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말하다

한국인은 외국에 나가면 관심을 많이 받고, 스스로 애국자가 된다. 필자도 캄보디아에 침 사역 의료 봉사 선교로 1년을 있으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많이 느꼈다. - P15

한국 선교사들이 들어 간지 30년이 넘은 이곳 캄보디아 사람들은 왜 아직도 선교사들을 의지하며 변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나라 70년대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 P15

한국인에 대한 연구물들을 통해 한 곳에 집중된 시대와 주제로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필자는 한국인에 대하여 다양한 분야의 특별한 관점에서 소개함으로 문화적, 사상적, 역사적, 그리고 기독교 관점에서 접근해 이해하기 쉬운 한국인에 대한 종합 설명서로서의성격으로 한국인을 집필하게 되었다. - P16

110여년 전 일본의 침입으로 인한 억압 속에 있었고, 지난 75여년전 전쟁의 폐허로 극도의 빈곤 상태에 있다가 지난 30년 사이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기적을 이룬 한국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럴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왔을까? 평소에 죽일 듯이 서로 싸우면서도 위기를 당하면 하나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P17

그래서 우리나라를 한마디로 표현해 보는 작업도 해 보았다. 평균 IQ105를 넘어 세계 제일 머리 좋은 나라, 문맹률 1% 미만에 대학 진학률 75%가 넘는 세계 유일의 나라, 세계 선교사 파송 1위 및 봉사국 순위 4위의 해외 봉사의 나라, 지하철 평가 세계 1위 및 화장실 청결 세계 1위의 편리하고 청결한 나라, 행정 서비스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세계 최고의 나라, 배달 서비스 및 편의점 문화 최고의 나라, 건강 보험과 높은 의료 서비스 최고의 나라, 성형외과 및 미용의료 분야 세계 최고의 나라, 가장 단기간에 IMF를 극복해 세계를 경악시킨 나라, 미국 여자프로골프 상위 100명 중 30명이나 들어간 나라, 세계 10대 거대 도시 중 한 도시를 보유한 나라, 세계 4대 강국을 우습게 보는 배짱있는 나라, 인터넷, TV, 초고속 통신망이 세계에서 최고인 나라, 세계 3위의 허브 공항을 가진나라, D램과 낸드 플래시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나라, 선박및 조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나라, BTS, 블랙 핑크 등 글로벌 아티스트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나라, K드라마, K무비 등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인 나라이다. - P18

(전략). 한국인과 한국 문화의 시원을 찾고, 유구한 역사를 지키며 쌓아온 한국인의 사상적, 종교적, 심리적 특징을 정리하고, 또 한국인의 우수성과 저력을 확인하고, 특히 근현대사에서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을 찾으며 위대한 대한민국을 이룩한 한국인을 연구하고 정리했던 작업은 참으로 흥미롭고 의미있는 일이었다. (후략).


2025년 5월 임규석 - P19

01

민족의 기질을 말해주는 문화

민족 문화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다보니 더 여유롭고 품위 있게 살기 위한 방안으로 문화를 향유하게되었다. 즉 물질보다 정신을 찾게 된 것이다. - P22

1. 민족 문화

문화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형성한 삶의 방식과 그 산물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는 한 사회나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 신념, 규범, 관습, 언어, 예술, 기술, 제도, 지식, 의식주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며, 인간이 살아 나가는 데 필요한 생활 능력의 총체를 말한다. - P23

과거로부터 조선시대까지 신교(선도)와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고, 근대화 이후에는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P23

공동체 의식은 한국 전통사회에서 국가(민족)공동체, 향촌(부락)공동체, 가족공동체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 공동체를 형성하려 할 때 요구되는 것이 민족의식이고 애국심이다. - P24

 가족 공동체에서의 부모 존경과 봉양은 유교와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곡식을 자라게 해준 하늘에 대해 감사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 준 부모에게 감사하는 근본에 대한 보답 정신에서 유래하였다. - P24

2. 민족 문화의 형성

한민족의 주체적 민족 문화는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각 시대마다 융성한 문화적 전성기와 사회적 안정기를 이루었다. 신라의 화랑도는 유. 불. 선의 장점을 살려 최치원이 이를 현묘지도라고 칭송하기도 하였다. - P24

 조선 말기에 개인의 인간성과 민족을 회복하려는 실학이 나타났으나 유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또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사상을 표방한 동학이 한민족이 추구할 자주적 이상을 설정하였으나 서구 근대 문물과 제국주의적 침략 앞에 굴복하였다. - P25

4. 결론

미국의 헌팅턴 교수는 1960년대 87불의 국민소득이 비슷했던 다른 나라와 다르게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가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라고 하였다. - P27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공동체의 우리를 중요시하고 한민족의 포용적 종교심과 단일민족 의식을 가지고 산다. 우리 민족의 문화 기저에 고조선의 홍익인간 정신, 고려의 자주정신, 조선의 훈민정음 정신, 일제 때 혼과 얼의 민족정신, 그리고 오늘날 세계 문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 P27

03
어진 민족이 살아온 일상의 삶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어떻게 살아왔을까? - P38

1. 우리나라에 대한 고대 기록우리나라의 고대 생활상은 고대 중국 사서에 나오는 기록을 통해 알 수있다. 산해경에 ‘양보하기를 좋아하고 다투지 않는다‘, (후략). - P39

2. 우리나라의 명절

우리나라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가면서 꼭 치러야 하는 통과 의례인 관혼상제를 중시했다. - P39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한 자연 환경 속에서 농경 정착 생활을 하며 자연에 대한 경배와 두려움, 조상에 대한 숭배와 추모, 곡식 수확에 대한 추수와 감사, 새해와 새 계절에 따른 의식이 복합되어 명절이 만들어졌다. - P40

3. 일상의 삶(의복과 음식)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삼베와 모시의 올을 촘촘히 짜거나 몇 겹으로 겹쳐 만든 옷을 입었다. (중략). 비단은 너무 비싸 귀족층에서만 사용되었고, 무명은 고려 후기 수입되어 15세기 목화 재배가 장려되면서 확대되어 모시와 삼베를 제치고 깨끗한 백의의 무명이 평민 옷감으로 자리 잡고 각종 세금으로 대용되기도 하였다. - P41

우리나라 음식은 중국이 돼지고기 중심의 볶고 튀기는 것이나 일본이 생선을 다듬어 먹는 것과 다르게, 채소를 기본으로 삶고 끓이고 무쳐 밥과 국과장과 김치를 기본 상차림으로 하였다. - P41

우리나라 음식의 또 다른 특징은 발효이다. - P41

(전략). 또 17세기 일본을 통해 전래된 고추를 반찬으로 먹다가 고추 재배가 널리 확대되면서 고추에 찹쌀가루, 꿀, 육포, 대추, 배 등을 섞어 삭혀 발효시킨 고추장을 만들어 먹기 시작하였다.  - P42

18세기 중국에서 배추가 들어오면서 침채가 딤채, 김치라는 말로 바뀌었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향신료(파, 마늘, 생강, 부추), 채소(무, 미나리, 쑥갓), 과일(대추, 배, 밤), 젓갈국물(낙지, 굴, 해산물, 새우젓을 넣어 버무려 만든 속 재료를 배추에 골고루 집어넣고 겉잎을싸서 보관하여 발효시킨 것이다. - P42

4. 생애 의례

조선 사대부의 여인이 임신하면 태교를 매우 중시했다. 음식은 고르게 썰어 먹고, 자리를 반듯하게 깔아 가운데 앉고, 무거운 짐을 들지 않고, 험한 길을 걷지 않으며, 위태로운 냇물을 건너지 않고, 높은 마루에 올라가지 않으며, 질투, 음탕, 부정한 말을 하지 않았다. - P43

남녀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혼인을 치루는데 고려시대까지는 자유연애가 허용되었지만 조선시대에는 중매로만 혼인이 성립되었고, 조혼 풍습이 있어 신랑 10세, 신부 15세 무렵 혼인하였다.  - P43

고려시대 때까지만 해도 가정과 사회활동에서 여성이 그 지위와 호주와 상속 등이 보장받았는데, 조선시대 들어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와 성리학의 법도에 따라 남존여비, 부부유별의 윤리로 여자는 이름도 없이 심한 차별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근대 시기에 들어 일부일처제가 정착되고 여성에게 보통 선거권이 주어지면서 사회적 지위와 차별이 없어지게 되었다. - P44

5. 상례와 제사

우리나라에 유교 문화가 정착되면서 상례와 제례가 엄격하게 준수되였다. - P44

. 제사 예식은 가정과 당색과 지역마다 예법이 다르긴 하지만 축문 쓰는 것, 절하는 것, 제상 차리는것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점차 형식화되어 복잡해졌지만 근대에들어 간소화 운동에 따라 차츰 정리되었고, 상황에 맞는 최소의 예법으로 치루어지지만 그 기본 정신과 절차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 P45

6. 결론

공자는 논어와 예기에서 ‘군자가 동이에서 태어나도 어찌 군자가 아니겠는가?, 동이는 대체로 예의가 있다‘라고 하여 동의가 예의를 잘 지키고덕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 P45

특히 조선 500년간 유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굳어진 관혼상제의 생활 습관은 지금도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기를 가질 때 바른 몸가짐을 요구하는 태교로부터, 남녀가 성인이 되는 관례와 계례는 현대 성년의 날인 5월 셋째주 월요일을 기념하고 있다. - P46

. 현대에는 점차 개인주의와 간소화 경향이 강해지면서 가정마다 방식이 다양해지고 기독교와 천주교 등에 따라 제례예식이 변형되거나 축소되어 가고 있다. - P46

06

한국인 곁에 함께한 사찰에 깃든 불교 정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교 신앙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불교 신앙을 갖지 않아도 산세에 있는 사찰을 많이 찾는다. - P65

1. 사찰과 진입 공간

사찰의 원래 명칭은 범어의 승가람마에서 따온 가람이었다. - P66

사찰에서 처음 대하는 것이 당간지주이다. 당간은 사찰 위치나 행사를 알리기 위해 깃발 형태의 당을 꼭대기에 걸었던 것인데, 이를 지지하기 위해 세운 것이 당간지주이다.  - P66

2. 법당과 불상

법당은 불법을 설하는 집으로 신앙의 대상인 부처나 보살을 모시고 예배하는 모든 전각을 말한다. 사찰마다 중심 법당에 모신 부처님에 따라 그 사상을 대표하게 된다. - P67

 미륵전은 우리나라의 미륵신앙이 전통 민간신앙과 연관하여 가장 많이 예배하는 친숙한 법당이다. - P67

3. 석탑과 범종각

금당 앞에 서있는 탑은 범어로 스투우파라 하며, 한자어로 탑파라 하는데, 석가모니가 열반한 후 그 유품과 사리를 보관하기 위해 둥근 원형으로 세운데서 유래한다. - P68

삼국시대에는 1금당 1탑이었지만 통일신라 이후 1금당 쌍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P68

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장골처이기도 한데, 가장 오래된 부조는 원주 법흥사지의 염거화상탑(884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다. - P68

4. 결론

사찰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불교 신앙을 갖지 않았어도 친숙한 공간이다. 한국인의 생활 주변에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불교 사찰을 가끔 찾게 될 때, 신앙적 예불이 아니더라도 그곳에 깃든 불교 사상과 한국인의종교심이나 정서를 생각해볼 만하다. - P69

 우리나라의 불교는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상좌부 불교가 아니라 모든 중생의 구제를 강조하는 대승 불교이다 보니, 사찰의각 조형물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과 의미를 이해함으로 개인의 깨달음뿐아니라 대중의 구제를 이룰 것이라 여겨진다. - P70

07

유네스코에 등재된 16개의 세계유산

한 나라의 문화력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 P71

 우리나라는 16개의 세계유산 등재되었다. - P71

1. 세계유산의 기준


세계유산은 1960년 이집트가 아스완 하이댐을 만들면서 수몰 지역 내에 있는 누비아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세계 문화와 자연 유산을 보존하자는 움직임에서 시작하여, 1972년 파리 유네스코 총회 때 세계의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조약(세계유산 조약)을 채택하면서 이루어졌다. - P72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1) 탁월한 보편적 가치(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고 현재와 미래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화와 자연의 창의성, 가치의 교환, 독보적, 역사적 단계의 예증, 전통적 터전, 예술 문학작품과의 연관이 있는 것), 2) 진정성(다양한 속성을 통해 문화적 가치를 진실하고 신뢰할 만하게 표현된 것), 3) 완전성(문화, 자연의 속성들이 완전하고 온전하게 보존된 것)에 두고 있다. - P72

2. 불교 유산

(전략).
1995년 등재된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은 보관이 취약해졌을 때 특정문화의 특징을 잘 보관한 오랜 역사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증명하는대표적 사례이고, 실존하는 전통, 사상이 탁월한 예술과 문학작품과 직접 연관되어 등재되었다.
- P73

2018년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은 현존한 문화적 전통의 독보적이고 특출한 증거로 일곱 곳을 묶어 연속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는한국 특유의 선종 문화와 명산자락에 산사가 발달하여 오랜 기간 신자들의 신앙처이고 승가공동체의 수행 공간으로 보존되어 있어, 다른 불교문화권의 사찰과 구분되는 독창적인 고유문화가 강조되었다. - P74

3. 역사 유적 유산


2000년에 등재된 경주 역사유적지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일정한 문화권 내에서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반영하고, 현존하는 문화적 전통의 독보적이고 특출한 증거로 등재되었다. - P75

2000년에 등재된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 유적은 현존하는 문화적 전통의 독보적이고 특출한 증거로 등재되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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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무서운 상상


(전략). 하지만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단, 매우 무서울 수는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무서운 상상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 P127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예측이라는 단어는 물리학에서나 쓸수 있습니다.  - P127

다시 한번 말하지만, AI는 인간의 특정 능력을 대체하는 기계입니다. - P128

앞에서 다니엘 코코타일로의 2027년 AI 시나리오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2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년 안에는 우리 모두가 AGI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략).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AGI로 가는 단계, 그 첫 번째는 AI가 자동으로 코딩을 시작하는 겁니다.  - P129

그럼 이런 위험성이 있는데 왜 인공지능 연구를 계속할까요? 간단합니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작동하면 경제학의 ‘생산성 역설‘을 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 P130

인공지능 유토피아의
도래인가?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금 상상해볼 수 있는 건, AI를 넘어서 AGI가 등장하면 인간의 비효율성 때문에 발전이 없었던 문제들을 풀 수 있다는 것입니다. - P131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 기억할 수 있습니다. (중략). 그러면 이제 우리는 우주의 비밀도 다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인공지능 유토피아입니다. - P132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게 정말 유토피아일지에 대해서도 우리가 진지한 고민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 P133

(전략). 그렇게 해서 유토피아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더 이상 인간이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생각을 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진정한 의미에서 유토피아일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고민을 해볼필요가 있습니다. - P134

유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놓인
문제를


(전략). 샘 올트먼이 이미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는 AGI를 어떻게 만드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중략). . 하지만 AGI, 다시 말해서 기계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이건 더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닙니다.  - P135

샘 올트먼이 내린 결론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AGI를 가장 먼저 달성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세계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다.
두 번째, 반드시 미국이 가장 먼저 AGI를 달성해야 한다.
세 번째, 무슨일이 있어도 중국이 미국보다 AGI를 먼저 달성하는 건 막아야한다. - P136

다시 말해서,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주는 역할은 이미 데이터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P138

하지만 AGI가 지적 노동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이제 지적노동력도 대량 생산이 될 수 있는 미래가 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게 불러오는 것은 새로운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40

로마의 영광과 기본소득,
과거에서 미래를 읽는다

(전략). 산업이라는 게 죄다 사라지지는 않을텐데, 그러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은 뭘 하게 될까요? 물론 우리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 P141

찾아보니까 로마제국 시대에 한 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마는 초기에 공화국이었습니다.  - P141

(전략).
그런데 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터졌습니다. 로마의 비극은 놀랍게도 로마가 너무 성공적인 국가였다는데에서 기인했습니다. - P143

 뭐냐 하면, 계속 이기면서 전선을 확대해 나가다 보니 농한기에 원정을 나갔다가 도저히 농번기까지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도로망, 인프라로는 한번 원정을 나가면 돌아오는데 몇개월, 몇 년이 걸렸습니다. - P143

(전략). 남아있는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야 했습니다. 누구한테 돈을 빌렸을까요?
(중략).
모든 시민군의 가정이 다 이렇게 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들이 점점 많이 생겼습니다. - P144

(전략). 물론 정확하게 따지면 육체노동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당시 로마에서는 노예에게 시민권이 없었기에 현대인의 기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수밖에 없습니다. ‘로마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시민 개개인의 노동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었습니다.  - P145

 시민들이 노동을 하려야노동을 할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무료로 일하는 노예(aka. AI)가 있는데 보통 사람에게 노동을 시키고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 P145

결국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첫 번째, 로마 국가는 점점잘 살게 되는데, 중산층은 완전히 몰락해버립니다. 두 번째, 로마제국에서 실업률이 40% 정도로 치솟습니다. - P145

미국 역사학자들이 말하길, 2025년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딱 후기 로마 공화정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중략). 지금 아주 보수적인 학자들도 미국의 민주주의가 미국 공화정이 수십 년 안에 제국으로 대체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 P146

 기본소득이라는것이 현대에 와서야 탄생한 개념이 아니라, 로마에서 처음으로생각해 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중략). 말씀드린 것처럼 로마는 다른나라를 계속 정복하고, 지중해 권역을 죄다 손아귀에 넣을 정도로 번영한 부자 국가였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습니다. - P147

그런데 엔터테인먼트엔 문제가 있습니다. 무료로 제공되는데, 매일 보니까 순식간에 질려버립니다. (중략). 그런데 로마 중산층은 더 이상 자아실현을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 P149

기회가 되시면수전 손택Susan Sontag의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Pain of Others』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가 말하기를,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타인의 고통이라는 겁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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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가족은 어떻게
청년여성을 옭아매는가



가족위험
계급재생산의 열망과 강압적 통제


계급재생산을 향한 열망

(전략). 자살생각에 이르게 한 과거를 서사화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 특히아버지와 잦은 갈등을 빚었고, 이러한 갈등이 성장기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으며,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노동성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자기 자신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P25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성과중심주의로 나타나는 불안을 구성한 사회적 배경이다. 부모세대의 불안은 한국의 발전주의역사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 P26

그러나 착취적인 노동환경 속에서도 근면과 성실을 통해중산층적 삶을 살 수 있다는 국가의 약속은 일부 국민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 P26

이런 배경에서, 부모의 성과중심주의와 여기에서 비롯되는 비난과 비하가 청년여성들의 자살서사에서 흔히 등장하는 서사라는 점은 부모세대의 외환위기 트라우마가 아직도 현현하여 현재적 삶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 P27

나아가 ‘미래에 대한 불안‘은 복지가 미비한 한국사회의제도적 영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 다른 요인으로는 불안정한 청년 노동이라는 현실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3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 P27

한국의 산업화 모델에서 고안된 국민의료보험 등의 복지제도는 사회주의를 경계하고자 했던 서구사회와는 달리 소득재분배보다는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행해졌다. 정권의 친위세력을 배려함과 동시에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항하는 중산층 및 노동계급을 산업 현장에 다시 투입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¹ - P28

1장  가족위험: 계급재생산의 열망과 강압적 통제


1. 이연호, 《불평등발전과 민주주의》, 박영사, 2013, 280~311쪽. - P201

 복지제도에서 주변화된 노동자들은 노동소득이 없는 노후에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특히 가족의 지원마저 기대할 수 없는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빈곤층에 흡수된다. - P29

 생계부양자인 아버지의 경제적지원을 바탕으로 어머니는 노동소득의 일부를 부동산에 투기하여 자산을 증식하면서,⁴ 다른 한편으로는 자녀의 교육을 관리하는 젠더적 실천을 통해 노후의 부재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대체해온 것이다.⁵ - P29

4 최시현,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창비, 2021.

5. 박소진, ‘자기관리‘와 ‘가족경영시대의 불안한 삶: 신자유주의와신자유주의적 주체>, 《경제와사회》, 비판사회학회, 2009, 12~39쪽. - P201

비중산층 부모들도 자녀의 계급상승을 욕망한다. 다만활용할 별다른 자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노후자금 일부를 자녀에게 투자하며 자녀의 계급상승을 지원한다. - P30

그러나 이때 자녀들이 반드시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의성과를 내는 건 아니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 P30

열망에 뒤따르는 비난과 폭력


20대 초반을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보낸명신의 아버지 역시 그랬다. (중략). 이후 명신은 "우리나라는 대학을 나와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라는 아버지의 말에 전문대에 진학해 졸업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했던 학자금 또한 아버지가 모두 부담했다. - P31

대기업 "제작팀에 입사 지원을 하기에는스펙이 너무 부족하고, 그렇다고 제작부에 들어가서 막내로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하니 나이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명신은 결국 파견계약직으로 방송국에 입사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방송국을 바꿔가면서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고 있다. - P31

아버지는 "학원비 정도는 내줄 테니까 너 생활비나 이런 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해라"라며 지속적으로 공무원이나 공인중개사 준비를 권유한다. 그러나명신이 생각하기에 평생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시험에 통과하기란 합격 가능성이 거의 제로로 수렴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가깝다. - P32

명신을 향한 아버지의 비난은 명신의 불안정한 미래에대한 우려와 걱정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자신의 경제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명신의 품행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자녀가 부모의 지원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 P33

그리고 명신의 말대로, 노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것도 아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안 되는 일 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 P34

때로 부모의 성과중심주의는 ‘때려서라도 공부를 하게 만들겠다‘는 훈육관으로 이어져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 P36

"공부를 잘하지 못해서" 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부모의 비난은 자살전화 상담원이 꼽은 청년여성 자살서사 중 하나의 사례로 언급될 정도로 빈번하게 관찰된다.⁸ - P36

8. 주지영, <목소리로 만난 위기의 청년들>,
김현수·이현정·장숙랑·이기연·주지영·박건우, 《가장 외로운 선택》,
북하우스, 2022,205~236쪽. - P201

한편, 부모가 노골적으로 성과를 강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원이 부족한 부모에게서 받은 경제적 지원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괴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 P36

성과중심주의의 양가성


한편, 자녀의 성과에 대한 부모의 관리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자녀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는 무관심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 P38

(전략). 민준의 이야기 속에서 중산층 부모를 둔 친구들은 대학입시 과정에서 부모에게 유망한전공을 추천받고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를 점검받으며 입시계획에 대한 조언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부모의 조언을 통해 원하는 직업에 맞춘 수업의 커리큘럼을 짜는 등의 지원을 받았다. - P39

(전략). 하지만 친구들이 부모의 자원을 활용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지금부터 하면 다 된다"는부모의 응원은 "취업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로, 즉 무지에따른 지나친 낙관으로 느껴진다. - P41

정리하자면, 청년여성들의 서사 속 가족은 결국 자신의성과가 담보되어야 안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가부강적 가족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의 존재는 특히 정서적 친밀성을 나눌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 P42

마찬가지로 자녀의 미래에 대한 낙관 역시 경쟁사회에서
‘방임‘으로 의미화되면서 부모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유발한다. - P43

가정에서 이뤄지는 강압적 통제

체벌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성과중심주의뿐만 아니라 부모의 가부장적 권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행해지기도 한다. (중략).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험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들의 경험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야기한다 - P44

강압적 통제란, 성역할 규범이 존재하는 성차별적사회에서 여성의 행동을 비난함으로써 여성을 통제하고 규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남성들이 ‘성에 대한 특권‘을 유지하고자 사적 공간에서 여성들에게 가하는 지배수단을 의미한다.⁹ - P44

9 Evan Stark and Marianne Hester, "Coercive Control: Update and Review", Violence Against Women 25 (1), 2019, pp.81~104.;허민숙, "폭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친밀한 관계에서의강압적 통제와 가정폭력 재개념화를 위한 연구>, 《페미니즘 연구》12(2), 한국여성연구소, 2012, 69~103쪽에서 재인용. - P202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육체적 상흔들은 여성 통제의 결과이므로, 핵심은 폭력이 아닌 통제에 있다.¹¹ 아내학대나 아동학대 모두 이들을 자신의 통제 대상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태도에서 기인한다는점에서 가부장에 의한 강압적 통제로 의미화될 수 있다. - P45

11 허민숙, "폭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 친밀한 관계에서의강압적 통제와 가정폭력 재개념화를 위한 연구>, <페미니즘 연구>12(2), 69-103. - P202

가부장적 사회의 가족문화에서 폭력은 때때로 남성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손상된 자신의 지위를 가정 내에서 재구축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중략). 아버지들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폭력을 행사했다. - P45

가부장적 가족구조 아래에서 아내와 자녀는 내가 아닌 존재들로, 내가 정의를 내려주어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 P47

그래서 피해자 입장에서 폭력은 ‘우발적‘이지만, 가해자입장에서 폭력은 ‘정당한 행위‘로 자리잡는다. 자신을 무시하거나 화나게 했다는 말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진실이다. - P47

 가부장에 의한 폭력은 가족구성원에 대한 훈육으로 정당화된다. - P50

부모의 폭력은 반드시 물리적 폭행이 동반되지 않는다하더라도 자녀의 삶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후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소현은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술꼬장"을 견뎌야 했다. - P51

차별과 편애로 나타나는 통제

한편, 일부 여성들에게 강압적 통제는 다른 형제자리에대한 편애로 경험된다. 대체로 이러한 편애는 자녀의 성별을따라, 아들에게로 집중된다. - P52

재림 역시 유년 시절부터 가족의 경제적 지원이 남자 형제에게만 투여되고 돌봄노동은 자신에게만 주어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이 제한되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경험을 해왔다. - P53

재림의 경험에서 드러나는 문제는 재림에게 ‘혼자만의방‘이 없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가족들이 그녀의 생활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P55

한편, 가부장적 가족구조 아래에서 폭력은 아버지에게가부장의 권위를 위임받은 아들에 의해서 자행되기도 한다. - P59

2부

홀로서기를 가로막는
노동위험


3장

노동불안정
미래 없는 노동


무엇이 독립을 가로막는가

가족으로부터 기인한 위험들은 가족으로부터의 ‘탈출‘, 즉 경제 및 주거독립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 경제적 독립은 경제적 - P79

청년세대가 마주한 취업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성차별은 청년여성들의 노동불안정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상황의 배 경에는 분절노동시장이라는 한국노동시장의 특징이 자리한다. - P80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은 흔히 ‘유리천장‘이 대표적으로거론되지만, 유리천장이 뜻하는 여성의 승진 불이익은 사실상 중심부 노동시장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일부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에만 적합한 개념이다. - P80

(전략). 또한 부서나 회사 내 남성 노동자가 존재하지 않는, 여성들이 다수 근무하는 일자리는 남성과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 유리천장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지도않는다. - P81

. 여성이 집중된 직종들은 특히 저임금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자리 내 여성의 비율은 임금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배치 차별로 명명되는 이러한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불안정성의 성별화를 강화한다. - P81

직종내 여성 비율에 따라 임금이 낮아지는 경향에 더해 사업체의 규모 또한 저임금화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⁴ - P81

우선 본 연구 참여자들의 노동이력을 정리한 <표 1>*에서 식별된 직업을 중심으로 고졸 및 초대졸 노동자들의 직업 성비와 임금현황을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 이 중 정서의 경우 4년제 유명 예술대학을 중퇴한 후 해외유학을 한경험이 있어 고졸 및 초대졸이 아닌 대졸자 그룹으로 분류했다.

** 표준직업분류를 참고하여 참여자들이 언급한 일자리의 코드를 식별하였으며, 해당 코드를 참고하여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의 자료를 통해 노동자들의 직업 성비 및 임금현황을 재구성하였다. - P83

이처럼 4년제 대학 졸업장 여부는 노동안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4년제 대학졸업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두 집단을 통해 노동불안정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 P86

비자발적 이직이 만연한 여성집중 저숙련(?)" 일자리


비대졸 여성들이 일하는 직종은 대체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여성집중직종으로, 성별에 따른 임금차이가 크지 않고연봉이 3000만 원 이하로 형성되어 있다.




* 남성중심적 노동시장 내에서 숙련은 여성노동의 평가절하를 정당화하는 개념적 도구로 활용된다. 여성들의 노동은 저숙련 노동으로 간주되어 저임금의 정당한 사유로 인식되지만, 실제 노동현장에서 여성들이 주로 하는 일은 저숙련이라기보다는 ‘여성‘이 한다는 이유로인해 손쉽게 저숙련으로 치부된다. 예를 들어, 콜센터 노동은 대표적인 저숙련 일자리로 여겨지지만, 실제 참여관찰을 수행하며 해당 일자리를 경험한 연구자에 따르면 이 노동에도 ‘숙련‘은 존재한다. 남성중심적 노동시장에서 숙련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의 책을 참고하라. 김현아, 《감정노동, 그 이름의 함정》, 푸른사상, 2018. - P87

실제 정규 보육교사로 현장에서 일한 바 있는 재림은 과다한 업무량, 부족한 임금 외에도 원장의 폭력적 행동, 임금갈취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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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월급 들어오는 통장에 그간 모인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가 싶어 영수는 되물었다. (중략). 게다가 그 계좌에는 꽤 큰 돈이 있었다. 복제인간 하나 뚝딱 살 만한 돈이었다. - P25

마지막에는 브로커가 물었다.
(중략).
"복제인간이 자신이 복제인간인 걸 알게 하나 아님 모르게 하나, 그걸 묻는 겁니다." - P26

4

(전략). 브로커가 알려준 모텔로 가서 이틀을 잤다. 그리고 월요일, 영수는 집근처로 찾아갔다.
영수는 매일 바라봤던 해볼 만한 나무 뒤에 숨어, 그가, 혹은, 내가, 아니, 네가,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 P28

‘일주일만, 딱 일주일만 놀고, 그러고 깨끗하게 죽자‘
드디어 영수가 바라던 대로 되었다. 늘 바랐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무책임, 무쓸모, 심지어 무존재의 존재. - P29

영수는 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마냥 성실하게 놀았다. 근무 시간에 사무실에 가기도 했다. 들어가진 않고 사무실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보란 듯 놀았다. - P30

떠나기 전에 복제인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왔었다. 영수는 메모지에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리고 이걸,
‘이걸 어디다 두지? 꼭 볼 수 있는 데 둬야 하는데? - P31

 영수와 똑 닮은 복제인간은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영수만 사라지면 되었다. - P32

인체 자연발화야말로 영수가 바라는 것이었지만, 그건 아직까지도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 영수 인체가 자연발화가 되는 인체인지 알 수도 없어서 불가능. - P33

 자살이 자유로울 경우, 영수가 자살했다는 게 밝혀져도 그만인 경우.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복제인간이 남았다.
자살하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남은 가족에게 피해 없이 자살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 거 아닌가? - P34

5

다행히 모텔에는 욕조가 있었다.
영수는 약국을 돌며 염산을 사 모았다. 또 다른 약국들을 돌며 수면유도제를 사 모았다. - P35

그럼 영수의 근무자, 영수의 복제인간이 박영수의 인생 앞으로도 잘 살 거고,
‘너는 죽지 마라, 조바심 내던 엄마도 평화를 찾게 되겠지.‘
영수는 의자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수면제들을 손에 모았다. 수면제 몇 개를 놓쳤다. 잡으려다가 미끄러질 뻔했다. 염산이 가득한 욕조에 떨어진 수면제 몇 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P36

영수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말했다.
"자살하려고 했어."
(중략).
"그쪽 말고, 니 복제인간." - P37

"복제인간이 지 인간 닮은 게 불량인거냐고?" - P38

전혀 신나면 안 될 상황인데 영수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 신이나서,
"혹시, 모니터에 목매달아서인가요? 그러니까・・・・・・ 22번 모니터?"
"맞아. 22번."
‘소름, 정말 나랑 똑같은 건가? - P38

"나는 삼십 년을 버텼는데, 걔는 어떻게 일주일 만에 그러냐구요."
"너랑 다른게 있나 보지."
"다르면 그게 복제인간이냐?"
영수는 욱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반말을 했다. - P39

"그렇지 않지. 넌 그냥 준비한 대로 죽어. 그럼 그냥 남은 가족들 중 세 명이니 죄 좀 나눠 지고."
‘그게 되는 나였으면 이런 고생을 했을까? 가족이고 뭐고 누구에게든 민폐는 질색입니다. - P39

영수는 욕조 속에 떠 있는 플라스틱 의자를 다시 한번 봤다.
‘내가 내 인생 포기한 내가, 누구를 살라고, 설득을 하라고?‘ - P40

6


0수는 눈을 떴다.
깬 건 맞는데 그게 잠인지 꿈인지 어딘지 출처를 모를 곳에서깨어난 느낌이었다. - P41

근데 내가 저 나무를 왜 즐겨 봤더라? 아,‘
해볼 만한 나무.
회사는 가야 했다.
(중략).
아파트를 나왔다. 나무들을 지나쳤다.
나무 뒤로 누군가가 이쪽을 쳐다보는 것도 같았다 - P42

어쨌든, 회사는 가야 했다.
‘오늘은 22번 모니터에 매달릴 차례구나.‘
모두가 편집하느라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0모니터 약간 위쪽을 봤다. 천장과 단단하게 이어진 그 은색 봉을 봤다. - P44

해볼 만한 나무, 22번 모니터,
점심시간이 되고 직원들이 편집실을 빠져나갈 때까지 0기다렸다. 마지막 사람까지 모두 나갔을 때 0수는 조용히 일어나 문을 안에서 잠갔다. - P45

하지만 수는 눈이 떠졌다. 집이었다. 해내지 못했고, 눈앞에는 경찰이 있었다.
경찰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이행되지는 않았으니 아직까지는 위법 행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족 셋에게 경고는 들어갔다고 0수에게 전했다. - P45

남은 가족이 셋이나 되나?‘
0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 것도 같았지만 다시 잠이 들었다. - P46

0수는 영수를 만났다.
0수가 한 첫 질문이 아마도 "어떻게 들어왔어요?"였을 텐데. 곧,
(중략).
‘아니네? 똑같이 생겼는데!‘ - P46

"자살방지국에서 보낸 거 맞죠?"
0수가 물었더니, 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죠. 자살방지국에서 일하는 거 맞네요. 자살을 시도하셔서, 아무래도 제가……………"
‘와 대박, 목소리까지 비슷해!‘ - P47

한동안은 둘 다 말이 없었다. 0수가 또 질문을 했는데,
"너라고 불러도 돼?"
"......" - P48

‘너라고 편하게 부르라곤 했지만 아무래도 주인님과 함께 자는 건 신경이 쓰이겠지.‘
‘아, 왜 이렇게 자꾸 짠해 쟤?
너를 만난 오늘은 영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 P49

7

(전략).
영수는 인간인 자신을 복제인간이라 여기는 복제인간 0수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싶다. 자신의 침대에서 세상모르게 잘 자고있는 수를 보고 있자니 영수는 맘이 복잡했다. 지금쯤 잠들어있어야 할, 영원히 잠들어 있어야 할 사람은 영수였다. - P50

‘그렇지만 나님에게 너라니. 내가 너가 아니고 니가 나가 아니고 내가 난데, 자기가 먼저 나한테 너란다. 하지만,‘ - P50

"제가 어떻게든 계속 사시는 방향으로 도울 테니, 그러니까 해봐요. 자살방지. 이게 제일이니까요" 했더니, 복제인간 이분, 그러니까 네 식대로 하면 내 쪽에서도 너가, 훌쩍훌쩍 울었다. 울면서 내게 말했다. "불쌍해. 나 같은 걸 복제까지 해서 또 니가태어났다니까, 나는 니가 너무 불쌍해."
그렇게 내 존재는 급 불쌍해졌다. - P51

"저 복제인간이에요. 에이아이, 그런 거 아니구요."
"아......."
‘그래, 모자란 날 복제한 너니 오죽하겠어.‘ - P51

"뭐라도 좀 먹을래요?" 물었더니, 너는 또 끄덕끄덕.
나는 하던 대로 냉장고 냉동실 문을 열어 냉동 음식을 꺼내려다가, 어쩐지 죽다가 살아난 애한테 냉동 음식은 아닌 것 같아기다리라 하고 집을 나왔다. - P52

너는 나에게 먹어봐라 권하지도 않고 먹기 시작했다. 참 잘먹었다. 입맛에 맞나보다.
하긴 내 입맛이나 니 입맛이나.
한데, 너무 잘 먹는다. 며칠 굶은 사람 같다. - P53

영수는 0보다 한참 늦게 잠들었다. 바닥이 딱딱해서 깼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하는데, 어디서 찬바람이 드는 것 같아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어두고 잤을 리가 없는데?‘
영수는 창쪽을 봤다. 웬걸, 창이 열려 있었다. - P54

찰나에 영수는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창틀은 조금 작았다. 그래서 0수는 날렵하게 창을 통과하지 못했다. - P55

몸을 창밖으로 내민 인간은 울상이지만, 다리를 잡은 인간은 웃는 얼굴 같다. 죽으려는 인간과 말리는 인간, 두 인간은 몹시 닮았다. 한 사람이라 해도 믿겠다. 대체로 한 사람이긴 하다. 죽으려는 것도 나, 말리는 것도 나 - P56

8



영수는 0수를 끌어올려놓았다. 0수가 어깨를 부딪히던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영수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진짜 너무 웃겼는데, 진짜 이게 얼마 만에 웃는 건가 싶은데, - P57

영수는 0수와 같이 출근을 했다. 영수는 습관대로 모자 하나 눌러썼다. 챙이 짧아 방호복 안에서도 거치적거리지 않는 - P58

"회사에선 어땠어?"
영수가 0수에게 물었다. 진짜 하고 싶은 질문은 여전히, ‘왜 죽으려고 했어?"였지만, 그랬다가는 또 질질 짤 것 같았다.
(중략).
‘그 사람이 왜?‘라고 한 거였다. 한 시간 동안 답할 이야기는아니었는데, 0수는 참 길게도 늘어놨다. - P58

"아니 진짜 죽고싶다가 아니라, 일테면 어색한 자리 가서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혼자 어색한 티 안 내려고 말을 너무 많이할 때라든가."
"어색한자리? 우리가 그런 자리 갈 일이 뭐가 있어?" - P59

앞으로 엄마와의 어릴 적 기억은 0수에게 물으면 되겠구나. 엄마가 해주던 음식의 레시피 같은 것도 기억 속 어딘가에 있을텐데, 영수는 물어볼까 싶었다. 그러다가도,
‘곧 죽을 텐데 묻긴 뭘 물어.‘ - P61

나는 조용한 사람인 줄 알았다. 혼잣말이 습관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수다스러운 줄 몰랐다.
대상이 없었을 뿐이었다. - P61

나 외로운 사람이었나?
한 번에 너무 많은 언어를 쏟아내 취해버린 사람처럼 불쑥 네가 내게 말했다. 헛소리에 가까웠다.
"외로워지지 마. 아무나 만나게 돼. 그럼 더 외로워져." - P62

9

0수는 신경 써주는 영수가 어쨌든 고마웠다.
전자레인지가 아닌 가스레인지를 쓴 요리를 먹은 게 얼마 만인지 몰랐다. - P63

창틀에 걸려 있는 0수를 영수가 또 끌어올렸다.
‘너는 정말 나를 못 죽게 할 작정인가 보다.‘ - P63

0수는 사실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도대체 언제 만들어진건지, 만들어진 채로 어디에 있다가 나오는 건지, 다 큰 채로 태어나는지, 나랑은 어떤 게 다른지, 나는 당장 죽고 싶은데 너는왜 아무렇지 않은지, 감정만큼은 똑같이 태어나지 않은 건지. - P64

오한은 원래가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 너무 자주 0수를 쳐다봤다.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 0수를 오한이 다가와 앞을 막고 섰다. 오한은 0수에게 물었다.
- P64

어제 영수와 오랜 대화를 나눈 게 하루 사이 습관이라도 되었는지 수는 요즘의 자신에 대해 오한에게 꽤 상세히 얘기했다.
0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오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은근하게 물었다. - P65

물론 0수는 알았다. 기억을 판 사람과 산 사람 모두 매매에 대한 기억은 지워졌다. 그러니까 수가 기억을 팔았어도 당연히 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기억 하나 팔았다고,
‘사람이 이렇게 우울해?‘ - P65

"응, 기록실에 매매에 대한 기록, 편집자에 대한 기록 같은 게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순 없겠지."
"거길 들어가게 도와준다는 거겠지?"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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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기 싫다."
습관처럼 혼잣말을 뱉는다.
또 또 또, 박영수는 출근하기가 싫다. - P7

영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창밖으로 무리 지어 흔들리는 나무들 중 한 나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해볼 만한 나무였다.
해볼 만한 나무. - P7

(전략). 영수 집은 8층이었으니까, 나무는 충분히 컸다.
게다가 풍성한 가지들.
뾰족하고 튼실한 그 가지들. - P8

그 많고 뾰족하고 튼실한 가지들이 영수의 몸을 관통한다. 각각의 가지들이 만든 구멍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 P9

하지만 그 죽음은 그리 오래 전시되진 못한다. 주민들 누가 신고할 새도 없이 자살방지국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다. - P9

페널티를 적용해 영수가 자살한 죄를 남은 가족들에게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엄마는 말했다.
"너는 죽지 마라. 니 죽음의 죄까지 짊어질 자신이 나는 없다." - P9

 연좌제를 두고서야 자살률은 줄어갔다.
죗값은 근무일의 연장이었다. - P12

그런데도 영수의 아빠는 죽었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아빠는 영수가 태어나고 3년이 지난 후부터 줄곧 혼자 ‘E‘였다.  - P12

매일 아침 상상 속에서만 벌어지는 그 나무를향한 도움닫기, 도약, 빅 점프! 드디어 죽음!
하지만 현실은 한숨을 쉬며,
"가야지." - P13

2

(전략).
외출 시 방호복 의무 착용이라는 결정이 처음 났을 때 사람들의 반발은 대단했다. 하지만 방호복을 입지 않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 P14

회사 입구에서 에탄올 샤워를 했다. 직사각형의 긴 철제 프레임 안에 일렬로 늘어서면 촤하하 소리와 함께 에탄올이 뿜어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술 냄새가 났다.  - P15

자살을 꿈꾸는 영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살방지국에서 일했다. - P15

하지만 합법의 그늘 아래 불법이 자라는 법이었다. 이 기관은합법적으로는 트라우마가 될 기억만 지웠지만, 뒤로는 기억을매매했다. 그들은 인상적인 기억들을 사들이고 또 팔았다. - P16

기억은 값이 나갔다. 고립되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은 좁았다. - P16

기억을 산 사람도 기억을 판 사람도 어떤 기억을 팔았는지, 가진 기억 중 어느 것이 산 기억인지 모두 몰랐다. 그래야 자신의 기억으로 믿고 살 거니까. 그래야 기억을 판 사람도 아쉬움 없이 살거니까. - P17

고된 편집을 마치고 나면 편집자의 기억도 지워야 했다. 정확히는 모니터 앞에서 편집 작업을 한 순간들만 지웠다.  - P18

매일 일을 하지만 일한 기억은 없는 것, 이게 좋은 건지 나쁜건지 몰랐다. (중략). 이게 정말 좋은건지 괜찮긴 한건지 몰랐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 P18

오한은 영수랑 달랐다. 영수처럼 허접한 편집을 하는 게 아니었다. 오한은 진짜 베테랑이었다. (중략). 기억 매매가 생긴 직후부터 쭉 이 일을 해왔다는데, 오한의 머릿속은 괜찮을까? - P19

화장실을 나서는 영수에게 오한이 다가왔다. 본인도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건지, 여자 화장실도 방향은 같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혹시나 거기서 영수를 기다린 건지, 기다린 거라면 절친도 아닌데 화장실까지 따라왔던 건가, 변태끼가 있는 건가? - P19

‘흠‘인지 ‘큼‘인지를 하더니 베테랑 직장 동료 오한은 돌아서려다가 영수를 다시 봤다. 대뜸 물어왔다.
"당신, 매달릴 생각한 거지?"
(중략).
"혹시나 관심 있을 거 같아서 말인데."
이러니 영수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뭘요?" - P20

3

(전략).
퇴근 시간이 되었고, 영수는 동료들과 함께 파마기를 덮어쓰고 앉았다.
‘만약에 말이야. 오한과 나눴던 그 대화도 지워져버리면, 그럼, 그냥 없던 일로 해버리자.‘ - P21

딱 영상을 편집한 기억들만 지운다는 회사의 설명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영수는 차라리 오한과 나눴던 대화가 지워졌기를바랐는데, 그게 속 편할 거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 P22

대개의 경우는 복제인간 하나 길러 아플 때마다 장기를 꺼내쓰는 영생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중략). 영수의 경우는 인생 근무를 대신할 복제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복제인간을 사서 저 대신 살게 하고 저는 죽으라구요?" - P23

영수는 물어버렸다.
"얼만데요?" - P24

‘죽자고 대출‘
영수는 일단 은행엘 갔다. 대출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인생 떠맡기는 것도 맘이 쓰이는데 대출까지 떠안기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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