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저키즘에서 계약은 아버지를 배제하고 그 대신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법을 실행하고 적용시키는 역할을 부여한다. 그러나이미 살펴보았듯이 어머니 역시 엄하고 잔인하다. 이 문제는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 P112

매저키즘에서의 계약은 의식(儀式)과 직접 연결되는 법의 한유형을 발생시킨다. 의식행위는 매저키스트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 P112

(전략). 구강적 이미지의 어머니는 법의 여주인으로서 마조흐가 공동체 사회의 법이라 부르는 존재이며, 이 공동체 사회에서 사냥, 농경, 모권적 요소는 완전한 통합을 이룬다. - P114

마조흐 작품에 등장하는 두 남성원리는 바로 카인과 예수이다. 그들은 같은 표식을 가지고 있으며, 카인의 표식은 X나 +로 쓰여지던 십자가의 표식을 예시해 주고 있다.  - P115

 마조흐가 카인에게서매력을 느끼는 것은 카인이 겪는 고통뿐만 아니라 그가 저지른 죄때문이기도 하다. 카인의 죄를 새도매저키즘적 원형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모계적 규칙을 엄격히 따르는 충실성, 구강적 이미지의 어머니에 대한 헌신과 아버지에 대한 배척, 유머와 고의적인자극 등을 고려해 볼 때 카인의 계획은 완전히 매저키즘의 세계와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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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랭던은 어디에 있나?"
지휘본부로 다시 돌아온 파슈가 마지막 담배 연기를 뿜어내면서 물었다.
"아직 남자 화장실에 있습니다."
콜레 부관은 이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 - P113

"남자 화장실에서 여전히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GPS 장치는 분명 랭던에게 부착되어 있습니다. 아픈 게 아닐까요? 랭던이 장치를 발견했다면, 떼버리고 도주하려고 할 겁니다. - P114

(전략). 특히 연금을 받고 은퇴할때까지, 파슈는 자기 지위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슈 반장에게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신도 알고 계시지‘ - P114

"반장님, 전화 좀 받아 보십시오."
요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밀었다.
(중략).
"소피 느뵈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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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사일래스는 신실하게 모든 성적 탐닉을 외면했다. 그것이 《길》이었다. 오푸스 데이를따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사일래스는 알고 있었다. - P116

"네 신념을 측정하는 것은 네가 참고 있는 고통을 측정하는 것과같다."
스승은 그에게 말했었다. 사일래스는 고통에 익숙했다. 그는 스승에게 자기 자신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스승은 사일래스에게 그의 행위가 더 높으신 힘에 의해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확신시켜 주었다.
"Hago la obra de Dios (나는 신의 사업을 행하는 몸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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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루브르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파슈가 알아내는 데 얼마나걸릴지 소피는 궁금했다. 넋이 나간 랭던을 보면서, 랭던을 남자 화장실로 몰아넣은 것이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 P118

‘십년 전이군‘
소피는 영국의 대학원에서 예정보다 며칠 일찍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보아서는 안 될 어떤 일에 할아버지가 연루되어있는 것을 실수로 목격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오늘까지도 믿을수 없는 이미지였다. - P118

"적어도 오늘 오후까지는
"소피? 나는 오랫동안 네 바람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이제야 전화를 하는 게 고통스럽구나. 하지만 네게 꼭 해야 될 말이 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단다."
자동응답기에서 울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 P119

전화 메시지는 끝났다.
침묵 속에서 소피는 몸을 떨었다. (중략).
미끼였다.
분명 할아버지는 소피를 너무나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뭐든지 할것이다. 할아버지에 대한 소피의 거부감은 아주 깊었다. 혹시 할아버지가 병이 들어 마지막으로 자기가 찾아오도록 술수를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 P121

할아버지는 자기 박물관 바닥에 살해된 채 누워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을 적어 놓았다.
그 기호들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 P121

프린세스 소피,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할아버지의 메시지가 이보다 어떻게 명료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중략).
랭던을 올려다보며 소피는 자기가 생각한 일을 말했다.
"조금 있으면 브쥐 파슈가 당신을 구금할 거예요. 난 당신이 박물관을 빠져나가게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해요." - P124

소피는 손을 뻗어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랭던 씨,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요."
(중략).
"바닥에 적힌 글은 분명히 당신의 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파는 확실하게 당신이 범인이라고 우리 팀에게 말했어요. 파슈가 당신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셨나요?" - P125

결국 소피는 결정을 내렸다.
로버트 랭던을 루브르 박물관에서 탈출시키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 P126

17

(전략).
"아마 전원이 다되었거나, 전화기를 꺼버린 것 같은데요."
파슈는 암호 해독부 부장과 전화통화한 후 줄곧 저기압이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파슈는 느뵈 요원에게 연락하라며 콜레를 닦달했다. - P127

"나도 몰랐지만, 부장도 몰랐대. 다른 요원이 부장에게 알리기 전까지는 말이야. 소피 느뵈는 자크 소니에르 씨의 손녀야." - P128

콜레가 좀더 생각을 펼치기 전에, 경보음이 적막에 갇힌 박물관을 흔들어 놓았다. 경보음은 대화랑 안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중략).
콜레는 컴퓨터 모니터 위의 깜박이는 빨간 점을 가리켰다.
"랭던이 창문을 깬 모양입니다!" - P129

당황한 콜레는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깜박이는 붉은 점이 창문 돌출부로 가더니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빨간 점이 건물 바깥으로 움직인 것이다.
(중략).
콜레는 컴퓨터를 조작해서 파리 지도를 끌어왔다. (중략).
점은 움직이지 않았다. 캐러젤 광장의 도로 한가운데에 죽은 듯이 멈춰 있었다.
랭던이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든 것이다. - P130

18

(전략).
콜레는 소리를 질렀다.
"랭던이 뛰어내렸습니다! (중략). 맙소사, 랭던이 자살한 것 같습니다!" - P131

칸막이에 다다른 파슈는 화장실 문으로 돌진했다.
무전기 소리는 경보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랭던이 차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차를 탄 것 같아요! 제가...."
파슈가 총을 꺼내 들고 남자 화장실로 뛰어들자 경보음이 콜레의 말을 삼켜 버렸다. - P132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야!‘
파슈는 속으로 외쳤다. 방수포를 덮은 트레일러가 무엇을 싣고 있는지 랭던은 알 길이 없다. 만일 트레일러가 철강을 싣고 있었다면? 혹은 시멘트를? 아니면 그저 그런 쓰레기를? 15미터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것은 미친 짓이었다.
콜레가 소리를 질렀다. - P132

"내 차를 가져와, 내가 직접 현장에 가봐야겠어."
대화랑을 다시 터벅터벅 걸어나오면서, 파슈는 랭던이 아직 살아 있을지 궁금했다.
문제될 것은 없었다.
‘랭던은 달아났다. 이제 죄를 씌우기만 하면 된다.‘ - P133

화장실에서 겨우 14미터 떨어진 대화랑의 어둠 속에 랭던과 소피는서 있었다. 그들은 화장실 입구를 가리고 있는 칸막이들 중 하나에 등을 바싹 밀착시키고 있었다. - P133

당황한 랭던은 작은 금속장치가 잡힐 때까지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중략). 추적장치가 비누 속에 안전하게 박히도록 매만졌다.
(중략).
"비누를 이리 줘요!"
경보음 때문에 소피는 고함을 질렀다.
(중략).
비누를 꼭 쥐고서, 소피는 부서진 창 밖으로 18륜 트레일러가 아주 서서히 멈추는 것을 바라보았다. 표적은 상당히 컸다. - P134

이제 경보음은 멎었다. DCPJ 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멀어지는 것을 랭던은 들을 수 있었다.
(중략).
"대화랑 쪽으로 다시 오십 미터 정도 들어가면 비상계단이 있어요. 경비원들은 이 주변을 떠났을 테니까. 우린 여기에서 나갈 수 있어요." - P135

19

(전략).
사일래스는 생각했다. 조직의 배는 영원히 뒤집히려 하고 있었다. 어서 일에 착수하고 싶은 열망을 느끼면서, 사일래스는 수녀가 자기를 홀로 내버려 두기를 바랐다. 수녀는 쉽게 해치울 수 있는 조그마한  여자였다. 하지만 불필요한 힘은 사용하지 않기로 맹세했었다.
‘이 여자는 성직자다. 그리고 쐐기돌을 숨겨 놓은 장소로 조직이 이교회를 선택한 것은 여자의 잘못이 아니다. 남이 저지른 죄 때문에 여자가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 P137

"무례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수녀님, 저는 신의 성전을 그저 구경하는 일이나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일 따위엔 익숙하지 않습니다. 둘러보기 전에, 제가 홀로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좀 가져도 되겠습니까?"
상드린 수녀는 망설였다.
"아, 물론이지요. 그럼 저는 저 뒤쪽에서 기다리지요." - P138

사일래스는 수녀가 계단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후에 자리에 앉아, 허벅지에 매단 갈고리 허리띠가 다리를 파고드는 것을느꼈다.
‘신이여, 오늘 제가 하는 이 일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 P139

20

(전략).
‘사법경찰의 반장이 내게 살인 혐의를 씌우려 하고 있다.
랭던은 속삭였다.
"어쩌면 파슈가 바닥에 메시지를 적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까?"
소피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불가능해요."
랭던은 여전히 미심쩍었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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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데르스 목사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지 말게. 고인이 된 자네 아내가 이 집을 나가기 전에 알빙 부인에게 진상을 모두 털어놨다네.
엥스트란 설마 그런..! 그 여자가 정말 그랬답니까?
만데르스 목사 자네 정체가 드러났다고, 엥스트란. - P84

엥스트란 저런, 저런, 꼭 그렇다는 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 목사님한테 남부끄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겠느냐 이겁니다. 우리 남자들이 불쌍한 여자 하나를 두고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면안 되는 거잖아요, 목사님.
만데르스 목사 난 그러지 않네. 내가 비난하는 건 바로 자네야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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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흐의 예술세계

마조흐의 예술에는 근본적으로 미학적 또는 조형예술적인 요소가 있다. (중략), 예를 들어 눈은 인간적이거나문화적인 의미를 가진 대상을 바라볼 때, 그때 비로소 인간의 눈이 된다고 한다. - P83

마조흐가 말하는 "극도의 감각주의"란 문화적인 상태로 변형된 감각성을 지칭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그가 기존의 예술작품에서 사랑이라는 주제의 원천과 영감을 발견하는 이유인 것이다. - P83

(전략). 한 영혼이 다른 영혼에 행하는 이러한 행동의 즉각성을 전달하기 위하여 사드는 장면의 되풀이와 내적 증식, 급격성, 중층 결정(부친살해, 근친상간, 살인, 매춘, 수간의 주제들이 동시에나타난다) 등 물질적 이론에 바탕을 둔 기계적이고 양적인 축적과가속에 의존한다. 우리는 왜 새디즘에서 숫자, 양, 양적 급격성이 강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 P84

기다림과 서스펜스는 매저키즘적 경험의 본질적인 특징이며, 이는 다시 마조흐의 소설에서 달아매는 의식, 십자가에 매달기, 유사한 형태의 육체를 묶고 매다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매저키스트는 까다롭다. 그리고 이러한 까다로움은 기다림과 연기의 경험에 연결되어 있다. - P85

 매저키스트는 단순히 고통에서 쾌감을느끼는 괴상한 사람이 아니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이 느끼는 쾌감을 느낀다. - P85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는 고통, 처벌 또는 굴욕이 만족을 얻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것이다. - P85

(전략). 그러므로 쾌감-고통 콤플렉스를 새디즘에서 매저키즘으로의 변형으로 시작해서 본질적으로 어떤 변형에나 다 사용될 수 있는원료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형식적으로 표현해서 매저키즘은 기다림의 상태이다. - P86

매저키스트는 쾌감을 늦을 수밖에 없는 어떤 것으로서 기다리며, 쾌감의 출현을 약속하는 육체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조건으로서 고통을 기대한다. 매저키스트는 그러므로 만족을 가능케 해주는 고통을 기대하면서 쾌감을 연기시킨다. 결국 매저키스트의 불안은 쾌감의 무한한 기다림과 강렬한 고통의 기대로 나뉘어진다. - P86

(전략). 그러나 매저키즘적인 종류의 특별한기다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매저키스트는 까다롭다는 표현을 통해서 매저키스트가 기다림을 그 순수한 형태로서 경험한다고까지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 P87

매저키스트는 꿈을 꾸지 않고 있을 때조차도 스스로 꿈을 꾸고있다고 믿어야 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환상이라는 예술에서 새디즘은 그러한 훈련을 제공하지 않는다. - P87

물신에 대한 새디스트의 파괴적인 관계는 환상을 투사적으로 사용하는 그의 방식에 의해 설명되어야 한다. 물신의 파괴가 물신에 대한 믿음(신성모독은 성스러움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므로)을 의미한다고 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반론의 반복일 뿐이다. - P88

 반대로 매저키즘에서의 물신의 형성은 환상의 내적인 힘, 그 끈질긴 기다림과 정지된 부동의 힘, 이상과 현실이 함께 흡수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 P89

새디즘과 매저키즘의 내용은 모두 어떤 형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 P89

매저키즘에 적용된 형식적 정신분석의 분야에서 테오도르 라이크(Theodore Reik)의 연구는 특별한 신뢰를 얻고 있다. 그는 매저키즘의 네 가지 기본적인 특성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1. "환상의 특별한 중요성", 즉 이것은 환상의 형식(환상 자체를 위해 경험되는 환상, 꿈꾸어지거나 극화 또는 의식화된 장면으로서, 이는 매저키즘의 필수적인 요소이다)을 의미한다.
2. "긴장감의 요소" (불안이 성적 긴장을 조성하고 그 해소를 금지하는방식을 표현하는 기다림과 지연).
3. "논증적인", 또는 더 정확한 표현으로 설득적인 요소(매저키스트가 자신의 고통과 당황, 굴욕을 드러내는 특수한 방식).
4. "도발적인 두려움" (매저키스트는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금지된 쾌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²²

22. 라이크, 『매저키즘』, pp. 44-91. - P90

 매저키스트는 실제의 쇠줄에 묶여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약속에 얽매여 있는 것이다. - P91

매저키즘적 계약의 기능은 어머니의 이미지에 법칙이라는 상징적인 힘을 부여하는 데 있다. 어째서 계약이 필수적이며 갈수록 엄격한 방향으로 발전하는가 하는 의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 P91

우리는 지금까지 예술과 긴장감의 형태로 표현되는 미학적 측면과 계약과 그에 대한 복종이라는 법적 측면이라는 마조흐의 ‘문화주의의 두 가지 측면들을 살펴보았다. - P92

이와 반대로 사드의 경우, 이차적 자연에서 일차적 자연으로의 전이는 긴장감이나 미학적 체계가 아니라 영원한 움직임의메커니즘과 그에 따른 영원한 움직임 속에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 P92

계약은 법이 그것을 가능케 한 조건을 넘어서거나 그 조건에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실제적인 법을 형성하지만, 제도는 행동 · 권위 · 권력의 동적인 모형을 통해서 권리와 의무의 시스템을 대체하고 법을 불필요한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계약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 P93

제도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사드의 이론이 보여주는 유사성(생쥬 사상의 몇몇 측면도 포함해서)은 이전에도 종종 지적되어 왔다. - P93

법은 행동을 구속한다. 행동을 고정시키고 도덕성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이 배제된 제도는 그 정의상 영원한 움직임, 영원한 혁명, 지속적인 부도덕 상태에서의 자유분방하고 무정부적인 행동의 모델을 제공해줄 수 있다. - P94

(전략). 즉 계약과 법이 모두 신비화라는 본질에 포함되며 법이 자체의 목적을 위해 폭정에 이용된다는 사실과, 제도만이 법이나 계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유일한 정치기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계약을 추방하고 극히 최소한의 법만을 허용하는 그러한 완전한 제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 P95

사드가 주장한 제도와 법의 상반성, 제도와 계약의 상반성과 그 논리적 결과 등은 실증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법학자들의 상투어가 되었는데, 이것은 그 독창적의미와 혁명적 특성이 불안한 타협에 의해 흐려졌기 때문이다. - P95

. 1789년의 대혁명이라는 문맥에서 계약과 법의 거부에 바탕을 둔 제도라고 하는 사드의 아이러니한 개념에 대하여, 이번에는 마조흐의 유머러스한 관점과 1848년의 혁명이라는 문맥 하에서 계약과 법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의 개념을 살펴보아야 한다. - P96

7

유머, 아이러니, 법

법에 대한 고전적 개념과 그 완벽한 표현은 플라톤에게서 처음 발견되며, 그 개념은 이후 기독교 세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 P97

(전략).
이 개념은 언뜻 보기에 상당히 관습적인 것 같지만 법의 규모가 가지는 상하 한계선에서의 자유로운 사고의 유희를 허용함으로써 정치철학을 가능케 해주는 아이러니와 유머의 요소가 그 속에 감추어져 있다. - P98

아이러니와 유머는 법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형태이며, 법에 대한 이들의 기본적인 관계에 의해 아이러니와 유머는 그 기능과 중요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 P98

법에 대한 고전적 개념을 뒤엎어놓은 것은 상대성이나 법의 가변성에 대한 발견의 결과가 아니었다. - P98

고전적 개념이 단지 선의 다양한 영역이나 최선에 관련된 다양한 상황들에 따른 법들만을 다루었던 반면 칸트는 도덕법을 이야기했고, 그 도덕법을 전혀 규정되지 못하고 남아 있을 뻔했던 것들에 적용시킬 수 있었다.  - P99

『순수이성비판』의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지식의 대상을 주체의 마음 주변에 맴도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 P99

어쨌든 칸트는 그 법 자체가 궁극적인 근거이며 원리임을 밝힘으로써 법의 대상이 본질적으로결코 알 수 없으며 모호한 것이라는 현대적 사고에 필연적 차원을보태주었다.²⁶


26. 법의 대상이 보여주는 모호한 성격에 대해서는 「칸트와 사드」 (크리티크, 1963)에서 칸트와 사드에 관련된 라깡의 논의를 참조할 것. - P100

 법은 선이라는상위의 원리에 근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선의와 정당함의 표현으로서의 최선이라는 개념으로 회귀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승인도 이제는 불가능해진 것이다. - P100

. 죄와 처벌 역시 법이 무엇인지 알려주지않으며, 단지 법을 극단적인 처벌의 구체성만이 그에 필적할 만한미정의 상태로 남겨놓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카프카가 묘사한 세계이다. - P100

. 다시 말해서 법에 복종하는 사람은 그로 인해 의로운 사람이되거나 의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죄의식을 느끼며 이미 죄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중략). 이것이 바로 법이 절대적 순수로서 자신을 표현하며 우리의 죄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다. - P101

(전략). 프로이트는 계속해서 "가장 착하고 유순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특이할 정도의 양심의엄격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²⁷
프로이트는 본능의 충족을 포기하는 것이 양심의 산물이 아니라 반대로 그러한 포기에서 양심이 탄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그 역설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27. 『문명과 그 불만』, 심리학 전집, XXI권, pp. 125, 128. - P101

라깡의 말을 빌리자면 법이란 억압된 욕망과 같은 것이다. 법이 그 대상을 구체화하려 들면 필연적으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되며, 법의 근거를 이루는 억압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그 내용과 관련하여 법 자체를 정의할수도 없다. - P102

아이러니와 유머는 즉시 이전과는 다른 현대적인 측면을 가지게 된다. 물론 아이러니와 유머는 법을 파악하는 방식을 보여주고있지만, 법은 이제 내용의 미정성과 그것에 복종하는 사람의 죄라는 관점에서 파악되고 있다. - P102

현대적 사고에서 아이러니와 유머는 새로운 형태를 취한다. 즉 법의 전복을 지향하는 것이다. - P103

(전략). 그러나 상위의 원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선이 법에 그 근거나 권위의 정당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 P103

이제 우리는 법을 초월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상위 원리와 법의 근거로서의 선을 향한 방식이 아니라 그 반대 방향, 법을 전복시키고 플라톤주의를 뒤집어 엎는 지고한 사악함의 원리, 바로 악의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 P104

새디즘의 주인공들이 법을 전복시키므로 반대로 매저키스트가 기꺼이 법에 복종할 것이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중략). 명백해 보이는 그의 복종적인 태도에는 비판과 도전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 P105

법을 꼼꼼하게 적용시킴으로써 오히려 법의 불합리성을 증명할 수 있으며, 무질서를 발생시켜 질서에 대한 법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 - P105

 법은 이제 상위의 원리를 향한 아이러니의 상승운동에 의해 전복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가장 세부적인결과까지 축소시키는 유머의 하강운동에 의해 전복된다. 매저키즘적 환상이나 의식(儀式)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엄격한 법이 적용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 그 결과는 항상 기대했던바와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러므로 채찍질은 처벌이나 성적 흥분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자극하며 보장해 준다).  - P106

 매저키즘에서 유머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처벌이라는 위협을 통해 욕망의 충족을 금지하던 법이 처벌후에는 당연히 욕망의 충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으로변하는 것이다. - P106

법이 선이라는 원리가 아니라 법의 형식 그 자체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사상으로부터 새디스트는 법보다 더 우위에 있는 원리로 상승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낸다. 그러나 이 원리는 법을 전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차적 자연의 비공식적 요소이다. - P107

. 법은 그것을 준수하는 사람들의 죄를 증가시킨다는 또 다른 현대적 사상으로부터, 매저키스트는 법에서 그 결과로 하강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다. 그는 처벌을 금지된 쾌락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죄에 직접 대항한다. - P107

8

계약에서 의식(儀式)으로


이미 몇몇 학자들은 매저키즘에서 불안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있었다[라이크나 나흐트(Nacht)의 경위. 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처벌이 그토록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은 처벌이 불안을 해소함으로써 쾌락을 가능케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109

계약에서 법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통해 매저키스트가 목적하는 바는 법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의 극단적인 엄격성을 강화하는 데 있다.  - P110

일반적으로 볼 때, 어쩌면 매저키즘에서 계약은 그 이중적 운명을 강조하기 위해 풍자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110

가부장제의 계약관계에서 여성은 그 계약의 전형적인 대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매저키즘에서 계약은 여성을 계약 당사자로 만듦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역전시킨다. 계약의 역설적 의도는 나아가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포함하며, 게다가 여성이 주인과 박해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수준까지 확장된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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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데르스 목사 그런데 그렇게 기만을 하다니! 더군다나나를! 난 야콥 엥스트란이 그런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어요. 글쎄요, 그 친구 정말 한마디 해줘야겠네. 그럼 자기도 깨닫는 게 있겠지・・・ 그 얼마나 부도덕한 결혼입니까! 오로지 돈때문에…! 대체 얼만데요, 그 여자가 갖고 있었던 돈이?
알빙 부인 300스페시²⁷였어요. - P69

알빙 부인 그럼 난 뭐예요, 나도 타락한 남자랑 결혼했는데?
(중략).
알빙 부인 저랑 제단으로 함께 걸어갔을 때의 알빙이 엥스트란과 결혼할 당시의 요한네보다 더 순수했다고 생각하세요? - P70

알빙 부인 (창가에서) 네, 그놈의 법과 질서! 난 종종 그게 세상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해요. - P71

알빙 부인 네, 그렇겠죠. 하지만 난 이 모든 속박과 제약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요. 난 못해요! 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해요. - P72

알빙 부인 (창틀을 톡톡 두드리며) 난 알빙이 어떤 삶을살았는지 숨기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당시엔 감히 어쩔 수가 없었죠...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난 그렇게 겁쟁이⅔⁸였어요.


28) fejg. 알빙 부인의 과거 삶에 대한 자기 비판적 인식의 키워드로작품 전체를 통틀어 총 11회 언급된다. 정확히 ‘겁쟁이‘ 또는 ‘비겁한‘ 등의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어휘 ‘lache‘(영어로는 ‘coward‘)에부합되며, 본문에서도 역시 두 가지 의미 형태로 번역한다. - P72

만데르스 목사 자기 의무를 다한 걸 가지고 비겁하다 하시다니요.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걸 잊으셨습니까?
(중략).
알빙 부인 그럼 진실은 어떡하고요? - P73

알빙 부인 그런데 그 애가 진심으로 그런 거고, 그게 그애의 행복을 위한 거라면...²⁹


29) 원문 표현은 "Hvis jeg vidste, han mente det alvorligt og at detwilde bli til hans lykke..." 여기서 ‘그 애‘로 번역된 3인칭 단수 표현(han/hans)은 둘 다 오스발을 가리킨다. - P75

알빙 부인 글쎄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다 그런 결합에서태어난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그런 일을예정하신 분이 누굴까요, 만데르스 목사님?
만데르스 목사 전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인. 당신은 그럴 만한 마음 상태가 전혀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스스로를 감히 비겁하다 하시다니..! - P76

만데르스 목사 아하.. 이게 다 독서의 결과로군요. 정말대단한 수확입니다! 오, 이 혐오스럽고, 반동적이며, 자유주의 사상에 물든 책들! - P78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중략).
알빙 부인 당신은, 엥스트란?
엥스트란 하녀들이 통 보이질 않아서, 결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문을 두드리게 됐습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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