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실험04

어려운 문제에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풀이가 한결 쉬워진다고?


미국 코넬대 마노즈 토머스 교수의
‘물리적 거리가 업무에 미치는 영향 실험‘ - P35

수학이나 물리 문제를 풀 때는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는 게 좋다. 쉽게 말해 책에 고개를 파묻지 말고 고개를 들어 문제지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라는 말이다. 그러면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느껴질 수 있다. - P36

미국 코넬대학교 마노즈 토머스(Manoj Thomas) 교수는 대학생 92명에게 단어를 보여 주고 나서 그 단어를 소리 내어읽는 작업을 수행하게 했다.
(중략).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얼굴을 화면에서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작업한 학생들이 얼굴을 가까이 두고 작업한 학생들보다 문제가 쉬웠다고 답했다. 얼굴을 멀리 두고 작업하는 조건에서는 -0.88점, 얼굴을 가까이 두고 작업한 조건에서는-1.31점이 나왔다. - P37

어려운 작업을 할 때는 물리적 거리를 최대로 두는 게 좋다.
그러면 심리적 거리도 멀어져 불안 발작을 일으키지 않고 여유있게 눈앞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7

까다로운 작업이라 일에 진척이 없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커피를 사러 나가 머리를 식히며거리를 두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잠깐의 거리 두기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시험해 보자. - P37

심리실험02

학습(일)과 학습(일) 사이에
‘수면‘을 끼워 넣으면
재학습에 드는 노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프랑스 클로드베르나르 리옹1대 스테파니 마자 교수의
‘수면과 학습의 상관관계 실험‘ - P25

책상 앞에 앉아 엉덩이가 뻐근할 때까지 공부하여 머릿속이꽉 찼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이렇게 녹초가 된 채 하루를 마감할 때 사람들은 잠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진다. (중략).
하지만 이 방식을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공부하고 나서는 딴짓을 하지 말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꿈나라로 떠나는 게 정답이다. - P26

프랑스 클로드베르나르 리옹1대학교 뇌과학연구소의 스테파니 마자(Stéphanie Mazza) 교수와 연구팀은 "재학습은 짧고기억 보존은 길다"라는 수면의 중요성을 밝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스와힐리어 단어를 완벽하게 외울 때까지 두 차례씩 학습시켰다. 조건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설정했다.


A 그룹: 아침 9시에 기억→12시간 경과→ 같은 날 밤 9시에 다시 한 번 학습

B 그룹: 밤 9시에 기억→ 12시간 경과 다음 날 아침 9시에 다시 한 번 학습 - P27

연구팀은 일주일 후와 6개월 후에 스와힐리어를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지 테스트했다. 그러자 B 그룹, 즉 학습과 학습 사이에 수면을 끼워 넣은 그룹 학생들의 경우 재학습에 걸린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일주일 후에도 6개월 후에도A 그룹에 비해 B 그룹 성적이 좋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27

공부를 열심히 한 후에는 머리를 식힐 겸 노력한 자신에게 보상도 줄 겸 뭔가 다른 일을 하다 잠들고 싶다. 그냥 자면 억울하고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공부하고 나서는 엉뚱한 데로 새지 말고 바로 잠을 자야 한다. - P29

심리실험03

술마시는 사람의 수입이
술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평균 10퍼센트나 높은 이유


애널리시스 그룹 연구원 베서니 피터스와미국 산호세주립대 에드워드 스트링엄 교수의
‘음주와 수입의 관계 연구‘ - P30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애널리시스 그룸(Analysis Group) 연구원 베서니 피터스(Bethany L. Peters)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주립대학교의 에드워드 스트링엄(Edward P. Stringham) 교수는 "술꾼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왜 술꾼이 술을 마시지 않는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까(No Booze? You May Lose: WhyDrinkers Earn More Money Than Nondrinkers)"라는 충격적인 제목의 논문을 2006년에 발표했다. - P31

놀랍게도 "술을 마시는 사람일수록 수입이 높다"라는 것은 확실한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술 마시는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무려 10퍼센트 이상 수입이 높다. - P31

피터스와 스트링엄의 주장은 이렇다. 술이 아니라 술자리가
‘인맥 확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좀 더 그럴듯하게 바꿔말하면 술자리가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대개는사람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시곤 한다. 요컨대 ‘술을 많이 마신다‘는 말은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 P32

연구팀은 술을 즐길수록 수입이 높아지는 현상을 일컬어
‘드링커스 프리미엄(The Drinkers Premium)‘이라고 했다. 술을마시는 사람은 10퍼센트의 드링커스 프리미엄이 붙은 수입을얻을 수 있고, 술을 마시러 자주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여기에더해 연 수입이 7퍼센트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 P32

술을 마시며 덤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프리미엄을챙길 수 있다. 그저 술이 좋아 혼자 집에서 마시거나 정해진 사람들과 마시는 것은 수입을 늘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 P34

심리실험9

칭찬은 왜 때로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맥 빠지게 할까?

미국 컬럼비아대 스테이시 핀컬스틴 부교수의
‘피드백이 목표 추구에 미치는 영향 실험‘ - P58

많은 교육 관련 서적에는 모두 한목소리를 내자고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며 칭찬의 교육효과를 강조하는 구절이 들어 있다.
이는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굳이 따져 보자면 반은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 P59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보건정책 및 관리를 연구하는 스테이시 핀컬스틴(Stacey R. Finkelstein) 부교수는 프랑스어 초급과정(간단한 회화와 문법을 공부하는 수업)을 이수한 학생과 프랑스어 상급 과정(프랑스 고전문학을 읽고 프랑스어로 논문을 쓰는 수업)을 이수한 학생에게 수업을 지도한 교수를 평가하게했다.
"아낌없이 칭찬하는 교수와 따끔하게 지도하는 엄한 교수에게 7점 만점으로 각각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 P59

‘내 수준은 내가 알지. 일일이 칭찬해 줄 것이 아니라 내가부족한 부분을 확실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따끔하게 지도해주는 것이 지금 내게 더 필요해‘ - P60

. 물론신입사원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새까맣게 어린 후배에게는 친절하게 알려 주고 사소한 일도 칭찬해 주면 좋은 선배라고 환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업무 기술과 지식을 익힌 후배에게는 어설픈 칭찬을 남발하는 대신 때로 따끔한 말로 지도하는 선배가 훨씬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 P62

심리실험 53

월요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존 헬리웰 교수의
‘주말 효과 실험‘

사람들은 요일에 따라 특별한 기분을 느낄까?
‘월요병처럼, 월요일 직전인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내내 몸과 마음이 무거운 기분을 느낀다든가, 주말을앞둔 금요일에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다든가 하는 것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존 헬리웰 교수가1년 반에 걸쳐 5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요일이라고 우울해지거나 하는 것은 존재하지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P247

 우리는 흔히 ‘월요병‘이라고, 영어권에서는 ‘우울한 월요일(Blue Monday)‘이라고 부르는현상이다. (중략).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존 헬리웰(John F.
Helliwell) 교수는 1년 반에 걸쳐 행해진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헬리웰 교수는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요일마다 행복감, 즐거움, 기분 고양 등의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 조사 결과 ‘월요병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평일은 어느 요일이나 비슷비슷했다. - P248

한편 연구팀은 ‘일요일이 되면 기분이 들뜨고 행복해진다‘
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월요병은 없어도 일요일만 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였다. 헬리웰 교수는이러한 현상을 ‘주말 효과(Weekend effects)‘라고 불렀다. 그런데이 주말 효과에도 몇 가지 규칙이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조직에서 낮은 직급의 사람이 중역이나 대표이사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고양감을 주말에 느낀다는 것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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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는 서로의 집에 가지 않는다. 가족의 얼굴을 보거나 친구를 소개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누구에게도 이 세상 어떤사람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 P27

 친어머니는 내장 쪽에 생긴 암으로 네가 세 살 때 세상을 떴다. 거의 기억이 없다.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다. 네가 다섯 살 때 아버지가 재혼했고, 이듬해여동생이 태어났다. 즉 지금의 어머니는 새어머니인 셈인데,
아버지보다는 그 어머니에게 그나마 친밀감이 생기는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네가 한 번 한 적이 있다. 
- P28

또하나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것-너는 가족 이야기를 할 때면 어째서인지 항상 자기 손바닥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마치 줄거리를 따라가려면 그 위에 새겨진 손금(인지 무언지)을 꼼꼼히 해독하는 일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듯이. - P29

너를 처음 만났던 때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장소는 ‘고등학생 에세이 대회 시상식장이었다. 5등까지 입상한 학생들이 그곳에 불려왔다. 나와 너는 3등과 4등으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 P29

나는 특별히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책 읽는 건 어릴 적부터 무척 좋아해서 틈날 때마다 손에 잡고 살았지만, 직접 글을 쓰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어 시간에 우리 반모두가 대회에 낼 에세이를 의무적으로 써야 했고, 그중 내가쓴 글이 뽑혀서 심사위원회에 보내졌으며, 최종심사에 남더니 생각도 못한 높은 등수로 입상까지 했다. - P30

너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썼다. 한 고독한 노년 여성과 한고독한 소녀 사이에 오간 마음의 교류에 대해서. 그렇게 만들어진 소소하고 진실된 가치관에 대해서, 차밍한, 사람의 마음을끄는 에세이다. 내가 쓴 글 따위보다 몇 배는 훌륭하다. 어째서 내 글이 3등이고 네가 4등인지 이해할 수 없다. - P31

다섯 명의 입상자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 표창장과 기념 메달을 공손하게 받아든다. 1등상을 받은 키 큰 여자아이가 짧게수상소감을 말한다. 상품은 만년필이었다(만년필 회사가 대회후원사였다. 나는 그 뒤로 그 만년필을 오랫동안 애용했다). 길고 따분한 시상식이 끝나갈 즈음, 수첩 메모난에 내 주소와 이름을 볼펜으로 적고 그 장을 찢어내 너에게 살짝 건넨다. - P32

네 편지는 일주일 후 나에게 도착한다. 멋진 편지다. 나는적어도 스무 번쯤 그 편지를 읽는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그날 부상으로 받은 새 만년필로 긴 답장을 쓴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둘만의 교제를 시작한다.
우리는 연인 사이였을까? 간단하게 그런 이름을 붙여도 될까? 나는 알 수 없다. - P33

5

그 건물의 문을 민 것은 도시에 들어오고 사흘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이렇다 할 특징 없는 오래된 석조 건물이다. 강을 따라 한동안 동쪽으로 걷다가 옛 다리를 마주보는 중앙 광장을 지나면 나온다. - P34

무거운 나무문이 낮게 삐걱이며 안쪽으로 열리자 어둑한 정사각형 방이 보였다. 사람은 없다. - P34

마주보는 정면에 문이 있었다. 간소한 나무문으로, 얼굴 높이쯤에 작은 불투명 창이 있고 거기에도 ‘16‘이라는 숫자가 고풍스러운 장식체로 적혀 있다. 불투명 유리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 P35

카운터 안쪽에는 서고로 통하는 걸로 보이는 짙은 색 문이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역시 ‘도서관‘일 것이다. 책은 한 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를 보나 도서관다운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크건 작건, 오래됐건 새롭건, 전 세계 도서관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별한 분위기다. - P36

너는 장부에서 눈길을 들고 왼손에 연필을 쥔 채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그렇다. 너는 왼손잡이다. 이 도시에서도, 이곳이 아닌 도시에서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뇨, 뵌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너는 대답한다. 말투가 깍듯한 건 아마 너는 아직 열여섯 살 그대로인데 나는 열일곱 살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너에게 나는 이제 훨씬 나이 많은어른 남자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시간의 흐름이 가슴을 찌른다. - P38

나는 천천히 그 약초차를 마신다. 걸쭉한데다 특유의 쓴맛이 나서 결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차는 아니다. 그러나 그 양분이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내 눈을 치유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렇게 특별한 용도를 지닌 차다. - P39

방은 따뜻하고 조용하다. 시계가 없어도 무음 속에서 시간은 흘러간다. 발소리를 죽이고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야윈 고양이처럼. - P39

6

우리가 그리 자주 편지를 주고받은 건 아니다. 대략 이 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그러나 편지의 내용은 매번 꽤 길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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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좋습니다. 맛도 그렇게 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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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아티스트

현대미설 작품에 레퍼런스란?

현대미술과 ‘세계 표준‘

2016년 여름에 도쿄에서 개최된 아이다 마코토의 개인전 「덧없는 것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사물의 아름다운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⁰¹에서는 다소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 P292

도발적인 작업을 하는 현대미술 아티스트, 아이다 마코토의 우려

★마르셀 뒤샹 → 일회용 도시락 상자라는 전제, 레디메이드로서의 대량생산 공업제품. ★게르하르트 리히터 → 구상화와 추상화의 분리. ★잭슨 폴록→ 중력과 우연에 상당히 의존한 드리핑이분리.★잭슨라는 기법. ★가와라 온 → 작품 사이즈, 전시 스타일, 방법의 한정. ★게르하르트 리히터, 시라가 카즈오 드 쿠닝, 나카무라 카즈미 등→ 안티로서의 대형 화면, 물감의 대량 소비, ★오카자키 켄지로, 히코사카 나오요시 등→ 회화의 분석 그 자체의 제시. ★무라카미 다카시,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 진짜 붓놀림이 아니라는 의미로 인조적인 회화 제작법.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등→키치 감각, 아트 마켓을 바보로 여기는 듯한 자세 등.⁰² - P294

5장 아티스트

01 ミヅマアートギャラリー 7월 6일 ~8월 20일 http://mizuma-art.co.jp/exhibition/16_07_aida.php

02 「はかないことを夢もうではないか、そうして、事物のうつくしい愚かさについて思いめぐらそうではないか」(전시보도) - P578

그럼 왜 아이다는 굳이 이런 항목까지 만들어가며 아티스트의 이름을 몇 명씩이나 거론한 것일까? 텍스트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거나 관객이나 미디어를 의도적으로 교란시키기 위함? 혹은 그저 장난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을 품을 바에는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 같다. - P294

‘장난친 작품으로 오해받을 우려

아이다는 폭력, 에로, 사회 풍자등을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고,
또 그 작풍 때문에, 협잡꾼 혹은 이슈메이커 작가로 간주되기도 한다(나도 아이다를 잘 몰랐던 시기에 그런 인상을 받았었다. 지금은 그러한 선입견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 P295

도쿄도 현대미술관에서 벌어진 작품 철거 요청 문제‘는 앞서 밝힌 대로 억지 트집에 휘말린 격이었다. 그러나 모리미술관의 회고전에서는
‘성폭력적이고 성차별로 가득 찬 작품이 다수 전시되었다‘며, ‘포르노 피해와 성폭력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미술관을 상대로 항의문을 보냈고,
작품에 원자력 발전 사고와 관련된 트위터 화면을 ‘무단 게재했다는 오해를 사며 소셜미디어에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 P297

아이다에게는 <아사다 아키라는, 미술에 관한 한, 하찮은 것을 칭찬하고, 소중한 것을 폄하해, 일본 미술계를 몹시 정체시킨 책임을 언제.
어떤 형태로 질 것인가>라고 제목 붙인 회화가 있다. 제목을 길게 붙이기로 유명한 오카자키 켄지로의 두꺼운 질감의 추상회화 시리즈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오카자키의 절친이기도 한 비평가의 이름을 제목에 넣은 점이 왠지 야유로 느껴진다(본인은 『아트 잇』 2008년 10월 호에 수록된우치다 신이치의 인터뷰⁰³에서 ‘도발인지 러브콜인지는 알기 어려운 것‘이라 말하고 있다). - P299

03 「アンビバレンスの中にいるから、挑発なのかラブコールなのかわかりづらいものが生「まれる」 http://www.shinichiuchida.com/2008/10/art-it.html - P578

‘장난친 작품으로 오해받을‘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고, 도록에 수록될때까지는 자작 해설을 붙일 수 없었던 작품도 많다. 이메일에 적은 ‘이 작품의 아트월드 안에서의 위상과도 같은 것을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로부터 특정하고 싶었다‘라는 대목도 현재 상황에 대한 아이다의 염려를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P299

무라카미 다카시의 절망

그로이스나 솔츠 등은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비평가지만, 일본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아이다보다도 더 깊이 일본의 아트 저널리즘에 절망하고 있는 듯하다. - P300

정확하게는 ‘현대미술의 감상에 있어서는, 그 작품이 현대미술사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자리매김 되었는지를 추측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다. 이 해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의발언을 더 인용하자면, 2006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예술기업론」에는
"(일본인은) 유럽과 미국의 예술 세계의 룰을 근거로 삼지 않는다."라고했고, 2010년에 펴낸 『예술투쟁론』에 쓴 글에서는 "(일본의 젊은이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 예술=서구식 ART의 룰을 알아야 합니다." 등의 발언을 찾을 수 있다. - P300

비평 자체에 흥미가 없는, 혹은 그렇게 우기는 작가도 있다. 잘 알려진 예로는, "자신에 대해 쓰인 글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지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만 세보면 된다."는 앤디 워홀의 발언이 있다. - P301

아이 웨이웨이와 아브라모비치

아이 웨이웨이는 자신의 아티스트로서의 활동과 액티비스트로서의 활동에는 차이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고, 비평가보다는 체제와의 싸움으로 바쁘다. - P302

티나리에 따르면, 이때 이후, 아이 웨이웨이는 "뒤에서 요셉 보이스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⁰⁶고 한다. 『가디언』의 에이드리언 설도, 2015년 후반 런던의 RCA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에 대한 리뷰⁰⁷에 뒤샹의 이름을 언급한 후, ‘지금까지 본 아이 웨이웨이의 전시 중 베스트‘라고 격찬했다. - P303

06 「A Kind of True Living: The Art of Ai Wei-wei」, "Artforum, 2007년 여름호. https://artforum.com/inprint/issue-200706&cid=15365

07 「Ai Weiwei reviewmomentous and moving」, 『The Guardian』, 2015년 9월 14일 https://www.theguardian.com/artanddesign/2015/sep/14/ai-weiwei-royal-academy-review-momentous-and-moving - P578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호주 원주민(아보리진)을 대상으로 한 과거의 차별적 발언으로 규탄을 받는다거나, 공동 제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둘러싼 옛 파트너 울라이와의 소송에서도 패소, 거기에 퍼포먼스 아트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한 자금을 바닥내기도 하면서 매스컴을 시끄럽게 달구고 있지만, 아티스트로서의 평가는 거의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 P303

틸만스와 쿤스

틸만스는 어쩌면 다소 불만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2000년 그가 터너상을 수상했을 때, 저널리즘의 반응은 혹독했다. 「페이스」나 「D」등의 잡지에서 일하는 ‘포토 저널리스트‘에게, 어째서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미술상을 수여해야만 했냐는 것이다. - P304

한편, 어느 한 비평가에게 "너는 아무것도 몰라. 난 엄청난 천재야."
라고 몇 번이나 반복해 말했다는 제프 쿤스¹¹는 현대미술사를 참조해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상위 4명 중 단연 으뜸이다. 당연히 그에 관한 평론 등에도 현대미술사적인 문맥으로 이어지는 것이 많다. - P306

쿤스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가인지라 신문이나 현대미술 관련매체에 게재되는 리뷰 중에는 유별난 것이 많기는 하다. 포르노 배우치치올리나와의 관계 등 작가의 추문을 새삼 언급하는 기사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단토의 견해를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 P306

‘이론가로서의 작가, 작가로서의 이론가‘
슈타이얼은 쿤스보다 더욱 명시적으로 현대미술사의 인용을 실천하고있다. 일본에서 개최된 「도지마 리버 비엔날레 2015」¹⁵에서도 전시된 바있는 그녀의 작품 <유동식 주식회사>(2014)에는 디지털 가공을 거친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나 파울 클레의<새로운 천사>가 화면에 등장한다. - P308

15 http://biennale.dojimariver.com/ - P579

(전략). 하지만 슈타이얼은 지금까지 다룬 5명의 작가중에서는 예외적인 존재다.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쓴 자신의 글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아트 리뷰 리스트의 작가 이름 옆에 붙은설명문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이론가로서의 아티스트, 아티스트로서의 이론가. 대체 이 ‘아티스트‘는, 왜, 어떻게 ‘이론가일까?" - P308

히토 슈타이얼과 한스 하케의 투쟁

히도 슈타이얼은 1966년 뮌헨에서 태어났다. 에세이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필름이나 비디오 작품을 제작하는 한편, 주로 『e-flux』¹⁸나 『eipcp』(유럽 집단문화정책 연구소) 등의 웹 매거진에 비평이나 이론에 관하여 집필한다. 작품은 영화와 순수미술의 경계면에 자리매김 된다."
(『eipcp』, 「Hito Steyer」¹⁹)라고 평가되곤 하는데, 제작에 있어서나 비평 활동에 있어서도, 이미지나 현대미술과 사회적 현실의 관계라는 주제를 일괄되게 추구하고 있다. - P310

18 http://www.e-flux.com/

19 http://eipcp.net/bio/steyerlr - P579

앞서 언급한 <유동식 주식회사>는 30분가량의 영상을 중심으로 한비디오 설치작품이다. (중략).
여기서 유동성(Liquidity)이란 금융에 있어서는 유동성 자산을 의미한다. 서퍼나 카츠시카 호쿠사이의 파도 영상이 몇 번이나 등장하며 작품의 주제를 시각적이고도 은유적으로 보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점은, 영상(시청각) 미디어가 지배적인 현대의 온갖 문제들을다름 아닌 영상을 통해, 게다가 다양한 디지털 영상미디어 기술을 이용해 가면서, 기존의 특정 사건이 담긴 장면을 편집해 넣어 중층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 P312

프란츠 파농과 고다르의 계보를 잇겠다는 슈타이얼

『아트 리뷰』는 슈타이얼을 ‘이론가로서의 아티스트, 아티스트로서의 이론가‘라 칭했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이론‘은 미술이나 미술사라기보다는 미디어 이론을 가리킨다. 그 중심에 영상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작품활동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슈타이얼은 1980년대에 일본영화학교(현 일본영화대학)에서 이마무라 쇼헤이와 하라 카즈오의 가르침을 받았다. - P312

첫 번째 저서의 제목 『스크린의 저주받은 자들』은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을 오마주한 것이다. 1925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에서 태어난 파농은 프랑스에서 정신과 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알제리로 건너가, 알제리 독립전쟁에 참가한다. 이저작물은 포스트 콜로니얼* 이론의 선구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슈타이얼은 자신이 파농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는 것이확실하다.

*포스트 콜로니얼 과거의 식민 상황이 독립 이후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_역자주 - P313

선배 작가와 후배 작가의 공통점

물론 슈타이얼의 선배나 친구는 현대미술계에도 존재한다. - P314

공통점을 비교했을 때, 재미있는 선배가 있다. 바로 한스 하케다.
1936년 쾰른에서 태어난 하는,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백남준과 함께 독일관 대표를 맡아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초기에는 생태계나 자연에서 소재를 가져왔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자본주의 사회의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 P315

맨 먼저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1970년에 발표한 <MoMA Poll>로 제목을 직역하면 ‘현대미술관 투표‘가 되는데, 투표함과 투표용지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하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내걸고 실제로 관객에게 투표를 독려했다. "뉴욕주의 넬슨 록펠러 주지사가 닉슨대통령의 인도차이나 정책을 비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은, 11월에 치를선거에서, 당신이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이유가 될까요? 만약 ‘예스‘라면 왼쪽 상자에 ‘노‘라면 오른쪽 상자에 표를 던져 주세요." - P316

이어 1971년에는 <샤폴스키 맨해튼 부동산 회사. 1971년 5월 1일 현재의 실시간 사회체제>을 제작했다. 이 작품은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기로 예정되어 있던 개인전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미술관으로부터 거부당하면서 개인전 자체가 취소되고 만다. 투기 의혹이 제기되는 맨해튼 최대의 부동산 회사에 관한 건물 142동과 그 데이터를 정리한 차트와 설명문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 P316

하케는 1930년대에 건설된 독일관의 바닥에 잘게 부순 대리석 덩어리들을 깔아놓았다. 현관에서 바라본 전시장 안의 정면 상부에는
‘GERMANIA‘라는 문자가 내걸렸는데, 이것은 고대 게르만인의 이주지를 가리키는 고어인 동시에, 아돌프 히틀러가 구상한 베를린 세계수도의 명칭이기도 하다. - P317

사진을 걸어둔 배경이 되는 벽은 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중략) 하케는, 60여 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을 통해, 베니스 비엔날레가 가진 국민국가의 국위선양이라는 본래의 성격을 상기시킨 뒤, 바로 이어. 전후 유럽 경제에서 최강의 힘을 지니게 된 통화를 고도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제시한 것이다. - P318

현대미술계와 글로벌 자본주의를 향한 비판

위의 예들로 알 수 있겠지만, 하케 작품의 표적은 자본주의 사회만이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는 아트계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 P318

슈타이얼의 관심과 행동은 하케의 그것과 크게 겹쳐진다. - P318

현대미술계는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안에는 ‘죽음의 상인‘도 있다. 자신은 그 안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 관객도 그 안에서 글로벌 금융자본주의와 연결된 작품을 감상하며, 구매하고 있다. 하케의 문제의식과 겹치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슈타이얼은 작품만이 아닌 글로도 표현한다. - P319

현대미술의 중요 중심지는 더 이상 서양의 대도시에만 위치하지 않는다. 오늘날, 탈구축주의 건축의 형태를 갖춘 컨템퍼러리아트 뮤지엄은 그 어떤 철통 독재국가라 할지라도 선보이고 있다.
어딘가에 인권침해 국가가 있다면, 자 이제, 프랭크 게리 미술관이 생길 차례다.²²

이러한 발언은 하게의 주장과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 P320

21~22 Hito Steyerl (저) 大森俊克(역) 「アートの政治学 コンテンポラリー・アートとポス民主主義への変遷」, 『美鈴手帖』FREE OF 2016년 6월호.

23 Nicholas Law, 「Horseplay: What Hans Haacke‘s fourth plinth tells us about art andthe City」, 『The Guardians』, 2015년  2월 27일. https://www.theguardian.com/attanddesign/2015/feb/27/hans-haaacke-horseplay-city - P579

 예를 들어한 저널리스트에게 했던 아래와 같은 이야기와.


우리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 무렵, 컬렉터들이 작품을 샀던 이유는 그들이 현대미술과 연관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지금은 엄청난 수의 컬렉터가 현대미술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있어 기분이 언짢아진다. 그들은 재무 고문을 고용하듯이 아트어드바이저를 고용하고 있다.²³ - P320

‘제4대좌‘에 설치된 말의 해골

하케는 자신과 관계하는 모든 갤러리에게 자신의 작품을 아트 페어에 출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1970년대 이후부터는 작품이 되팔려 가격이 오를 경우, 그 차익에 대한 15%를 작가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약 거래가 무산되기도 해요. - P321

글로벌 자본주의와 결탁한 현대미술계를 비판하고, 미술관으로부터따돌림 당하며, 아트 마켓의 관행에는 따르지 않는다. 1994년에는 좌익적 분석으로 유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함께 문화 제도를 비판하는 대담집25을 간행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는 아트월드에서 추방당하고 말지..라는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 P321

2015년에는 런던시의 요청으로 트래펄가 광장의 ‘제4대좌‘에 <선물로 받은 말>이라는 제목의 조각을 전시했다. 런던에는 수많은 기마상이 즐비하지만, 하케의 브론즈 말은 눈에 띄게 이채롭다. 말은 뼈대만으로 이뤄져 있고, 왼쪽 앞다리에 묶인 리본 모양의 전광게시판에는 런던 증권거래소의 주가를 표시하고 있다.²⁶ - P321

일찍이 하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치적인 아티스트‘로 간주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이런 꼬리표가 붙은 작가의 작품은 일원적으로밖에 이해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모든 아트 작품은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예외 없이 정치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대중들 사이에는, 그리고 때로는아트 전문가들 사이에도, 현대미술은 정치와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정치는 현대미술 작품을 불순하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군가가 ‘정치적인 구석으로 몰이 당하고, 실질적으로 제명당하는 것이다. 사회학적으로는, 지극히 흥미로운 현상이다.²⁷ - P322

27 "Für eine Kunst mit Folgen>, "Neue Zürcher Zeitung (z), 2004년 3월 13일 자*.
http://www.nzz.ch/article9 FP30-1.226930 - P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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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HOOD

I.

내가 살고 있는 블록의 모퉁이에 위치한 슈퍼마켓에 드니즈라는 여자가 일하고 있는데,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미국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여러 해에 걸쳐 마흔두 권의 로맨스 소설을 썼으나 단 한 권도 서점에 진열된 적은 없었다. - P1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슬픈 것은 발퀴레의 기행 (The Ride of the Valkyries)‘이다. 그 곡을 들을 때마다 난우울해지고 인류와 인생의 불공평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소화가 안 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 새벽 세 시 정도에나 떠올릴 법한 온갖 잡생각들이 난다.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그 감동적인 후렴을 들으면서 눈물을 훔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건 그들이 모 버논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

어쨌거나 우리가 몬태나를 떠났을 때 난 겨우 열두 살이었기에 그 후 몇 해 동안은 아버지의 일터에 함께 나가는것을 즐길 만한 나이였는데, 그때 아버지의 고용주인 모 버논을 처음 보았다.
모 버논은 쉰다섯 살 정도의 남자였고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옛날 뉴욕인의 얼굴 중 한 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스운 일이지만 어떤 얼굴들은 유행을 타기도 하고 유행에 뒤쳐지기도 한다. - P1

어쨌거나 나의 열일곱 번째 생일이 조금 지난 1933년의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버논의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기름범의 망가진 포드 자동차 내부를 이리저리 찔러 보고 있을 때였다. 모는 집무실에 있었는데 한참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그때 그는 아침에 편지를 가져다줄 우체부를 웃기려고 고무로 된 모조 여성유방을 착용한 채 바그녀의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우체부는 예정된 시간에 왔고, 이른 아침에 배달된 공문을 꺼내 읽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기 전, 모의 풍성한가슴골은 우체부에게 웃음을 주어 본분을 다했다. 배달된 편지들 중(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알아낸 것이다.) 하나는 모의 아내인 비아트리스한테서 온 것이었는데, 그녀가 거의 2년 동안 정비소에서 가장 오래 일했고 모가 가장 신뢰하고 있던, 그러나 그날 아침 평소와 달리 출근하지 않은 프레드 모츠와 잠자리를 계속해왔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편지였다. - P3

그리고 모두 웃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가 울고 있는 건봤지만, 여성유방을 걸치고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음조도 억양도 없이 내뱉은 말투의 그 무언가 때문이었다. 모두 웃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나와 아버지는 몸을 굽히며웃었고 각자 맡은 차에 붙어 노예처럼 일하던 주변 사람들도 웃다가 흘린 눈물을 훔치며 얼굴에 기름때를 묻히고 있었다. - P3

그날 밤 모는 다들 일찍 퇴근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 정비소에 남은 차들 중 그나마 작동하는 차의 머플러에튜브를 연결해 자동차 창문에 끼워 넣고 시동을 걸어 일산화탄소 속에서 마지막으로 비통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 뒤 동생이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결국엔 프레드 모츠를 다시 정비소장으로 고용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 아닌 남의 불행임에도 불구하고 ‘발퀴레의 기행‘은 내가 아는 가장 슬픈 것이 되었다. 난 그곳에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기까지 했으니 부분적으로 내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 P4

II.
1939년 난 스물세 살이 되었고 뉴욕경찰로 취직해 있었다. 왜 그 직업을 골랐는지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짐작컨대 몇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 이유들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나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쏟아 부었던 죄책감과 압박, 그리고 서로에 대한 비난을 싫어했지만 인생에서 첫 12년을그의 근처에서 보냈다는 단순한 사실이 나에게 어떤 지울 수 없는 도덕적 가치와 조건을 새겨 주었다. - P4

기둥서방들, 포르노 제작자들, 마피아들, 더 비싼 세를 들이기 위해 기르던 개를 풀어 오랜 세입자를 내쫓는 집주인들, 어린아이들을 만지는 늙은이와 겨우 수염을 깎을 정도의 나이에 불과한 무감각한 젊은 강간마들, 난 이런 사람들이 내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걸 보았고 세상과 그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속이 메스꺼워지곤 했다.  - P4

(전략).
그 질문에 답을 한다는 것. 생각해 보면 그것이 나를 경찰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이 훗날 내가 경찰 이상이 되도록 한 것이다. 그걸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이야기의 나머지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내가 한 일에 대해남의 이해를 구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을 대신하여 답을 해줄 수도 없거니와 모두의 대답이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꽤나 간단하다. - P31

내게 모든 것은 1938년에 시작되었다. 슈퍼 히어로라는 것이 탄생한 해이다. 첫 액션 코믹스가 발행되었을 때 난만화책을 읽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지만 아니, 최소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읽기엔 그랬지만, 많은 동네 꼬마들이 그걸 읽고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참지 못하고 한번 훑어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만일 누군가 날 본다고 해도 단지 동네 아이들과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변명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P5

그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많은 기억을 되살려 주었고 그로 인해 내가 열셋, 열네 살 때 꿈꿨던 상상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켰다. - P5

그 후부터 순진한 꼬마를 꼬여 가끔 보고 싶은 만화책을 빌리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빌딩 사이를 넘나들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는 그 해 가을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슈퍼 히어로들이 그들만의 올컬러 세계를 벗어나, 흑백의 현실로 이루어진 세계로 침공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야 말았다.
첫 번째 뉴스는 단순하고 신빙성이 떨어지긴 했지만 마음에 드는 픽션의 요소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나중에 참고할 요량으로 기억해 두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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