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팟캐스터 한 명이 내 삶을 망쳐버리는 바람에, 나는 지금 닭을사는 중이다. - P5

남자친구를 위한 사과의 치킨을 만들 생각이다. 말하자면 ‘내가 내 친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걸 말 안 해서 미안해 치킨‘이다. - P5

"루시, 유감이지만, 자리를 비워줘야 할 것 같아요."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차원에서 인원을 줄이고 있거든요." - P6

첼시는 정말 힘들어질 거다. 범죄 팟캐스트 하나 때문에 일이 두 배로 늘다니. - P7

내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곧 문이 닫혔다.
보안 요원이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었다. (중략).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요." - P7

2

사실 팟캐스터가 내 삶을 망쳤다고 말하는 건 조금 부담할 것같다. 따지고 보면 내 삶은 새비가 살해당한 그날 무너졌다.
(중략).
세 번째는 내 고향 사람 모두가 새비를 죽인 범인이 나라고 결론지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때였다. - P8

자기밖에 모르는 남자들은 많이 봤지만, 네이선은 그중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P9

사실 그 거지 같은 벤 오웬스가 아니었어도 네이션과 나는 얼마 가지 못했을 거다. (중략). 네이선은 지독한 회피형 인간이었다. - P9

"안녕, 브루스터" 네이선은 나를 보지 않으려 애쓰며 브루스터를 오래 쓰다듬는다.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네."
"닭 요리를 했거든."
네이선이 마침내 몸을 일으켜 나를 흘긋 봤다. 그러고는 오븐위에 놓인 닭 요리로 주의를 돌렸다. - P10

네이선이 움찔하며 놀라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네이선은 결국 살인자와 결혼하게 될 거다. - P11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마야 하퍼 : 루시가 사람을 죽이고도 수사망을 빠져나갔다는 건 모두가 알아요. 플럼튼에 사는 사람 중에 루시 체이스가 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죠.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뿐이죠. - P12

마야: 벌써 5년이나 지났고 이젠 새비가 죽었다는 걸 누구도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전부 포기해 버렸죠.

잠깐 설명하자면, 사람들이 사바나를 ‘새비‘라고 부르는 걸 자주들을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바나를 그렇게 불렀다고합니다.

(중략).
마야: 몇 년간 그랬죠. 다들 루시가 범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증명을 못하는 것 같아요. - P13

3

네이선에게 배짱 따윈 없었다.
- P15

지난 주말 마지못해 지원서를 몇 개 넣었는데, 벌써 한 군데는거절당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딱히 새 일자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나는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 세 권을 냈고, 세 번째 책은 꽤 팔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이 얼마나 안 팔렸는지를 생각하면 전혀 기대 못한 일이었지만, 동시에 다음 책은 밤을 새워서라도 열심히 써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 P16

LA에 있는 마트는 평일이라고 해도 절대 한적하지 않다.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거다. - P17

나는 진심으로 경찰이 범행 도구를 찾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내 머릿속에서 사람들이 좀 덜 죽었을 텐데.
(중략). 핸드폰을 원래 용도대로 쓰는 사람은 텔레마케터랑 할머니밖에 없으니까. - P18

"루시, 지금 오후 두 시야. 당연히 안 마셨지." 그러고는 잠깐의 정적 후에 말을 이었다. "정말 아주 살짝 취한 거야."
나는 웃음을 삼킨다. "부탁이 뭔데요?"
"생일파티를 할 거야. 아주 성대하게 80번째 생일이잖니." - P19

"회사에 휴가 낼 수 있겠어?" 할머니가 물었다.
"저 잘렸어요."
"아, 잘됐네! 아니, 그러니까, 유감이야." 할머니는 황급히 덧붙였다.
"그 회사 별로 안 좋아했던 거 아시잖아요."
"그럼 사과는 취소할게. 잘린 거 축하해." - P20

한때 성공한 삶을 살았고, 결혼도 했고, 내 (가짜)행복을 질투하는 친구들도 많았던 그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니.
정말 초라한 귀환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완벽했던 삶이 끝난지 5년 후, 친구 하나 없는 백수 이혼녀가 되어 비척거리며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 P20


"참, 루시?"
"네?"
"너도 그 팟캐스트 들은 거지? 네 얘기 하는 그거?" - P22

4

여행 가방을 하나 새로 샀다. (중략). 여행 가방을 발견하자네이션의 얼굴이 밝아진다. 티를 좀 덜 낼 수는 없나? - P23

"넌 아예 시늉도 안 하네?" 내가 물었다.
"뭘?" 네이선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그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하려는 시늉이라도 하던데, 내 사정을 들어보고 싶기라도 한 것처럼, 아직 생각을 정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 P24

"언제 얘기할 거야?" 마침내 네이선이 물었다.
"뭘?"
"네 이야기"
아, 제발, 남자들은 정말 애 같다. 고작 헤어지자고 말할 용기가없어서 차일 때까지 못되게 굴거나 슬그머니 거리를 두는 꼴이라니. - P25

"내가 안 그랬다고 하면 믿을거야?" 내가 묻는 순간, (중략).
하지만 네이선은 거짓말을 했다. "응." - P25

"하루나 이틀만 묵을 거야. 그러니까 집으로 와 방 많잖아. 그리고 네가 집에 없으면 모두가 이상하게 볼 거야."
아. 이게 진짜 이유였구나.
나는 몸을 돌려 난간에 기댔다. 안에 있는 네이선은 어딘가로 미친 듯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제 뒷얘기를 안 하는게 더 이상할 것 같은데요." - P26

"그랬지. 아무튼, 그럼 이만 끊을게. 아, 할머니가 너한테 그 얘기..."
"네, 팟캐스트 얘긴 저도 알아요." - P27

아마 그 팟캐스트에 대해 누구보다도 먼저 알게 된 건 바로 나였을 것이다. 나에게 첫 번째 이메일이 온 게 5개월 전이었다. - P27

나는 새비와 관련된 이메일에는 절대 답장하지 않았고 이 벤오웬스라는 자식의 메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일을 읽고 나서 그대로 잊어버렸다.
물론 새비에 관한 이메일은 대부분 답장이 필요 없는 내용이었다. - P28

나는 이 팟캐스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일지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구글에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기울일 것‘을 검색했다. 벤의 사진이 떴다. - P29

나는 브루스터를 내려다보며, 애초에 텍사스에 가지 않을 핑계를 대지 못한 걸 후회했다. 할머니에게 내가 생일파티에 가면 분위기를 망칠 거라고 말했어야 했다. 나는 가족들끼리 모인 파티에서 이야깃거리로 삼는 그런 친척이다. - P30

그래, 할머니 말이 맞다. 할머니가 개자식들만 데리고 생일파티를 하게 만들 수는 없다. - P30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전략).
출발하기 전에 바비큐를 먹을까 생각도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저녁을 먹는 건 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바로 렌터카를 빌려 플럼튼으로 향했죠.
여긴 생각했던 텍사스랑 완전히 다른 곳이에요. 숲이 우거져 있거든요. 사막 지역일 줄 알았는데 말이죠. - P33

플럼튼 주민들은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기서 일어나서는 안됐던 일이라고. 이런 사건은 모든 주민이 서로를 알고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곳이 아니라 더 나쁘고 위험한 동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요. - P34

노마: 루시 체이스도 거기 사는 거 알죠? 끔찍한 여자예요. 사바나는 완벽한 애였어요. 정말 사랑스러웠죠. 당신이 루시 그 살인자를 제대로 엿 먹였으면 좋겠네요. - P35

5

내가 자란 집은 여전히 클로버가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집 앞도로에 렌터카를 세운 채, 운전석에 앉아 몇 분 동안 가만히 그집을 바라봤다. - P36

"비행은 어땠어?" 아빠가 내 여행 가방을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았어요." 거짓말이었다. 나는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었고, 난기류를 만났으며, 멀미 때문에 토할 뻔했다. 마지막 15분 동안은 멀미 봉투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 P37

(전략).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사진은 두 가지 이유로 아주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첫 번째는 거의 모든 사람이 내가 새비를 죽였다고 생각하는데,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서이고, 두 번째는 새비가 결혼식에 참석한 후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게 이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집에 오는 사람들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 P38

나는 살인에 관한 생각을 몰아내려 했다. 하지만 내가 만났던 상담사들(나는 상담사들을 꽤 많이 만났다.)은 모두 이런 폭력적인 생각을 단순히 밀어내지 말고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 P39

벤 오웬스의 거짓말에 귀 기울일 것

Episode 1
모두가 사랑했던 사람


사바나의 시신은 사망 후 불과 몇 시간 뒤인 이른 아침에 발견됐습니다. 길 브래드퍼드 씨가 조깅을 하던 중 시신을 발견했죠. - P40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저는 플럼튼 경찰에 여러 번 연락해 이 사건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쪽은.. 정말 비협조적이었죠. 아주 순화해서 말하자면요.  - P41

(전략).
길: 며칠 후에 제게 경찰서로 와 달라고 했어요. 제 DNA 샘플을 줬고요. 그러지 않아도 됐을 것 같은데, 전 그냥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입안을 면봉으로 휘젓든 뭘 하든 맘대로 해요. 상관없으니까 난 아무도 안 죽였거든요."라고 했죠.

루시는 한 시간 후에 발견됐습니다. - P42

빌리 잭: 운전을 하다가 그 여자애가 걷고 있는 걸 봤어요. 누가 실종됐다는 얘기 같은 건 못 들었지만,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았죠. 맨발로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으니까요. 
(중략).
그때 그곳에 있던 경찰 중에 그 애가 사바나를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모두 그 애를찾아서 다행이라고만 여겼죠. 다들 루시도 죽었을 거라고생각했으니까요. 그 애를 찾아서 정말 기뻐했어요.
우린 몰랐어요. 꿈에도 생각 못 했죠. - P44

6

발을 디딜 때마다 나무계단이 삐걱거렸다. 내가 어렸을 때와는비교도 안 되게 낡은 것 같았다. 지금은 예전보다 몰래 나가야 할일이 훨씬 많을 텐데 큰일이다. - P45

엄마는 이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긴 했다. 아마 그것 때문에꼴이 말이 아니라고 한 거겠지. 엄마는 외할머니처럼 좋은 피부를 타고나서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젊어 보였다. 하지만 쉰다섯이 되면서 이제는 50대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P46

나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다리는 어때요? 진통제는 있어요?"
"진통제는 필요 없어" 엄마는 거만하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나나 아빠보다 텍사스 억양이 심하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하든 더 친근하게 들렸다. - P47

뭐, 상대적으로 제정신이라는 말이지만,
"내 다리가 나을 때까지 네가 내 헬스장 회원권을 써 내가 고소 안 할 거라고 말해둘게." - P47

"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어요, 엄마."
"그렇겠지. 하지만 숨을 필요는 없잖아. 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으니까, 안 그래?"
바로 이게 엄마가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일 거다. - P48

내가 LA로 떠난 뒤 엄마는 내게 집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돌아오면 뭔가 기억이 날지도 모르잖아. 아니면뭔가 새로운 걸 말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새비 장례식은 봤니?" - P48

엄마가 가장 바라는 건 내가 새비를 죽였다고 털어놓는 거다.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살인자의 엄마로서 주목을 받을 수 있어서이기도 했다. - P49

엄마는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건 그렇고, 네가 들었을지 모르겠는데, 그 팟캐스터가 여기다시 왔다고 하더라. 혹시 모르니 조심해." - P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