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사와 7팀 형사들은 그 뒤에도 방범카메라 영상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일일이 비교해 숙박객을 특정해나갔던 것이다. - P99
역시 아즈사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어젯밤 바에 있었던 손님들의 성명이 모두 밝혀졌습니다. 가미야 요시미와 모리모토 마사시 이외의 숙박객은 전원 오늘 체크아웃 예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을 가능성이높습니다. 우선 알려드립니다. 7팀 아즈사‘ - P99
전화를 끊고 닛타를 보았다. "모리모토가 방을 나왔어. 4층 일식당에 들어갔다." "4층? 왜 오늘 아침은 따로따로일까요?" 그러는데 다시 닛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역시 도미나가였다. "7팀 수사관 한 명이 레스토랑을 나왔습니다. 남자 형사 쪽이에요. 뭔가 허둥거리는 기색입니다." - P102
도미나가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면서 물었다. "가미야는 안쪽 테이블에서 모닝 세트를 먹고 있어요." "계속 혼자였어?" "네." - P103
분명이 위치에서라면 안쪽에 자리잡은 가미야 요시미의 모습이 잘 보인다. 그녀는 식사를 하면서 빈번하게 여기저기로 시선을 내달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 P104
저절로 한숨을 내쉬면서 무심코 로비 안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흠칫했다. 어느새 아즈사가와 있었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놀란 것은 그 차림새였다. 호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P104
아즈사는 불쾌한 듯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호텔 직원으로안 보인다는 건가요?" "호텔 직원? 말도 안 돼." 닛타는 몸을 크게 젖힌 뒤, 진지한표정으로 돌아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됐다. "세상 어디에 로비 소파에 버티고 앉아 태블릿이나 들여다보는 호텔 스태프가 있습니까. 게다가 근무 중에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면 당장 일어나세요." - P105
"그건 이상하죠. 팀에서 잠입 수사에 동원된 건 여성 수사관 한 명뿐일 텐데요." "맞아요. 하지만 그 친구는 따로 중요한 임무가 생겨서 유니폼은 내가 대신 입기로 했어요. 다행히 사이즈도 딱 맞던데요." "중요한 임무라는 건?" "손님으로 위장해 가미야 요시미를 감시하는 일입니다." - P106
"그런 건 굳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잘 알아요. 걱정 마세요. 차림새는 이렇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을 거니까. 수상쩍은 손님이 있을 때만 되도록 가까이에서 감시하려는 것뿐이에요." 닛타는 ‘손님이 아니라 고객님‘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차마 입밖에 내지는 못했다. - P107
"그럴지도 모르지만 몰래 촬영은 명백한 위법이에요. 호텔측에 무단으로 방범카메라를, 게다가 교묘히 숨겨서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잇타 씨가 호텔 측과 협상해주십시오." - P108
"바에 있었던 다른 손님들의 신원은 판명되었습니다. 전원이 오늘 체크아웃 예정입니다." "즉 그 바에는 두 사람 이외의 다른 공범은 없었다는 얘기로군." "그렇습니다." - P110
닛타는 아즈사와 모토미야가 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에 이나가키에게 말했다. "잠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아즈사 경감이 일하는 방식,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몰래 촬영한 것 말인가?" "네. 호텔 측에 알려졌다가는 곤란해집니다." - P111
"이 호텔에서 사건이 터지면 난처해지는 건 후지키 씨도 마찬가지야. 협력하지 않겠다느니 하는 얘기는 못 할걸? 예전 사건 때도 그랬잖아. 이러니저러니해도 의지할 곳은 경찰밖에없다는 거, 그쪽도 잘 알아. 능구렁이야, 그 사람." - P111
"우선 당장 수사를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사건이 해결된 뒤에라도 전말을 인터넷에 올리면 위법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몰래 촬영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어. 기껏해야 조례가 있을 뿐이지. 게다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될 일도 없어. 그냥 무시하면 돼. 항상 그래왔잖아." - P112
잠시 두 사람의 동향을 관찰한 뒤, 닛타는 사무동으로 향했다. 회의실에 돌아가 이나가키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어떻게 된 거지? 대체 그 두 사람,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나가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적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P114
"호텔 예약자 이름으로 운전면허증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 건 동성동명이 유독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끝났습니다. 운전면허증과 일치한 자들 중에는 아직 중범죄 전과자는 없었어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약자만 조회해본 거라서 동행한 사람의 신원은 알 수 없습니다. 여러 명이 숙박을 예약한 경우가 오늘 밤은 200팀이 넘어요." "200팀?" 이나가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운전면허증이 특정되지 않은 건 몇 명이나 되지?" "78 명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반절 이상이 동행숙박입니다." - P115
"그러면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총 몇 명이야?" "대략 350 명 정도에요." 닛타가 안산한 결과를 알려주었다. 이나가키는 짚었던 손을 내리며 고개를 떨궜다. "이것 참,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군. 헛웃음만 난다." - P116
닛타는 문을 열자마자 실례합니다. 하고 머리부터 숙였다. 안쪽 책상에 총지배인이 앉았고 그 앞에 누군가 서 있었지만 뒷모습뿐이라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우선 문부터 닫고 안으로 향했다. 등을 내보인 사람은 단발머리에 정장 차림의 여성이었다. - P117
"공항에서 곧장 여기로 온 거예요?" 벽쪽에 캐리어가 있는것을 보고 닛타가 물었다. 네, 라고 야마기시 나오미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총지배인이 연락하신 게 정말 한밤중이었어요. 제 도움이필요하다면서 즉시 돌아와라, 그쪽 관계자들에게는 내가 설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자세한 사정은 메일을 보낼 테니 비행기 안에서 읽어보면 된다면서요." - P119
"그래서 자세한 사정은 메일을 확인하고 알았어요?" "네, 그렇죠. 솔직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어요. 또다시살인 사건에 휘말리다니." "두 번 벌어진 일은 세번째도 있다고 하던가요? 뭐, 그나마이 호텔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경찰과 공조하는 데는 익숙해졌을 테니까." - P120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제가 듣기로는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당사자이외의 사람이 대신 복수해주고 있다던데요.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 세 명이 모두 과거에 사람을 죽게 한 전력이 있었고, 그 사망한 사람의 유족은 사건 당일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그리고 그 세 명의 유족이 오늘 밤 이 호텔에 숙박할 예정이다..……." 닛타는 눈이 둥그레졌다. "여전히 대단하시네." - P121
"밝혀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닛타는 오른손 검지와중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누구의 목숨을 노리는가 하는 점이에요. 분명 오늘 밤 이 호텔의 숙박객일 텐데, 과거에 사람을 죽게 한 전과자라는 것 말고는 현재까지 단서가 전혀 없어요. 그런 인물은 평소에 가명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특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 P122
"그렇겠네요. 두 번째 포인트는?" "그들이 협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디서 서로 알게 됐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리적인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이미 철저히 조사했지만 현재로서는 연결점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분명 인터넷 쪽일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사이트와 SNS 등을 조사 중입니다." - P122
"그런 안 좋은 기술이 국내에도 흘러들었고 그걸 악용하는자들이 너무 많은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찰은 그에 대항할만한 능력이 한참 모자라요. 고민스러운 문제죠. 그렇다고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고, 최대한 감시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야 열심히 해주십사는 응원밖에 못 하지만, 일단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는 충분히 알겠네요." - P123
"그건 후지키 씨에게도 얘기했습니다." "메일에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그렇군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한 것 같네요. 실은 메일을 봤을 때는 과거 사진보다 대책을 강구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용의자 세 명이 밝혀졌으니 어쨌든 그 사람들의 동향만 감시하면 되겠구나, 살해 대상이 누군지 아직 모르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 P124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세 사람의 이름은 파악하셨지요?" "네, 하지만 아직 자세한 것까지는 알지 못해요." 닛타는 수첩에 세 명의 이름을 적고 그 페이지를 뜯어 야마기시 나오미에게 건네주었다. - P124
"상황은 잘 알았습니다. 체크인 타임인 오후 2시까지 아직시간이 좀 남았지만 저도 곧바로 준비할게요. 현재 스태프들과 인사도 하고 변경된 시스템을 알아둘 필요가 있으니까요." 야마기시 나오미가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닛타도 따라일어섰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 P125
나오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무렵에는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처음에는 마스크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심한 경우에는 끼리끼리 서로 돌려가며 쓰더라니까요." - P126
야스오카는 나오미를 보자 빙긋이 웃음을 건넸다. 그녀가 돌아온 것과 그 이유에 대한 얘기를 이미 들은 모양이다. 프런트 사무실에 들어가자 반가움이 왈칵 밀려왔다. 얼핏봐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만 책상 위가 약간 어질러진게 이곳의 황망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지막에 봤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 P127
. 뭔가 큰일이 생겨도 책임 추궁을 당할 걱정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일이다. 어쩌면 이걸 노렸는지도 모른다고 나오미는 생각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호텔 측에도 책임 추궁이 날아온다. 그런 경우에 경찰과 공조했던 담당자는 원래 이곳에서 일하던 스태프가 아니라 외부에서 초빙해온 사람이라고 하면 사회적 비난이 조금쯤은 누그러들 거라고 계산했던 게 아닐까. - P129
"객실이라면, 어떤 방을?" 나오미가 물었다. "마에지마 다카아키가 예약한 방이에요." 여성 수사관이 말했다. 울림이 있는 허스키 보이스였다. "마에지마 다카아키 고객님..." 나오미는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닛타에게서 받은것이다. 세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이 ‘마에지마 다카아키‘라는 이름이었다. - P130
"방을 정하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시려는 건가요?" 여성 수사관은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나오미의 얼굴과 이름표에 바라보았다. "당신, 누구죠?" "소개가 늦었군요. 야마기시 나오미라고 합니다. 현재 코르테시아 로스앤젤레스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전에 이 호텔에서 사건이 났을 때 경찰과 공조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 급한 호출을 받고 온 참입니다." - P131
"청소가 끝난 방은 없나요?" "오늘 청소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어젯밤에 쓰지 않았던방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다면 마에지마 다카아키에게 그런 방을 내주시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오미는 야스오카에게 시선을 옮겼다. "방을 정해서 알려줘요." "되도록 높은 층으로 옆에서 아즈사가 주문을 덧붙였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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