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에게도 역시 그 위대함이 숨어 있다


닮고 싶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어떤 일에든 열정적인 사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자. 그의 어떤 점이 가장 부러운가? - P12

 어떤 특징 때문에 그 사람을 존경하는가? 강한 멘탈, 포기를 모르는 의지, 인내심, 집중력, 평정심 등이 있을 수 있다. 혹은 다른 특징들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 P12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람을 보며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정상적인 심리 반응이다. 그러나 계속 부러워하기만 하면 타인이 나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선망의 대상과 닮아갈 수 있다거나, 심지어 그 사람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우상과 자신을 구분 짓고 우러러보는데만 익숙해지지 않았는가? 생각을 달리 해보자. - P13

 다른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보는 사람은 내면에 그 위대함을 똑같이 품고 있다. "내가 알아챌 수 있다면 나도 이미 그걸갖고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라. - P14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보석 같은 격언 중 하나를 명심하자. "스포츠란 90퍼센트의 정신력과 10퍼센트의 신체로 이루어진다." - P14

03
THE CHAMPION‘S MIND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라


어떤 선수는 승리를 위해 경기하고, 어떤 선수는 지지 않기 위해 경기한다. 어떤 선수는 시합 자체를 즐기지만, 어떤 선수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 P139

메달, 샷, 처음 따낸 포지션, 장학금, 후원금, 혹은 지금을 즐기거나 좋은 스코어를 내기 위해 게임에 임해야 한다. 지지 않으려고 하는 시합은 절대 이길 수 없다. - P139

•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게임은 공포가 기반이다. 승리하기 위해 하는 게임은 자신감에 근거한다.
• 지지 않으려고 경기를 하면 항상 당황하게 된다. 이기기 위해 경기를 하면 빈틈이 없다. - P140

• 지지 않으려고 하면 근육이 긴장하면서 실수가 발생하고, 이기려고 하면 긴장하지 않고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 - P140

미안한 기색 없이 승리를 취해도 괜찮다. 상대방을 큰 차이로 이기거나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선수도 있다.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원치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당신이 승리하면 안 될 이유나 지금상을 못 받을 이유가 있을까?  - P141

실패도 할 수 있다. (중략). 현명한 선수라면, 그저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경쟁하면 된다. 다른 선수가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당신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 P141

울로간의 힘


개인은 물 한 방울에 불과하지만 함께라면 바다를 이룬다.
-류노스케 사토로(시인)


팀의 성적을 최대로 끌어올릴 때도 태도가 중요하다. - P142

뉴욕 자이언츠에서 코치로 승승장구하던 시절, 빌 파셀스는 라커룸에 "아무도 탓하지 마라.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라. 직접 움직여라‘라는 슬로건을 붙여놓았다. 그의 간단명료한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 P143

‘정신의 로커‘에 모든 것을 두고 와라


연습하거나 경기하는 동안, 개인적인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 P144

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스포츠 모드를 끄면 그때부터 훈련이나 경기를 곱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이 아닌 삶의 다른 부분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면 다음 날 새로운 마음, 새로운 에너지로 운동할 수 있다. - P144

비장해지지 마라

긴장은 풀되 정신을 빠짝 차리고 있어야 최고의 성적이 나온다. (중략).
자신이 아닌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마라. 최상의 상태에 있을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을 드러내면 된다. - P145

정확한 타이밍을 기다려라

너무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십상이다.  (중략).
경기하는 종목이 무엇이건, 운명의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법을 배워야 한다. 엄격하게 훈련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결단력 있게 행동한다. - P145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라

경쟁할 때는 승리라는 ‘결과‘가 아니라 승리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라.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지금 시합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만 신경 쓰라는 것이다. - P144

훈련하고 준비하면서 과정을 어떻게 개선할지 관심을 쏟아라. - P146

중요한 것만 생각하라

운동선수들은 운동 방식을 복잡하게 만든다. 마치 스포츠가 충분히 복잡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공을 보고 쳐버려"처럼 생각이나 이미지가 최대한 단순해야 최고의 성적이 나온다. - P147

KISS 원칙을 떠올려라. "Keep It Simple and Straightforward."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만들라는 원칙이다. - P147

민첩하고 차분하게 움직여라

일이 잘못되거나 압박이 심해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걷는 속도, 말하는 속도 모두 영향을 받는다. 서두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럴 때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속도를 줄여야 한다.  - P148

성공 경험을 기억하라

(전략).
사람은 자신의 성과나 잘한 점보다는 잘못한 점, 하지 않은 일을 곱씹는 경향이 있다. 잘 치러낸 경기, 개인적인 승리 모두 힘들게 얻은 포상이다. 마음속으로 성공을 되살려서 잘한 일은 스스로 보상해주자. - P149

반전의 기회는 항상 있다

전반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후반전에 성적을 내면 된다. 챔피언은 후반에 치고 올라오는 데 도가 튼 사람이다.  - P149

악착같이 버텨라

어떻게든 일을 끝내는 방법은 있기 마련이다. 악전고투하는 경기도 언젠가 끝난다. 순위권에 올라가지 못했고,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더라도, 그날 경기를 어떻게 끝낼지만 생각하라. - P151

운동선수답게 굴어라

경기 현장을 중계하는 리포터라도 된 듯이 스스로에게 경기장면을 묘사하는 습관이 있지는 않은가? (중략). 마음속 실황 방송을 멈추지 못하면 실제 경기에서 한 발짝 멀어지고, 집중도도 떨어진다.
경기를 하는 순간에는 운동선수답게 굴어라. 코치, 부모, 관중의 역할을 추가로 맡지 마라,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자기분석 따위는 잊어버려라, 운동선수 모드로 돌진하라, 경기가 끝날때까지 내 성적에 대해 리뷰를 쓸 생각은 하지도 마라.  - P152

작은 분노를 활용하라

약간의 분노는 때로 좋은 약이 된다. 쾌락, 힘, 동기부여를 불어넣어 주며 불안감을 덜어준다. - P153

버럭 화를 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욕하거나 싸우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은 스스로에게 굴복하는 행동일뿐 아니라 스포츠맨십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분노를 드러내고 싶다면 좀 더 바람직한 방식으로 표출하자. - P154

마음속으로 노래를 들어라

훈련하거나 경기할 때 음악을 들으며 움직이거나 리듬을 타는가끔 지금 순간에 충실하며 집중하는 동시에 게임의 흐름을 타려면 근사한 음악을 들어라. - P156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경기에 집중하라

챔피언은 변명하지 않는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혹시라도 우수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봐 미리 쉬운 길을 택하려고 꼼수를 부리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씨가 되어형편없는 점수로 이어진다. 그런 결과를 피하려고 머리를 굴렸는데 말이다! - P158

이게 바로 나!

만족스러운 기록을 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하는가? 최대한 긍정적인 말을 건네보자. - P162

압박감을 다루는 방법


압박감은 마음의 문제다. 즉, 경기 당일 운동선수의 감정과 행동은 당시의 상황과, 운동선수가 그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압박감을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이는 선수가있는 반면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처럼 일종의 특권으로 해석하는선수도 있다. - P163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 머무르지 말고, 적금을 성공할 기회라고 생각하다 눈앞에 놓인 도점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많이 잃을 것※ 없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 P164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시업을 하거나 제자리에서 빨리 뛰거나 점핑잭(차렷 자세에서 뛰면서 발을 벌리고 머리 위에서 양손을 마주쳤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동작)을 60~90초간 반복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손이 덜덜 떨릴 것이다. - P165

자신의 재능을 믿어라

완벽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말자. 과대망상은 형편없는 기록을만들어낼 뿐이다. 그저 훈련받은 대로 몸이 움직이도록 내버려 둬라. 머리만 굴리고 있지 말고 집중해서 행동으로 옮겨라. - P165

04

THE CHAMPION‘S MIND

이기는 사람의 멘탈은
무엇이 다를까



지금까지 정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런 방법은 챔피언의 마인드를 갖기 위해 또는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P168

숙련되기 위해 훈련하라

운동선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포상, 감탄, 기타 칭찬 등을 좇는 자와 순수하게 스포츠를 좋아하고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자.  - P169

이와 반대로, 숙련가의 방식을 가진 스포츠 특기생은 대부분 순수하게 경기를 좋아하고, 성장하겠다는 내재적 보상에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필드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지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P169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당신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원인을 찾아라. 관중의 환호, 챔피언십의 트로피 등 승리가 주는 황홀함을 즐겨라. 하지만 진정한 동기부여는 내부에서 나온다. - P170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자기 자신이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가장 뛰어난 자신, 혹은 금메달에 맞먹는자신의 모습과 싸운다는 것이다. 은메달이나 동메달로 만족하는 태도는 안 된다. - P171

할 수 있을 때 한껏 빛나라

(중략). 경기에서 빛날 수 있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간은 계속 지나간다. 목표와 열정을 항상 새로이 새기면서 한 걸음을 더 가라.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하고,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 P172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게 하라

꾸준히 노력하면서 이기려는 태도로 매진하라. - P172

굳건하게 자신을 믿어라

(전략).
건설적인 비판에서 배우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아는 이들은 남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낼 때에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 P173

한계를 관리하라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한계점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라. (중략). 한계나 제약이 자신의 야망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려고 노력하라. 진정한 챔피언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 P174

경기 중에 실수를 곱씹지 마라

경기 중의 실수는 재빨리 잊어라. 상대방과 계속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시합, 예를 들어 권투나 농구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계속 실수를 곱씹다 보면 또 다른 실수가 나오고, 설상가상으로 훨씬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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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사카키바라 료는 딱 한 번, 그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들려온 것은 철문을 여는 중저음이었다. - P9

발자국 소리가 다가올수록 사카키바라의 두 무릎이 덜덜 떨려왔다. 그와 동시에 찐득한 땀에 젖은 머리가 의지의 힘에 저항하며 천천히 바닥을 향해 수그러지기 시작한다.
타일을 힘껏 밟는 가죽 구두 소리가 점점 커졌다. - P10

"190번, 이시다."
낮은 목소리가 190번을 불렀다.
경비대장 목소리인가?
"마중 왔다. 나와라."
"네?"
되물은 목소리는 생각보다 얼빠진 음향으로 들렸다.
"저요?"
"그렇다, 출방이다."
돌연 주변이 고요해졌으나, 정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 P10

사카키바라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구역질을 참아냈다.
한참을 지나 잡음은 약해지고, 신음 소리와 오열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도 다시 행진하기 시작한 구두 소리와 무거운 짐을 끄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멀어져 갔다. - P11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싹하다. 사카키바라가 도쿄 구치소의 사형수 감방, 통칭 ‘제로구역‘ 에 수감된 지 3년째 되는 해에 일어난 일이었다. - P11

사카키바라는 백화점 봉투를 붙이던 일손을 멈추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독방 크기는 1.5평도 채 되지 않는다. 싱크대와 변기가있는 자리를 빼면 생활 공간은 겨우 1평이다. - P12

다음은 언제일까.
사카키바라는 바깥공기를 들이마시며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저승사자가 그의 방 앞에 멈춰 서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 P12

나는 처형당하고 마는 걸까?
전혀 기억에도 없는 죄로 인해서.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사카키바라는 좌탁 앞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오전 11시. ‘마중 올‘ 시간은 아니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목숨이 보장되어 있을 터였다. - P13

사카키바라는 노역을 재개했다. 유명 백화점 로고가 들어간 종이를 접어 풀로 붙인다. 시간급 32엔, 월급으로 환산하면 5000엔정도 되는 일이다. 그래도 문구류나 과자, 옷과 같은 본인 구입품을 살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 P13

사카키바라의 가슴에 희망이 솟아올랐다. 이는 사형수 감방에 수감된 이후 7년 동안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강렬한 빛이었다.
지옥의 입구에서 되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4

제1장

사회 복귀



"하나, 일정한 주소에 거주하며, 정규 직업에 종사할 것."
(중략).
"하나, 지속적인 선행에 힘쓸 것"
동료의 낭독을 듣는 미카미 준이치는 이미 죄수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부동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에는 가석방 허가결정서를 쥐고 있다. (중략).
"하나, 범죄성이 있는 자, 혹은 품행이 불량한 자와 교제하지않을 것"
준이치는 서약서를 낭독하는 동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 P15

"하나, 주거를 옮기거나 장기간 여행을 할 경우 사전에 보호 관찰자의 허가를 구할 것."
마츠야마 형무소 보안 본부 회의실에는 이외에도 소장 이하 직원이 열 명가량 참관하고 있었다. - P16

"하나, 한 달에 두 번, 보호사 또는 보호 관찰관을 면회하여 근황을 보고할 것"
준이치는 눈을 내리깔았다. 복역 기간 동안 느꼈던 의문은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 자신은 진정 죄를 저지른 것인가. 그 행위를 죄라 말한다면, 2년 남짓한 복역 생활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 - P16

문득 얼굴을 들자, 정면에 서 있던 교도관 한 명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름이 난고라는 40대 간수장이었다. (중략).
"앞으로 위의 준수 사항을 지켜 건전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러나 난고가 왜 그렇게까지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는지, 준이치는 신기하게 여겨졌다. - P17

"이번 복역 생활이 너희들에게는 길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더블 단추가 달린 짙은 감색의 제복을 입은 소장이 마지막 훈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진정한 갱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너희들이 교도소로 돌아오는 일 없이,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갱생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날까지, 사회 복귀의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이곳에서 배운 것을잊지 않고 잘 해내기 바란다. 이상. 축하한다."
이번에는 회의실 전체에 성대한 박수가 울려 퍼졌다. - P18

준이치는 아버지 쪽으로 향했다. 다자키도 부모로 보이는 초로의 부부 쪽으로 뛰어갔다.
미카미 도시오는 아들을 맞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주먹으로 으샤! 하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곁에 있던 교도관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래 걸렸구나."
도시오는 준이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치 자신이 형기를 마친 것처럼 한숨을 섞어 말했다. - P19

난고 쇼지는 구원받은 심정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밝은 표정을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석방자가 문을 나서는 광경을 좋아했다. 자기 직무에 대한 사명감은 열아홉 살 때 법무 사무관 간수로 임명받은 지 고작 1년 만에 사라졌다. 그 후 30년 가까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출소 풍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저 범죄자가 갱생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P20

이제까지 몇 번이나 읽은 서류이기는 했으나, 난고는 표지를 넘겨 분류 조사표에 기록된 미카미 준이치의 개인 정보와 뒤이은 공소사실을 다시 읽었다. 최종 확인을 위함이었다.
준이치의 출신은 도쿄였고, 가족 구성은 부모와 남동생. 2년 전범행 당시 25세였다. 죄상은 상해치사로 1심 판결 후로는 공소하지 않고 미결 구류 기간을 포함한 징역 2년의 실형 판결 확정. 수형자 분류 규정에 의해 YA급 (26세 미만의 성인으로 범죄 경향이 진행되지 않은 자)으로 분류되어 도쿄 구치소에서 마츠야마 교도소로 이관되었다. - P20

"뭘 열심히 읽고 있나?"
갑자기 묻는 말에 난고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총무부장 스기타가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계급은 난고보다 하나 위인 부교정장으로, 제복 소매에 금으로 된 두 개의 선이반짝이고 있다.
"229번 가석방에 문제라도 있는 건가?"
229번이란 준이치에게 붙여진 점호 번호다.
"아뇨, 헤어지는 게 좀 서운해서 그렇습니다."
난고는 농담으로 얼버무리기로 했다. - P22

1999년 8월 7일 오후 8시 33분, 사건은 느닷없이 발생했다. 현장은 도쿄 하마마츠 역 인근에 있는 식당이었다. 술을 마시고 있던 25세의 사무라 교스케라는 손님이 가게 안쪽에 있던 준이치에게
"뭐 불만 있냐?" 하고 갑자기 시비를 걸면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때 먼저 시비를 건 게 사무라 교스케였다는 것, 그리고 그 전까지 두 사람은 5미터 떨어진 테이블에 각자 앉아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이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뒷받침되어 있다. - P23

이윽고 주인이 테이블에 도달했으나, 격투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후에 재판에서 주인은 이때 일을 이렇게 증언한다.
"상대방을 해치려던 것은 피해자 쪽이었고, 피고인은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준이치는 사무라 손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 P24

거기까지 읽은 난고는 담배를 비벼 끄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경스럽기는 하나 아무래도 쓴웃음이 나오고 만다.
싸움이 원인인 전형적인 상해치사 사건이다. 재수없는 인간이이런 사건에 휘말리는 법이다. 공소 사실로 판단하자면 실형 2년은 조금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집행 유예라도 이상할 게 없는 사례다. - P25

준이치의 경우, 재판에서 최대 쟁점이 된 것은 가방 속에 있던휴대용 칼이었다. 이는 매우 불리한 증거였으나, 가업을 돕던 준이치가 평소에도 미세 작업에 칼을 사용하고 있었던 점, 그리고갓 구입한 칼이 가게 포장지에 싸인 채 가방 안에 있었던 점이 운좋게 작용했다. - P25

 "살의가 있었다면 칼을 사용했을 것이다."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그 이전의 입건 단계에서 도검법 위반에 의한 소추도 면했던 것이다. - P26

난고가 229번 수형자에게서 느낀 것은 손득을 계산할 줄 모르는 순박하고 투박한 성격이었다. 신상 대장을 정독하고 나자 그런 인상이 더욱 강해졌다. 소년의 모습이 남아 있는 풍모나 항상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듯한 눈동자.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일으킨고작 열흘간의 가출도 한결같이 여자 친구를 좋아한 결과였으리라.
지금 난고는 반년 전에 있었던 교도관 회의를 머리에 떠올렸다.
그때 준이치는 교화사(종교를 통해 수형자를 교화하는 직업)의 면회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종교에 기대지 않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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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이성의 끈을 꼭 붙든 영웅들

영웅이 으레 그렇듯이,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 Stanislay Petrov라는 이름은 유명하지 않다. 아는 사람도 적고 기념비도 없다. - P8

이유가 궁금한가? 1983년 9월 26일에 페트로프는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방공군 중령이자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세르푸코프-15 벙커의 총책임자였다. (후략). - P8

당시 로널드 레이건 Ronald Reagan 미국 대통령이 소비에트연방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 두 초강대국의 관계는 벼랑 끝전술로까지 치달았으며, 양 진영의 권력층에서는 은밀하게 핵전쟁의 가능성을 실제로 상정하는 속삭임이 퍼졌다. 두 경쟁국 군사령부의 놀라운 화력은 과장할 필요가 없었다.  - P9

 여러 가능성을 가늠해본 페트로프중령은 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더 그럴듯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령의 추론은정확했고, OKO가 본 불길한 미사일은 낮은 구름이 반사한 빛을탐지기가 잘못 해석한 것이었다. - P10

인 핵전쟁으로 인한 전멸을 막았다. 페트로프 중령은 전 세계의영웅으로 추앙받아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는 위기 당시의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는 명목상의 이유로 오히려 문책받았다. (중략). 사실 러시아군 사령부는 최첨단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자 당황해서 비난을 피하기 바빴다. - P11

3장

가당찮은 추론


광고와 사기꾼에게 속는 사람들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소중하고 사소한 것들은 타인의 이야기만큼이나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우리는 타인의 경험에 의존하며, 이야기와 일화를 세상과 모든 불확실성을 분류하는 심리적인 지름길로 활용한다. - P83

이런 측면은 일화에서 나오는 논쟁의 또 다른 이름인 생생함을 오도하는 오류the fallacy of misleading vividness 혹은 일화적 오류anecdotal fallacy에 반영된다 - P83

일화적 정보는 거짓 긍정 반응에 놀라울 정도로 취약하며 거짓 ‘긍정‘ 반응은 현실을 왜곡한다. - P84

광고부터 뱀 장수까지, 우리를 속이는 것들

개인의 일화를 활용해서 인간의 선천적인 감수성을 손쉽게 착취하는 명확한 실례가 바로 광고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극찬하는 추천 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 P84

 전형적인 사례로 2006년 화이자의 콜레스테롤 억제제 리피토 광고를 들 수 있다. 이 광고는 인공심장을 발명한 로버트 자빅 Robert Jarvik을 내세웠다. 자빅은 카메라를 향해서 "나도 의사지만콜레스테롤을 걱정한다"라고 말한 뒤, 이 약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 P85

미국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가 조사에 들어가자 자빅은 회사 광고에 출연하기 전에는 이 약을 먹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유타대학교 전 동료는 공식적으로 자빅은 인공심장 발명자가 아니며, 인공심장 발명자라는 명예는 빌럼 콜프 Willem Kolff와 데츠조 아쿠츠Tetsuzo Akutsu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P85

이런 일은 흔하다. 대부분 거래 사이트에서 온라인 리뷰가기준이 된 정보 시대에, 가짜 리뷰와 돈을 받고 쓴 추천 글은 사라지지 않는 골칫거리다. 전자 상거래는 수상쩍은 리뷰들로 병들었다.  - P86

온라인 평점도 조작하기 너무나 쉬워서 악명이 높다. ‘덜위치의 오두막‘은 2017년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런던 식당이다. (중략). 이곳은 작가 우바 버틀러 Oobah Butler가 장난삼아 만든 식당으로 그는 가본 적도 없는 식당의 리뷰를 써주고 돈을 벌었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 P86

프랑스어 ‘charlatan (돌팔이 의사)‘은 1600년대에 나타났으며 잘 짜인 연극을 이용해 약을 팔러 다니는 행상인을 가리키는 경멸적인 단어다. ‘quackery (엉터리 치료사)‘는 최소 200년은 된 네덜란드어로 ‘quacksalver(사기꾼)‘, 즉 고약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 P87

경험담은 자료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넌지시 암시만 해온 것을 명확하게 언급할 필요가 있다. 모든 형식적 오류에 숨은 문제는 어딘가에 주장을 무효로 만드는 논리적 실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형식적 오류가 불합리한 추론(문자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이며 결론이 전제에서 도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 P90

생생한 경험담도 공포를 일으키고 전염병을 부채질하는데, 이는 사람들의 상상이 단순한 통계보다 파급력이 훨씬 더 크기때문이다. (중략). 이를 기저율 오류 base-rate fallacy라고 하며 숨겨진 진실을 평가하지 않고 하나의 사례에서 곧바로 결론으로 도약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가리킨다.  - P90

. 20~21세기에 걸쳐 암 발생률이 심각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 P90

(전략), 인구의 절반이 평생 한 번은 암에 걸린다. 이는매우 놀라운 결과로, 많은 사람이 희생양을 찾아 헤매며 유전자변형 식품부터 백신까지 온갖 것을 탓하기 쉽다.*


* 이런 근본적인 공포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기만적인 사람은 너무나 많다. 이런 사례는 나중에 살펴볼 것이다. - P91

이처럼 보이지 않는 사례를 무심코 간과하고 성공 사례에만 근거해서 결론을 내리는 오류를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이라고 한다. - P92

불안과 슬픔을 이용하는 심령술사들


일화적 오류와 밀접하게 관련된 수상쩍은 논리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오류는 일화적 오류와 구별하기 힘들 때도 있다. 일화적오류가 자동차라면 불완전 증거의 모순fallacy of incomplete evidence 혹은 체리피킹 오류cherry-picking fallacy는 그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 P93

전형적인 사례로는1997년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과 도널드 웨스트Donald West 가 연구한 결과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대학생과 스스로 심령술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해결한 범죄 사건과 관련된 물건을 주고 해당 범죄의 세부 사항을 물었다. 심령술사라고 주장한 집단은 대학생 집단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두 집단 모두 우연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지도 못했다 - P94

그러나 시장은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설문 응답자의 대략 60퍼센트가 "초능력자는 존재한다"라는 문항에 동의했고, 영국 인구의 23퍼센트가량은 심령술사와 상담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 P94

체리피킹이나 인상적인 경험담 조작에 특히 능숙한 사람은돈을 벌 수 있다. 해롭지 않은 도락으로 여길 수도 있고 냉소가는 얼간이라든가 그 혹은 그녀의 돈에 관해 툴툴거릴지도 모르지만 많은 심령술사는 불안감과 유족에게서 이익을 얻는다. - P95

실비아 브라운Sylvia Browne은 1974년부터 사망한2013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심령술사다. (중략). 사실 브라운이 참여한 사건 35건 중에서 21건에 제공한 정보는 너무나 모호해서 쓸모가 없었다. 나머지 14건은브라운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경찰과 유족은 주장했다.
(중략). 2002년에 린다 매클러랜드LyndaMcClelland가 실종되자, 브라운은 낮 시간대 프로그램에 나와 린다의 사위 데이비드 리파스키 David Repasky에게 린다가 이니셜이 ‘MJ‘인 남성에게 납치당했으며 곧 살아서 구조되리라고 말았다. 2003년에 린다의 유해는 3.2킬로미터 밖에서 발견되었으며 법의학 수사 결과 다른 누구도 아닌 리파스키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 정도는 사소한 착오였다. - P96

이것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오류로 밝혀진 소수의 사례일뿐이다. 브라운은 명중률이 87~90퍼센트라고 주장했지만 ‘몬텔윌리엄스 쇼‘에서 그가 말한 예언을 분석한 결과 명중률은 정확하게 0이었다. - P97

슬프게도 브라운만이 아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심령술사존 에드워드John Edward는 제임스 랜디가 그를 시험할 때 비틀거렸다. ‘모스트 헌티드 Most Haunted‘에 출연한 심령술사 데릭 아코라DerekAcorah는 완전히 허구의 인물인 크리드 케이퍼 Kreed Kafer의 영혼과대화한다고 주장한 심리학자 키아란 오키프 Ciaran O‘Keeffe에게 속아서 유명해졌다. 크리드 케이퍼는 ‘데렉 페이커 Derek Faker‘ (데렉은 사기꾼이라는 뜻이다. 옮긴이)의 철자 순서를 바꾼 말이다 - P98

그들의 예언은 왜 통하는가

어쨌든 이런 사기꾼들의 은행 잔고와 추종자 수는 매우 양호하다. 그러나 심령술사가 우연보다도 확률이 낮은데도 왜 수요는 여전할까? 답은 대개 체리피킹 때문이다. - P99

또한 심령술사는 무지개 전략을 활용해서 위험을 상쇄할 수있으며, 이때는 대상에게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동시에 부여하는 상투적인 말이 동원된다. (중략). 이 화법은 실제로 누구에게나 통하며 타인에게 영향을 받기 쉬운 청중이나 추종자에게는 더 명확한 일화적 증거를 제공한다. - P99

샷건 화법은 다음과 같다. "남자가 보여요, 심장 문제로 사망했어. 아버지인가... 아버지처럼 보이는데... 아니, 할아버지, 삼촌, 사촌이나 형제인가... 가슴 통증이 확실하게 느껴지네요." 여러 남성을 거론하면 그중 들어맞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고, 그럴 가능성이 큰 이유는 서구 사회 남성의 거의 절반은 심장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합리적인 독자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 P100

논리에서 저지르는 실수만 수상쩍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략). 이를 비형식적 오류 informal fallacy라고 한다. 모호한 전제는 온갖 의심쩍은 결론을 실어 나르는 수사법상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  - P101

그전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보조정리 (논리의 디딤돌) (다른 정리를 증명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증명된 명제. 옮긴이)가있다. (중략). 잘못된 추론도 옳을 수 있으며, 논거가 빈약하다고 해서 항상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이 오류는 논리에 대한 논증argumentum ad logicam, 오류의 오류fallacy fallacy라고 부른다.  - P101

논증을 파훼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논증을 둘러싼 분노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주장을 평가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잘못된 추론에서 타당한 결론이 나오기도 한다. - P102

2부

진실은 단순하지 않다.

4장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산다

비타민C 만능설과 바이러스 감염, 독일의 패전


추위에 덜덜 떨면서 일한 여러분에게 친구가 건강을 위해 선의로 비타민C를 추천한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 P105

냉소적인 사람이었다면 깊이 의심하거나 뻔한 돌팔이라며이 조언을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폴링은 의심하지 않고 스톤의 조언을 따랐다. (중략). 엄청나게 열광한 폴링은 수년 동안 꾸준히 비타민C 복용량을 늘렸고, 하루에 1만 8000밀리그램을 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 P106

그러나 폴링의 열성적인 전도는 한 줌의 경험담을 제외하면고용량 비타민C가 실제로 유익하다는 확정적인 근거가 없었다. 1971년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America Medical Association》에서 의사프랭클린 빙 Franklin Bing은 폴링의 저서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그가 증거 없이 주장하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많은 일반인은 저자의 책 내용을 믿을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 P106

폴링은 결국 1994년에 사망했지만,* 비타민C에 관한 그의 주장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고 사라질 기미가 전혀 없다. 실제로 고용량 비타민C 복용은 유익하기는커녕 추천하지 않는다.

* 아흔셋에 사망한 폴링의 장수에 비타민C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훌륭한 건강관리와 행운의 유전자가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2016년에 옥스퍼드 울프슨대학교 펠로우 만찬에서 영광스럽게도 병리학자 마이클 엡스타인 경 Sir Michael Epstein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아흔다섯이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정신도 명료하고 신체 건강도 훌륭했다. 다른 동료가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때, 엡스타인 경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비결은 올바른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지." - P107

 특정 개념의 모호한 본질은 혼란을 일으키며, ‘전문가‘라는 말 역시 혼란을 일으키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 P108

권위가 주는 오류

(전략). 그러나 상황이 언제나 명확하지만은 않으며, 폴링이 입증했듯이 한 영역의 전문가라고 해서 다른 영역에서도 전문가인지, 심지어 분별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 P108

권위에 의한 논증argument from authority은 인정받은 권위자의 지지를 활용해서 결론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문가는 오류가 없다는 가정에서 나오는 심각하고 때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 P109

권위에 의한 논증은 전형적인 비형식적 오류다. 이 오류는 논리가 타당하더라도 논증의 전제가 부주의할 때 일어난다.  - P109

인간을 표현하는 방법을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게 제공하는 만큼 언어는 미심쩍은 추론이 숨어들 틈도 똑같이 다양하게 열어놓았다. 권위에 의한 논증은 획일적인 전문지식의 변치 않는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지식의 최전선이 빠르게 요동칠 때면 무너진다. - P110

(전략). 제멜바이스는 다면적인 질병의 복잡성을 단 하나의 원인 탓으로 돌리는 중대한 과학적 오류를 저질렀다. 기형적이며 환원주의적인 렌즈를 통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그의 고집은 그가내린 많은 결론이 그릇된 방향으로 향하게 했다. 우연이지만 제멜바이스의 이야기는 치명적이며 흔한 또 다른 오류, 즉 단일 원인의 오류fallacy of the single cause 혹은 환원 오류reductive fallacy를 보여준다. - P114

소문을 믿다

보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이야기,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에서는 이는 규칙보다는 예외가 되기 쉽다. 
- P114

제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던 1918년에 독일군 육군 최고사령부의 고위 장교는 사실상 군사 독재자였다. 서부 전선에서 루덴도르프 공세가 끝날 무렵, 독일군 고위 장교가 봤을 때 전쟁에 패하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 P115

 독일의 패배는 후방에서 독일의 파멸을 모의한 반역자들 탓이라는 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 소문을진짜라고 믿었고, 이 중에는 에리히 루덴도르프 Erich Ludendorff 장군처럼 상황을 잘 알았을 인물도 있었다.  - P115

. 이 편리한 허구는 곧바로 숨은 반역도를 비난했고, 독일 사회는 이 소문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비도덕적인반역자의 정체는 믿는 사람의 편견에 따라 볼셰비키, 공산당원, 반전주의자, 노동조합원, 공화당원, 유대인 등 다양했으며, 때로는 혐오 대상이 모두 섞여 있을 때도 있었다. 이 소문은 국수주의자에게 반향을 일으키면서 리하르트 바그너 Richard Wagner의 오페라<신들의 황혼 Görterdimmerung>에서 하겐이 지크프리트의 등을 창으로찌르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 P119

물론 배신자 때문이라는 단순한 설명은 전혀 실속이 없었고, 독일 안팎의 학자들도 철저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진실로 자리 잡을 때, 진실성의 결여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소문을 믿는 사람들은 악의적인 요소에 의해 ‘배신자‘로 추정되는 사례만 체리피킹했다. - P117

소문으로 불붙은 인간성의 말살은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불가해하며 의도적으로 무고한 생명을 파괴하는 근거가 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무렵에 유대인 약 600만 명이나치 제국에 의해 체계적으로 처형당했고, 이외에도 나치 조직의 ‘최종적 해결(나치 독일이 행한 유대인의 계획적 말살. 옮긴이)‘ 작전에서 최대 11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 P118

거짓 딜레마의 비열한 역사

인과적 환원 오류는 무수히 많은 유형이 있으며, 아마 이중 가장흔한 것은 거짓 딜레마 혹은 흑백논리일 것이다. 이 오류는 선택항목이 바다만큼 많아도 극단적인 두 개 중 하나만 고르라고 주장한다. - P119

흑백논리는 연설가의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암묵적으로(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게) 적으로 간주한다고 암시한다.
터무니없지만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며, 경계심이 부족한 사람들을 연설가가 바라는 방향으로 꼭두각시처럼 조정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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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드라마는 지루한 것을 잘라낸 인생이다."

-알프레드 히치콕

(중략).

영화가 탄생한 초기, 할리우드 꿈의 공장 Hollywood Drean Factory‘은 판타지 장사를 실현했다. - P11

심리학적 접근

시청각적 차원에서 생활매체보다 더 광범위한 영화의 본질적 매력은,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매우 강력한 심리적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 P12

영화는 관객의 무의식 깊은 곳에 접근하여, 그들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 이미지와 캐릭터, 그리고 이야기를 창조하고 이해하는 심리학적 접근은 영화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 P12

당신의 관객을 알라

(전략).
창조적 해석과 추정을 주로 다루는 어떤 과업이란 본질적으로 주관적이며, 따라서 그것은 객관적인 과학이 아니다. 진정한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라…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학과 시나리오 쓰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두 - P13

이 책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이 책은 우선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모든 영화창작자, 심리분석가, 영화분석가, 심리학 전공자 또는 영화학을 전공하는 모든 학생들, 그 밖에 이 분야에 단순한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흥미를가질 수 있는 통찰력과 이론을 제공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시나리오 작가라면, 이 책은 각본을 발전시켜야 하는 어떤 단계에서든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각본으로 써낼 아이디어가 없다면, 신화와 드라마, 그리고 영화에 등장했던 고전적 주제와 캐릭터를 접속시켜 주고, 아이디어나 이야기의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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