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노시스의 전통에 의하면 인류에게 크라터(Kratér: 섞는 그릇), 즉 정신적 변환의 용기(容器)를 부여한 것은 바로 그 보다 높은 신이었다. 크라터는 여성원리로서 프로이트의 가부장적 세계에서는 자리잡을 데가 없었다. 물론 프로이트 혼자만이 그런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가톨릭 사상의 영역에서 신의 어머니와 그리스도의 신부가 성스러운 신방으로 받아들여져 적어도 그일부가 수용된 것은 수세기의 주저함 끝에 최근에야 비로소 이루어진 일이다. - P367

연금술을 발견하기 전에 나는 동일한 주제의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우리집 옆에 어떤 다른 건물, 말하자면 다른 측면 회랑이나 낯선 부속건물이 서 있었다. - P367

드디어 내가 꿈속에서 그 다른 건물에 다다랐다. 거기서 나는잘 꾸며진 서재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주로 16~17세기 책들이있었다. 돼지가죽으로 제본된 큼직하고 두꺼운 2절판 책들이 벽을 따라 꽂혀 있었다. - P368

내가 잘 모르는 그 부속건물은 내 인격의 일부, 즉 나 자신의한 측면이었다. 그것은 내게 속해 있으나 내가 아직 의식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 P368

리하르트 빌헬름이 1928년에 내게 보내준, 중국 연금술에 속하는 ‘황금꽃의 비밀‘을 통해 나는 연금술의 본질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 연금술을 배워 알고자 하는열망이 일었다. 나는 뮌헨의 한 서적상에게 부탁해 그의 수중에들어오는 연금술책은 무엇이든지 내게 알려달라고 했다. - P370

나는 그 책을 거의 2년 동안이나 방치해두었다. 이따금 그림들을 들여다보고는 그때마다 ‘아이쿠,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그림이람! 사람들은 이 그림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거야!‘라고생각했다.
수그러나 그것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문헌을 철저하게 공부해보기로 결심했다. - P371

나는 곧 분석심리학이 연금술과 기묘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연금술사들의 경험은 나의 경험이었고, 그들의 세계는 어떤 의미로는 나의 세계였다. 이것은 물론 나에게는 바람직한 발견이었다. - P372

확실히 의식의 심리학은 개인의 생활에서 이끌어낸 자료로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노이로제를 이해하려고하면 의식에 대한 인식보다 더 깊이 들어간 병력(病歷)이 필요하다. 그리고 치료과정에서 비상한 결단이 요구될 때 꿈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해석하려면 개인의 기억 이상의 것이 필요하게된다. - P373

나 자신도 그와 같은 꿈에 사로잡혀 있었고 열한 살 때부터 착수해온 ‘주요과업‘이 있었다. 나의 생애는 하나의 과제, 하나의 목표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것으로 통합되어 있었다.  - P373

나만의 고유한 과학적 연구는 1903년의 연상실험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자연과학분야의 작업으로는 나의 첫 연구라고여긴다. 당시 나는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진단적 연상실험》 후에 정신의학저서 두 권이 나왔는데, 그것은《조발성치매의 심리학에 관하여》와 《정신병의 내용》이었다. - P374

나 자신의 무의식 이미지에 몰두하게 된 것이 그 출발점이 되었다. 그 시기는 1913~1917년이었는데, 그후로는 환상의 흐름이 차츰 스러져갔다.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고 더이상 마법의 산 속에 잡혀 있지 않게 되자, 나는 그 모든 경험을 객관적으로 보고 거기에 관해 사색을 시작할 수 있었다. - P374

 "내가 프로이트나 아들러와 어떻게 다른가? 우리의 견해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내가 거기에 관해 숙고했을 때 유형의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판단을 애초부터 결정하고 제약하는 것은 심리학적 유형이기 때문이었다. - P375

내가 리비도의 변환과 상징을 낸 이래 줄곧 마음에 담아온주제는 리비도에 관한 이론이었다. 나는 리비도를 물리적 에너지의 정신적인 유사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것을 거의 양적인 개념이라고 여겼고 따라서 리비도에 관한 질적인 본질 규정을 모두 배격했다. - P376

물리학에서도 에너지와 그것의 여러 가지 표현, 즉 전기, 빛,
열 등에 관해 말한다. 심리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심리학도 일차적으로 에너지를 취급한다. - P376

내가 심리학을 위해 이루려고 한 것은 자연과학영역의 일반적인 에너지론과 같은 그러한 통일성이었다. 나의 저서 《정신의 에너지에 대하여 (1928)》에서 내가 목표로 삼고 추구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 P377

 예컨대 나는 인간의 본능을 에너지과정의 여러 표현으로 여기며, 열이나 빛들과 유사한 힘으로 본다. 현대 물리학자가 모든 힘을 이를테면 열에서만 끌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자 역시 모든 본능을 권력이나 성의 개념 따위로 분류할 수 없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초기에 범한 오류였다 - P377

《자아와 무의식의 관계》에서는 단지 나 자신이 어떻게 무의식과 관련을 맺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만 밝혔을 뿐 무의식 그 자체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환상탐구에 몰두하면서 나는 무의식이 변환하기도 하고 변환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P377

나의 연구에서 본질적인 점은 일찍부터 세계관의 문제에 간여하고, 심리학과 종교적 문제의 대결을 다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심리학과 종교(1940)》에서 처음으로 그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고, 그 뒤에 《파라셀시카(1942)》에서 다시 다루었다. - P378

내가 무위식의 상징표현이 기독교 또는 다른 종교오ㅓ 어떤 관계에 있느냐 하는 문제를 항상 생각해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기독교 복음에 문을 열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서구인 정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 P378

기독교 관념과 분석심리학을 대면시키려고 시도하다가 나는 결국 심리적 형상으로서의 그리스도라는문제에 이르게 되었다. 《심리학과 연금술》에서 나는 이미 그리스도와 연금술의 중심개념인 ‘라피스‘, 즉 돌 사이의 유사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 P379

녹색 금은 연금술사들이 인간뿐 아니라 무기물에도 존재한다고 여긴 생동하는 본성이다. 그것은 생명의 혼, 즉 ‘세계혼‘ 또는
‘대우주의 아들‘, 전세계에 살아 있는 ‘안트로포스(Anthropos원래는 인간, 인류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좀더 근원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음-옮긴이)‘를 표현하고 있다. - P380

나는 아이온(1951)》에서 그리스도의 문제를 다시 다루었다.
그 책에서는 정신사적 유비(比)문제를 다루지 않고 그리스도 형상을 심리학과 대면하도록 했다. - P381

이러한 탐구를 하는 동안 역사적인 모습, 즉 인간 예수에 대한의문이 또한 제기되었다. 그 의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가 살던 시대의 집단적 심성은 그 당시 형성되었던 원형,
즉 안트로포스의 원초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거의알려지지 않은 한 유대인 예언자에게 집중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이었다. - P381

(전략). 그리하여 많은 곳에서 그리스도 재림의 가능성과 거기에대한 희망이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환상을 보았다는 소문까지나돌고 있는데, 그것은 구원을 기대하는 마음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것이 취한 형태는 과거에서는 비교할 만한 것을찾을 수 없고, ‘기술시대‘의 전형적인 아이의 모습을 보일 뿐이다. 미확인비행물체(UFO) 현상의 전세계적인 확산 같은 것이 바로 그렇다. - P382

상처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문제는,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외적인 것에 불과한 세계,
즉 자연과학의 세계상으로 향한 길을 찾을 수도 없고,
지혜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언어의 지적인 즉흥연주로 만족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 P219

환자들


취리히대학 정신병원인 부르크횔츨리에서의 수년간은 나의 수련기간이었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의 중심주제로 삼은 것은 ‘무엇이 정신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하는 화급한 의문이었다. - P221

정신의학강의가 목표로 하는 것은 병든 인격에 관해 소위 추상화를 하고 진단과 증상의 기록, 통계로 만족하는 정도였다. 그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이른바 임상적 관점에서는 의사에게 중요한 것이 한 인간이요 한 개체로서의 정신병자가 아니었다.  - P221

이런 상황에서 프로이트는 나에게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히스테리와 꿈의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탐구를 그가 했기 때문이었다.  - P222

그 무렵 깊은 인상을 남긴 한 가지 사례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사례는 ‘우울증‘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 입원하여 내가 근무하는 병동에 와 있던 젊은 부인에 관한 것이었다. - P222

처음에 나는 그 진단에 대해 감히 의심해보려 하지 않았다. 그당시 나는 아직 젊은 데다 신참이었으므로 다른 진단을 내릴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례는 나에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 P222

연상검사를 통해 나는 그녀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녀가 우울증에 걸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요컨대 일종의 심인성 장애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어떠했는가? 그때까지 그녀는 불면증 때문에 최면제 처방을 받고 있었다. 또한 자살할 염려가 있었으므로 감시를 받았다. 하지만 그외 다른 치료는 시행되지 않았다. 그녀는 신체적으로는 건강한 편이었다. - P224

그럼에도 나는 결과가 아주 불확실한 치료법을 감행해보기로 결심했다. 나는 연상검사를 통해 알게 된 모든 사실을 그녀에게 말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P225

내가 동료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들이 이 사례에 대해 논의하면서 어떤 법적인 문제를 제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에게 있었다. - P225

1905년 나는 정신의학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고, 같은 해 취리히대학병원 정신과 상급의사가 되었다. 4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다가 일이 너무 많아져 1909년에 사직해야만 했다. 해가 지날수록 개인병원 업무가 한층 늘어나는 바람에 나는 더이상 대학병원 일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1913년까지 대학강사직은 유지했다. - P226

(전략).
이것이 나로 하여금 최면을 버리도록 한 체험들 중 하나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부인은 정말 완치되어 기뻐하면서 돌아간 것이다. 나는 늦어도 24시간 안에 그녀가 재발하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그녀에게 상태를 알려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의 통증은 재발하지 않았다. 나는 의혹을 가지면서도 그녀가 치유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해, 여름학기 첫 강의 때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바로 얼마 전에 다시 시작된 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 P228

 드디어 나는 그녀의 통증이 정말로 신문에서 내 강의 공고를읽은 바로 그날, 그 시각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나의 추측을 입증해준 셈이었으나 나는 여전히 그 기적적인 치유라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 P228

사실상 그녀로 인해 나는 그 지방에서 마술사와 같은 명의로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곧 두루 퍼져나가 그녀 덕분에 나는 개인적으로 돌보는 환자들을 처음으로 얻게 된 셈이었다. - P229

처음에 나는 내 개인병원에서도 최면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면술을 사용해도 암중모색으로 그칠 뿐이었기 때문에 곧 이 방법을 포기해버렸다. 우리는 개선이나 치료가 어느 정도 오래 지속되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나는 그와 같이 불확실한 가운데 일하는 것에 대해 늘 저항을 느꼈다. - P230

1904~1905년에 나는 대학병원 정신과에 실험적 정신병리학실습실을 개설했다. 그곳에서 나는 몇 명의 학생을 데리고 그들과 함께 심리적 반응, 즉 연상에 대해 연구했다. 프란츠 리클린(Franz Riklin) 1세가 나의 공동연구자였다. - P230

이러한 연상에 관한 연구 덕분에 나는 그후 1909년에 클라크대학으로 초빙되었다. 그 대학에서 나의 연구에 관한 강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와 같은 시기에 나와는 별도로 프로이트도 초빙되었다. - P231

임상적 진단은 어떤 방향설정을 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점은 환자 ‘사연‘의 문제다. 그것이 인간적인 배경과 인간적인 고통을 드러내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의사의 치료는 시작되기 때문이다. - P236

(전략).
어느 날 저녁 늦게 병동을 지나가다가 나는 그 노부인이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다시 한번 자문해보았다. "왜 저런 동작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러고는늙은 수간호사에게 가서 환자가 이전부터 늘 저런 모양으로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요. 그런데 내 전임자는그녀가 이전에는 구두를 만들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환자의 낡은 병력기록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거기에 그녀가 구두를 수선하는 것 같은 동작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후략). - P237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환자가 죽자 그녀의 오빠가 장례식장에 나타났다. "당신 누이동생은 왜 병이 들었죠?"라고 내가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오빠는 자기 누이동생이 한 구두수선공을사랑했는데 그 사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고, 그러자 그때 누이동생이 ‘돌아버렸다‘고 했다. 그 구두수선공 같은 동작은 연인과의 동일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녀가 죽을 때까지 계속된 것이었다. - P238

그때 나는 이른바 ‘조발성치매‘의 심리적인 기원에 관해 처음으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후로 나는 모든 주의를 정신병에서 의미있는 관련성들을 찾는 데 돌리게 되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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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을
조립할 수 있을까?

환원주의와 편견

우리는 과학을 흔히 사물의 이치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려는학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 탓에 ‘가‘와 ‘나‘ 두 가지 학문이 있다고할 때, 어떤 것이 더 근원적인지 비교하며 어떤 학문을 다른 학문의 뿌리라고 생각하곤 한다. - P57

물론 진실을 조금 담고 있는 농담이지만, 이처럼 학문들을
‘근원‘과 ‘응용‘으로 나눠 줄 세우려는 시도의 배경에는 근원적인이해를 위한 최선의 과학적 방법은 연구 대상을 지속적으로 더작은 부분으로 쪼개나가면서 각 부분을 더 세세히 살피는 것이라는 환원주의 철학 reductionist philosophy이 있다. - P58

쪼갤수록 이해에서 멀어지는 역설

물론 대상을 계속 잘게 쪼개가면서 탐구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근대과학이 태동하고 성공하는 데 기여한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 P58

그 능력을 과신했던 천체역학자 피에르시몽 드 라플라스Pierre-SimonLaplace (1749-1827)는 "지금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위치와 속력을 알려주면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말해주겠다"라며 자신의
‘신성한‘ 능력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 P59

하지만 이렇게 근원적인 과학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서만우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라플라스의 의기양양한 주장은 과학의 발전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이 20세기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 P59

대표벅으류 고체물리학 soild-state physics또는 응집물리학 condensed-matter physics에 큰 족적을 남기며 197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필립 W. 앤더슨Philip W. Anderson (1923~2020)은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에세이에서 물리학적 환원주의의 극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원자보다 작은 소립자들을 연구하는 물리학) 전문가들이 만물의 근원을 찾겠다며 원자를점점 더 작게 쪼개면 쪼갤수록 오히려 그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세포, 생명체, 인간 그리고 사회와 같은 것들을 이해하는 일로부터는 더욱더 멀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 P60

근원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물론 또 다른 부류의 과학자들은 이와 정반대의 자세로 전문지식과 상식이 (가끔은 아주 기발하게) 결합된 현실적인 방식으로 복합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P61

(전략). 그런데 약 10만 개나 되는 인간 유전자 각각의 역할을 알아낸답시고 유전자 단백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의 운동 방정식을 풀려는 환원주의자들의 시도는 100이면 100 모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유전자 제거는 이러한 접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생물체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없애버린 다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함느로써 그 유전자의 엳할을 역으로 추적하는 철저히 경험주의적 방법이다. - P61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프롤로그

나는 물리학자다. 그 가운데에서도 나는 나를 문화를 연구하는 ‘문화물리학자‘로 부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문화 연구를 과연 물리학의 한 분야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 P5

물리학과 문화. 나는 두 낱말늬 뜻을 들어다보기만 해도 둘 사이의 연결고리 찾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고 여겨왔다. 문화란 인류의 삶의 방식과 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의 총체이므로 물리학도 응당 문화에 포함되고, 물리학이란 모든 물체들의 이를 알아내는 학문이므로 문화도 당연히 그것의 탐구 대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 P6

. 하지만 여행에서 즐거움의 태반은 지도에 없는 마을에 도착하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 (기분 좋은 놀라움)에서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 P6

그 결과 나는 과학과 문화의 진정한 연결고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깨닫고, 이로부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한 조각의 시공간을 끊임없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7

상상만 해도 머릿속이 아찔해질 정도로 광활한 우주에 비할바 없이 작디작은 사람의 몸으로부터 어떻게 그렇게 큰 일을 해내는 힘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 P8

 복합계 과학의 넓은 지평을 몸소 보여주신 미시간 대학교의 마크 뉴먼Mark Newman 지도교수님. 소중한 청춘기에 나에게 배움을 청함으로써 오히려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아람, 도흠, 승규, 세미, 경연, 규현, 동혁, 한라, 소희, 진영, 동주, 민상, 성필, 병휘, 이 길을 갈 기회를 주신 KAIST와 문화기술대학원의 동료 교수님들. 매일같이 하늘을 눈에 담은 채 공상에 빠져 있는 게 일상이던 어린 아들과 동생의 마음이 끝없이 자유로울 수있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과 누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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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가 부족하면 빈혈,
언어가 부족하면 빈어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비트겐슈타인 - P106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주고받는 단어를 한쪽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빈곤‘ 현상이 있다. 빈어(貧語) 혹은 빈어증(貧語症)이라고 한다.²² - P107

22. 전광진, "애국가 단어 이해력 60점 이하면 당신도 빈어증", <주간조선>, 2016년 4월25일자

증상이 더 심해지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못하니 공부는 물론 일상적 대화에도 깊이 관여하지 못한다.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에 심각한 사고(事故)가 일어난다. - P108

빈어증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의도적으로 우리말을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08

예를 들면 여러분은 글을 쓸 때 반성(反省)과 성찰(省察), 백미(白眉)와 압권(壓卷), 변동(變動)·변화(變化)·변천(變遷), 비난·비판·비평의 차이를 구분해서 쓰는가?²³ 모두가 미묘한 차이를 지닌 유사어다. - P108

23. 최성우(지음), <국어의 고수2>(2009), 커뮤니케이션북스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나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미식가를 한자로 쓰면 미식가(味食家)일까 미식가(美食家)일까?  - P109

결국 빈어중은 한자어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한자어를 많이 익히고 정확하게 사용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어휘력 향상의 지름길 아닐까? - P110

‘한자‘모르면
어휘력도 한심

빈어중은 외국어 공부를 방해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영어의 ‘accomplishment‘를 우리말로 관철(貫徹)이라고 번역하면 관철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중고가 따른다. - P110

‘contribution‘는 기여 혹은 공헌을 뜻하고, involvement‘는관여 혹은 개입이다. 그런데 기여와 공헌, 관여와 개입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면 어떨까?  - P111

"숙고하는 것이 손전등이라면 행동하는 것은 전조등이다."²²
어느 날, 학부 수업시간에 이 말을 보여주면서 숙고와 행동의 차이점을 멋지게 비교한 문장이라고 소개했다. 롤프 도벨리가《불행 피하기 기술》에서 한 말이다.  - P111

22. 전광진, "애국가 단어 이해력 60점 이하면 당신도 빈어증" <주간조선>, 2016년 4월25일자

親舊를 만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未來를 構想하면서 서로의 友情을 나눴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各自의 꿈을 토대로 어떤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그 일이 나에게 던져주는 意味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複雜한 整理해보는 時間을 가졌다."
이렇게 쓸 수 있는 모든 단어를 한자로 써보니, 한국어 단어의 뜻이 더 명료해졌다. 그 체험은 지금까지도 나의 어휘력과 개념 창조 능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 P113

9.
"이 사전 하나가 세상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을 발휘한다.
리타 메이 브라운 - P148

 ‘언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나만의 개념사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부터 7가지 개념사전을 소개할 것이다. 기존의 개념을 나의 체험적 깨달음으로 재정의하는 신념사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관점사전,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연상사전, 시인의 눈을 키우는 감성사전,
사유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은유사전, 단어의 의미를 파고드는 어원사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사전이 바로 그것이다. - P149

다른 언어를 갖는 게
중요하다

한 사람이 이제까지 없던 내용과 방식으로 사전을 만들고 있었다. 이 사전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사전은 다른 사전과 다르게 첫 번째 항목이 ‘신‘이 아니라 알파벳 순서를 따라 ‘atmosphere‘(대기)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휘를 권위에 따라 배열하지 않고 알파벳 순서대로 평등하게 나열하겠다는 발상은 당시에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³¹ - P150

31. 허연(지음), <그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2018), 생각정거장

그러나 오늘날 사전은 골동품 취급을 받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람들이 온라인 사전을 참고하더라도 거기에서 멈출 뿐,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다듬어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50

메리엄 웹스터에서 20년 넘게 사전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한 코리 스탬퍼는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단어의 잡초밭에 발이 감겨서 (....)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뼈가 으스러지도록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한 항목을 며칠째 들여다보고 있지만 어디서 실마리를 잡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않고, 어느 순간 제정신을 유지해주는 필라멘트가 쉬익 소리를내면서 끊어지고 만다."³² - P151

32. 코리 스탬퍼(지음), 박다솜(옮김),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2018), 월북

국어사전은 위험하지 않지만, 국어사전의 단어를 재개념화하고 재정의한 개념사전은 위험하다. 만든 사람의 생각과 의도를 담아 기존의 뜻을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 P152

한 단어, 한 단어 쌓아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일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사전이 있다. 가장 많은 것은 국어사전과 영어를 비롯한 어학사전일 것이다. 이러한 어학사전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색다른 사유를 낳는 위험한 사전은 아니다. 그저 일상적인 단어들의 일반적인 뜻풀이가 담겨 있을 뿐이다. - P156

나만의 개념사전은 그 누구의 사전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독창적인 색깔과 스타일이 담겨 있는 인생사전이다. 비교대상은오로지 어제의 내가 만든 사전과 오늘 그리고 미래의 사전뿐이다. 당연히 한 번에 만들 수 없다. - P160

세상은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을 대표하는 2개의 국어사전이 있다. 누계 약 2,000만부가 팔린 야마다 선생의 《신메이카이 국어사전》과 누계 약1,000만 부가 팔린 겐보 선생의 《산세이도 국어사전》이 그것이다. 기묘하게 두 사람은 도쿄대 동기였고, 한때 힘을 합쳐 같이《메이카이 국어사전》을 펴냈던 좋은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성격의 국어사전을 내는 일본 사전 출판계의 두거성이다.³⁵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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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무의식의 관계

나는 인생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무의식과의 대면을 시도했다.
무의식에 관한 나의 작업은 오랜 기간이 걸렸다. 20년쯤 지나서야 비로소 나는 내 환상의 내용을 약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P365

분석심리학은 본질적으로 자연과학에 속한다. 그러나 그것은어떤 다른 학문보다도 훨씬 더 관찰자의 개인적인 가설에 영향을 받기 쉽다.  - P365

1918~1926년에 나는 그노시스파의 저술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그들 또한 무의식의 원초적 세계와 대면했다. 그들은 본능의 세계에 오염된 것이 분명한 내용과 이미지들을 다루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한 이미지들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말하기는어렵다. - P366

그들이 그 이미지들에 관해 심리학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거의 볼 수 없다.  - P366

연금술로써 과거와 현재 사이에 연속성이 생기게 된 셈이었다. 연금술은 하나의 중세 자연철학으로서 한편으로는 과거 즉 그노시스주의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즉 현대 무의식의 심리학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무의식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에 의해 한편으로는 전형적인 그노시스적 성주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나쁜 아버지의 권위와 더불어 개시되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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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oughout history, people have argued about what kindof government is best for their societies. - P13

This chapter will explain some of the different kindsof governments in the past - from the very beginning ofsomething called democracy in Ancient Greece, to rebelsin America who helped to elect the first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 P13

Ancient democracy

(중략)

The political system was made up of two main bodies: the Boule (or Council) andthe Ecclesia (or Assembly). - P14

Everyone who attended the Ecclesiahad the chance to speak. It didn‘tmatter who you were (although menover 50 were allowed to go first,
so it did matter a bit). - P15

The word ‘idiot‘ comes from the Greek word idiotes, which means
‘private citizen‘. It was used as aninsult for someone who wasn‘t interested in politics. - P15

The Roman Republic

Meanwhile, in Italy, Rome was becoming a great city, ruled by kings.
In 509BC, wealthy families, known as patricians, rebelled against thelatest king. They set up a new form of government, called a republic,
which means a government without a king or queen. - P16

Empires and emperors

The Romans became more and more powerful, conquering land beyond Rome and building up an empire under Roman control.
But in Rome itself, the system began to collapse, and in 27BC,
the republic was replaced by rule under an emperor. - P18

China: from empire to meritocracy

Meanwhile, large parts of Asia were ruled by an emperor, too. Emperors often gained power through military might, but the actual work ofgovernment was done by highly trained people called civil servants.
From the 7th century, civil servants were chosen by exam. Only thevery best passed the exams - this system is known as a meritocracy. - P20

Feudalism

In 1066, a ruler named Harold was crowned king of England. - P21

William had to find a way to rule England, a foreign country where no one hadany reason to be loyal to him. His answer was feudalism. This was a version ofmonarchy - rule by king or queen - that continued in England for hundreds ofyears. This is how it worked: - P21

Absolute monarchy

Absolute monarchy or absolutism describes a government where all of the power is in the hands of a king or queen, a style of politics common in 17th and 18th century Europe. - P22

Loyal advisors

In the past, the king‘s advisors came fromnoble families - rich and powerful people.
Instead, Louis hired less wealthy people.
That meant they relied on the king fortheir position in society, so were less likelyto disagree with him. - P22

Divine justification

When Louis was born, his parents hadbeen trying to have a baby for 23 years.
So people thought he was a gift from God,
and Louis believed it too. He claimed that God had given him the right to rule. - P22

Self-government

Around 300 years ago, the government in Britain controlled colonieson the east coast of North America. - P24

Britain controlled 13 regions, known today as states. After the Boston Tea Party,
Patriots in each state started making their own alternative governments, andrefused to obey British rules. The 13 states declared themselves independent fromBritain in 1776, and the War of Independence began. - P24

A new constitution

During the war, each state had its own constitution, which was a set of rulesto organize how their state government would be run. - P25

-The Bill of Rights made sure the rightsof individual people and the states- were respected, unless those peoplewere slaves, or Native Americans... - P25

Representative democracy

The United States‘ new constitution created a system of government called representative democracy. But it wasn‘t very similar to how democracy had looked when it first started, in ancient Athens. - P26

The perfect representative?

You might not know who they are, but you probablyhave representatives. You could think of them a littlelike a servant you‘ve sent to buy you things you needfrom a shopping list...

...but many people - including the Founding Fathers -said representatives ought to do more. They should bewise enough to make decisions for you better than youcan yourself. That‘s the theory, anyway...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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