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양의 방사선에 피폭되었다고 하더라도 나타나는 피해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은 DNA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포분열을 많이 하는 어린아이에게 더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 P124

1986년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체르노빌에는 굉장히 많은 방사선이 여전히 퍼져있습니다. 현재 체르노빌에서는 시간당 1.25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1 밀리시버트=1,000 마이크로시버트) - P125

2011년 후쿠시마에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역시 굉장히 많은 방사선이 퍼졌는데, 현재 시간당 2.5~5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이 나온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시간당 0.1~0.2마이크로시버트 정도입니다. - P125

우리나라는
왜 석유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도 석유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체왜 석유가 안 나오는 걸까요? - P135

석유가 만들어지는 과정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석유의 대부분은 약 2억 5,000만년 전인 중생대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중략).
우리나라에도 공룡이 살았고 공룡은 죽어서 석유가 되었는데,
왜 우리는 석유가 없을까요? 이것은 공룡이 죽으면 석유가 되는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석유의 주성분은 탄소와 수소입니다.
이것은 생물의 주성분과 같은 것으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공용이 아닌 다른 생물이 죽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P135

땅속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온도가 높아지고 위에서 누르는 압력도 높아지게 되는데 사체가 이런 고온 고압의 환경에 놓이게 되면 ‘케로젠‘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케로젠이 고온의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석유로 변하게 되죠. - P136

(전략). 즉 과거 플랑크톤이 많이 살던 바다가 오늘날 석유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 P137

우리나라는 석유를 채굴하지 않기 때문에 산유국과 거리가 아주 멀 것으로 생각되지만 놀랍게도 95번째로 원유를 채굴한 산유국이에요. 울산광역시 앞바다 남동쪽에 있는 동해 가스전은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 P139

물론 2021년에 가스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산유국 지위를 잃은 상태지만,
산유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 P139

일단 알아두면 교양 있어 보이는 과학 용어

►케로젠: 석유가 되기 전 석유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의 퇴적 유기물 - P139

PART3


알고 나면
깜짝 놀라게 되는
우리 몸의 비밀


물속에 계속 있으면
어떻게 될까?


(전략). 그렇다면 이런 기분을 오래 느끼기 위해 물속에 계속 있으면 어떨까요? 아마 몇 분간은 기분 좋은 상태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윽고 물에 오래 담궈진 손가락과 발가락이 쭈글쭈글해지겠죠. - P159

그렇다면 손가락과 발가락은 왜 물속에 오래 있으면 주름이지는 걸까요? 주름이 생기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신경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 P159

 실제로 신경이 마비된 사람은물에 아무리 오래 있어도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 P160

 일부 연구에 따르면 물에 들어간 뒤 12시간이 지나면 피부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72~144시간이 지나면 피부염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만약 욕조 안에 있는 것이라면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엉덩이나 등, 발뒤꿈치에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시작합니다.  - P160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면 욕창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오히려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있습니다. 많은 물이 피부로 흡수되면 피부 안에 수포가 만들어집니다. - P161

물속에서 인간은 며칠을 살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11일 동안 물속에서 있을 수 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방금 세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미국의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은 물속에서 7일 동안 지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물속에 있는 동안 살과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고 합니다. - P161

과다 출혈일 때
흘린 피를 먹으면 괜찮을까?


(전략). 물론 우리가 평소 살짝 다치는 정도라면 과다 출혈로 죽진 않겠지만 말이죠. 그런데 만약 정말로 크게 다쳐 피가 많이 나오는 상황, 즉 과다 출혈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흐르는 피를 다시 입으로 먹는다면 과다 출혈로 죽지 않을 수 있을까요? - P167

우리 몸에서 혈액이 돌 때 발생하는 일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한 조직으로 운반하고, 노폐물을 신장으로 운반하여 체외로 배출되도록 돕습니다. 혈액은 전체 몸무게의 8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30~40퍼센트 정도만 없어져도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가 오거나 심한 경우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 P168

산소를 운반하는 것은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입니다. 헤모글로빈에는 철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철분과 산소가 만나면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피는 붉은색으로 보입니다. 반면 정맥에는 산소가 부족하고 이산화탄소가 많은 피가 모이기 때문에푸른색으로 보이죠. 손둥이나 손목에 보이는 핏줄이 파란색으로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 P169

일반적으로 수혈은 정맥에 정맥관을 넣어 혈액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 P170

혈액을 먹었을 때 소화기관에서 벌어지는 일

(전략).
피에는 단백질이나 포도당 같은 영양분이 있기 때문에 위에서 분해되고 영양분이 흡수된 뒤 나머지는 걸러질 것입니다. 즉 피를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혈관으로 직접 흡수되어 부족한 혈액을 보충하는 것은 아닙니다. - P170

일단 알아두면 교양 있어 보이는 과학 용어

►성분수혈 환자가 필요로 하는 혈액 성분만을 뽑아 혈관에 주입하는 수혈 방식 - P171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전략). 도대체 왜 인간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것일까요? 인간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요? - P188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

겨울이 되면 먹을 것이 많이 없기 때문에 가을에 많이 먹어둔뒤 겨울 내내 잠을 자다가 봄에 깨어나는 것을 ‘겨울잠‘이라고합니다. 설령 먹을 것이 많이 있다고 해도 추운 날씨를 버틸 수없는 동물이라면 겨울잠을 잡니다. - P189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의 헨리 스완 박사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을 연구해 어떻게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아프리카 페어는 여름잠을 자는 물고기인데 1960년대 헨리 스완은 여름잠을 자고 있는 폐어의 뇌에서 추출한 물질을 쥐에게 투입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쥐의물질대사가 감소했고 체온도 낮아지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 P190

계속되는 겨울잠 연구

2013년 미국의 도메니코 투폰 교수는 쥐 연구를 통해 겨울잠을 자게 만드는 스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데노신수용체라고 불리는 ‘AIAR‘이 바로 그것인데 이 수용체에 아데노신을 결합시키면 물질대사, 심장박동, 호흡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P190

2011년 연세대학교 최인호 교수는 물질대사를 조절하는TIAM을 쥐에게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쥐가 5일 동안 겨울잠에 빠졌다고 합니다. 이 물질 중 어떤 것이 인간을 겨울잠에 빠지게 할 수 있는지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 P191

야한걸 많이 보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랄까?


(전략). 그런데 머리카락을 자른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금방 머리카락이 자랐다면 누군가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머리가 왜 이렇게 빨리 자랐어? 야한 거 많이 본 거 아니야?" 이 말처럼 야한 걸 많이 보면 정말 머리카락이 빨리 자랄까요? - P192

우리 몸의 털이 자라는 원리

머리카락을 포함한 눈썹, 콧수염, 겨드랑이 털처럼 온몸에 나는 털의 성장에는 남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안드로겐 그중에서도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P193

모낭에는 ‘5알파환원효소‘라는 것이 있는데 이 효소가 테스토스테론과 만나면 DHT라고 불리는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으로 바뀝니다. 모근에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와 DHT가 만나면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IGF-1 가 만들어져 모발의 성장을 도와줌니다. - P194

그런데 이것은 눈썹 아래에 있는 털만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모발의 성장을 도와주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가 머리카락에서는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죠.  - P194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된다고 해도 결국 DHT로 바뀌지 않는다면 콧수염이나 겨드랑이 털이 빨리 자라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정을 하면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다시 줄어든다고 하니 야한 것을 보는 것과 머리카락의 성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95

일단 알아두면 교양 있어 보이는 과학 용어

►환원효소: 생체 내에서 물질의 환원에 촉매 역할을 하는 효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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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르바루를 떠난 이후 아마라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었다. 새로운 폐허에 도착할 때마다 가장 보잘것 없는 집을 찾아내서 덕트 테이프로 틈새라는 틈새는 모두 밀폐하고 잠들었지만, 며칠이 지나면 또다시 떠나야 했다. 오래 머물면 사람이있다는 티가 날 테니까. - P135

랑카위에서 도망쳤을 때 나와 아마라는 원래 믈라카 근처에서 엄마를 찾으려고 했었다. (중략). 그러나 지금까지는 도저히 행적이나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 P136

가끔 라디오 전파를 잡아 돔 시티에서 발신하는 방송을 들었다. 그 목소리에 실려오는 것은 죽음의 소식뿐이었다. - P136

나는 아마라가 나를 떠나버릴까봐 두려웠다. 이 끔찍한 세계에서 아마라마저 없다면 나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도 아마라는 자신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P137

돌핀의 상태도 점점 형편없어져서, 두 시간쯤 운전하고 나면 충전을 남은 하루 내내 해야 했다. 우리는 운신의 폭을 좁혀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다. - P137

"거길 찾아가자. 내성들이 살아 있다는 곳......"
아마라의 마음을 알 것 같으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다. 아마라는 이제 그런 소문에 매달릴 만큼 내몰려 있었다. (중략). 안전한 곳, 희망이 있는 곳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응, 언니, 거길 찾아가보자." - P138

도피처의 정보를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애초에 쉬울 거라고예상하지도 않았다. 그런 도피처가 있다면, 함부로 외부인들에게 정보를 유출하지는 않을 테니까.  - P138

수소문 끝에 진짜 좌표를 알고 있다는 내성들을 만났고 그대가로 결국 돌핀을 넘겨야 했다. 만약 아마라가 잠시라도 망설였다면, 나도 거기서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라는 너무 단호했다. 나는 그게 아마라가 희망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P139

좌표를 향해 차를 몰면서도 나는 정말로 도피처가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다. (중략).
그들이 알려준 곳은 한때 국립공원이었던, 이따금 등산객들이 드나들었으나 지금은 완전히 인적이 끊긴 숲이었다.  - P140

우리가 희망을 발견한 거야.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졌다. 괴한들이 우리를 둘러쌌고, 무기를 들이밀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아마라를 불렀다.
죽음이 코앞에 있었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느껴졌다. - P140

나는 눈을 깜빧였고, 무언가가 내 눈을 단단히 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둠이 아니라 검은 천, 혹은 그와 비슷한 무엇이었다.
"이름이 뭐지?"
여자로 추정되는 낮은 목소리였다.
"대답해."
"나오미 나오미 재닛."
"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 - P141

"소문을 들었어요. 믈라카에서…………… 랑카위 연구소에서도 그랬어요. 도피처가 있다고, 내성들이 모여 산다고 했어요. 좌표를 준 건 최근에 만난 내성종들이에요. 정확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국립공원이라는 것 정도…………… 우리는 한참 헤매야 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로 횡설수설했다. (중략).
"랑카위 연구소라고?" - P142

"절 어떻게 하시든 괜찮아요. 그냥, 아마라 언니의 상태를 딱 한 번만 봐주세요. 연구소에서 혹독한 실험을 당해서 ・・・・・・ 그 이후로 건강이 나빠졌어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무슨 약을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괜찮은지만 알고 싶어요."
"우리가 왜 그렇게 해야 하지?"
"저는 쓸모가 있을 거예요. 내성이 강하니까요. 실험을 하셔도괜찮아요. 너무 끔찍한 것만 아니면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랑카위 연구원들도 이런 완전 내성은 드물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마라를 살펴봐주세요. 제발......" - P143

나는 있어서는 안 될 마을을 목격하고 있었다. 더스트 시대에는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을 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이 있는 거예요?"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돔 바깥에서는 모두 다 죽었다고요." - P146

여자는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여자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래. 모두 죽었는데, 이 숲만이 살아 있어. 정말 이상한 일이지." - P147

. 자신의 이름을 야닌이라고 알려준 그 여자는 나에게 주먹만한 빵 한 조각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음료를 건넸다.
"빵은 남겨도 되지만, 음료는 다 마시는 게 좋을 거야."
야닌은 무미건조한 태도로 그렇게 말하고 집을 떠났다. - P147

야닌은 나와 아마라가 이곳에 머물러도 되는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쓸모없는 여자아이들이니까, 쫓겨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게 뭐든지 시켜만 준다면……………텅 빈 바구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어차피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음식을 조금만 더 달라고 부탁할 걸 그랬다고 - P148

"이곳 사람들은 논의 끝에 우리를 받아들여주기로 했어."
"논의가 아니라 고문이겠지. 눈을 가려놓고 무섭게 말했어."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마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그건 그랬지. 여기 사람들 말로는, 새로운 입주자를 받지 않은지 거의 반년이 넘었다. 게다가 이곳의 정보를 밖으로 유출하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데, 우리가 밖에서 소문을 듣고 좌표까지 알아내서 찾아왔다는 게 그들에게는 일종의 위협으로 느껴졌다는 거야."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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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이식하면
기억도 옮겨질까?


우리는 뇌가 있는 덕분에 기억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행동할 수 있고, 감각을 느낄 수 있죠. 뇌는 이렇게 많은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에 다치면 치명상을 입기도 합니다. - P17

뇌에 기억이 저장되는 원리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나뉩니다. 소뇌는 몸의 균형과 운동 능력을 담당하고, 뇌간은 호흡, 심장 박동, 혈압 조절과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뇌는 청각과 시각 같은 감각 기능과 언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크게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으로 구분됩니다. (중략). 구체적으로는 해마를 구성하는 뉴런들이 만나는 ‘시냅스‘라고 불리는 신경연접에 저장이 되죠. - P18

먼저 뇌를 이식하기 위해선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야 합니다.
하지만 두개골은 아주아주 단단하기 때문에 두개골을 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죠. 게다가 뇌는 우리의 몸 전체와 신경이 연결되어 있는데, 뇌를 꺼내기 위해선 이 연결을 모두 끊어내야 합니다. - P19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뇌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자체를이식해야 합니다. 1970년 미국의 로버트 화이트 박사는 원숭이의 머리를 다른 원숭이의 몸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결과, 머리를 이식한 원숭이는 의식을 차리긴 했지만 9일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 P20

뇌 이식수술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면?

만약 미래에 기술이 발전해 뇌 이식 수술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요? 기억은 해마를 포함한 뇌에 다양한 부위(대뇌피질, 편도체, 소뇌, 기저핵 등)에 위치한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에 통합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뇌를 이식한다면 기억 역시 옮겨질 것입니다! - P21

(전략). 그래서 장기이식을 받게 되면 면역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먹는데요. 뇌를 이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장기이식보다 뇌 이식을 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과 위험성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에, 뇌 이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보다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은 것이죠. - P21

갑자기 누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길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뒤를돌아봤더니 아무도 없었던 경험을 한 적 있나요? 혹은 집에 혼자 있는데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 P38

 이런 느낌을 현존감, 존재감 혹은
‘Feeling of presence‘를 줄여서 ‘F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P38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EPFL 신경과학연구소 올라프 블랭크 교수는 (중략).
이후 블랭크 교수는 평소 유령을 본다는 사람의 뇌를 연구했는데요. 이런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대뇌 피질(뇌섬엽), 두정-전두피질, 측두-두정피질에 이상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죠. (중략). 즉 나 혼자있는데 누군가 날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뇌가 느끼는 감각이었던 것이죠. - P39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감각의 정체

블랭크 교수는 사람의 움직임을 전달받아 실시간으로 똑같이움직이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뇌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을 모아 로봇을 이용해 현존감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죠. - P40

(전략). 참가자들이 오른손을 올리면 로봇은 0.5초 뒤에 오른손을 올렸습니다. 그러자 참가자들은 뒤에 누군가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참가자 중 일부는 등 뒤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 무서워서 실험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뇌가 신호를 전달받을 때 무언가 이상이 생겨서 시간차가 생긴다면 혼자 있어도 누군가가 같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P41

즉 현존감은 실제로 뒤에 누군가가 있어서 느껴지는 감각이아니라 과거 나의 움직임을 느끼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뇌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자주 느끼지만, 이상이 없더라도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현존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P41

아플 때 낮보다 밤에
더 몸이 아픈 이유?


(전략).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낮 시간대에는 괜찮았던 몸이 밤이 되어 자려고 하면 더 아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잠들기 전 아픈 것이 더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P42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시스템

우리의 몸은 외부 물질에 대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면역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발동됩니다 - P43

면역 체계 세포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고 우리 몸 내부에 있는 여러 물질과 함께 움직이는데요.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코르티솔은 맥박과 호흡을 증가시키고 혈당을 높여 위기상황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반면 면역 시스템을 약화시킵니다. - P43

코르티솔은 콩팥 위 부신피질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하루 종일 같은 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침에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밤이 될수록 양이 적어집니다. - P44

잠에 들기 전 우리의 몸이 아픈 것은 실제로 질환에 의해 아프다기보다 몸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니 몸이 아프다면 잠을 잘 자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죠. - P45

일단 알아두면 교양 있어 보이는 과학 용어

(중략).
▶코르티솔 부신 겉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항염증 작용을 한다. - P45

인류가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전략). 지구에사는 동물 중에서 인간이 최정상에 군림할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립보행입니다. - P55

지구에 많은 동물이 있지만 펭귄을 제외하면 직립보행을 하는동물을 찾기 힘듭니다.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 척추에 무리가 가는 데다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집니다. - P55

하지만 인간은 두 발로 몸의 무게를 몇 시간이나 버티고 있을수 있습니다. 심지어 오랜 시간 달리기도 가능하죠. 이렇게 두발로 오랜 시간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의 발바닥이 움푹 패어있기 때문입니다. - P56

인간만이 가진 발바닥 아치의 비밀

(전략).
아치는 건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발바닥을 이루고 있는 뼈 모양 자체가 아치 모양으로 되어있어 발바닥이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죠. 아치 모양의 뼈 덕분에인간은 직립보행을 할 수 있고, 오랜 시간 두 발로 걷고 뛸 수 있는 것입니다. - P57

미국 예일대학교의 마두수단 벤카데산 교수는 인간의 발바닥은 세로형 아치와 가로형 아치 총 두 개의 아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가로형 아치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발 모양을 본뜬 모형을 만들어 아치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세로형 아치를 제거했을땐 발의 힘이 23퍼센트만 감소한 반면, 가로형 아치를 제거했을땐 발의 힘이 40퍼센트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 P58

추가로 세로형 아치가 무너질 경우 발바닥에 움푹 패인 부분이 없는 평발이 되고, 가로형 아치가 무너질 경우 발가락이 벌어지고 발볼이 넓어지게 됩니다. 이런 발을 개장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아치는 직립보행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아치가 무너진 발을 가진 사람은 오래 걷거나 뛸 때 큰 불편함을느끼게 됩니다. - P59

고환으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략). 고환으로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어요?
음식이 혀에 닿게 되면 미뢰에 있는 미각 수용체가 반응하면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남성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고환에도 이런 미각 수용체가 존재해 맛을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 P60

온몸에 퍼져 있는 미각 수용체

음식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과거에는 안전한 음식, 위험한음식을 구분해내기 위해선 직접 먹어보는 수밖엔 없었습니다. - P61

쓴맛이 몸에 들어오면 쓴맛 수용체가 쓴맛을 감지하고, 신체는 위험한 것이 들어왔다고 판단해 몸을 보호할 준비를 합니다.
쓴 음식을 먹었을 때 인상이 찌푸려지며 뱉고 싶어지는 이유는 우리 몸의 방어 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P62

(전략). 고환에 있는 미각 수용체는 건강한 정자를 만들고정자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자에도 맛을 느낄 수 있는 미각 수용체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고환을 포함한 몸의 여러 기관에는 미각 수용체가 있지만 혀에 있는 미각 수용체처럼 뇌와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맛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 P62

내가 길치인
과학적인 이유?


(전략). 그렇다면 길치도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걸까요? 길을 찾는 능력, 위치, 방향, 거리에 대한 정보는 뇌가 얼마만큼 일을 잘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 P67

1971년 신경 과학자인 존 오키프는 ‘쥐 길 찾기 실험‘을 통해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신경세포가 해마에 존재한다는 것을알아냈습니다. 늘 가는 길이 익숙한 이유는 그 장소를 신경세포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세포를 ‘장소 세포spacecell‘라고 부릅니다. - P68

길 찾기의 핵심인 신경세포의 발견

2005년 신경 과학자인 마이브리트 모세르와 에드바르 모세르부부는 해마 옆에 존재하는 내후각 피질에서 길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세포를 발견했습니다. 이 세포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관찰해보니 일정한 간격을 두고 격자무늬를 그린다고 해서 ‘격자 세포grid cell‘라고 부릅니다. - P69

격자 세포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특정 장소로부터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뇌가 장소를 구역으로 나눠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죠. (중략). 이런 발견 덕분에 오키프와 모세르 부부는 2014년 노벨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P70

밝게 빛나는 태양이 있는데,
우주는 왜 어두울까?

(전략).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태양 때문에 밝은 세상을 볼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나 밝게 빛나는 태양이 있는 우주 역시 언제나 밝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밤처럼 깜깜합니다. 마치 태양이 없는 것처럼 말이죠. 태양이 있는데도 우주가 어두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 P92

스스로 빛을 내는 별, 항성

태양처럼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별 또는 항성이라고 합니다. 우주에는 수많은 항성이 있고, 그중 우리 은하에만 5,000억 개 이상의 항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항성을 공전하는 천체를 행성이라고 부릅니다.  - P93

빛에도 적용되는 도플러 효과

도플러 효과는 파장뿐 아니라 빛에도 적용되는 현상입니다.
빛은 파장이 짧으면 파란색으로 파장이 길면 빨간색으로 보입니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 또는 항성이 우리에게 가까워진다면 파장이 짧아져 파란색으로 보일 것이고, 멀어진다면 파장이 길어져 빨간색으로 보일 것입니다. - P95

우주는 팽창하기 때문에 항성이나 행성에서 나온 빛은 우리에게 도달되는 동안 파장이 점점 늘어나 결국 적외선이 되어버립니다. - P96

(전략). 즉 지구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진 은하들은 빛보다 빠른속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즉 지구와 멀리 있는 항성이나 은하에서 나오는 빛은 팽창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영원히 지구까지 오지 못합니다. - P97

일단 알아두면 교양 있어 보이는 과학 용어

►항성: 중심부의 핵융합 반응으로 스스로 빛을 내는 별.
►행성: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항성을 공전하는 천체.
►도플러 효과: 상대 속도를 가진 관측자에게 파동의 진동수와 파원에서 나온 수치가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 - P97

쓰레기를 화산에 버려서
다 녹여버릴 수 있을까?


(전략). 쓰레기를 묻을 땅은 한정적이지만 계속해서 쓰레기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영원히 사용할 수는 없죠. 결국 다른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쓰레기를 화산에 던져버리는 건 어떨까요? - P98

활화산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용암이라도 몇몇 쓰레기는 녹이지 못합니다. (중략). ‘그렇다면 잘 타는 쓰레기만 모아서 버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이것 역시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 P100

쓰레기를 태우면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다이옥신, 미세먼지같은 물질이 배출됩니다. 이런 물질은 건강뿐만 아니라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이기도 하죠. - P100

만약 이런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용암에 쓰레기를 녹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활화산은 인간의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위험하기 때문에 가까이 갈 수도 없습니다. 화산에 잘 도착했다 하더라도 화산이 갑자기 폭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 P101

우주에서도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우리의 일상 생활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과거 전화와 문자만 되던 기계가 이제는 게임, 카메라, 영상재생, SNS, 배달, 은행 업무까지 되는 기계로 발전했죠. - P113

와이파이의 원리

와이파이는 무선통신 표준 기술로 공유기(무선 접속 장치)가 설치된 곳이라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이때 공유기와 스마트폰은 전파를 통해 연결되는데 전파는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같은 전자기파의 한 종류입니다. - P114

하지만 지구에 있는 일반적인 공유기가 내보내는 전파는 우주까지 닿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공유기로는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없습니다. 그러면 여가 시간에 인터넷을 하고 싶은 우주비행사들은 어떻게 할까요?  - P115

행성간 인터넷으로 우주에서 유튜브 보기


나사와 구글은 우주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터넷을 ‘행성 간 인터넷‘이라고하는데 이 연구가 성공하다면 우주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구 전체에도 와이파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인터넷이 접속되지 않는 지역은 완전히 사라지게 됩니다. - P115

방사선에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전략). 우리는 보통 방사능을 떠올리면 위험하다는 생각부터 하지만, 정확히는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선이 위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121

사실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역시 방사선의 한 종류이긴 합니다. 이들을 ‘비전리방사선‘이라고 하는데 어떤 물질의 분자구조에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은 방사선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 P122

(전략). 우리는 방사선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렇다면 왜 방사선을 위험하다고 하는 걸까요? - P122

방사선에 노출되면 발생하는 일.

(전략). 세포에 있는 세포핵에는 DNA가 있는데 바로 이 DNA가 방사선에 의해 파괴됩니다(직접 작용). 우리의 몸은 7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분이 방사선의 영향을 받으면 분해돼 산소 유리기(활성산소)가 만들어집니다. 유리기는 세포의 DNA를 기형적으로 변형시킵니다(간접 작용).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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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개막식은 성대하게 열렸다. 아영은 포스터가 잔뜩 놓인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연구자들과 소셜미디어 아이디를 교환했고 오후에는 ‘고립 지역의 자연적 돔 형성과 종의 변이: 섬과 폐기장의 생태 분석‘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들었다. - P94

이틀째에는 아영도 한반도 자생식물 식생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지만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는데, 그날 화제의 중심은 북유럽에서 나타난 새로운 종류의 덧생태계가 되어서였다. - P94

학회 행사가 열리지 않는 일요일 아침, 부서 사람들은 차를 타고 엔토토산으로 탐사를 떠났다. (중략).
제보자 루단과의 약속 장소는 아디스아바바 시내의 카페 나탈리였다. - P95

약속도 잡지 않았으면서 나오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우겨대는 루단을 도저히 설득할 수가 없어서, 아영은 결국 그를 따라 나섰다.
(중략).
"나오미, 나루단이에요 그 생태학자를 데려왔어요." - P98

"메일 읽었죠? 문 좀 열어봐요. 드디어 당신의 이야기를 증명할 기회라고요!"
아영과 루단은 또 한참을 기다렸다. 안에 있는 사람은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오미, 나오미! 당신 그 고집불통 좀 버려야 해요."
(중략).
"루단, 이렇게 마음대로 찾아오면 어떡하나? 난 당장 약초를다듬어야 해. 지금 안 하면 전부 썩어버린다고, 약초값은 자네가대출 거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돌아가게." - P99

아영은 심호흡을 하고말했다.
"나오미, 저는 한국에서 온 생태학자 아영이라고 해요. 모스바나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루단을 통해서 연락드리게 된 것, 정말 죄송해요. 잠깐만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요? 오래 끌지 않을게요. 당신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꼭 당신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예요...."
이번에도 무시하거나, 뭐라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다시 문이 열렸다.  - P100

허름한 외관과 달리 집안은 아늑했다. 약초 치료사로 유명한 자매의 집이니 짙은 약초 냄새가 나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약초냄새는 커녕 약초 치료사가 다룰 법한 물건 하나 보이지 않았다. - P101

"마음 같아서는 다 치워버리고 싶은데, 아마라의 얼굴을 봐서 참고 있답니다. 우리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저런 공헌패만 주고 입막음이라니."
아영은 당황했다. 나오미는 아영의 앞에 커피잔을 놓았다.
"액자까지는 그러려니 하지요. 수납장에 공헌패들을 세워놓자고 한 건 아마라였어요. 아마라도 십 년 전까지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제 아마라는 우리가 정말로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다 잊어가고 있어요. 대신 그 기억의 위치에 저 허구의 이름들을 채워넣었죠. 치료사이니, 마녀이니, 재건의 영웅이니 하는말들이요. 뭐, 우리가 처할 수 있었던 훨씬 더 나쁜 위치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 P102

나오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아영 씨, 식물생태학자라고 했지요? 제가 아영 씨에게 줄 수있는 정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식물은 잘 몰라요. 약초학자라고 부르기에는 형편없지요. 저보다는 차라리 아마라가 더 잘 안답니다. 안타깝게도 시기가 안 좋았네요. 아마라가 있을 때왔다면 당신도 유용한 정보를 좀 얻어 갔을 텐데 말이에요."
아영은 나오미가 자신을 한국식으로 ‘아영 씨‘ 하고 부르는 것이 신기했다.  - P103

"제가 알고 싶은 건, 굉장히 기이해 보이는 이 식물의 역사에요 저는 이 식물의 숨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당신은 이 식물의 역사와 함께한 사람이죠. 재건 초기의 구술사에서당신의 이름을 많이 보았어요. 그때까지 아직 이 식물은 ‘모스바나‘라는 이름으로는 잘 불리지 않았지만, 대신 각 지역의 ‘영광‘
을 의미하는 이름이 붙었더군요. 당신과 아마라는 약용식물을 이용한 치료, 특히 모스바나를 이용한 민간 치료로 유명해졌죠.
구술사의 증언자들에 따르면 당신이 모스바나를 에티오피아 곳곳에 도입한 장본인이라고도 했고요. 정말 많은 사람들을 구하셨다고 들었어요." - P104

나오미가 미소 지었다.
"그러니 아영 씨는 모스바나에 치료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도 이미 찾아봤겠네요. 그것도 식물학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니 말이죠."
나오미의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아영은 말문이 막혔다. - P104

"그렇다면, 모스바나에는 정말로 약효가 있다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그걸 약으로 쓰는 건 독을 들이켜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죠. 모스바나는 인간에게 매우 해로운 식물이랍니다."
(중략).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스바나를 약초로 써온 건가요?"
나오미가 웃었다. - P105

"맞아요 나오미, 그래도 저는 모스바나가 그런 지독한 식물만은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게 당신을 만나려고 한 진짜 이유예요."
아영의 말에 나오미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모스바나가 이상 증식중인 해월에서 기이한 푸른빛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어요 그리고 저는 그 푸른빛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죠. 왜냐하면 저도 어린 시절, 우연히 한 노인의 정원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 마법 같은 현상의 원인을 찾아야 했어요. 그러다 루단을 알게 됐죠 루단은 나오미 당신이 그 덩굴식물의 푸른빛에 대한 진실을 안다고 했고요" - P107

"당신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면・・・・・・ 그건 정말로 기이한 일이군요. 푸른빛의 모스바나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아요. 수십년 동안 모스바나는 세계로 퍼져 나갔고, 모스바나의 특성은 처음 그 식물이 가졌던 것과 너무 달라져버렸어요."
자리에서 일어선 나오미가 액자들이 잔뜩 걸린 벽면 앞으로다가갔다. 나오미는 벽면 앞의 서랍장을 열더니, 한참이나 무언가를 찾았다. 아영은 나오미를 조용히 기다렸다. - P108

나오미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사진은 언뜻 보았을 때는 그저까맣게만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사진 한구석에 희미한 구형의 빛이 찍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신이 말한 정원의 주인은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답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지요. 그곳으로 가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지금 아영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모스바나에는 아주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아영은 테이블 위에 노트와 펜, 녹음기를 올렸다. - P109

2장 프림 빌리지

조호르바루의 돔 시티는 이미 몇 달 전에 파국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돔 벽은 무너졌고, 철교는 끊겼고, 야자나무들은 모두까맣게 말라붙었다. 아부 바카르 사원의 외벽에 빛 바랜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 관광지의 흔적은 이제 사라졌다. - P113

지난 며칠 동안 아마라와 시내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았다. 시체들을 밟지 않게 애쓰며 시장 좌판과 가게를 뒤졌다. - P114

안쪽 골목에서 발견한 이 집을 차지한 지 일주일째였다. 이층으로 된 집은 허름했지만 몸을 숨기기엔 적당했다. 찬장에서 오래된 과자와 초콜릿, 차를 발견했는데 하나같이 맛이 끔찍해서그냥 가지고 있던 영양 캡슐을 먹기로 했다. 가공식품은 화폐로도 쓸 수 있을 만큼 귀하지만, 함부로 먹었다가 탈이 나면 그게 더 큰 일이니까. - P114

무작정 여기 머물 수는 없다. 어떤 곳이든 열흘 이상 머무르지않는 것이 믈라카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 P114

아마라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우리가 11월 8일에 집을 떠난건 또 어떻게 기억하냐고 물었다. 언니는 요즘 기억에 민감하다.
자신의 기억이 예전보다 불완전하다는 걸 약간 눈치챈 것 같다.
정확히 어떤 기억을 잃었다고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라는자꾸 무언가를 잊는다. - P115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상자에 남아 있던 캡슐 두 개를 이번에는 내 입에 넣었다. 이상한 맛이 났다. 썩은 고무 맛 같기도 하고 오래된 종이 맛 같기도 했다. 랑카위에서 도망친 이후로 우리의 주식은 늘 영양 캡슐이었는데, 한 번도 먹을 만하다고느낀 적이 없었다.
"전에도 영양 캡슐 먹어본 적 있어? 더스트 폴 이전에."
"먹어보려고 한 적은 있는데, 엄마가 말렸어. 애들은 못 먹는거라고." - P116

(전략).
"가버렸나봐. 집들도 허름하고, 건질 게 없으니까."
그 순간 탕, 탕, 하며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라의 표정이 굳었다.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괜찮아, 금방 갈 거야.‘
나는 그렇게 속삭였지만,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 P118

제발 떠나달라는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다락문이 쾅 진동했다. (중략). 제일 앞에 선 건 삐쩍 마르고 곱슬머리가 심한 여자였다. 그 뒤로 다른 여자들도 보였다. 모두 넷이었다. 곱슬머리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어라, 꼬맹이들. 우리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거냐?"
(중략).
"골목 뒤에 호버카가 한 대 있던데 꼬맹이들이 갖기에는 너무 좋은 물건 아닌가? 넘겨주면 우리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텐데." - P119

이번에 찾아온 내성종들은 조호르바루 돔 입구의 속임수를 쉽게 알아차렸다. 말하자면, 우리가 일주일이나 사냥꾼들의 눈을 피해가며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고장난 경보기 덕분이었다. (중략).
 경보기를 몇번 테스트해보고 우리는 저 경보기가 아주 이로운 방향으로 고장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 P120

"그래도 그 눈에 띄는 호버키는 어떻게든 좀 숨기는 게 좋을거다. 사냥꾼들에게 들켜 죽는 게 아니면 우리가 훔쳐갈 거니까."
여자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장난 경보기를 마음에 들어했다. 다른 폐허에 머물 때는 사냥꾼들이 툭하면 들이닥쳐 생체 감지기를 들이대서 그 초음파 소리에 노이로제가 생겼는데, 여기는 사냥꾼들이 얼씬도 하지 않겠다며 히죽거렸다. - P121

모닥불 앞에 앉자 캠핑을 하러 온 기분이 들어서, 나는 그렇게 느끼는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캠핑이라니. 나와 아마라는 소리를 낮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보다 좀더 컸다.
(중략).
다음날, 나는 배탈이 나서 죽을 뻔했다. 그들이 우리를 속이고 사냥꾼들에게 팔아넘기거나 돌핀을 뺏으려고 일부러 상한 비스킷을 준 줄 알았다. 그런데 골목에 있는 낡은 공용 화장실로 가보니 타티야나가 죽을상을 짓고 문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스테이시...... 스테이시를 죽여야 해. 분명 우릴 살해하려고한 거야. 입을 하나라도 줄이려고." - P122

우리는 그들과 며칠 더 같이 머무르기로 했다. 집은 따로 썼지만, 저녁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했다. 그들은 모닥불 앞에서, 때로는 휴대용 램프 앞에서 자신들이 거쳐온 폐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와 아마라는 주로 가만히 듣는 쪽이었다. - P123

"그런데 저 호버카는 어디서 구한 거야?"
"아, 그건......‘"
(중략).
"그런 걸 물어보면 우리가 강탈이라도 할 것처럼 들리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런 건 구하기 힘드니까. 꽤 솜씨가 좋나보나 해서." - P123

"어차피 지금은 없어진 연구소니까....."
나는 우리가 몇 달 전까지 갇혀 있었던 연구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믈라카의 대피소에서 연구원들이 건강 상태를 확인하겠다며 피를 뽑아 간 다음, 어느 날 갑자기 랑카위의 연구소로 옮겨졌던 것, 처음에는 잘 대해주겠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던 것, 그리고 우리에게 가해진 가혹한 실험들까지. - P124

"돔 시티가 아니라 마을이요? 아직 남아 있는 마을들이 있나요?"
"그렇지. 돔 시티를 흉내 낸 마을, 허술한 돔을 씌운 아주 작은곳들이지. 집 서너 채에 불과한 동네도 있고, 백 명 정도는 살 만큼 제법 그럴싸하게 꾸려놓은 마을도 있어.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보호복을 완전히 벗고 살 수는 없지. 돔 틈새로 더스트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조악한 포집기를 하루 종일 가동해야 하니까.
헬멧에 금이라도 갔다간 폐가 굳어버리기 십상이고, 그러니 돔시티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생활을 할 수밖에." - P125

마오와 스테이시는 마주보더니,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 소문은 들었어. 그곳에 사는 녀석들끼리는 프림이라고 부르는 곳인데, 거대한 온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그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아마라의 질문에, 이번에는 곱슬머리가 끼어들었다.
"그걸 찾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 P127

그날 밤 아마라는 침대에 누워 내게 속삭였다.
"저 사람들, 믿지 마.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나는 아마라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았다. 우리가 여태까지 당한 일들을 떠올렸다.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도 없다. 그러니 호의를 최대한 이용하고, 그들이무언가를 바라기 시작할 때 도망쳐야 했다.
조호르바루에 도착하기 전에 만난 어떤 청년은 나흘이나 자기집 창고에 우리를 머물게 해주었다. - P127

이틀 뒤에 우리는 조호르바루의 외곽 지역을 탐색했다. 여자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여자들은 겹치지 않게 구역을 나누자며, 안쪽 지역의 남은 물자를 꼼꼼히 살펴보겠으니 우리에게는 외곽을 탐사하고 돌아오라고 했다. - P129

조호르바루 외곽은 예상대로 처참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손상되지 않은 영양 캡슐을 몇 상자 찾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식료품 창고를 발견한 일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창고 안쪽에 더스트 과포화 지대가 생겨서 누구도 접근할 엄두를 못 낸 것 같았다. - P129

물자들을 돌핀에 싣고 나서, 나는 아까부터 자꾸 신경쓰였던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작은 책방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쉬다 가자."
사람들은 도망치면서 책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바닥에 몇권의 책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책을 주워 넘겨보았지만 내가ㅜ읽을 수 없는 말레이어였다. - P130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나는 이상한 기류를 느꼈다. 아마라가 기침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창밖이 붉어서 노을이 지나 했는데 일어나서 다시 보니 안개 같았다. 더스트 급증의 신호였다.
"돌아가자, 언니, 여긴 위험해." - P130

"언니,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여기 있어."
"안돼. 같이 가."
아마라는 기침하느라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였는데 나 혼자 보낼 수는 없다고 우겼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걸었다. 발걸음 소리조차 너무 크게 들릴 정도로 수상한 정적이 도사리고 있었다. 모닥불 흔적이 남은 공터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우리가 살던 집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 P131

"그 내성들, 거짓말은 안 했나보군."
보호복으로 얼굴을 감춘 남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희 얘기를 해주던데. 스무 살은 더 어리니 비싸게 팔릴 거라고."
아마라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순간 머리가 하얗게 변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우리는 동시에 품에서 더스트 탄을 꺼내 던졌다. 연구소에서 훔쳐온 것이었다. 사냥꾼들이 욕을 하며 우리를 쫓아왔다. - P132

골목을 벗어나는 순간 사냥꾼 한 명이 나를 따라잡았다. 다른 사냥꾼들보다 더 두껍게 보호복을 껴입어 움직임이 둔했지만 나를 잡기에는 충분한 덩치였다. 그에게 거의 붙잡힐 뻔한 순간 나는 스테이시의 겉옷을 펼쳐 그의 시야를 가렸다.  - P133

하지만 돌핀이 폐허를 빠져나왔을 때, 아마라가 조종 장치를 붙잡은 채 울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들이 내게 해준 말도 기억하려고 했다. 아무것에도 마음 붙이지 말고 그냥 어디로든 도망치라고, 그러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정말로죽는 거라고. 마지막으로 그 이름들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타티야나, 마오, 스테이시, 그리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는다 잊어버릴 이름들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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