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피터 키팅
1
하워드 로크는 웃었다. 그는 알몸으로 절벽 끝에 서 있었다. 저 먼 아래에 호수가펼쳐져 있었다. 고요한 수면 위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다가 멎은 화강암이 보였다. 물은 움직이지 않고 돌이 흐르는 듯했다. - P25
그는 하늘을 등진 채 몸을 뒤로 젖히고 있었다. 길고 곧은선들과 각들로 이루어진 몸이었고, 굴곡들은 평면들로 이어졌다. - P25
그는 아침에 있었던 일과 앞으로 닥칠 일들을 웃음으로 날려버렸다. 그는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질문들에 응해야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계획도 세워야 했다. - P26
‘이 화강암은 나를 위해 여기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드릴과 다이너마이트, 내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쪼개지고, 깨지고, 연마되어 새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손이 형체를 부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P27
그는 낡은 데님 바지와 단추가 거의 다 떨어져 나간 반팔셔츠를 입고 샌들을 신었다. 그러고는 바위들 사이로 난 좁은길을 힘차게 내려가 초록 비탈을 지나 도로에 이르렀다. 그는 느긋하고 노련한 자세로 빠르게 걸었다. 햇살 아래서긴 도로를 걸어 내려갔다. - P27
스탠턴 시는 쓰레기장에서 시작되었다. 잿빛 쓰레기 더미가 풀밭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 P28
하워드 로크가 지나가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어떤 이들은 그가 지나간 뒤에도 불쑥 솟구치는 분노로 계속 노려봤다. - P28
로크는 키팅 부인을 보지도 못한 채 포치를 걸어갔다. 키팅부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로크 군!" "예?" "로크 군, 정말 안됐어." 키팅 부인은 조신하게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말이야." "무슨 일요?" 로크가 물었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거.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로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키팅 부인은 그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음을 알았다. - P30
"사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은 다 자초한 것이지. 물론 이제 로크 군은 건축가란 직업을 포기해야만 하겠지, 안그래? 하지만 젊으니까 돈벌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 사무원으로 취직하건 장사를 하건 뭘 하건." - P30
"비서 말이, 학장님이 로크 군을 당장 만나고 싶다고, 연락받는 즉시 와달래." "고맙습니다." "이제 와서 무슨 일로 찾으실까?" "모르죠." 로크는 "모르죠."라고 대답했다. 키팅 부인은 그 말이 "난전혀 관심이 없어요." 라는 뜻임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 P31
벽에 반짝이는 회반죽을 칠해서 밝은 느낌을 주었다. 키팅부인은 로크가 진짜로 이 방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원래 구비된 최소한의 가구 외에는 그림 한 점, 페넌트 하나 없었으며, 기분을 살려주는 인간적인 손길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로크는 자신의 옷가지와 도면들밖에 가져다놓지 않았는데, 옷들은 너무 적었고 도면은 너무 많았다. - P33
스케치 하나에 로크의 시선이 멈추었다. 계속 만족스럽지못하던 스케치였다. 학교 과제와는 별도로 스스로 연습 삼아한 설계로, 사실 그는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터를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그 터에 세워져야 할 건물에 대해 생각했고, 그걸 스케치에 담는 경우가 많았다. - P34
로크는 화장실에서 나와 키팅 부인이 미처 상황을 파악할 사이도 없이 계단으로 향했다. "로크 군!" 키팅 부인이 로크의 옷을 가리키며 헐떡거렸다. "그 차림으로 가려는 건 아니지?" "왜요?" "학장님 만나러 가는 건데!" - P35
스탠턴 공대는 언덕 위에 우뚝 서 있었고, 총안(crenel: 총을쏘기 위해 성벽에 뚫어놓은 구멍-옮긴이)을 낸 담장이 마치 언덕 아래 펼쳐진 도시의 왕관처럼 보였다. 캠퍼스는 중앙에 고딕 대성당을 접목시켜서 마치 중세의 성채처럼 보였다. - P36
안으로 들어가니 고해소 같은 조각 장식이 된 책상 뒤에서 학장의 희미한 형체가 헤엄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학장은 땅딸막하고 살집 좋은 남자로 꼿꼿한 위엄이 퍼져가는 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 그래, 로크, 어서 앉게." 학장이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로크는 자리에 앉았다. 학장은 깍지 낀 손을 배에 대고 로크의 애원을 기다렸다. 하지만 로크는 애원하지 않았다. 학장은 헛기침으로 목청을 가다듬었다. - P37
"알다시피 그게 문제였어. 난 지금 건축설계에 대한 자네의 태도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네. 자넨 건축설계를 너무 등한시해왔어. 그런데도 공학 쪽 성적은 뛰어났지. 물론 미래 건축에서 구조공학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만, 그렇다고 극단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왜 건축의, 이른바 예술적이고 영감적인 측면을 등한시하고 무미건조하고 기술적이며 수학적인 과목들에만 집중하려는 건가? 자넨 토목 엔지니어가 아니라 건축가가 되려고 공부하는 걸세." - P38
학장은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꿈틀거렸다. 로크가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로크의 시선이 그에게 정중히 박혀있었다. 학장은 로크가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사실 그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고 정중한데도 왠지 자신이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38
"우린 자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네. 자넨 다른 과목들의성적은 아주 우수하니까. 하지만 이런 걸 제출하다니!" 학장은 앞에 펼쳐져 있는 종이를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올해 마지막 과제로 르네상스 양식 빌라를 설계하라고 했더니 이걸제출했어. 이보게, 이건 정말이지 너무 지나쳐!" - P39
그 종이에는 유리와 콘크리트 건물의 설계도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귀퉁이에 날카롭고 각진 글씨로 ‘하워드 로크‘ 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자넨 이러고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나?" "아닙니다." - P40
"학장님께서 절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군요. 왜 제가 복교를 원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로크가 물었다. "응?" "전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이곳에서 더 배울 것이 없으니까요." "정말 이해할 수 없군." 학장이 완고하게 말했다. - P41
"정 그러시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건축가가 되고 싶지 고고학자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따라서 르네상스 빌라를 설계할 이유가 없습니다. 르네상스 빌라 같은 건 어차피 짓지도 않을 건데 왜 설계법을 배워야 합니까?" - P41
한 시간 전만 해도 학장은 로크와의 면담이 최대한 차분히 진행되길 바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로크가 감정을 좀 표현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럼 장차 만일 건축가가 된다면 정말로 그런 식으로 건물을 짓겠다는 뜻인가?" "예." - P42
"보십시오." 로크가 창문을 가리키며 차분하게 말했다. "캠퍼스와 시내가 보이십니까? 저 아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길을 걸어 다니는지 보이십니까? 전 저 사람들이 건축에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저들의 조상들의 건축에 대한 생각까지 고려해야 하는겁니까?" "그건 우리의 신성한 전통이니까." - P43
로크가 벌떡 일어나서 책상 위의 긴자를 집어서 사진 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왜 형편없는 작품인지 말씀드릴까요?" "그건 파르테논일세!" 학장이 말했다. "예, 빌어먹을 파르테논이죠!" 로크는 자로 액자 유리를 두드렸다. - P44
"맙소사, 앉게. 그게 낫겠어. 미안하지만 그 자좀 내려놓겠나?……………. 고맙네.. 내 말 잘 듣게. 건축에서 현대적인 기술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네. 우린 과거의아름다움을 현대의 필요에 적용시키는 법을 배워야 하지. 과거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네. 건축에선 어떤 한 사람에 의해 발명된 것이 없네. 모름지기 창조란 개개인이 다른 모든 사람과 힘을 합치고 다수의 기준들에 종속되어 이루는 느리고 점진적이고 익명적이고 집단적인 과정이지." 학장이 말했다. - P46
"자네 몇살인가?" 학장이 물었다. "스물두 살입니다." 로크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학장이 안도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도 나이가 들면 생각이 바뀔 걸세." 학장은 미소를보내며 말을 이었다. (후략). - P47
"헨리 캐머런에 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응? 자네 친구라도 되나?"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건물들을 봤습니다." "자네, 그 건물들을 보고...………..? - P47
학장은 로크의 과거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로크의 부친은 오하이오 어딘가에서 연철공으로 일하다가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로크의 입학 서류에는 가까운 친척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 로크는 그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무관심한 태도로 이렇게 대답했다. "전 친척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있는지도 모르죠. 모르겠습니다." - P48
학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보게, 로크. 자넨 고학으로 어렵게 공부해왔네. 그리고 이제 일 년만 있으면 졸업이네. 자네같은 처지의 학생이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게 건축가라는직업의 현실적인 측면이라네. 건축가란 그 자체로 끝이 아닐세. 거대한 사회적 전체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지. 협동은 우리현대 사회, 특히 건축업의 핵심어네. 자네, 고객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 "예." 로크가 대답했다. - P49
"글쎄요, 전 고객에게 최고로 편안하고, 최고로 합리적이며, 최고로 아름다운 집을 지어주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제가 지닌 최고의 것을 팔고 그 최고의 것에대해 가르쳐줘야 하죠. 하지만 전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전 누군가에게 봉사하기 위해 건축을 할 의사는 없으니까요. 전 건축을 하기 위해 고객을 가질 작정입니다." - P50
자네와 얘기해보길 잘했네." 학장이 별안간 지나치게 큰소리로 선언했다. "양심의 가책을 덜게 됐으니까. 아침에 회의에서 나온 의견대로 자넨 건축업에 맞지 않네. 자넬 구제해보려고 애썼네만, 이제 나도 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하네. 자네같은 친구는 기를 살려줘선 안 돼. 위험한 인물이니까." "누구에게요?" 로크가 물었다. 하지만 학장은 이제 면담이 끝났다는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로크는 학장실을 나섰다. - P51
캠퍼스 건물 벽돌 벽의 잿빛 석회석 돌림띠에 늦은 오후의 이울기 직전의 햇살이 비치고 있는 광경을 본 것이다. 그 순간 로크는 사람들에 대해, 학장에 대해, 학장의 행동 뒤에 숨겨진 원칙에 대해 까맣게 잊었다. - P52
로크는 커다란 종이를 떠올렸고, 그 종이 위로 하늘의 빛을 강의실 안으로 온전히 끌어들일 길쭉한 유리창들이 달린 잿빛 석회석 벽이 솟았다. 그리고 종이 귀퉁이에는 ‘하워드로크‘라는 날카롭고 각진 서명이 새겨졌다. - P52
2
(전략). 가이 프랭컨은 과장된 동작으로 오른팔을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가이 프랭컨이 언제든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쾌활하고 으스대는 태도였다. 대강당이박수갈채와 환호성으로 생기를 되찾았다. - P54
가이 프랭컨은 자신의 타이밍과 동작들을 분명하게 의식하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중키에 유감스럽게도 뚱뚱해질 경향이 있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육중하지는 않았다. - P55
강당 안에는 몸뚱이들과 얼굴들이 빽빽이 들어차서 한번흘낏 봐서는 어떤 얼굴이 어떤 몸의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마치 팔들과 어깨, 가슴들과 배들이 뒤섞인 흐늘흐늘 흔들리는 젤리 같았다. - P55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당연시하는,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것을 당연시하지 않음을 아는 사람의 태도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스탠턴의 스타이자 학생회장이며 육상부 주장이고 가장 중요한 사교클럽 회원이자 교내 인기투표 1위의 주인공 피터 키팅이었다. - P56
피터 키팅은 청중이 자신의 졸업식을 보러왔다고 생각하며강당의 수용 인원이 몇 명쯤 될까 추정해보았다. 청중은 그의 우수한 성적을 알고 있었고, 오늘 그의 기록을 깰 적수는 없었다. 아, 물론 슐링커가 있었다. - P56
머리가 좀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 그건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순순히 그 느낌에 이끌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연단으로 올라갔다. 그는 늘씬하고 탄탄한 몸으로 연단에 서서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성에 파묻혔다. - P57
스탠턴 대학 총장이 그의 손을 잡고 흔들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스탠턴은 자넬 자랑스러워하게 될 걸세." 학장도 그와 악수하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 영광스러운미래 ・・ 영광스러운 미래. 영광스러운 미래......." 피터킨 교수는 악수를 하면서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 P58
그동안 내내 키팅의 눈은 가이 프랭컨이 자신과 악수하는모습을, 귀는 "이미 말했다시피, 아직 문은 열려 있네. 물론 젊은 자넨 장학금을 받았으니 결정을 내려야 하고이에게 파리 미술학교 졸업장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자네가 우리 회사에 와준다면 무척 기쁘겠고......" 라고 말하는 프랭컨의 그윽한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 - P59
그러다 문득 하워드 로크를 떠올렸다. 키팅은 퍼뜩 떠오른 그 이름이 날카롭고 짜릿한 기쁨을 주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다음 순간, 그 기쁨의 이유가 생각났는데 아침에 하워드로크가 퇴학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키팅은 조용히 자신을 질책하며 그 일에 대해 유감스러워하려는 결연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로크의 퇴학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은밀한 만족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 사건은 로크를 위험한 적수로 여긴 자신이 바보였음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 P59
그는 로크가 자신에게 아주 잘해주었다는 걸 상기했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도와주고.......아니, 문제에 부딪친 게 아니라 그게 설계도든 뭐든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없었던 것뿐이다. 빌어먹을! 로크가 어떻게 엉킨 실타래 풀듯 실 하나를 쓱 잡아당겨 설계도를 풀 수 있단 말인가. ・・・・・・ 또, 그럴 수 있다 한들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결국어떻게 되었나? 이제 그는 끝났다.‘ - P60
키팅은 슐링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슐링커가 그의 가장 소중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그의 눈은 따뜻하게 빛났는데, 사실 키팅의 눈은 그 누구를 볼 때도 그렇게 빛났다. - P61
어머니는 아들을 건축가의 길로 밀어 넣었는데 언제,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키팅 자신도 몰랐다. 키팅은 몇 년동안 어린 시절의 꿈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그리고 이제 그 기억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파지는 것도우스웠다. ‘그래, 오늘 밤은 그걸 기억하는, 그리고 영원히 잊는 밤이다‘ - P62
건축가는 화려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정상에오르면 다시 실패할 수 있을까? 문득 헨리 캐머런이 떠올랐다. 20년 전 마천루들을 지었지만 지금은 어느 부둣가의 초라한 사무실에서 술에 빠져 사는 늙은이. 키팅은 몸서리를 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 P62
집에 가까이 가자 포치 계단에 하워드 로크가 앉아 있는 게보였다. 로크는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양 팔꿈치로 몸을 받치고 긴 다리를 쭉 뻗고서 앉아 있었다. 포치 기둥들을 타고 뻗어 올라간 나팔꽃 덩굴이 집과 길모퉁이 가로등 불빛 사이의 커튼처럼 보였다. - P63
"이봐, 하워드, 자네 일 말이야,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21]......." 로크가 고개를 홱 젖히고 그를 올려다봤다. "신경 쓸 것 없어." 로크가 말했다. "저어....하워드, 자네와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자네에게조언을 구하고 싶어. 앉아도 될까?" - P64
키팅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솔직한 마음을 꺼내 보였다. "사실 난 종종 자네가 미쳤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난 자네가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건축에 대해서 말이야, 알지. 자넨 저 멍청이들이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어. 그리고 자넨 건축에 대해 저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뜨거운 애정을 품고 있지." - P65
"글쎄, 내가 자네한테 왜 이런 얘길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하워드, 사실 이런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난 학장님보다는 자네의 의견을 듣고 싶어. 결국 학장님 의견에 따르겠지만 내겐 자네 의견이 더 큰 의미가 있어.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네한테 왜 이런 소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로크는 키팅을 향해 돌아앉아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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