무신을 신고 요시만으로 향했다. 그 신발은친분이 있는 조직 간부의 장례식 참석차 하다카미에 갔을때 고물상에서 회장이 사준 것이었다. - P166

허둥지둥 천을 들어 올리자 피투성이가 된 노인의 얼굴이나타났다. 부어오른 눈꺼풀, 휘어진 콧대. 입술 아래의 사마귀가 터져서 과육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었다. (중략), 노코비키 야타로라는 점은 틀림없었다.
"어, 어르신......"
급히 재갈을 풀었지만, 이미 숨은 끊어져 있었다.  - P168

이런 악랄한 꾀를 부릴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집행부장 잇폰마쓰다. - P169

어차피 나는 죽을 것이다. 그렇게 각오하자 묘하게 마음이후련해졌다.
다리를 건너 깔끔하게 게소자키 만에 몸을 던질까.  - P171

문제는 돈이었다. 지갑을 열고 남은 돈을 세어 보았다. 1전짜리 동전 열 개뿐, 유곽에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P172

(전략).
"이 정도 돈으로는 저희 가게에서는 어렵습니다."
차 농장이었던 과거의 흔적일까, 구로즈카에서는 손님에게 갓 우려낸 우단 지방의 고급 차를 내어주고 그 차를 마시면서 유녀를 고르게 하는 풍습이 있다. - P174

"당신네 젊은 주인을 불러줘. 다쿠조라고 말하면 알 거야."
남자는 잠시 귀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접수대에서 나와 이쪽으로 오시죠"라고 유곽의 문을 열었다.  - P175

"10 전밖에 없잖아. 무리야. 메밀국수 한 그릇도 아니고" - P176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였다. 왜 그렇게 소중한 상품이 창고방에 굴러다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으리라. - P177

"괜찮아요?"
몸부림치는 다쿠조를 올려다보며 죽은 줄 알았던 여자가중얼거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심장이 고장 난 듯했다. - P179

2

구로즈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손님에게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P180

하지만 구로즈카에서는 절대로 나갈 수 없다.
남천루의 동료들을 보면 이 말은 사실이었다. 병, 낙태, 동반 자살로 죽은 유녀는 셀 수 없이 많았다.  - P180

이곳은 정상적인 유곽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손님이 붙지 않는 여자가 헐값에 팔려 마지막으로 도착하는 곳. 그곳이 구로즈카다.
유녀가 정상이 아니기에 이곳에 놀러 오는 사람들도 정상이 아니다. - P181

"잇폰마쓰 후미히코. 촌장의 둘째 아들이니 가문도 나무랄데 없어."
그 이름을 듣자 기억이 났다. 달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나나코를 지명하는 단골손님 중 한 명이다.  - P182

(전략).
"감사한 이야기지만 저는 유녀예요. 그것도 평범한 유녀가아니죠. 여기는 구로즈카잖아요."
나나코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말했다. - P183

남천루에서 일한 지 4년째지만, 낙적 이야기는 들은 적이없었다. (중략).
살무사 할멈이 새로운 예고문을 내건 것이다.
구로즈카에서는 손님들이 독을 먹고 죽는 사건이 연이어발생하고 있었다.  - P184

나나코가 등 뒤까지 바짝 다가온 괴물의 그림자를 알아차린 것은 혼례를 닷새 앞둔 8월 4일이 되어서였다.
나나코는 그날도 손님을 받을 예정이었다. - P185

구로즈카의 유곽은 다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유녀들과노는 비용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손님에게 고급 차인 우단 차를 대접하는 허영심 많은 풍습도 한몫했다. - P187

"나나카마도 씨, 구로즈카에서 도망치세요."
탈출은 중죄다. 붙잡히면 죽음보다 더한 체벌이 기다리고있다고 했다.
"불가능해 감시도 있는데." - P188

밤 11시 55분. 나나코는 화장을 지우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후 방을 나섰다. 여기저기서 손님들이 코를 고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헐떡이는 소리는 없었다. - P189

"내 가슴 어디 갔지?"
미닫이문이 열리고 한치치 언니가 뛰어나왔다. (중략).
"너, 왜 여기 있니? 아, 알겠다. 내 가슴을 훔치러 왔구나."
한치치 언니는 콧물을 흘리며 나나코의 몸을 마구 더듬었다. - P190

덜컹, 다시 격자 창문이 소리를 냈다.
그래, 이거야.
꽂힌 걸쇠를 뽑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계단을 내려가지 않아도 유곽을 나설 방법은 있다. 창문으로 뛰어내리면 된다. - P191

・・・・구로즈카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의식을 잃는 순간, 그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 P192

다음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창고방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젊은 주인과 두 기부, 그리고 유녀들을 돌보고 손님에게차를 접대하는 지요미 할멈이 위를 보고 쓰러진 나나코를내려다보고 있었다. - P193

"너, 죽은 게 아니었어?"
젊은 주인은 긴 한숨을 내쉬더니 손님의 옆구리에 손을넣어 상체를 들어 올렸다. (중략).
"네가 다쿠조를 죽인 거야?" - P193

"착각하지 마. 잘못한 건 너야. 시체는 시집을 가지 못해네가 죽어서 못 받게 된 돈을 생각하면 그 정도 일은 해도당연해."
사실 나나코는 죽지 않았으니 이런 설교를 들을 이유는 없다. - P194

"다쿠조는 사고로 죽은 걸로 하지. 이런 하찮은 녀석이 죽었다고 혼례 일정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나나코는 9일까지 헛간에 가둬둬. 절대로 도망치게 하면 안 돼." - P195

3

8월 5일, 오전 10시 14분.
(중략).
"유령이 똥을 싼다고 생각해?"
(중략).
고개를 들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다쿠조가 앉아 있었다.
"여, 역시 살아 있었나요!" - P196

다쿠조는 독기에 찬 목소리를 냈다. "나는 살해당했거든." - P197

(전략). 그렇게 말하며 다쿠조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지었다. "네게 부탁이 있어. 나를 죽인 범인을 찾아줘."
"직접 하세요."
"난 유령인데? 더군다나 너한테 빙의되어 있잖아. 내가 할수 있는 건 이렇게 너한테 말을 거는 것뿐이야." - P199

"범인을 찾아달라고 하셨지만 저는 창고에서 나갈 수도없는걸요."
"괜찮아. 이미 계획을 세워뒀어." 다쿠조는 자신만만하게입술을 핥았다. "우선 내 사인부터 확인시키자" - P200

나나코의 탐정 활동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 P201

"다쿠조 씨를 죽인 범인을 조사하게 해주세요."
나나코는 상태를 살피러 온 젊은 주인을 붙잡고 요청했다.
"저 때문에 남자가 죽었다는 이상한 누명을 쓴 채로는 도저히 시집갈 수 없어요. 이대로 잇폰마쓰 씨와 하나가 되라고 한다면 저는 벽에 머리를 박고 죽을 거예요."
"그럴 듯한 말로 또 도망치려는 거지?" - P202

나나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참으며 말했다.
"만약 내일 아침까지 살무사 할멈을 찾아내지 못하면 기꺼이 잇폰마쓰 씨에게 시집갈게요. 자살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 P203

혹시 진짜로 살무사 할멈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기대도있었으리라.  - P204

4

(전략).
비파루에서 일하는 마쓰바 할멈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심인지 비아냥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냈다. 첫 번째 집에서부터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모양새였다. - P204

"할멈이 다쿠조 씨에게 차를 대접하신 거죠?"
마쓰바 할멈이 숨을 들이쉬는 순간을 노려서 나나코는 본론을 꺼냈다.
"그렇긴 한데, 저를 의심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왜냐하면 저는 그분과 함께 차를 마셨으니까요. 그 차에 독이 들어 있었다면 저도 죽지 않았을까요?" - P205

"제가 무슨 착각을 했는지 차를 두 잔이나 우렸지 뭐예요."
이미 유령에게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에 나나코는 처음듣는 듯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같이 마신 거군요." - P206

 찻잔은 한쌓인 것 같았지만, 하나는 팥색, 하나는 가지색으로 칠해져있었다. - P207

"이쪽 방은 뭐죠?"
(중략).
"여주인님이 독서가이신가 보네요."
당황하며 사과하려는 시로를 제지하면서 더 캐물었다.
"그렇습니다만, 저는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지만요."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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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성형 Ai가 추천해서 구매했다.
좀 더 정확히는 이 책이 아닌 위르겐 하버마스의 저서 그 자체를 추천했지만, 장바구니에 담을 당시 왜인지 이걸로 선택되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마 저자가 쓴 책을 먼저 읽는 것보다 이 책이 더 좋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철학책은 본디 앞선 철학자에 대한 비판이나 수용,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이나 자신의 견해가 나오는데, 달리 말하면 선행될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러한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설명해주는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을 읽은 뒤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이란 책을 도전 해 봐야겠다.


이성적 사유의 기원과 합리성의 역설


인간은 사고하는 동물이다. 무엇인가에 대해서 사고(思考)한다‘거나 ‘생각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P-1

(전략). 그런데 이 경우 한편으로는 그 증거나 증언에 대해서 별다르게 인지하지 않거나 인지하더라도 그에대한 심각한 반성이 없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그런 신념을 갖게 된 이유나 증거에 대해서 그 타당성을면밀히 검토해 보는 경우가 있다. - P-1

듀이에 따르면 인간 사고는 일종의 ‘갈래 길 상황‘에서시작된다. 여러 선택지들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에 닥쳤을 때 사람들은 사고를 시작하게 된다는것이다. - P-1

. 인간 사고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된다. - P-1

또한 사고는 어떤 일반적인 원리를 따라 이루어지는 과정도 아니다. 사고는 그것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기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Dewey, 1933:12). - P-1

신화적 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단지 익숙한 일상에 불과하다면, 그래서 별다른 의구심을 느낄 필요 없이당연시되는 사건의 연속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굳이 그것들에 우리 관심을 집중시켜 사고를 전개할 필요를 느끼지않는다. - P-1

고대인들이 지녔던 신념들은 그 깊이에서나 넓이에서오늘날 우리들이 지닌 것들에 비해 결코 모자라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신념들은 고대인들 나름의 문제의식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고 과정을 거쳐 획득된 것들이었을 테다. - P-1

서양 역사에서 문자화되어 가장 체계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체계‘를 우리는 고대 헬라스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1

헬라스 신화는 철학이 등장하기 이전에 사람들의 삶과자연 세계를 설명하는 유일한 담론 체계였다. 그것은 철학, 역사 등이 분화되기 이전, 모든 것들이 미분화된 채로한데 섞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체계였던 것이다(이정우, 2011:46).  - P-1

이성적 사유의 등장


그런데 신화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던 시대에 자연계를 기존의 신화적인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곧 자연계 자체의 운동 원리 또는 우주 생성의 원질을 탐구하는 일을 통해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 P-1

‘철학(필로소피아)‘이라 불린 새로운 사유 패러다임이 나타난 것이다. - P-1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신화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들(또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르침을 후세에 전해주는 일만 했을 뿐 그 증명을 전해 주지는 못했으며, 그 점에서 결코 학문하는 사람들이라고는할 수 없었다(Hirschberger, 1965/2012:20). - P-1

그러나 철학은 대중적인 사고 또는 상식과의 결별을 요구했다. 이제 철학자들은 자연 세계의 움직임을 신들의 활동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 그 자체의 성격과 움직임의 원리를 밝혀내는 일을 통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 P-1

합리성의 역설

그러나 새로운 사회 질서를 정립하는 데 일종의 등불 역할을 했던 이성은 19세기와 20세기에 들어 여러 사상가들에의해 오히려 인간성을 억압하고 정의와 자유를 훼손하는기제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 P-1

그러나 적지 않은 현대 사상가들은바로 그 이성 때문에 인간 세계가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고 진단한다. - P-1

근대적 이성의 재조명

그런데 여기서 잠시 되돌아봐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인간 이성, 그리고 인간 이성의 작용으로 이루어진 현대사회의 흐름들을 반드시 이와 같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시각에서만 다루어야 하는지의 문제다. - P-1

 도구적 이성이 체제에서작동하는 이성이라면, 생활세계에서는 그와 성격이 다른 이성, 곧 의사소통적 합리성이 작동한다.  - P-1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의 핵심 논제, 곧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이 제공하는 규범성은 현대 대중사회에서 왜곡되고 쇠퇴해 버린 ‘공론장의 기능을 복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 P-1

하버마스는 시민 대중이 다시 ‘공중‘으로 되살아나는 것, 그들 간 활발한 논의를통해 진정한 의미의 ‘여론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 그리고이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으로서의 ‘정치적 공론장‘을 재건해 그것을 규범적으로 설정된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으로삼을 것을 주장한다(Habermas, 1962/2001:49). - P-1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
이 책은 하버마스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의주요 논점들을 필자의 언어로 재구성한 것이다. - P-1

『의사소통행위이론』 한국어 번역판이 발간된 해, 서평에서 문성훈은 비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저작의 한국어판 발간은 그간에 다소 불완전하게 이루어져 온 하버마스 수용사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사건으로 평가한다(문성훈, 2006:322). - P-1

한 가지 다소 아쉬운 점은 관련 학계에서의 꾸준한 관심과 달리, 하버마스의 이론은 이를테면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같은 학자들의 그것처럼 대중적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P-1

그의 공론장 이론과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은 현대 대의민주주의와 복지 국가의 이념이 흔히 빠지기 쉬운 결함들을 대단히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따라서 이 두 이념이 올바른 형태로 전개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론이다.  - P-1

참고문헌

문성훈(2006).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한국어판 출간과그 의미. <철학사상≫, 제22권, 317~322.

송병구(2003), 뮈토스와 로고스: 현대사회의 신화 읽기. ≪종교와문화≫, 제9집, 163~178.

이엽 (2004). 독일 계몽주의의 보편적 인간 이성의 이념과 그 전개. ≪철학논총≫, 제36집, 359~376.

이재현(2012). 뮈토스와 로고스: 그대 그리스 철학의 기원에 관한 소고. ≪동서사상≫, 제13집, 21~42.

이정우(2011). 『세계철학사 1: 지중해 세계의 철학』. 도서출판 길.

Bernstein, R. J.(1985). Introduction to Habermas and modernity. The MIT Press.

Dewey, J. (1933). How we think. Chicago: Henry Regnery Company.

Habermas, J.(1962). Strukturwandel der offentlichkeit:Untersuchungen zu einer kategorie der bürgerlichengesellschaft. 한승완 옮김(2001). 『공론장의 구조 변동:부르주아 사회의 한 범주에 관한 연구』, 나남.

Hirschberger, J.(1965). Geschichte der philosophie. 강성위옮김(2012). 서양철학사(상권)』, 이문출판사.

Horkheimer, M. & Adorno, T. W.(1969). Dialektik deraufkla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김유동 옮김(2013).『계몽의 변증법: 철학적 단상』. 문학과지성사, - P-1

01

도구적 이성 비판


이성과 계몽의 자기 파괴적 속성

(전략). 루소가 당대를 타락한 사회로 보고 그 타락의 원인을 인간 이성, 그리고 그것이 이룩한 문명 전반에서 찾고 있듯이, 제1세대프랑크푸르트학파 비판이론가들도 인간 이성과 그것이가져다 준 계몽을 절망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P2

『계몽의 변증법』의 핵심 논제는 합리적 사고 또는 도구적 이성에 대한 역사철학적 비판이다(노성숙, 2003:201). - P2

이성의 도구화, 도구적 이성

도구화된 이성, 곧 ‘도구적 이성‘은 호르크하이머 철학의중심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이종하, 2011:174). - P5

 객관적 이성은 고대 헬라스 철학으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철학이 그 토대로 삼은 이념이다. - P5

객관적 이성의 위기는 이성의 주관화, 형식화로 나타났다. - P6

. 주관적 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이익에 대한 주관적 관심을 이성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이성을 말한다. - P6

형식화된 이성은 이성의 중성화(中性化)를 초래하고,
중성화된 이성은 결국 이성의 도구화를 초래한다.  - P7

 서양 근대 사회의 합리화 과정에 대한베버의 논의는 도구적 이성, 또는 베버의 용어로 목적합리성이 의미하는 바뿐만 아니라, 그것이 서양 근대 사회의발전과 어떤 역동적 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 P8

참고문헌

김원식(2007). 근대성의 역설과 프랑크푸르트 학파 비판이론의 전개. <사회와 철학≫, 제14호, 35~64.
노성숙(2003). 계몽과 신화의 변증법: 계몽의 어두운 걸림돌.  <철학과 현실≫, 제59호, 200~212.
이종하(2011). 『호르크하이머의 비판이론』. 북코리아.
Horkheimer, M. & Adorno, T. W. (1969). Dialektik deraufkla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김유동 옮김 (2013). 「계몽의 변증법: 철학적 단상』. 문학과지성사, - P9

03

합리화의 패러독스


합리화의 패러독스

(전략). 그러므로 ‘합리화의 패러독스‘라는 말에는 합리화의 과정이 두 가지 상반된 이념을 함께 추구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합리화는 한 쪽에서 보면 발전을 의미하지 - P24

합리화의 패러독스라는 논제는 언뜻 보기에 단일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완전히 다른두 개의 실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합리성‘ 개념의 애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P24

 합리성의 새로운 측면이 담고 있는 새로운 가치는 베버에 의해서 개념화된다.  - P25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서양 근대 사회의 합리화 과정이 보인 패러독스적인 경향은 합리성의 두 가지 상반된 속성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을 때는 결코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 P26

자본주의는 청교도들의 소명 윤리로부터 발생했지만, 아직은 선을 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 P27

자본주의 정신이 청교도 윤리로부터 분리되어 이윤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되면서 초창기에 유지되었던 가치합리성과 목적합리성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고, 그 결과 목적합리성의 과대화가 초래된다. - P27

목적합리성 또는 형식적 합리성의 승리


(전략). 형식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봤을 때 고도로 합리적인 생활이 실질적 합리성의 측면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심각하게 비합리적인 생활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28

형식적 합리성에 대한 요구는 사람들의의식을 실질적 합리성으로부터 멀어지도록, 곧 행위를 목적합리성이라는 단일 가치 체계의 지배하에 두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는 것이다. - P29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진정으로 베버가 제시한 합리화의 패러독스와 그것의 논리적 결론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가?  - P29

우리의 관심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하버마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다. - P30

(전략), 그래서 그 자체의 내적 논리에서 초래되었다고한 합리성의 패러독스라는 논제가 결코 불가피한 논제가 아니라면, 우리는 여전히 이성을 인간 해방의 이론적 토대로 삼을 수 있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 P30

참고문헌

Bernstein, R. (1988). The rage against reason. In E. McMullin (Ed.). Construction and constraint: The shaping of scientific rationality. Notre Dame: Indiana University Press.

Brubaker, R. (1984). The limits of rationality: An essay on thesocial and moral thought of Max Weber. London: George Allen & Unwin.

Kalberg, S. (1980). Max Weber‘s types of rationality:Cornerstones for the analysis of rationalization processes inhistory.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85(5), 1145~1179. - P31

04

베버 합리화 논제에 대한
하버마스의 비판적 논의


베버 합리화 논의의 재구성.

(전략).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 첫 권에서 하버마스는 베버의 사회합리화 개념을 분석하고 사회 변화의 한 측면으로서의 ‘합리화‘를 자신의 의사소통적 행위 이론에 비추어 재구성하는 일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 P34

합리화(rationalization)‘는 전통적 행위 양식과 구분되는 근대적 행위 양식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베버 특유의사회학적 개념이다. - P34

베버에게서 ‘사회합리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P35

그런데 하버마스는 사회합리화를 설명하는 베버의 논의에 대단히 심각한 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 P36

이전까지 문화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은 예외 없이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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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라는 영웅

(전략).

우리 시대의 진지한 사유는 대개 집을 잃은 듯한 느낌에시달린다. (중략). 이런 영적 메스꺼움을 치료할 방법은, 그것을 일단은 더 악화시키는 것뿐인 듯하다. - P110

철학자들이 이런 정신적으로 집이 없는 상태를 표현하고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나는 그런 철학자들만이 우리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인, 소설가, 몇몇 화가는 이 고통스러운 영적 충동을 의도된 광기, 자기 유배, 강박적인 여행 등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냈다. - P110

앞서 언급한 작가들과 달리 레비스트로스는 문인이 아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글은 대체로 학술적이고 그는 늘 학계의 일부로 여겨진다. - P111

레비스트로스는 미국에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인류학 방법론과 개념을 주제로 여기저기 발표한 에세이를 모아 1958년에 출간한 『구조인류학』과 『오늘날의 토테미즘』(1962)이라는 책이 작년(1962년)에 미국에서 번역되었다. - P111

.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유효한 일반적 지적입장을 통합해내는 드문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서 가운데 한 권은 걸작이다. - P112

『슬픈 열대』는 이 세기의 가장 위대한 책 가운데 한 권이다. - P112

『슬픈 열대』는 외형적으로 저자의 ‘현지‘ 경험 기록인데, 정확히 말하면 그 일이 있은 지 15년 넘게 지난 후에 쓴 회고록이다.  - P112

 이 책의 핵심은 6장 ‘나는 어떻게 인류학자가 되었나‘다. (중략).『슬픈 열대』는 극도로 개인적인 책이다. 몽테뉴의 『수상록』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처럼 이 책은 지적 자서전이며, 인간 조건에 관한 포괄적 시각과 정서를 상술하는 개인적 역사다. - P113

레비스트로스도 인간을 루크레티우스처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루크레티우스처럼 지식이 위안이자 거리두기에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 P114

레비스트로스가 자신이 열일곱 살 때부터 마르크스를 열렬히 추종했다고 말하는 점은 흥미롭다("사회학이나 민족학 문제에 접근할때마다 나는 언제나 먼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나 『자본론』을 한두 페이지 읽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 P115

. 레비스트로스의 말에 따르면 현지 조사는 "모든 민족학 탐구가 시작되는 곳이며, 최고의 철학적 태도인 의심의 어머니이자 유모"이기 때문이다.  - P115

따라서 인류학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의심과 지적 불확실성에 대해 무척 영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입장이 뚜렷이 철학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 P116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인류학』에서 이런 것을 유배의 기술technique de dépaysement이라고 불렀다. 레비스트로스는 현대과학의 ‘가치 중립성‘이라는 범속한 공식을 당연히 여긴다. - P116

현지의 인류학자는 ‘집에서는 비판자‘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순응자‘인 20세기적 의식의 모범이 된다. - P116

전문자 민족을 처음 찾아온 방문자들은 거리두기를 할 줄몰랐다. 당시에 민족학이라고 불렸던 분야의 최초 현지 연구자들은 선교사였고, (후략). - P117

 이들의 뒤를 이어 종교와 무관한 인문학자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중립적이고 정중하고 개입하지 않는관찰자들로 야만인들에게 기독교를 팔러 온 게 아니라 자국의 부르주아 독자들에게 ‘이성‘, ‘관용‘, ‘문화적 다원주의‘ 따위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었다. - P117

 원시적인 것에 대한공포(프레이저와 뤼시앵 레비브륄이 사용한 표현이다)가 인류학자의 의식에서 영영 떠나지 않고 남아 있다.  - P117

인류학자는 목격자이고,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이 점이사회학자와의 본질적 차이다. - P118

레비스트로스는 현지 조사의 목적이 "인류학자 수련의 결정적 전기가 되는 심리적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 P118

『구조인류학』에 포함된 신화에 관한 중요한 글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의 요소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게 분석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개괄한다. - P119

레비스트로스는 인류학은 인문학이 아니라 과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될 것이냐다.  - P120

 인류학은 언어학을 비롯해 경제학, 게임 이론 등에서 "구체적 데이터에 지나치게 익숙해짐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 - P120

『야생의 사고』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사고가 "일화逸적이고 기하학적"이라고 말한다. 『구조인류학』에 수록된 글은 대체로 그의 사고가 기하학적임을 보여준다. - P121

레비스트로스가 원시사회와 믿음을 분석할 때 가장 즐겨사용하는 메타포 또는 모델은 언어다. 인류학과 언어학의 유사성이 『구조인류학』에 실린 글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 P122

레비스트로스는 신화적 사고의 논리가 현대과학의 논리 못지않게 엄밀하다고본다. 다만 논리가 적용되는 문제가 다를 뿐이다. - P123

사르트르는 사상뿐 아니라 정서 자체가 레비스트로스와정반대다. 철학적·정치적 독단주의, 지칠 줄 모르는 독창성과 복잡성을 지닌 사르트르는 늘 열광하는 사람의 태도(나쁜 태도일 때가 많다)를 보인다. - P123

‘새로운 소설과 영화의 형식주의자들처럼 레비스트로스는 ‘구조‘를 강조하고 극단적 형식주의와 지적 불가지론을 내세우는데 이것은 막대하지만 철저히 억제된 파토스와 나란히 놓인다. 그것이 때로 『슬픈 열대』 같은 역작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 P124

이 주제는 일정한 거리, 즉 15년 전의 경험이라는 거리를 두고분명한 감정과 사실로 전달되고, 이런 서술은 독자의 감정에 오히려 더 큰 자유를 부여한다. - P124

관습, 의례, 신화, 금기는 하나의 언어다. - P125

레비스트로스는 극단적인 반역사주의자라 ‘선사‘ 사회와 ‘역사‘ 사회를 구분하기를 거부한다. 원시사회에도 역사가 있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 P125

콜레주 드 프랑스 취임 연설에서 레비스트로스는 후기 마르크스주의적 자유의 비전을 제시했다. 인간이 마침내 진보의 압박에서, "진보를 이루기 위해 인간을 노예화했던 오랜 저주"에서 벗어난 미래다. - P126

따라서 인류학자는 원시인들의 차가운 세계를 애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를 지키려 한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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