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치 케네디가 동남아시아의 수렁에서 미국을 철수시키려했다는 생각이 퍼진 때인, 베트남 전쟁의 혼란 이후에 JFK에 대한 많은 음모론 중 가장 인기 있는 음모론이 등장했다. 그 음모론 - P223

39 Scott Bomboy, "What If JFK Had Survived His Assassination?," Constitution Daily,
November 22, 2015, https://rb.gy/zfnrlp/. - P385

다음 장에서는 진짜 음모에 관해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사람들을 정부에 대한 건설적인 편집증으로 이끄는지에 관해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20세기 후반부터 그리고21세기까지 계속해서 매우 많은 사람이 겉보기에 합리적인 이유로 JFK 단독 암살설을 의심해 왔다고 해서 놀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P224

4장

건설적 음모주의


편집증, 비관주의, 음모 인식의 진화적 기원

2016년과 2020년 대선 이후 이 운영하는 가짜 계정으로 소셜 미디어를 조작하는 것에서부터 러시아 요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측근 간의 밀실 거래까지 러시아가 미국 정치에 개입했다는 음모론이 많이 제기되었다. - P107

공화당이 음모의 고리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2016년 선거 운동 기간에 공화당은 다음과 같은 날조된 이야기를 꾸며냈다.²

힐러리 클린턴은 뇌전증을 앓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다. 선거유세 연설 후 차에 올라타다가 비틀거리는 영상에서 알 수 있다.
2016년 대선에 대한 뮬러 특검의 수사는 조작되었다(결과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나오기 전에는 그랬지만 유리한 결과가 나온 후에는 공중화고 균형 잡힌 수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트럼프 타워를 도청했다.
힐러리와 FBI는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반대하는 음모를 꾸몄다.
•딥스테이트는 힐러리가 기밀 이메일을 잘못 처리한 혐의로 인한기소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힐러리를 감옥으로!‘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음모자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 사기를 일으킨 중국인을 비난했으며 그전에는 전임 대통령인 버락 후세인 오바마-중간이름을 강조가 외국에서 태어났다고 수년 동안 비난했다. - P107

James Ridgeway, "After Bush-Gore: Lawsuits, Conspiracy Theories, and an IsolatedLeft," Village Voice, November 7, 2000, https://bit.ly/2RAHCSL/. - P372

이러한 정치적 음모론에 따라 시계를 설정할 수 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이 논쟁적이고 분열적인 선거였다고 생각한다면 장기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 P108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 오바마는 민주당에 대한 이러한 음모론을 일상적으로 조장하는 <폭스 뉴스>만 본다면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⁷ - P109

7 Avery Anapol, "Obama: If I Watched Fox News ‘I Wouldn‘t Vote for Me." The Hill,
December 1, 2017, https://bit.ly/3ebPP08/. - P372

 음모론은 거의 항상 사악한 세력이 나쁜 일을 꾸민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적용한 음모론의 정의는 바로 이러한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이 음모에 대해생각하는 것과 같다. 음모론자들이 사악한 음모를 밝혀내고 폭로함으로써 세상에 긍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믿는 부정적 시각의 반대편에도 여전히 부정적인 위협이 존재하며 이에 대응해야 한다. - P110

 음모 연구자인 얀-빌렘 반 프로이옌은 큐어넌을 표본으8로 인용하며 이렇게 지적했다.⁸ "많은 음모론은 실제로 ‘선한‘ 음모와 ‘악한‘ 음모 사이의 숨겨진 투쟁을 가정한다." - P110

8 Jan-Willemvan Prooijen, personal correspondence, May 17, 2021. - P372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인류학적인 예를 들어 건설적 음모주의가 인간 본성에 굳어질 수 있는 진화론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¹⁰ "음모론이 번성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항상 진짜 음모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렵 채집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족 사이에서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전쟁은 전면전이 아니라 은밀한 매복과 새벽 습격이다." - P111

10 Steven Pinker, Rationality: What It Is, Why It Seems Scarce, Why It Matters (New York:Viking, 2021), 307-308. - P372

인류학자 로렌스 킬리 Lawrence Keeley는 수렵 채집 무리의 분쟁과 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우리 조상들에게 연합 음모가 얼마나 흔하고 위험한 일이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가장 원초적인형태의 전쟁은 소수의 인원이 적의 영토에 들키지 않고 들어가서 의심하지 않는 고립된 개인을 매복하여 살해하고 난 다음, 사상자를 내지 않고 신속하게 철수하는 (일종의) 습격이다.¹⁴ - P113

14 Lawrence Kelly, Warless Societies and the Origins of War (Ann Arbor: University of MichiganPress, 2000), 4. - P372

이는 패턴 인식, 행위자 탐지, 위협 관리, 동맹 탐지 등 음모 믿음의 근간이 되는 근접(즉각적) 메커니즘과 궁극적(진화적) 메커니즘을 대조적으로 분석한 음모론 연구자 얀-빌렘 반 프로이옌과 마르크 판 퓌흐트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 P114

문제는 구석기 시대 환경에서는 생존에 적합했지만 현대 환경에서는 반드시 기능적이지 않은, 형질 간의 진화적 불일치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고대 수렵 채집 환경에서는 건설적 음모를 믿는 것이 유익했지만 오늘날 워싱턴 DC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특히 피자 가게에 난입하거나 미국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는 것처럼 음모론적 믿음에 따라 행동할 때 말이다. - P114

일어날 수 있는 나쁜 일에 대한 이러한 편집증은 음모 믿음의 더 깊은 심리적 이유. 즉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Roy Baumcister와 동료들의 논문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 Bad Is Stronger Than Good"에 나온 부정성 편향을 드러낸다.¹⁶ - P114

16 Roy F. Baumeister, Ellen Bratslavsky, Catrin Finkenauer, and Kathleen D. Vohs, "Bad IsStronger Than Good,"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5, no. 4 (2001), 323-370. - P373

비관주의와 부정적 편견은 삶 어디에나 존재한다. 심리학자는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주는 기쁨보다 비판과 부정적인 피드백이 주는 상처가 더 강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찾아냈다.²⁰ 돈과 친구를 잃는 것은 이러한 목표를 얻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²¹ - P115

20 Roy F. Baumeister and Kenneth J. Cairns, "Repression and Self-Presentation: WhenAudiences Interfere with Self-Deceptive Strateg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Psychology 62, no. 5 (1992), 851-862.

21 John M. Atthowe, "Types of Conflict and Their Resolution: A Reinterpret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59, no. 1 (1960), 1-9; Sharon L. Manne, Kathryn L.
Taylor, James Dougherty, and Nancy Kemeny, "Supportive and Negative Responsesin the Partner Relationship: Their Association with Psychological Adjustment AmongIndividuals with Cancer," Journal of Behavioral Medicine 20, no. 2 (1997), 101-125. - P373

 1만 7000개가 넘는 심리학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69퍼센트가 부정적인문제를 다룬 반면에 긍정적인 문제를 다룬 논문은 31퍼센트에 불과했다.²⁷ 이는 아마도 나쁜 일이 좋은 일보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정적인 삶의 사건에 대한 연구가자금을 지원받아 발표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 P115

심리학자 폴 로진 Paul Rozin과 에드워드 로이즈먼 Edward Royzman은 최초로 이런 효과를 부정성 편향이라고 불렀다. "부정적인 사건은 긍정적인 사건보다 더 두드러지고 강하며, 조합에서 지배적이며, 일반적으로 효과적"이다.²⁹ - P116

29 Paul Rozin and Edward B. Royzman, "Negativity Bias, Negativity Dominance, andContag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5, no. 4 (2001), 296-320. - P374

미각 회피 실험에서 해로운 음식이나 음료에 한 번만 노출되어도 그 음식을 지속적으로 피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그러나 좋은 맛의 음식이나 음료에 대해서는 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³⁰ - P116

30 Paul Rozin, Leslie Gruss, and Geoffrey Berk, "The Reversal of Innate Aversions:Attempts to Induce a Preference for Chili Peppers in Rats," Journal of Comparative andPhysiological Psychology 93, no. 6 (1979), 1001-1014. - P374

(전략). 이것이 긍정적인 사건보다 부정적인 사건이 왜 더 전염성이 강한지 설명해 준다. 세균은 전염병의 기본 생물학적 모델이며여기에는 그 반대인 긍정적인 모델이 없다.³⁵
좋은 일과 나쁜 일 사이의 이러한 인지적 비대칭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진보는 대부분 점진적이고 작은 단계로 이루어지는 반면 퇴보는 한 번의 큰 재난으로 쉽게 일어날 수 있다. - P117

35 Paul Rozin and James W. Kalat, "Specific Hungers and Poison Avoidance as AdaptiveSpecializations of Learning," Psychological Review 78, no. 6 (1971), 459-486. - P374

 스티븐 핑커는 과거 진화 과정에서 위협에 과잉 반응하는 데 드는 적합도 비용이 과소 반응하는 데 드는 적합도 비용보다 적은, 보상 비대칭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잉 반응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즉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고 주장했다.³⁶ -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많은 정신 과정의 기원이 사회와 역사에 있다는 발상, 혹은 인간의 활동과 문화가 반영된 실제적 형태를 꾸준히 실행한 것이 직접적으로 인간의 중요한 의식을 표상하도록 했다는 착상을 심리과학이 (아직까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건 당혹스러운 일입니다.¹

1) 대한민국 교육학계와 심리학계의 주류는 2012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착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혹스러움을 넘어 수치스러운 일이며 분노해야 할 일입니다. - P18

. 19세기 중반에는 주의(attention)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연합 원리(the principles of association)를 집중 조명하였습니다. - P18

 심리학을 자연 과학의 한 분과로 확립한 분트(Wilhelm Wundt)는 이와 같은 정신 작용을 ‘능동적인 통각(active apperception)‘이라 명명했습니다.²

2) 통각(apperception): 능동적인 감정을 동반한 것으로, 지각이나 표상을 일층 명료하게 파악하는 자각 작용(네이버 지식백과). - P19

복잡한 정신 과정에 대한 연구를 그만두려는 흐름은 자연 과학 전통에 터한 심리학자 사이에서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세기 첫 십 년 동안, 독일의 게슈탈트 심리학파와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파는 더 초보적인 정신 활동의 형태뿐만 아니라 정신 활동의 가장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형태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 P19

그렇지만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을 그런 과학으로 만들려고 ‘유기체내에서‘ 정신 활동의 법칙들을 찾으려 했습니다. 이들은 행동의 기저에 놓여 있는 연합(association) 혹은 통각(apperception), 지각의 구조적성질 혹은 조건 반사를 (생리학적 심리학자는) 유기체의 자연적이며 불변하는 속성으로 또는 관념론적 심리학자는 정신의 표상 혹은 내재적 속성으로 간주했습니다. - P20

 분트는 사회적 행동의 여러 측면은 개인이 행하는 연합과 통각에서 동일한 자연 법칙을 보여 준다고 믿었습니다. (맥도갈[McDougall]에서 시작되어 전쟁을 개인의 공격적인 내적 충동의 결과로 파악하는 근대의 신프로이트안들[neo-Freudians], 즉 신프로이트학파 정신분석학자와 생태학자들[ethologists]로 이어지면서) 모든 사회 현상의 바닥에 놓인 개인의 본능을 발견하고자 하는 수없이 시도되었던 연구는 그저 이런 경향의 연장선에 놓여 있을 따름입니다. - P20

신칸트주의 철학자들이 자연 과학으로 분석될 수 있는 연합의 법칙에 더하여)
‘정신세계‘의 표상으로 기능하지만 기원도 이론도 가지지 못한 기술된수는 있을지 언정 설명될 수는 없는 ‘상징 형태(symbolic forms)‘의 법칙을 구별하고 있을 때, 베르그송(Bergson)이 자연적인 신체의 기억‘ 법칙들에 더하여 ‘정신의 기억‘ 법칙들이 존재함을 증명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아닙니다. - P21

정신의 사회·역사적 진화

인간의 정신 과정을 진화의 산물로 파악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19세기 후반에 찰스 다윈(Charles Darwin)과 그를 계승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에 의해 행해졌습니다. 이들 과학자는 정신 활동의 복합적인 형태가 발달하는 방식과 생물학적인 환경적 조건에 적응하는 초보적인 형태가 어떻게 진화 과정을 통해 더 복합적인 형태로 진전되었는지를 추적하고자 했습니다. - P22

20세기 초엽에 뒤르켕(Durkheim)은 정신의 기본 과정들은 정신의 내적 삶의 표상도 자연 진화의 결과도 아니며, 사회에서 기원했다고 추정했습니다(Durkheim and Mauss, 1963). 뒤르켕의 착상은 줄줄이 이어지는다른 연구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 P23

고전적 관념론에 근거한 심리학은 공간과 시간의 관념을 환원할 수없는 의식의 산물로 간주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정당하게 프랑스 심리학자들은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범주는 생명체에서가 아니라사회에서 기원했다고, 원시적인 유목민이 야영지를 공간적으로 배열하던 작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단정했습니다. - P23

. 노동과 생산의 관계를 개인적 활동으로 접근하였기에 뒤르켕은 사회를 결국 개인의 정신적 삶을형성하는 집단적 표상과 집단적 신념의 영역으로 간주했습니다. 사회학에서 뒤르켕을 이어 행하는 작업에서 이 지점이 전체 프랑스 학파의출발점이 되었습니다(Blondel, 1922; Durkhiem and Mauss, 1963; 그리고 여타 저작들).
이렇게 프랑스 학파는 모든 사회적 생활의 토대를 형성하는 개별 작업 형태와 경제적 조건 둘 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 P24

원시 문화에서 인간의 생각은 사회에 지배적인 ‘집단적 표상‘으로부터 초래된다는 자신의 추정에서 레비브륄은 원시적 사고는 고유한 법칙을 따른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원시적 사고는 ‘논리 이전의 사고이며, 느슨하게 조직되며, ‘참여의 법칙‘에 의해 작동합니다. - P25

레비브륄은 원시적 사고에서 우리의 사고와 질적으로 구별되는 자질을 지적하고, 논리적 과정들을 역사 발전의 산물로 취급한 최초의 학자였습니다. 그는 1920년대에 정신을 자연 선택의 부산물로 간주하는 단순한 발상을 넘어서서 인간 의식을 사회역사적 발전의 결과물로 이해하려 했던 심리학자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P25

 레비브륄을 적대하는 학자들은 실험자료(Rivers, 1926; Leroy, 1927)에 의존했으며 조지 보아즈(George Boas,
1911)와 같은 인류학자들은 언어학자들과 연합했습니다. 그들은 레비브륄이 발견한 성과를 공략하면서 원시적 문화에서도 인간의 지적 기제가 더 진전된 인민의 지적 기제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제안했습니다. - P25

. 원시인들의 생각은 인종적 열등감이나 신념에서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그들의 실제적 생존 조건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도쉽게 원시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Boas, 1911). - P26

여기에 보고된 연구는 전례 없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벌어지던 40년 전에 비고츠키의 지도를 받으며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고등 인지 활동은 본질적으로 사회역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입장과 정신활동의 구조(특수한 내용뿐만 아니라 모든 인지 과정에 기본적인 일반 형태)는 역사 발전 과정에서 변화한다는 견해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의 연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보적입니다.⁷

7) 50년 전이 아닌 지금, 2012년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연구는 독보적입니다. 이런 연구성과를 반영한 학계의 교육 과정 논의나 교수학습 방법에 대한 논의는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구화 시대, 정보화 시대에 이런 몰골이라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 P26

초기 추정들

출발점으로 의식은 ‘의식적 존재(das bewusste Sein)‘라는 개념을 채택한 소비에트 심리학은 의식이 어떤 정신 상태에서도 변함없이 현존하고 역사 발전에 독립적인 ‘정신적 삶의 내재적 속성‘을 재현합니다.
견해를 거부해 왔습니다. - P27

역사를 통해 확립된 인간의 정신적 삶이 실재와 상호 관련되는 방식은 점점 더 복잡한 사회적 실천들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자라나는어린이가 정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전 세대의 산물들과 마찬가지로 직면한 주변 환경을 조작하기 위하여 사회 속의 인간이 사용하는 (현 세대의) 도구들도 이러한 정신 형태에 영향을 미칩니다. - P27

인간의 지각 과정을 매개하는 언어는 최종에는 극도로 복합적인 조작들(접하는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일, 세계를 지각적으로 정리하는 일, 인상을 체계로편입하는 일)을 행하게 됩니다. 이렇듯 (언어학의 기본적인 단위인) 낱말들은의미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외부 세계를 반영하는 의식의 근본적인 단위이기도 합니다.⁸

8) 『생각과 말』에서 비고츠키는 생각과 말의 분석단위로 낱말가치(낱말 의미+낱말 뜻)를 제시했고, 의식의 분석단위로 ‘생생한 경험‘을 언급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루리야의정리는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합니다. - P28

. 입말 구조와 논리 구조가 전형적인 사례인 개별 문장들의 위계적인 체계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강력한 도구를 지니게 됩니다. 이 도구로 하여 인간은 개별적인 대상물혹은 상황을 반영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통용되는 논리적 규정을 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 P29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사회사를 통해 감각적인 것을 넘어서서 이성적인 것으로 인간이 도약할 수 있도록 했던 언어 체계와 논리적 규칙 체계를 확립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감각적인 것에서 이성적인 것으로의 이행이 유물론 철학의 설립자들에게는 무생물에서 생물로 이행한 것만큼이나 중요했습니다.
이렇듯 인간 의식은 더 이상 역사와 무관하며 어려운 논리적 분석이 필요 없는 ‘인간 정신의 내재적 속성‘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 P29

여기에 제시된 견해들은 두 가지 까닭 때문에 중요합니다. 먼저 그것들이 인간 의식을 사회사의 산물로 다루고 과학적·역사적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길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그것들은 의식의 한계선을 확장시킬 수 있고 인간의 사회적 삶의 결과로 논리적 규칙이 창조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 P30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이 행한 행동에 대한 수정을 경험하면서 대상을 가지고 하는 복잡한 활동들을 배우게 될 때, 그리고 복잡한 언어 체계를 숙달하게 될 때, 어린이는 반드시 의식 활동에서 새로운 동기들과 형태들을 발달시키게 되고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 P30

(전략). 부연하면, 어린이는 사물들 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되고, 어린이와 성인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 내고, 타인의 행동을 재평가하고 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행동도 재평가하게 됩니다. 또한 언어를 통해 일반화된 감정들과 성격 특성들이 되는 감정적 반응들과 정서적 범주들을 새롭게 발달시키게 됩니다. - P31

비고츠키는 정신 과정에서 근본적인 발달적 변화(실체를 반영하는 후속하는 형태로 표현되는 변화)를 분석하면서 어린아이는 기억을 통해 생각하지만, 사춘기 청소년은 생각을 통해 기억한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¹⁰


10) 어린이에게 생각한 것을 이야기하도록 요구해도 그는 경험하여 기억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경험한 것을 기억나는 대로 진술하라고 해도 관계와 상황을 고려하여 경험을 변경시켜, 생각하면서 특정한 일부 경험만 진술합니다. 청소년은 통상 경험한 것을 관계와 체계에 따라 가공하여 기억합니다. 즉, 생각합니다. 정신 과정에서 어린이는 기억이 지배적이고, 청소년은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 P31

이제 심리학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변화하는 의식적 삶의 다른 형태를 기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상이한 발달 단계에서 펼쳐지는정신 활동의 기저에 놓여 있는 각 정신 과정의 구조에서 전개되는 변화를 분석하고, 다른 발달 단계에서 출현하는 ‘기능들 사이의 관계‘들을 통해 이제까지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¹¹


11) 기능들 사이의 관계는 발달 단계마다 다릅니다. 신생아 시기에는 말 기능과 생각 기능이 독립적으로 펼쳐집니다. 3세가 되면 두 기능이 동시적으로 발현됩니다. 8세쯤 되어말 기능과 생각 기능이 동시적으로 발현될 때는, 좀 더 많은 기능들이 동시에 작동하게됩니다. 글말 기능도 참여하겠고, 주의 기능도 상상 기능도 상황에 따라 결합하게 됩니다. - P32

소비에트 심리학이 태동할 때, 연구자들은 의도적으로 어린이 정신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오십 년 동안 이루어 낸 눈부신 발견들은 심리학의 기본이 되는 이론적 개념을 극적으로 변경시켰습니다. - P32

 심리학적 관심에서 이런 심대한 이동과 최근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은 아직도 정신 과정의 특수한 사회·역사적 형성 모습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심리학은 이 문제를 다루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부분적으로 연구자들이 사회 체계의 재구조화가 어떻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적 삶의 형태를 그리고 급격하게 이동하는 의식의 형태를 촉발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후진적인‘ 인민에 포함되는 많은 학생들에게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현존하는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P33

연구 상황

우리는 조사연구(정신 과정들의 사회·역사적 형성 모습을 분석하는 것)의 목적에 합당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 알맞은 조건들을 선별하였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1930년대 초반 소비에트 연방의 오지에 존재했습니다. - P34

수 세기 동안 실질적으로 100퍼센트 문맹이었던 외곽 지역에 학교들의 방대한 연결망이 개설되었습니다. 그 학교들의 교육 과정이 단기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문해 프로그램은 많은 성인들이 근대 기술의 요소들에 익숙하게 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성인은 그들의 일상 활동에서 시간을 빼 참석했으며 단순하지만 ‘이론적인‘ 것을 추구하는 요소들을 숙달하기 시작했습니다. - P34

작업할 곳으로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의 오지 마을들과 키르기지아의 산간 지역에 있는 몇 마을을 선택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수준 높은 고대 문화는 사마르칸트, 부하라, 호라즘에 있는 웅장한 건축물에여전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사마르칸트 근처에 홀륭한 관측 시설을 남긴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울루그벡(Ulug-Beg), 철학자 알 비루니(Al-Biruni), (아비센나[Acicenna]로 더 잘 알려진) 물리학자알리 빈 신나(Ali-ibn-Sinna), 시인인 사디(Saadi)와 니자미(Nizami) 그리고 여타 학자들과 관련된 눈부신 과학적·시적 성취들입니다. - P35

목축업은 우즈베키스탄에 인접한 키르기지아의 산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가축을 기르는 가구들은 몇 달 동안 산악 목초지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어떤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때 종교 지도자의 조언에 따라야 했습니다. 이슬람 종교 때문에 여성은 권리가 제약된 채 살아야 했습니다. 수세기 동안 여성은 (여성의 거주지인) 이츠카리(ichkari) 내에만 머물러야 했고, 외출할 때는 베일로 신체를 가려야만 했으며, 접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주 적었습니다. - P36

 우리가 연구하던 시기는 과도기의 한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 연구는 어느 정도 비교 연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마을에 살고 있는) 발달이 지체된 문맹 집단들과 사회적 재편성의 첫 영향력을 경험한, 이미 근대적 생활에 연결된 집단들 둘 다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 P36

 우리 실험의 피험자들은 아래와 같이 다섯 집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 문맹이고 어떤 근대적 사회 활동들에 관여한 적이 없는 오지마을에 사는 이츠카리 여성들. 우리 연구가 행해지고 있던 당시에는 여전히 그런 여성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인터뷰는 여성이 수행했는데, 그 까닭은 여성만이 여성의 거주지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 개인주의적 경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여전히 문맹인, 결코사회화된 노동에 참여해 보지 못한 오지 마을의 농민들

3. 유치원생을 가르치기 위해 단기 교육 과정에 참여했었던 여성들. 전반적으로, 그들은 여전히 형식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거의 문해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4. 단기 교육 과정을 받은 청년들과 열성적인 집단농장(kolkhoz)노동자들. 그들은 일성적으로 농장 경영에 의장, 집단농장 사무실 근무자, 혹은 중간 지도자로 관여했습니다. 그들은 생산 계획에, 노동 분배에. 노동 결과물의 품질 검사에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집단농장 구성원을 지도했으며, 개별적인 농부들보다훨씬 더 넓은 세계관을 획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학교를 아주짧은 기간 동안 다녔고, 읽고 쓰는 데 여전히 서둘렀습니다.

5. 이년 혹은 삼 년 정도 공부한 후에 교사 양성 학교에 입학하게 된 여학생들. 그렇지만 그들의 교육 수준은 여전히 매우 낮았습니다. - P37

우리는 마지막 세 집단의 피험자들이 매개된 생각을 더 많이 보여주는 데 반하여 첫 두 집단의 피험자들에게서 즉각적이고 도해적인 기능적 실천(graphic-functional practice)으로 발생한 인지 형태들이 너무도우세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¹³


13) 미국본 편집자는 여기에 "생생하고 기능적인 이라는 용어는 개인이 실행 환경에서 작업할 때 가지는 대상에 대한 물리적 자질들에 의해 인도된 활동을 명명한다."는 각주를 달았습니다.
여기서 ‘graphic‘을 앞선 한국어 번역본에 나온 ‘그림적‘에서 ‘도해적‘으로 바꾼 이유는여기서 지적하고 있는 속성이 지각한 대상 전체를 하나의 이미지 전체로 표현한 것이아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들어 있는 두드러진 형태적 측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콘 같은(iconic), 조형적인(figurativ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번역하고 있습니다. 건축에 대한 일본 서적을 번연한 책 제목 도해적 사고가 인상적이라, 도해적이라는 표현을 선택했습니다. 이미지, 상, 그림 그 자체보다는 추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중간 단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 P38

연구 절차

적합한 조사 방법은 단순한 관찰 이상이어야만 합니다. 우리 방법은 제대로 된 실험 질문을 가지고 피험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이런 연구는 필연적으로 너무도 많은 난관에 봉착했었습니다. (중략) 그래서 사람을 다루는 다른 현장 조사처럼 우리는 거주민과의 사전 접촉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예행적인 실험이 자연스럽고 무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우호적인 관계를 확립하려 무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검사 자료를 성급하게 혹은 준비되지 않은 채 제시하지 않으려 신중했습니다. - P39

문제가 제기되면 실험자들은 단순히 대답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늘
‘임상적‘ 대화 혹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피험자의 반응에 따라 질문이이어지거나 논쟁이 촉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유롭게 주고받는 대화를 방해받지 않으면서 피험자는 새로운 대답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 P40

실험 조건에서 자연스러움을 더 보장하고자 한다면 피험자에게 제시될 과제의 내용을 정선해야 합니다. 피험자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할 문제들을 제공하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 P40

. 그래서 우리는 표준적인 심리측정 검사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특별히 계발한 검사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이 검사는 피험자가 인지 활동의 어떤 측면을드러내는 여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의미하고 열린 검사였습니다. - P41

조사 계획

사회·역사적 발전의 상이한 단계에서 사람의 생각에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적절하게 보여 줄 수 있을 때만 그리고 그 속에서 일정한 양식이나 증후들을 드러낼 수 있을 때만 우리가 행한 실험들은 성공할수 있었습니다. - P41

우리는 몇몇 기본적인 지각 과정들로, 즉 너무도 두드러진 감각적자료에 대한 언어적 표현 과정들로 시작했습니다. 이 도입적인 단계 후에, 우리는 피험자의 추상화와 일반화를 실행하는 과정을, 특히 대상물들을 비교하고, 변별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연구했습니다.¹⁴

14) 같은 점을 찾고, 다른 점을 찾는 작업, 대상의 자질에 따라 대상들을 무리 짓는 작업은 가장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초등학교 교수학습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집중적으로체계적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활동이 충실해야 중학교에서 본격적인개념 형성 활동이 알차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 P42

우리는 피험자들이 추상적 의미 범주에 따라 대상물을 분류할 수(혹은 심지어 대상물의 추상적 자질들을 추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추정하였습니다. 우리가 피험자들이 도해적·기능적 상황을 재창조할 것이라고지배적인 추상적 의미들을 구체적인 실천 경험과 관련된 상황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데는 충분한 까닭이 있었습니다. - P42

 만약에 우리가 올바르게 추리하였다면, 우리는 우리 실험의 피험자들이 지각한 실재를 표현하는 체계에서뿐만 아니라 사고 과정 그 자체에서도 특수한 자질들을 가졌다고 진술할 수 있을 겁니다. - P43

그 다음 단계에서는 상상하는 과정들을, 즉 스스로 즉각적인 지각과정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상징적인, 말로 하는, 논리적 수준에서 조작하는 과정들을 연구했습니다. 우리 자료는 재생하는 상상력과 구성하는 상상력의 차이를 활용한 것이었습니다. - P44

이 연구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자기를 분석하는 과정(self-analysis)과자기를 의식하는 과정(self-consciousness)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컨대, 우리는 자아의식이 일차적이고 외부 세계와 타인에 대한 지각은 이차적이라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철저히 거부했습니다. - P44

이 계획으로 우리는 비교 연구에 토대가 되는 윤곽을 세울 수 있었고, 기본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급격하게 계급 사회를철폐시키는 것처럼, 사회 발전을 위해 이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전망을 창출하는 문화적 대격변이 펼쳐지는 것처럼 사회사가 격렬하게혁명적으로 재편성되는 동안 인간 의식에서 발생했었던 근본적인 심리적 변화를 진술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 P44

2. 지각과정

지각의 어떤 자질들(features)을 분석해 보면 심리 과정이 역사적으로 형성되는 것에 관해 너무도 선명한 증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통심리학에서는 시각적 지각을 가장 초보적인 자연 과학의 방법들로 조사할 수 있는 자연적 과정으로 다루었습니다. - P46

그렇지만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심리학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직접적인 지각에 관한 이러한 자연 과학적 관념들의 권위를 지속적으로 무너뜨렸습니다. 확보된 증거에 따르면, 지각은 복합적인 심리과정이고, 거기에는 복잡한 지향 활동, 개연성 구조, 지각된 자질들에대한 분석과 종합, 의사결정 과정이 관여하는 듯합니다. - P46

미국의 심리학자 브루너(J. S. Brunner)는, 모든 지각 과정은 입수된정보를 친숙한 범주에 할당하는 본질적으로 복합적이고 능동적인 과정임을 언어의 추상화 기능 및 일반화 기능이 친밀하게 참여하는 작업임을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 P47

지각 과정을 컴퓨터를 통해 재연하는 과정은 어떤 제시된 모양을 특정한 구조적 범주에 할당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하는 분석과 종합의 복합적인 과정이 얽혀 있습니다. 지각이 보조 장치를 사용하는 것과 언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것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인지 활동임을 인정하게 되면, 우리는 지각과정을 오직 비교적 단순한 자연 과학의 법칙들에만 의존하는 매개되지 않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고전적 관념들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만합니다.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소 완성된 밈, 노잼도시

하나의 문서 안에서 어떤 단어가 자주 등장하면 대체로 중요한 단어일 경우가 많다. 강조하고 싶을 때 우린 한 단어를 여러 번 얘기하지 않나. 그래서 텍스트 마이닝에서는 문서에 쓰인 단어의 빈도를 측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많이 등장한다고해서 중요한 단어는 아니다. - P74

 2015년에서 2021년 8월까지 ‘노잼 도시‘ 키워드를 포함한 5875개의 문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단어는 ‘대전‘이었다. 모두 2만974회 쓰였다. - P74

‘대전‘이 ‘노잼 도시‘를 포함한 문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이긴 하지만, 그건 단순 출현 빈도에 불과하다. 진짜대전이 중요한 단어인지를 TF-IDF 값을 통해 확인했다 - P74

2015년에 작성된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는 ‘게임‘과 ‘사람‘의 비중이 크고 ‘영화‘도 중요한 단어로 쓰인다.
‘독일‘이나 ‘호텔‘ 등도 눈에 띈다. ‘노잼 (띄고) 도시‘로 문서를 검색했기 때문에, 노잼인 게임과 노잼인 도시 베를린이 포함된 문서가 크롤링된 것이다. - P75

2019년부터는 달랐다. 블로그 유저들의 ‘노잼 도시‘ 포스팅에 큰 변화가 감지됐다. ‘대전‘이 블로그 텍스트의 가장무게감 있는 단어로 등장한 것이다.
2019년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서 ‘대전‘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약 0.0172로 나타나는데, 이 값은 2위인 ‘사람‘ 0.0068의 두 배 이상 크다. - P75

블로그 유저들은 ‘노잼 도시‘ 키워드가 들어간 문서를쓰면서 2019년부터 대전을 가장 중요하고 무게감 있는 단어로 사용했다. 어딘가를 방문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 ‘여행‘과 ‘사진‘, ‘카페‘와 ‘커피‘ 등이 함께 쓰였지만,
‘대전‘의 의미는 다른 주요 단어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 P77

 토픽 모델링 Topic Modeling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말에 숨어 있는 주제를 찾아내 준다. 기계 학습을 통해 연구자가 설정한 수만큼 주제를 뽑아내고, 그 주제를 형성하는데 기여한 주요 단어들을 주제에 맞춰 추려 낸다.
추려진 단어들을 보면 그 주제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 P77

2015년에서 2021년 8월까지 작성된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서 유사도coherence 검증을 통해 여덟 개의 토픽을도출했다. 5875개의 텍스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 주제는 여행이었다. 수집된 모든 문서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 토픽5는 보편적인 여행 이야기다. - P77

뚜렷하게 드러난 주제를 보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별 토픽의 비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소위 토픽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다. 2015년 이후 노잼도시에 대한 블로그 유저들의 토픽은 어떻게 뜨고 질까?  - P78

일반적인 여행 얘기는 2018년까지 ‘노잼 도시‘ 블로그텍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면서도 계속 그 점유 비율이 상승하던 주제였다. 2018년엔 정점을 찍었다. - P78

왜 2019년일까? 2019년은 대전시 출범 70주년을 맞는동시에, 광역시 승격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대전시는 이를기념하기 위해 2019년을 대전 방문의 해로 정하고 선포식을열기도 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⁷⁶  서울 한복판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선포함으로써 대전시는 언론의 조명을 얻어 냈을 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유저들의 관심도 끌었다. 아는 사람만 알던 ‘지인이 대전에 온다는데 어떡하지‘ 알고리즘은 이시기, 강력한 확산 동력을 가진 밈이 됐다. - P80

76_박장훈, <‘2019 대전 방문의 해‘ 서울서 선포>, KBS뉴스, 2018. 12. 10. - P160

 알고리즘을 통해 알려진 ‘노잼의 도시 대전‘이란 기호와 상징을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상호 교류하면서 소통한다. 게시물과 댓글로 소통하는 이들에게 ‘노잼의 도시 대전 방문 밈‘ 복제와 확산은 일종의 트렌디한 소통 방식이자 내용 그 자체다. - P80

밈의 복제와 확산이란 미디어 의례 참여를 이끄는 또 다른 동력은 일종의 감정, 특히 유머다. 이 밈에는 난처함과 부끄러움이 있다. ‘대전엔 자랑할 만한 게 없다는 걸 지인에게 들킬 것 같다‘는 식이다. 일종의 자기 비하적 유머가 밈에 섞여 있다. - P81

성심당빵과 칼국수만 먹고 떠나는 사람들

사람들은 노잼인 도시 대전을 놀리려고 의례에 참여한다. 밈의 감정과 유머를 공유하며 대전을 방문한다. 이후 새로운 정보를 덧붙여 게시하면서 이 놀이는 확대, 재생산된다. 이러한맥락에서 2019년 이후 대전은, 적어도 블로그의 세계에선,
‘노잼‘이라는 장소성을 획득했다. - P81

핵심어를 찾아내고 관계망을 도출하는 여러 방법을 사용했지만, 주로 페이지랭크 PageRank를 활용해 결과를 해석했다. 기본적으로 핵심어를 찾는 방법은 텍스트 안에서 ‘어떤 단어가 어떤 단어와 동시에 출현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함께 등장하는 단어들 사이에는 관계가 있다. - P82

2015년에서 2018년까지의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는 영화와 게임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재미있고 혹은 재미없는 무언가를 얘기할 때, 블로그 유저들은 영화를 가장 많이 핵심적으로 언급했다. 어떤 대상을 얘기하더라도 결국 ‘영화‘
얘기를 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 P83

영화, 게임과 관련 있는 단어들이 영화와 게임을 둘러싼 그룹을 형성한다. 2017년 페이지랭크 결과를 시각적으로나타낸 그림을 보면, ‘게임‘과 ‘영화‘의 중심성이 동그라미 크기로 나타나 있고, 두 핵심어 주변엔 ‘시간‘ ‘보드‘ ‘주말‘ ‘작품‘ ‘개봉‘ 등의 관련한 단어들이 모여 모둠을 형성한 것을 볼 수 있다. - P83

‘대전‘은 2019년 이후 작성된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에서 가장 큰 노드면서, 가장 많은 연결망을 가지고 있고,
활발한 매개자이며 또한 압도적으로 영향력이 큰 단어다. 많은 단어들이 ‘대전‘과 직접 연결돼 있고, 대전을 통해 서로 연결된다. - P84

사람들은 밈을 실천했다. 그 덕에 대전을 방문하기도했다. 대전이 난처하고 부끄럽고 웃기는 밈 덕을 본 것일까?
페이지랭크를 통한 주요 단어들의 연결망은 대전을 중심으로다른 단어들, 일명 관광지와 관광·문화 콘텐츠들이 대전과 그저 1:1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 P85

지금까지의 ‘노잼 도시‘ 블로그 텍스트 분석 결과는,
2019년 대전 방문의 해 이후 대전이 ‘노잼도시‘라는 이미지,
즉 장소성을 소셜 미디어상에서 획득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 장소성 ‘노잼도시‘는 ‘높은 휘발 가능성‘
과 ‘장소 상실의 위험‘을 내포한다. - P86

블로그 유저들의 말 속에서 엄청나게 큰 자리를 차지한
‘대전‘이란 단어, 그 중심은 마치 ‘아싸‘를 백 명 알고 있는,
분투하는 ‘인싸‘처럼 보인다. 그 크기의 ‘핵인싸‘라면, 단어들의 연결망 안에서 확실하고 강력한 중심성을 진짜 가졌다면.
자신을 둘러싼 하위 연결망들이, 모둠들이 활성화돼 있어야한다. - P86

대전의 여러 장소를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예상하지 않았던 경험을 하고 도시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이를 기억하는 여행은 ‘예전 관광 스타일‘이 됐다. 소셜 미디어가 삶의 여러 경험 방법과 내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 요즘엔, 소셜 미디어의 소통 방식처럼, 여행도 즉각적이고 표현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 P87

 대표 상품 하나를 소비하면 다 산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의 어떤 것,
대전을 소비했다고 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어떤 것 하나만이 중요하다. - P88

 이런 행태를 일본의 문화 비평가아즈마 히로키 Azuma Hiroki는 ‘데이터베이스 소비‘라고 불렀다.
관념적 공간인 도시는 잘게 쪼개진 ‘모에Moe 요소‘로 쉽게 이해된다. - P88

. 모든 도시에는 다양한 공간이 만든 장면과 사람, 사건이 있다. 그러나 보고 싶은 것이 확실한 사람에게 이러한 도시의 다면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해운대와 회 센터로 부산을, 성심당으로 대전을 기억한다. - P89

그래서 사실 성심당만 찾은 사람들은, 오히려 대전이란장소와 더 멀어진다. - P89

갈만한 곳이 없어서, 재미를 느낄 사건이 없어서 대전이 ‘노잼‘인 것은 아니다. 장소성에서 파생되는 다른 관계와체험, 감정 그리고 기억이 없을 때 대전은 노잼도시가 된다. - P89

4 여기는 왜 힙하지 않을까

어떤 재미가 있어야 ‘노잼‘이 되지 않는 걸까? 어떤 매력을 가져야 대전은 ‘노잼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떠한 매력과 근사함을 생각하며 대전의 장소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 P92

. 경제 호황의 시대엔 ‘X세대‘가 고도 성장이 멈춘 시절엔 ‘네티즌‘과 ‘얼리어답터,‘
그리고 저성장이 고착화된 요즘엔 ‘덕후‘와 ‘힙스터‘⁷⁹가 멋과 매력을 정의하고 주도한다. - P92

79 _ 윤여울, 〈한국 디자인문화에 나타난 취향의 변화와 특징: 1990년대~2010년대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건국대학교 석사 학위 논문, 2018. - P161

 "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로 정의되는
‘힙하다‘⁸⁰는 장소와 붙어 ‘힙플레이스‘가 됐고, ‘핫플레이스‘
는 "다른 장소와 차별화된 독특성을 지닌 지역이나 장소"⁸¹를 의미하게 됐다. - P92

80_네이버의 우리말샘은 ‘힙하다‘를 2017년에 처음 언급했다.

81_변미리, <서울의 핫플레이스 혹은 ‘뜨는 거리‘: 보보스적 예술과 허세 사이 그 어디쯤>, <서울의 인문학: 도시를 읽는 12가지 시선》, 창비, 2016. - P161

대전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은 어디인지 소셜 미디어 텍스트를 분석해 확인했다.⁸² 줄임말인 ‘힙플‘
과 ‘핫플‘이 문화적 기호로 활발히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를2017년 전후로 보고, 2016년 1월 1일부터 생산된 블로그 텍스트를 대상으로 했다. - P93

힙과 핫은 카페에 있다

(전략). 2016년에서 2022년 8월까지 카페,‘ ‘사진‘ 그리고 ‘맛있는‘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텍스트 안에서 실질적으로 많은 쓰임새를 보여 주는 단어의 무게감TF-IDE을 비교했을 때도 ‘카페(0.0142)‘ ‘맛있는(0.0068)‘ ‘사진(0.0067)‘ 순이었다. - P93

 2019년에 단어의 중요도TF-IDF 100위 안에 처음 진입한 후, 2022년 8월까지 계속 순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디저트의 대명사 ‘케일 또는 케이크‘는 2021년에 처음으로 중요도 순위 100위 안에 들었다.
사람들은 특정한 장소가 아닌 카페를 중요하게 언급하며 대전의 힙 또는 핫플레이스를 얘기했다. 이 외에도 카페와관련 깊은 단어들을 함께 주요어들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전의 힙플레이스, 핫플레이스 얘기는 ‘카페‘ 얘기라고 말할수 있다. - P95

2019년부터는 대전의 핫하고 힙한 곳을 이야기할 때 소제동이 빠질 수 없는 동네가 된다. 2019년 갑자기 등장한 소제동은 등장 첫해에단어의 사용빈도에 근거한 무게감 차트에서 23위에 랭크됐고, 다음 해에는 18위로 상승세를 탔다. 소제동은 대전역 주변 ‘레트로한 감성‘으로 인테리어 한 카페 거리 조성이 관사촌 정비 계획과 맞물리면서 유명해진 곳이다. - P96

소제동도 2020년에는 18위까지 올랐지만, 2021년에는 28위로 다소 하락했고,
2022년 8월까지의 텍스트에서는 74위로 떨어졌다. 이러한 동네 상권의 흥망성쇠는 멋지고 매력적인 것을 찾는 소비행태가 이미 ‘노마디즘적 특성‘⁸³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 P96

83_ 고명지, <‘핫플레이스‘를 통해 알아본 청년세대의 소비문화>, <인문사회21》12(3), 2021, 645-660. - P161

 장소가 매력적일 때는 그 장소가 낯설 때다. 블로거들은 특유의 ‘노마드적 소비 경향‘을 보이며 낯선장소를 찾고, 그 장소에서 발견한 새로움을 누구보다 먼저 전시한다.
‘처음 생긴‘, ‘남들은 모르는,‘ ‘오픈 (런)‘ 등의 단어가자주 중요하게 쓰였고, 급기야 2021년엔 ‘신상‘이 주요어 100위 안에 처음 등장했다. - P97

사진이 되는 장소가 힙하다

대전의 힙 · 핫플레이스 이야기엔 대전시 관광공사가 선정한
‘대전 명소 10선‘과 같은 종류의 장소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 P97

인위적으로 잘 조성된 장소인 카페가 왜 그렇게 힙하고핫할까? 아마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 "라면카페가 현대인에게 그 어느 때 보다 부쩍 요긴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제1의 장소인 집은 좁고 (대도시라면 더욱 좁고), 제2의 장소인 일터는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 - P98

‘카페‘와 함께 대전의 힙플레이스와 핫플레이스에 대한블로그 텍스트에서 아주 중요하면서도 빈번하게 쓰이는 단어는 ‘사진‘이다. 그 무게감으로 ‘사진‘은 ‘카페‘에서 사람들이무엇을 하는지, 카페 방문 목적이 그저 커피를 마시기 위함은 아니라는 걸 또렷하게 증명한다. - P98

소위 ‘인스타그램에 쓸 수 있는instagram-able‘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장소가 풍기는 느낌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 P99

블로거들에게 예쁘고 감성 있는 사진의 중요성은 어쩌면 당연하다. 수십 줄의 글은 못 읽지만, 스크롤의 압박이 있어도 수십 장의 사진은 본다. - P99

왜 내가 본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의 장소 사진들은 그렇게 한결같이 예쁜 것일까? 문화센터 사진반 수강생들이 전시한 사진들처럼 금방 지루해지는 이유는 뭘까. - P100

정해진 아름다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사진은오래 바라볼 필요가 없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답만 해‘와 같은 트렌디한 장소 사진은 ‘이런 아름다움을 보라‘고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것 같다. - P100

힙과 핫은 이미 서울에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은 대전 관광지 검색 순위를 여러 빅데이터를 활용해 알려 준다. 최근 5년 (2018~2022년) 내비게이션 데이터T-MAP를 분석해 사람들이 대전에서 검색한 장소가 어디인지 살펴보면, 역시 성심당이 압도적 1위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 P101

흥미로운 점은, 압도적인 검색량에도 불구하고, 대전의힙플레이스와 핫플레이스에 대한 블로그 텍스트에서 ‘성심당‘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텍스트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단어를 알려주는 TF-IDF 분석 결과에서도, 단어들 사이관계를 보는 중심성 분석에서도 단어 ‘성심당‘은 통합 Top100위에도, 연도별 Top 100위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성심당은 힙하지 않다. - P101

대전의 힙 · 핫플레이스에 대한 블로그 텍스트 마이닝결과 ‘성심당은 힙플이나 핫플이 아니었다‘고 하자. 대전 사는 사람들은 ‘그래?‘라며 놀랐지만, ‘맞아, 그렇지‘라며 바로 수긍했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던 비둘기 사건이 터졌을 때 조나단 노엘은 이미 나이 오십을 넘겼고, 지난 20여 년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세월을 뒤돌아보며 이제는 죽음이 아니고는 그 어떤 심각한 일도 결코 일어날 수가 없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 P5

 샤랭에서살았을 때, 1942년 7월쯤이었다고 생각되는 어느 여름날 오후 낚시를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 P6

낚시를 갔다가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당연히 어머니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부엌으로곧장 갔으나, 어머니는 온데간데 없고, 의자의 등걸이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앞치마만 눈에 띌 뿐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났노라고 했다. - P6

조나단은 그 사건을 도대체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으며,
그것은 그를 대단한 혼란 속에 빠뜨려 놓았다. 그리고며칠 후 이번에는 아버지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 P6

50년대 초 조나단이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것에어느 정도 재미를 붙일 무렵 ・아저씨는 그를 군대에 입대시켰고, 그는 3년 동안의 군복무 의무를 고분고분히 따랐다. 첫해에는 성가신 집단 생활과 병영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였다. 둘째 해에는 배를 타고 인도차이나에 파견되었다. 그리고셋째 해에는 발과 다리에 맞은 총상과 아메바 성 이질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군 병원에서 보냈다.  - P7

 결혼 생활이 무엇인지 잘 상상이되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단조로운 평화를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늘 꿈꾸어 왔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결혼 후 불과 4개월 만에 마리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같은 해 가을에 튀니지 사람으로 마르세이유에서 온과일 장수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 P8

파리에서 그는 큰 행운을 두 개나 잡았다. 세브르 가에 있는 어느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이 되었고, 플랑슈가에 있는 집 7층에 <코딱지만한〉 방 하나를 얻을수 있었다. - P8

 복도에는 회색 페인트 칠을 한 문마다 번호가붙여져 있는 작은 방들이 20여 개 있었는데, 그 중에제일 끝에 있고 번호가 24번인방이 조나단의 방이었다. 방은 길이가 3.4미터이고, 폭은 2.2미터이며, 높이가 2.5미터였다. - P9

 그는 다만 삶의 마땅찮은 불상사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자기를 내쫒을 수 없는 그런 확실한 곳으로, 온전하게 자기 혼자만의 소유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 P10

조나단 노엘은 그 방을 옛날 돈으로 월세 5천 프랑씩 내기로 하고 들어가 그곳에서 날마다 아침이면 세브르 가에 있는 일터로 갔다가 저녁이면 빵과 소시지와 사과와 치즈를 사 갖고 돌아와서는 그것을 먹고, 자고 또 행복해 했다. - P10

물론 그동안 외부적인 변화가 있기는 하였다. 이를테면 방세가 변했고, 입주해 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바뀌었다. - P10

많은 방들이 그냥 빈 채로 있거나, 아래층에서 살림집을 꾸미고 사는 다른 세대의 창고나 혹은 가끔씩 쓰는 손님용방으로 이용되곤 하였다. 조나단 노엘의 방인 24호실은 세월이 흐르면서 비교적 안락한 주거지로 변했다. - P11

침대 머리맡에는 선반을 하나 매달아서 17권도 넘는 책들을 꽂아놓았다. 포켓 의학 사전 세 권을 비롯하여 크로마뇽인과 청동기 시대의 주조 기술, 고대 이집트, 에트루리아인 그리고 프랑스 혁명을 다룬 몇 권의 아름다운 화보집, 범선에 관한 책 한 권, 여러 가지 깃발에 관한 책한권, 열대 지방에 사는 동물에 관한 책 한 권, 알렉상드르 뒤마 1세의 소설 책 두권, 생시몽의 회고록, 전골 요리책 한 권, 라루스 사전 한 권과 직무상의 권총사용 규정에 있어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을 다룬 경비원을 위한 요점 정리 책자 한 권 등이 있었다. - P12

그렇게 물건을 많이 들여놓다 보니 방은 마치 너무많은 진주알을 품은 조개처럼 안쪽으로 빠듯해져 갔다. 그리고 그렇게 다각도의 절묘한 공간 활용은 그 방을 그냥 단순히 <코딱지만한> 방이라기보다는 배의 선실이나 고급 기차의 침대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 P12

그 작은 방은 저녁에 그가 돌아오면 그의 체온을 따스하게 해주었고, 포근하게 감싸 주었으며, 그가 필요로 할 때는 영혼과 실체로서 항상 그의 곁에 있어 주었고, 결코 그를 버리지않았다. - P13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그는 충실하려고 노력하였고, 오히려 그것에 밀착하여 그것과 좀더 가깝게 자신을 묶어 매고자 계획하였다. 그 방을 아예 자기 것으로 구입함으로써 그것과 자신과의 관계를 영원히 깰래야 깰 수 없는관계로 만들 생각이었다. 집 소유주인 라살 부인과의계약도 이미 마쳤다. 방값은 새로 나온 돈으로 5만 5천 프랑을 내기로 했다. - P13

여기까지가 비둘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984년 8뭘 어느 금요일 아침까지의 상황이었다. - P14

(전략). 그래서 그날 아침 그는 - 2ㅣ이미 불과 몇 초 전에 문에 귀를 대고 밖의 동정을 살폈기 때문에 - •복도에 아무도 없다는 것과 화장실이 비어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모두 잠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왼쪽 손으로는 안전 자물쇠의 꼭지를 돌리고, 오른쪽 손으로는 용수철 자물쇠의 손잡이를 돌린 다음,
빗장을 열고, 문을 가볍게 밀며 활짝 열었다. - P15

. 문지방에서 불과 20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창문을 통해 들여온 아침 햇살의 창백한 역광을 받으며있었다. 납회색의 매끄러운 깃털을 한 그것은 황소 피처럼 붉은 복도의 타일 위에 빨간색이며 갈퀴 발톱을한 다리를 보이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비둘기였다. - P16

그는 죽을 만큼 놀랐다. 그때의 순간을 나중에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말은 사실상 옳지 않았다. 정작 그를 더욱 놀라게 했던 순간은 좀더 나중에 있었다. 그때야말로 그는 까무러치게 놀라 죽을 뻔했다. - P17

비둘기의 눈이 미처 다시 뜰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그는 후닥닥 방문을 닫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안전 자물쇠의 꼭지를 돌리고 부들부들 떨며 비틀비틀침대까지로 가, 마구 방망이질 쳐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 P18

 나이 오십부터는 아주 사소한 계기만 생겨도 그런 험한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생각과 자신이이미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 모로 누운 다음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어깻죽지 위까지 담요를 끌어올려 덮고 그가 언젠가 포켓용 의학 사전에서 전형적인 심장마비 증세라고 읽은 바 있는 경련을 일으킬 듯한 심한 통증과 가슴 부위 및 어깨 근처에 콕콕 찌르는 듯한 증세와 또는 의식이 서서히 꺼져 가는 현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 P18

대신 그의 뇌리에는 완전히 뒤죽박죽이 된 공포의사념들이 무더기로 떠오르며 마치 한 무리의 까마귀떼들처럼 머리 속을 시끄럽게 소리치며 휘저었고, 또자기들끼리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하였다.
<너는 이제 끝장이야!>라고 소리를 빽 지르는 것 같았다. - P19

그런 따위의 사특한 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에서 꽥꽥 소리치며 외쳐댔고, 조나단은 너무나 당혹스럽고절망적인 나머지 유년 시절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 P21

그는 간절히 기도했다.
「오, 하느님, 하느님. 왜 저를 버리시나이까? 왜 제게이다지도 큰 벌을 내리시나이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제발 저를 저 비둘기로부터 구해 주소서! 아멘!」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사에 남자가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에대한 애환을 잘 묘사한다. 주인공 손세진(정유미)은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다. 그리고 깡패가 이웃인 반지하 방으로 이사를 간다. 그녀는 재취업을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오히려 지방대 출신, 그리고 여자라는 최악의 조건으로 ‘서울 안의 기업에 취업하기 얼마나 힘든지를 스스로 적나라하게 증명할 뿐이다. - P197

 여자들은 몸으로 체득한 억울함이 클수록 당연히 더 위축된다. 이는 고스란히 목표상실로 이어지고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만을 놓고 세상은 또 차별을 시작한다. "이봐, 회사에 남자가 많은건 다 이유가 있다니까." - P198

차별을 합리화하는풍경

평가가 공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드러난‘ 객관적 결과가 어떻게
‘객관성‘을 보장받겠는가. 취업난을 다룬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례가 등장한다._주36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마친 여대생이 취업 면접 때마다 "여자가 왜 대학원까지?"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 P198

주36 <MBC 스페셜>, "취업난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 2009. 10. 9. - P308

주로 남자들이 내뱉는 말이지만 ‘더 남자다워‘ 승진할 수 있었던 여자들 중에도 "나도 여자지만, 내 밑에는 남자가 왔으면 좋겠다!"면서 ‘어쩔 수 없음‘을 거들어주는 경우도 많다. 정말이지 이야기를 안 끄집어낸 것보다도 못한 결과다. - P199

누군가가 경험했다면서 올린 글을 보자._주37

여자들은 조별 과제에서 항상 뒷구멍에 앉아서 받아먹으려고만 하죠. 여자들끼리 구성된 조는 잘할까? 당신이 말하는 찍어 누르는 남자가 없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한다. 그 집단의 특정 몇 명의 문제일까? 여자라는 동물 자체의 문제일까? 서로 뭉치지도 않고 뭐 좀 하려고 하면 약속이 있다. 바쁘다, 아프다. 다른 공부해야 한다는 등온갖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나가기 급급하다. 뭐가 될 리가없다. - P200

주37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남자와 여자의 취업경쟁은 과연 공정할까?" (2011.
11.27.)에 대한 닉네임 ‘후‘의 댓글. - P308

남자는 사람 문제, 여자는 여자 문제

(중략). 따져봐야 할 것은 ‘같은 경우‘,
그러니까 남자가 ‘조모임에서 개판을 치는 무수한 경우‘를 왜 같은 이치로 해석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 P202

여자들을 상대로 ‘조 모임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황당했는지‘를 물으면 이러한 증언들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조모임‘의 문제는 남녀 간의 차이로 벌어지는 문제가 아닌 사람 간의 차이로 일어나는 문제이다. - P205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 것조차 불평등한 상황에서 남자들이 조별 모임을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 조장을 하고 회의 중에 성희롱 수준의 말들을 하는 건 예사다. - P205

결국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남자라면 ‘사람 문제가 되고 여자라면 ‘여성 문제‘가 된다. 이 경험을 고스란히 안고 많은 이들이 사회로 진출했다. (중략). 이런 비상식스러운 차별적 시선에 여자들이 능력 발휘의한계를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등장한다. - P206

나는 왜 여학생들을
더 좋아했을까?


‘교수님은 여자만 좋아함. 남자로서 심한 소외감을 느낀 한 학기‘

내 강의에 대한 누군가의 강의 평가 내용이었다. 피식 웃음이났다. 사실이니까. 그것도 강의 중에는 무척이나 ‘더‘ 좋아했다. - P190

나는 다 강의 잘되라고 여학생에게 질문을
‘더‘ 했을 뿐이지, ‘전화번호 교환‘을 원했던 것이 아니다. 그럼 저 상황조차 왜 그런지를 고민해보자.  - P190

강의 평가 몇 개를 더 살펴보니 이에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보인다.

선생님~ 저 다영이에요. 한 학기 동안 질문 너무 자주 하셔서 힘들어 죽을 뻔했어요. 이러면 앞에 앉기 곤란해요. - P191

왜 여학생들한테만 질문하세요?

물론 다영이는 여학생이다. 매번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매우 집중한다. 이제 내가 ‘누구를 더 좋아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졌다. 나는 ‘여학생‘만을 좋아한 것이 아니다. ‘앞자리에서 수업을 열심히 듣는 아무개 학생‘에게 호감을 가졌을뿐이다. - P191

 또 단지 ‘학점만 따려고 들어온 대학생들에게는 강의에 집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다. 그래서 뒷자리에서 다른 일을 한다. 밀린 과제를 한다거나, 주식시장의 근황을 노트북으로 살펴본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 P191

 눈을 뜨고 있지만 정신은 잠든 이들에게 질문을 던질 순 없다. 이를 고려하면, 백여 명이 넘는 교양 강의에서는 나와 ‘지적 영감‘
을 교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선택적으로 피드백이 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가 이름을 외우는 학생도 소수다. (준략). 그런데 그 ‘특정 학생‘은 왜 여자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여학생들이 ‘스펙‘에 더 목말라하기 때문이다. - P192

남자들이 취업 잘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 잘 안 되는데,
여자들은 ‘더‘ 안 된다는 것이다. (중략). 10대 그룹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이 0.07퍼센트이고 공기업의 경우는 (사실상
‘제로‘를 뜻하는) 0.002퍼센트다. - P193

. 20대 대기업의 여성 직원 비율은 14.5퍼센트에 불과하다. 근속 연수도 남성은 13.8년이지만 여성 9.2년이다._주34 - P194

주34 〈한겨레〉, "20대 대기업 여성직원 비율 14.5% 그쳐", 2014. 4. 13./〈연합뉴스〉,
"한국 ‘여성 유리천장 지수‘ OECD 최하위", 2015. 3. 7./<여성신문>, "공기업은여성 임원 ‘무덤‘인가", 2015. 5. 13./<경향신문>, "여성 대통령 3년, 여성 지위는 ‘뒷걸음", 2016. 3. 7./<MBN 뉴스>, "남녀 임금격차 36.6%・・・ 여성·청년단체
‘동일임금의 날‘ 제정 촉구", 2016. 5.24. - P308

다영이가 A+에 목숨을 거는 이유

 여대생들은 스펙에 목마르다. 학점 관리는 그중 하나다. 목마름은 애처로운 행동으로 나타난다. 은밀히(?) 교수를 따로 찾아와 강의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쪽도 여학생이 많다. 그만큼 공개적인 자료 공유를 꺼린다는말이다. 수업 노트를 안 빌려주는 쪽도 여학생이다. 앞자리에서남들보다 꼼꼼하게 노트 필기를 했으니 당연하다. 성적 장학금을받는 학생들 중 70퍼센트가 여자인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_주35 - P194

주35 <한겨레21>, 805호, "여학생은 ‘스펙‘에 목마르다", 2010. 4. 8. - P308

그런데 이렇게 너무 악착같이 살다 보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쉽게 무너진다. 이런 특징은 성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때 여실히 드러난다. 아주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다. 보통 남학생들은 ‘이때만큼은‘ 예의가 바르다. - P195

항상 앞자리에 앉았던 다영이의 아버지는 삼겹살 가게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다영이는 지금껏 단 한번도 자신이 가게를 이어받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직 고등학생인 남동생은 수년 전부터 "정 안 되면 아버지 가게에서 일이라도 배워야지"라면서 ‘가업 계승‘을 전제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 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