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 들어오는 통장에 그간 모인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가 싶어 영수는 되물었다. (중략). 게다가 그 계좌에는 꽤 큰 돈이 있었다. 복제인간 하나 뚝딱 살 만한 돈이었다. - P25

마지막에는 브로커가 물었다.
(중략).
"복제인간이 자신이 복제인간인 걸 알게 하나 아님 모르게 하나, 그걸 묻는 겁니다." - P26

4

(전략). 브로커가 알려준 모텔로 가서 이틀을 잤다. 그리고 월요일, 영수는 집근처로 찾아갔다.
영수는 매일 바라봤던 해볼 만한 나무 뒤에 숨어, 그가, 혹은, 내가, 아니, 네가,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P28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놀고, 그러고 깨끗하게 죽자‘
드디어 영수가 바라던 대로 되었다. 늘 바랐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무책임, 무쓸모, 심지어 무존재의 존재. - P29

영수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마냥 성실하게 놀았다.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 가기도 했다. 들어가진 않고 사무실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보란 듯 놀았다. - P30

떠나기 전에 복제인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왔었다. 영수는 메모지에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리고 이걸,
‘이걸 어디다 두지? 꼭 볼 수 있는 데 둬야 하는데? - P31

 영수와 똑 닮은 복제인간은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영수만 사라지면 되었다. - P32

인체 자연발화야말로 영수가 바라는 것이었지만, 그건 아직까지도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 영수 인체가 자연발화가 되는 인체인지 알 수도 없어서 불가능. - P33

 자살이 자유로울 경우, 영수가 자살했다는 게 밝혀져도 그만인 경우.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복제인간이 남았다.
자살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남은 가족에게 피해 없이 자살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 거 아닌가? - P34

5

다행히 모텔에는 욕조가 있었다.
영수는 약국을 돌며 염산을 사 모았다. 또 다른 약국들을 돌며 수면유도제를 사 모았다. - P35

그럼 영수의 근무자, 영수의 복제인간이 박영수의 인생 앞으로도 잘 살 거고,
‘너는 죽지 마라, 조바심 내던 엄마도 평화를 찾게 되겠지.‘
영수는 의자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수면제들을 손에 모았다. 수면제 몇 개를 놓쳤다. 잡으려다가 미끄러질 뻔했다. 염산이 가득한 욕조에 떨어진 수면제 몇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36

영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자살하려고 했어."
(중략).
"그쪽 말고, 니 복제인간." - P37

"복제인간이 지 인간 닮은 게 불량인거냐고?" - P38

전혀 신나면 안 될 상황인데 영수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신이나서,
"혹시, 모니터에 목매달아서인가요? 그러니까・・・・・・ 22번 모니터?"
"맞아. 22번."
‘소름, 정말 나랑 똑같은 건가? - P38

"나는 삼십 년을 버텼는데, 걔는 어떻게 일주일 만에 그러냐구요."
"너랑 다른게 있나 보지."
"다르면 그게 복제인간이냐?"
영수는 욱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반말을 했다. - P39

"그렇지 않지. 넌 그냥 준비한 대로 죽어. 그럼 그냥 남은 가족들 중 세 명이니 죄 좀 나눠 지고."
‘그게 되는 나였으면 이런 고생을 했을까? 가족이고 뭐고 누구에게든 민폐는 질색입니다. - P39

영수는 욕조 속에 떠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다시 한번 봤다.
‘내가 내 인생 포기한 내가, 누구를 살라고, 설득을 하라고?‘ - P40

6


0수는 눈을 떴다.
깬 건 맞는데 그게 잠인지 꿈인지 어딘지 출처를 모를 곳에서깨어난 느낌이었다. - P41

근데 내가 저 나무를 왜 즐겨 봤더라? 아,‘
해볼 만한 나무.
회사는 가야 했다.
(중략).
아파트를 나왔다. 나무들을 지나쳤다.
나무 뒤로 누군가가 이쪽을 쳐다보는 것도 같았다 - P42

어쨌든, 회사는 가야 했다.
‘오늘은 22번 모니터에 매달릴 차례구나.‘
모두가 편집하느라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0모니터 약간 위쪽을 봤다. 천장과 단단하게 이어진 그 은색 봉을 봤다. - P44

해볼 만한 나무, 22번 모니터,
점심시간이 되고 직원들이 편집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0기다렸다. 마지막 사람까지 모두 나갔을 때 0수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안에서 잠갔다. - P45

하지만 수는 눈이 떠졌다. 집이었다. 해내지 못했고, 눈앞에는 경찰이 있었다.
경찰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이행되지는 않았으니 아직까지는 위법 행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 셋에게 경고는 들어갔다고 0수에게 전했다. - P45

남은 가족이 셋이나 되나?‘
0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 것도 같았지만 다시 잠이 들었다. - P46

0수는 영수를 만났다.
0수가 한 첫 질문이 아마도 "어떻게 들어왔어요?"였을 텐데. 곧,
(중략).
‘아니네? 똑같이 생겼는데!‘ - P46

"자살방지국에서 보낸 거 맞죠?"
0수가 물었더니, 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죠. 자살방지국에서 일하는 거 맞네요. 자살을 시도하셔서, 아무래도 제가……………"
‘와 대박, 목소리까지 비슷해!‘ - P47

한동안은 둘 다 말이 없었다. 0수가 또 질문을 했는데,
"너라고 불러도 돼?"
"......" - P48

‘너라고 편하게 부르라곤 했지만 아무래도 주인님과 함께 자는 건 신경이 쓰이겠지.‘
‘아, 왜 이렇게 자꾸 짠해 쟤?
너를 만난 오늘은 영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 P49

7

(전략).
영수는 인간인 자신을 복제인간이라 여기는 복제인간 0수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싶다. 자신의 침대에서 세상모르게 잘 자고있는 수를 보고 있자니 영수는 맘이 복잡했다. 지금쯤 잠들어있어야 할, 영원히 잠들어 있어야 할 사람은 영수였다. - P50

‘그렇지만 나님에게 너라니. 내가 너가 아니고 니가 나가 아니고 내가 난데, 자기가 먼저 나한테 너란다. 하지만,‘ - P50

"제가 어떻게든 계속 사시는 방향으로 도울 테니, 그러니까 해봐요. 자살방지. 이게 제일이니까요" 했더니, 복제인간 이분, 그러니까 네 식대로 하면 내 쪽에서도 너가, 훌쩍훌쩍 울었다. 울면서 내게 말했다. "불쌍해. 나 같은 걸 복제까지 해서 또 니가태어났다니까, 나는 니가 너무 불쌍해."
그렇게 내 존재는 급 불쌍해졌다. - P51

"저 복제인간이에요. 에이아이, 그런 거 아니구요."
"아......."
‘그래, 모자란 날 복제한 너니 오죽하겠어.‘ - P51

"뭐라도 좀 먹을래요?" 물었더니, 너는 또 끄덕끄덕.
나는 하던 대로 냉장고 냉동실 문을 열어 냉동 음식을 꺼내려다가, 어쩐지 죽다가 살아난 애한테 냉동 음식은 아닌 것 같아기다리라 하고 집을 나왔다. - P52

너는 나에게 먹어봐라 권하지도 않고 먹기 시작했다. 참 잘먹었다. 입맛에 맞나보다.
하긴 내 입맛이나 니 입맛이나.
한데, 너무 잘 먹는다. 며칠 굶은 사람 같다. - P53

영수는 0보다 한참 늦게 잠들었다. 바닥이 딱딱해서 깼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하는데, 어디서 찬바람이 드는 것 같아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어두고 잤을 리가 없는데?‘
영수는 창쪽을 봤다. 웬걸, 창이 열려 있었다. - P54

찰나에 영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창틀은 조금 작았다. 그래서 0수는 날렵하게 창을 통과하지 못했다. - P55

몸을 창밖으로 내민 인간은 울상이지만, 다리를 잡은 인간은 웃는 얼굴 같다. 죽으려는 인간과 말리는 인간, 두 인간은 몹시 닮았다. 한 사람이라 해도 믿겠다. 대체로 한 사람이긴 하다. 죽으려는 것도 나, 말리는 것도 나 - P56

8



영수는 0수를 끌어올려놓았다. 0수가 어깨를 부딪히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영수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진짜 너무 웃겼는데, 진짜 이게 얼마 만에 웃는 건가 싶은데, - P57

영수는 0수와 같이 출근을 했다. 영수는 습관대로 모자 하나 눌러썼다. 챙이 짧아 방호복 안에서도 거치적거리지 않는 - P58

"회사에선 어땠어?"
영수가 0수에게 물었다.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은 여전히, ‘왜 죽으려고 했어?"였지만, 그랬다가는 또 질질 짤 것 같았다.
(중략).
‘그 사람이 왜?‘라고 한 거였다. 한 시간 동안 답할 이야기는아니었는데, 0수는 참 길게도 늘어놨다. - P58

"아니 진짜 죽고싶다가 아니라, 일테면 어색한 자리 가서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혼자 어색한 티 안 내려고 말을 너무 많이할 때라든가."
"어색한자리? 우리가 그런 자리 갈 일이 뭐가 있어?" - P59

앞으로 엄마와의 어릴 적 기억은 0수에게 물으면 되겠구나. 엄마가 해주던 음식의 레시피 같은 것도 기억 속 어딘가에 있을텐데, 영수는 물어볼까 싶었다. 그러다가도,
‘곧 죽을 텐데 묻긴 뭘 물어.‘ - P61

나는 조용한 사람인 줄 알았다. 혼잣말이 습관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수다스러운 줄 몰랐다.
대상이 없었을 뿐이었다. - P61

나 외로운 사람이었나?
한 번에 너무 많은 언어를 쏟아내 취해버린 사람처럼 불쑥 네가 내게 말했다. 헛소리에 가까웠다.
"외로워지지 마. 아무나 만나게 돼. 그럼 더 외로워져." - P62

9

0수는 신경 써주는 영수가 어쨌든 고마웠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를 쓴 요리를 먹은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 P63

창틀에 걸려 있는 0수를 영수가 또 끌어올렸다.
‘너는 정말 나를 못 죽게 할 작정인가 보다.‘ - P63

0수는 사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도대체 언제 만들어진건지, 만들어진 채로 어디에 있다가 나오는 건지, 다 큰 채로 태어나는지, 나랑은 어떤 게 다른지, 나는 당장 죽고 싶은데 너는왜 아무렇지 않은지, 감정만큼은 똑같이 태어나지 않은 건지. - P64

오한은 원래가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 너무 자주 0수를 쳐다봤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 0수를 오한이 다가와 앞을 막고 섰다. 오한은 0수에게 물었다.
- P64

어제 영수와 오랜 대화를 나눈 게 하루 사이 습관이라도 되었는지 수는 요즘의 자신에 대해 오한에게 꽤 상세히 얘기했다.
0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오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은근하게 물었다. - P65

물론 0수는 알았다. 기억을 판 사람과 산 사람 모두 매매에 대한 기억은 지워졌다. 그러니까 수가 기억을 팔았어도 당연히 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기억 하나 팔았다고,
‘사람이 이렇게 우울해?‘ - P65

"응, 기록실에 매매에 대한 기록, 편집자에 대한 기록 같은 게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순 없겠지."
"거길 들어가게 도와준다는 거겠지?"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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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기 싫다."
습관처럼 혼잣말을 뱉는다.
또 또 또, 박영수는 출근하기가 싫다. - P7

영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창밖으로 무리 지어 흔들리는 나무들 중 한 나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해볼 만한 나무였다.
해볼 만한 나무. - P7

(전략). 영수 집은 8층이었으니까, 나무는 충분히 컸다.
게다가 풍성한 가지들.
뾰족하고 튼실한 그 가지들. - P8

그 많고 뾰족하고 튼실한 가지들이 영수의 몸을 관통한다. 각각의 가지들이 만든 구멍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 P9

하지만 그 죽음은 그리 오래 전시되진 못한다. 주민들 누가 신고할 새도 없이 자살방지국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다. - P9

페널티를 적용해 영수가 자살한 죄를 남은 가족들에게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엄마는 말했다.
"너는 죽지 마라. 니 죽음의 죄까지 짊어질 자신이 나는 없다." - P9

 연좌제를 두고서야 자살률은 줄어갔다.
죗값은 근무일의 연장이었다. - P12

그런데도 영수의 아빠는 죽었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아빠는 영수가 태어나고 3년이 지난 후부터 줄곧 혼자 ‘E‘였다.  - P12

매일 아침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는 그 나무를향한 도움닫기, 도약, 빅 점프! 드디어 죽음!
하지만 현실은 한숨을 쉬며,
"가야지." - P13

2

(전략).
외출 시 방호복 의무 착용이라는 결정이 처음 났을 때 사람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하지만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 P14

회사 입구에서 에탄올 샤워를 했다. 직사각형의 긴 철제 프레임 안에 일렬로 늘어서면 촤하하 소리와 함께 에탄올이 뿜어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  - P15

자살을 꿈꾸는 영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에서 일했다. - P15

하지만 합법의 그늘 아래 불법이 자라는 법이었다. 이 기관은합법적으로는 트라우마가 될 기억만 지웠지만, 뒤로는 기억을매매했다. 그들은 인상적인 기억들을 사들이고 또 팔았다. - P16

기억은 값이 나갔다. 고립되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좁았다. - P16

기억을 산 사람도 기억을 판 사람도 어떤 기억을 팔았는지, 가진 기억 중 어느 것이 산 기억인지 모두 몰랐다. 그래야 자신의 기억으로 믿고 살 거니까. 그래야 기억을 판 사람도 아쉬움 없이 살거니까. - P17

고된 편집을 마치고 나면 편집자의 기억도 지워야 했다. 정확히는 모니터 앞에서 편집 작업을 한 순간들만 지웠다.  - P18

매일 일을 하지만 일한 기억은 없는 것,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몰랐다. (중략). 이게 정말 좋은건지 괜찮긴 한건지 몰랐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 P18

오한은 영수랑 달랐다. 영수처럼 허접한 편집을 하는 게 아니었다. 오한은 진짜 베테랑이었다. (중략). 기억 매매가 생긴 직후부터 쭉 이 일을 해왔다는데, 오한의 머릿속은 괜찮을까? - P19

화장실을 나서는 영수에게 오한이 다가왔다. 본인도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건지, 여자 화장실도 방향은 같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혹시나 거기서 영수를 기다린 건지, 기다린 거라면 절친도 아닌데 화장실까지 따라왔던 건가, 변태끼가 있는 건가? - P19

‘흠‘인지 ‘큼‘인지를 하더니 베테랑 직장 동료 오한은 돌아서려다가 영수를 다시 봤다. 대뜸 물어왔다.
"당신, 매달릴 생각한 거지?"
(중략).
"혹시나 관심 있을 거 같아서 말인데."
이러니 영수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뭘요?" - P20

3

(전략).
퇴근 시간이 되었고, 영수는 동료들과 함께 파마기를 덮어쓰고 앉았다.
‘만약에 말이야. 오한과 나눴던 그 대화도 지워져버리면, 그럼, 그냥 없던 일로 해버리자.‘ - P21

딱 영상을 편집한 기억들만 지운다는 회사의 설명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영수는 차라리 오한과 나눴던 대화가 지워졌기를바랐는데, 그게 속 편할 거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 P22

대개의 경우는 복제인간 하나 길러 아플 때마다 장기를 꺼내쓰는 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중략). 영수의 경우는 인생 근무를 대신할 복제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복제인간을 사서 저 대신 살게 하고 저는 죽으라구요?" - P23

영수는 물어버렸다.
"얼만데요?" - P24

‘죽자고 대출‘
영수는 일단 은행엘 갔다. 대출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인생 떠맡기는 것도 맘이 쓰이는데 대출까지 떠안기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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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글라스의 장점은 뭘까요? (중략). 하지만 5년, 10년 후, 카메라 해상도가 높아지고 통신 속도 또한 많은데이터량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지면 인간의 눈과 다름없는 화질로 AI가 실시간으로 반응해 주는 화면을 볼 수있을 겁니다. - P106

첫째, 애플리케이션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중략). AI가 사람의 필요를 파악하고 그때그때 알아서 구동하면 됩니다. - P106

흥미롭게도, 샘 올트먼, 조너선 아이브(아이폰 디자이너), 손정의(소프트뱅크 회장)가 비밀리에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들은 멀티모달 AI 시대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없는 아이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 P107

문제는 디스플레이, 휴대폰,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 P108

다가올 다음 단계의 AI는
어떤 모습일까?


(전략) 이제 우리는 생성형 AI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로드맵은 뻔합니다. 다음으로 우리가 맞이하게될 것은 다름아닌 에이전트 AI(Agent AI)입니다.
- P108

AI가 이걸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메뉴를 누르는 데이터를 멀티모달로 학습하면 됩니다. (중략). 그리고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physical AI)입니다.  - P109

이게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입니다. 오픈 AI는 2025년 여름멀티 에이전트를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2025년 3월 6일 중국에서 ‘마누스MANUS‘라는 멀티 에이전트가 나왔습니다. (중략).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늦어도 5년 안에 멀티 에이전트가 보편화될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 P110

MCP와
로보틱스

그리고 또 하나, 현재 AI 업계에서가장 화제인 키워드 중 하나는 MCP, 즉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입니다. (중략).
하지만 2024년 11월, 앤트로픽이 MCP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단일화된 표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 P110

MCP가 표준이 되면 에이전트 AI 개발이 훨씬 쉬워집니다. - P111

다음은 피지컬 AI, 즉 로보틱스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제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 P112

문제는 이 로봇들이 ‘깡통‘이라는 점입니다. - P113

엔비디아는 2025년 1월 로보틱스용 소형 GPU ‘젯슨 토르jen Thor‘를 공개했습니다. 이 GPU를 로봇에 탑재하고 멀티Jetson에이전트 AI를 심으면 자율적인 두뇌를 가질 수 있지요. - P114

테슬라는 2025년에 옵티머스 5만 대를 생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중략). 그래도 5년 안에는 가능하리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P115

인간의
마지막 도전

기계 학습에는 두 가지 주요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지도학습 supervised learning은 간단합니다. (중략).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는 인간도 정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 P116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강화 학습입니다. 정답은 모르지만, 기계가 계속해서 시도하다가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지면보상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점점 정답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 P117

이 문제는 2024년 12월 24일 GPTO3가 등장하면서 드디어 해결됐습니다. GPT-O3는 체인 오브 소트Chain of Thought (CoT)라는 새로운 강화 학습 방법을 사용합니다.  - P117

이 방법은 GPT-O3가 제안한 이후로 엄청난 성과를 냈습니다. 대표적으로 ARC-AGI(Abstract and Reasoning Corpus for Artificial GeneralIntelligence) (범용적 인공지능을 위한 추상적 및 추론적 코퍼스)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 P118

하지만챗GPT 같은 모델은 인간이 쓴 문장을 학습했기 때문에, 단순히 암기로 문제를 푸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테스트가 바로 ARC-AGI 테스트입니다.  - P119

기존 AI는 이런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확도는 0%에 수렴했지요. 하지만 GPT-O3는 88%를 달성해 사람(75%)보다 추상화를 더 잘한다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가 들썩였습니다. 추상화 능력은 왜 중요할까요?  - P121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계산량입니다. CoT 방식을 사용하는 GPT-O3는 프롬프트 하나를 처리하는 데에 GPU 서버 비용이 140만원에서 1,40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말이 안되는 비용이지요. - P122

오픈 AI는 2025년 여름 더 효율적인 버전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 전에 갑자기 2025년 1월 10일 중국의 딥시크DeepSeck가 비슷한 성능을 100분의 1 비용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P122

챗GPT가 ARC-AGI 테스트를 통과한 후, 2025년 3월 24일더 어려운 테스트가 나왔습니다. 인간은 AI에 지기 싫어합니다.
이 테스트는 인간이 만든 문제를 거의 다 푸는 AI를 막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저도 풀어봤지만 못 풀었습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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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건달


따스한 회색빛 8월 저녁이 이미 도시에 깔려 있었고 포근하고 따스한 공기가 여름의 기억이 되어 거리에 맴돌았다. 일요일의 휴식을 위해 셔터를 내린 거리는 옷차림 밝은 군중으로 붐볐다. - P62

두 젊은이가 러틀랜드 광장의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한 젊은이는 혼자서 한참 떠들어 댄 긴 이야기를 막 끝내 가는 참이었다. - P62

친구의 장광설이 끝난 것을 확신한 젊은이는 족히 삼십 초를 소리 없이 웃어 대고 나서 말했다.
"야! ・・・・・・ 기막힌 얘긴걸!"
목소리에 박력이 모자라다 싶었는지 하던 말에 힘을 실으려고 익살스럽게 덧붙였다.
"별나고 희한하고, 뭐랄까, ‘기발‘하기까지 한 얘기야!" - P63

 대부분의 사람들한테서 기생충 취급을 받았지만 이런 평판에도 불구하고 레너헌은 항상 수완도 좋고 입심도 좋아서 친구들이 합세해서 그에게 무슨 골탕을 먹이는 일은 없었다. - P63

레너헌이 물었다.
"그래, 콜리, 자네. 그 여자를 어디서 낚았나?"
콜리는 윗입술을 혀로 날름 핥으며 말했다.
"(전략), 배고트 거리에 있는 집에서 허드렛일하는 하녀라고 하더라고. (중략). 그러더니 하룻밤은 끝내주게 근사한 시가를 두 개 가져왔는데, 와, 말도 마, 이전에 만나던 남자가 피우던 물건이라는데 진짜 최상품인 거 있지.…………. (후략)." - P64

레너헌이 말했다.
"자네가 결혼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나는 백수라고 말해 주었거든." 콜리가 말했다. - P64

레너헌은 다시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태껏 재미있는 얘기를 숱하게 들어 왔지만 이렇게기막힌 얘기는 처음일세."
이 치켜세우는 말에 답하듯 콜리의 걸음걸이가 성큼성큼커졌다. 그 우람한 몸을 흔들어 대니 콜리의 친구는 보도에서차도로 내려가 몇 발짝 깡총깡총 뛰다가 다시 돌아와야 했다. - P65

콜리는 대답 대신 여부가 있겠느냐는 듯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 여자가 순순히 말을 들어줄까?" 레너헌이 미심쩍은 듯물었다. "여자라는 게 도통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원."
"얘는 끄떡없어." 콜리가 말했다. "이런 애 꼬드기는 것쯤은 일도 아냐. 나한테 뽕 갔다니까." - P66

"괜찮은 하녀만 한 게 없지." 콜리가 단언했다. "이 말을 단단히 새겨 둬."
"여성 편력의 대가 가라사대." 하고 레너헌이 받았다. - P67

레너헌이 말했다.
"자네 탓이겠지."
콜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나보다 앞서 걔를 건드린 다른 놈들이 있었어."
이번에는 레너헌이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레너헌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미소를 띠었다.
"콜리, 어디서 누굴 속이려고 그래?"
"맹세코 진짜라니까!" 콜리가 말했다.  - P68

"저기 있다!"
흡 거리 모퉁이에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푸른색 옷과 흰색 세일러 모자 차림이었다. 연석 위에 서서 한 손에 든 양산을 흔들고 있었다. 레너헌이 활기를 찾으며 말했다.
"쟤 관상이나 한번 보자, 콜리."
콜리가 친구를 흘낏 곁눈질하더니 불쾌한 웃음을 씩 웃으며 말했다. - P70

콜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대며어슬렁어슬렁 길을 건너갔다. 그 몸집과 느긋한 걸음과 듬직한 구두 소리에서는 어딘가 정복자의 티가 났다. - P71

레너헌은 셸번 호텔까지 걸어가서야 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다 둘이 이쪽으로 오다가 오른쪽 길로 접어드는 걸 보고는 메리언 광장 한쪽을 따라 하얀 신발로 살살 디디며 그 뒤를 따랐다. - P72

 마침내 ‘간이식당‘이라는 흰 글자를 머리에 이고있는 초라한 몰골의 가게 창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유리창 위에는 ‘진저비어‘와 ‘진저에일‘이라는 두 단어가 흘림체로 쓰여 있었다. 커다란 푸른 접시 위에 잘라 놓은 햄 하나가몸을 드러내고 있었고 옆에 있는 접시 위에는 매우 부드러운 건포도 푸딩이 한 조각 놓여 있었다. - P73

"완두콩 한 접시에 얼마요?"
"1펜스 반이에요."
"완두콩 한 접시하고 진저비어 한 병 주시오."
들어오면서 실내가 잠잠해졌기 때문에 얌전한 티를 감출요량으로 짐짓 거친 말투를 썼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자연스럽게 보이느라고 모자를 머리 뒤로 눌러 썼고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았다. - P74

레너헌은 꾀죄죄한 처녀에게 2펜스 반을 지불하고 상점을 나와 다시 헤매기 시작했다. 케이플 거리로 접어들어 시청 쪽으로 걸었다. 그다음에는 데임 거리로 꼬부라졌다. 조지 거리 모퉁이에서는 친구 둘을 만나게 되어 걸음을 멈추고 얘기를나누었다. - P75

생각이 다시 바빠졌다. 콜리가 성공적으로 일을 성사시켰는지 궁금했다. 콜리가 여자에게 지금쯤 요구를 했을지, 아니면 끝내 얘기를 못 꺼낼지 궁금했다.  - P76

 둘이 멈추면 자신도 멈추었다. 둘이 잠깐 이야기를 나누더니, 젊은 여자가 층계를 내려가 어느 집의 지하 출입구로 들어갔다. 콜리는 현관에서 약간 떨어진 길모퉁이에 남아 있었다. 몇 분인가 지났다. 이윽고 현관문이 조심스레 살며시 열렸다. 웬 여자가 현관 계단을 뛰어 내려오더니 기침을 했다. 콜리는 몸을 돌려 그 여자 쪽으로 갔다.  - P77

콜리는 누가 부르나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전처럼 걸음을 계속했다. 레너헌은 한 손으로 어깨 위에 비옷을 걸치며 그 뒤를 따라 뛰어갔다.
"어이, 콜리!" 하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 P78

레너헌이 물었다.
"어찌 됐어? 일은 잘 풀렸나?"
둘은 일리 플레이스 모퉁이에 이르렀다. 콜리는 여전히 아무 대답 없이 왼쪽으로 틀어 옆길을 따라 걸어갔다 - P78

콜리는 첫 번째 가로등에서 멈추더니, 꼼짝 않고 앞을 노려보았다. (중략). 손바닥 위에서 조그마한 금화¹⁸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18) 소버린, 1파운드(=12실링)짜리 금화로 적어도 처녀의 예닐곱 주 급여에 상당하는 금액. - P78

작품 해설

제임스 조이스는 단순히 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를 넘어서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서도 드물게 큰 영향을 끼친 대작가이다. - P321

(전략). 다만 예술가에게 중요한 탐구와 표현의 대상을 삶의 외적인 양상보다는 인간의 내면 의식에 더 치중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서술 기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 P322

. 쉽게 말해서, 대중에게는 높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지만, 문학 전공자들에게는 더없이 주목해야 할 작가로 꼽히는것이다. - P322

세계적인 작가의 단편집 중에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만큼 널리 읽히고 또 예술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는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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