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홀딱 빠졌을 때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더있다. 바로 플롯이다. 겉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즉 소설의 외양이다. - P44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대개 출중한 작가들이다. 그런작가들은 처음부터 남들과 달리 스토리 쓰는 소질을 타고난 경우가 많다. - P45

어떤 일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그런 능력을 기본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워낙 자기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기능이기에, ‘어떻게‘
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그런 것일 뿐이다. - P45

타고난 이야기꾼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은 자기 작업을 세세히 분석하거나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비결을 고민하지 않고도 잘 쓴다. 워낙에 스토리 감각을 타고나서 소설이 저절로 알아서 써지면서 본인도 생각지 못했던 전개에 매번 놀랄정도니 행운아가 따로 없다. - P46

어떤 작가들은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두지만 독자들이 정확히 무엇에 매료되었는지몰라서 차기작, 차차기작은 줄줄이 실패하고 만다. - P47

(전략)
거기에서 나온 개념이바로 ‘무작정 쓰기‘ 기법이다. 이 기법은 작가들을 무척 유혹하면서 널리 퍼져 있지만 큰 해를 끼치고 있다. - P47

 ‘이 ‘무작정 쓰기‘ 기법을 일컬어 가장 정통적인 글쓰기 방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낙 쉽고 간단하고 순수해 보이는 방법이니 유혹적일 만도 하다. - P48

 쉽게 말해 ‘무작정 쓰면 스토리가 마법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작가도,
독자도 똑같이 놀라곤 한다. ‘엥, 스토리가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엉망진창이네.‘ - P48

 ‘자리에 앉아 모조리 쏟아 내는‘ 방식에 우리는 왜 그리도 큰 유혹을 느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쉬운 일을 택하게 되어 있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우리가 나약하거나 게을러서도 아니다.  - P49

‘아, 이게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가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에 젖기 쉽다. 그러다가 임기응변의 짜릿함이 차츰 시들해지면서, 32페이지쯤, 아니면 127 페이지나 327 페이지쯤 가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3페이지밖에 못 가서 그렇게 되는경우도 적지 않다. - P49

마치 드넓은 황야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뭐가 중요한지, 스토리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신은 생각한다. ‘다 내 잘못이야. 난 무능한 작가야. 유능한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저절로 알겠지. 그런데 난 아무리 헤드라이트를 비춰 봐도 깜깜한 안갯속이야.‘ - P50

창의성이란 것은 맥락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고삐를매어 주어야 한다. - P50

그러므로 창의성의 고삐를 풀어 줄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기원이 되는 과거에 붙들어매야 한다. 현재가 뿌리내릴 과거가 없다면,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밋밋하고 제각각이니 독자의 눈에는 마구잡이로 보일 뿐이다. - P51

라모트는 "진짜 진짜 형편없는 초고"라는 개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데, 그에 따르면 그 정의는 이렇다. "아이가 쓴 것 같은 초고로서, 어차피 아무도 안 볼 것이고 나중에다듬을 수 있으니 일단 모조리 쏟아 내고 멋대로 마구 벌여 놓은 원고."² - P52

아무도 안 보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보게 되어 있다. 바로 당신이다. 게다가 그렇게 몇 달 동안 무작정 쓰고 나서 남는 것은 제각기 따로 노는 사건모음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 P52

(전략)
그래서 글의 순서만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적당히 만져 주면 어떻게 해결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안 된다. 글의 순서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설에 내적 논리가 없다는 증거다. - P52

그러나 착각은 결코 금물이다. 진짜 스토리가 담겨 있는 형편없는 초고와, 아무렇게나 마구 쏟아 놓은 형편없는 초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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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주의를 바탕으로 한 실증주의적 원리와 간호교육의 세부적 개발로 다양해진 전문화 제도가 미국 간호 발전의 원천이 되었고, 이는 세계적 간호가 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P26

한편 일제 식민지시대의 한국 간호는 독일 간호의 영향을 받은일본식 간호로 의사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 P27

물론 간호의 원형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영국대학에서는 미국과는달리 간호사뿐 아니라 대부분 기술 분야에 학위를 주는 일에 인색한 보수적인 교육 제도로 인해 영국의 간호는 결국 현대 간호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기게 되었다.¹⁴

14) 하나선 외, 앞의 책 182 ~ 183 - P27

미국은 과감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간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이 지닌 창의와 개척정신으로 놀라운 과학발전을 가져왔고 이로 인한 과학 산업의 발전은 간호사업의 향상과 간호교육의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 P27

또한 미국 간호는 후원단체의 적극적인 경제 지원이 가능했으며,
간호지도자와 간호단체는 미국 간호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려는 진취적인 시도를 해왔음을 들 수 있다. - P28

미국간호교육연맹(NLNE)과 미국보건간호사회(NOPIN), 미국대학간호교육회(ACSN)이 연합하여 미국간호연맹(NLN)을 탄생시켰는데 오늘날 미국 간호사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간호협회(ANA)와 미국간호연맹의 모체가 되었다.¹⁵


15) 하나선 외, 위의 책, 189 - 190 - P28

미국 간호에서 혼돈이나 투쟁의 역사 없이 수십 년 내에 놀라운 간호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밑받침에 간호지도자들의 개척정신과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는 점, 시대적 상황이 20세기의 공중보건에 대한 대증의 지식이 향상되었다는 점, 미국 의학의 발전이 미국 간호 발전에강력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의사들이 열성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 등이 있었다.¹⁶


16) 하나선 외, 앞의 책, 191 - 192 - P29

나이팅게일 이후 시대에서 간호개념이 시작, 구체화되고 간호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이러한 것이 체계적 간호지식을 생성하는간호이론을 탄생시켰다. 이론 생성이 됨으로써 간호는 간호학문 간호과학으로의 입지를 마련하게 되었다. - P29

1960년 이래, 간호가 독자적 학문으로 정립되기 위해 간호학자들은 간호에 대한 정의를 과학적 원리와 이론적 근거로 서술하기 시작하였다. 간호학의 발전을 위한 간호이론 개발과 검증으로 간호 지식체를 형성할 수 있다. - P30

이들 주창자는 대다수가 미국 간호학자도 한국간호학자의 견해나 사상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쉽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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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재미있다.
그런 의미에서 ‘쿠로바네 이치바는 돈을 벌고 싶다.‘도 한국어로 정발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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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주의자들과 휘그당원들 사이의 논쟁은 공화주의적 주제들이 19세기 전반에도 여전히 중요한 관심사였음을 보여준다. 양측 모두 경제 관련제도나 조치가 시민의식 차원에 미치는 결과를 강조했다는 사실은 당시의 정치적 담론과 오늘날의 정치적 담론이 다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 P95

이런 쟁점들 중 하나는 과연 미국이 제조업 국가가 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19세기 중반에는 이 쟁점이 해소되고 국내 제조업을 옹호하는 주장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 P95

바로 임금노동wage Labor, 즉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이 과연 자유라는 개념에 부합하느냐는 것이었다. - P96

오늘날 임금노동이라는 개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19세기에는 많은 미국인이 이의를 제기했다. 공화주의적 자유 개념에 따르면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유로운지는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 P96

부당한 압력이나 강요 없다면 임금노동은자발적으로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에서 자유노동 free labor이다. 그러나 노동을 임금과 교환하는 자발적 합의조차도 자유노동에 대한 공화주의적 개념을 충족하지 못한다. 공화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나‘는 자치에 참여하는 한에서만 자유롭다.  - P96

유럽의 무산계급인 프롤레타리아처럼 고용주가 지급하는 임금만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사람들은 자유 시민으로서 어떤 문제를 스스로 판단할 도덕적 · 정치적 독립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 P97

그러나 19세기 초수십 년 사이에 공화주의자 대부분은 농장에서뿐만 아니라 공장의 작업장에서도 시민적 기본 소양이 배양된다고 믿게 됐다.
19세기 초 미국 제조업의 거의 대부분을 떠맡았던 장인, 숙련공, 기술자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한 소생산자였다. 게다가 그들은 고용주에게 적어도 영구적으로는 매여 있지도 않았다. - P97

그들은 임금노동을 영구적인 생활방식이 아니라 독립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거치는 하나의 단계로 여겼다. 따라서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자유노동 체계와 모순되지 않았다.‘ - P97

그래서 월렌츠는 "요컨대, 바람직한 덕목을 갖춘 농민이라는 제퍼슨식 사회적 주제의 도시적 변용이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장인이라는 자부심, 의존에 대한 분노와 공포가 수공업에 대한 공화주의적 찬양으로 융합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² - P98

 대규모 산업 생산이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시장경제가 성장하면서 전통적 수공업 생산의 형태가 바뀌고 있었다. 전국적 시장들에서 경쟁의 압력은 점점 거세지고 비숙련 노동자가 늘어나자 상인 자본가들과 작업장을 가진 고용주장인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꾀를 냈다. - P98

 자기 작업장을 가진 장인은 한층 더 고용주에 가까워졌고, 장인은 한층 더피고용인에 가까워졌다.³ - P99

처음에 고용주들은 공화주의적 용어를 동원해 새로운 질서를 옹호하며 "장인 공화국 artisan republic 이라는 대안적 기업가적 전망을 내놓았다. 공화주의 전통에 충실하게 따르면서 미합중국 연방, 바람직한 시민적 덕목,
독립성이라는 여러 이상을 내세운 것이다. 그들이 강조한 덕목에는 근면,
절제, 사회 화합, 개인의 창의성 등이 포함돼 있었다. - P99

남북전쟁이 끝나고 임금노동 체계의 옹호자들은 자본주의적 생산과 자유노동이라는 시민적 개념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시도를 포기하고 자발주의적 개념을 채택한다. 즉 그들은 임금노동이 도덕적이고 독립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수단이 아니라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에 맺어진 자발적 계약의 산물이기 때문에 자유 개념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 P100

그러나 당시의 전환이 결정적 분수령이었음은 분명하다. 이 전환을 계기로 시민의식의 정치경제학에서 경제 성장과 분배 정의의 정치경제학으로, 공화주의적 공공철학에서 절차주의적 공화주의의 등장을 알리는 자유주의적 버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P100

 자유노동의 의미를 놓고 벌어지는 이 논쟁은 단순히 노동관계만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과 형식 면에서 19세기 미국이 맞닥뜨렸던 두 가지 커다란 사건의 영향을 받았다. 두 가지 사건은 바로 산업자본주의의 등장과 노예제를 둘러싼 대립이다. - P101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임금노동을 남부 노예제와 동일시함으로써 자기주장을 극대화했다. 실제로 그들은 임금노동 체계를 "임금노예제wage slavery " 라고 불렀다.
임금노동은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공화주의적 시민의식에 반드시 필요한 경제적·정치적 독립성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노예제와 다름없다는 것이었다.⁷ - P101

"우리의 동료 시민들 가운데 그 누구도 임금노동자로 평생 힘들게 살아가는 운명을 짊어지는 계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임금노동을 용인해야한다면 반드시 조건 하나가 전제돼야 한다. 어떤 노동자가 인생의 어떤연령대에 도달해 자리를 잡아야 할 때, 자기가 가진 돈으로 농장이든 가게든 간에 자기 소유의 작업장을 마련해 독립적 노동자가 되기에 충분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⁸ - P102

뉴욕의 노예제 폐지론자이던 윌리엄 제이 William Jay는 1835년에 쓴 글에서 노예제 폐지론자의 입장은 자발주의적 자유관을 토대로 한다는 점을분명히 밝혔다.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노예해방은 "불만의 모든 원인을 노예에게서 제거할 것이다. 노예가 자유로워지고 노예의 주인도 자유로워진다. 노예는 주인에게 해방 말고 다른 것을 더 요구할 게 없다". - P103

제이의 관점에서 임금노동은 고용주와 피고용인 사이의 자발적 교환이다. 따라서 임금노동은 곧 자유노동이다. 그러나 노동운동의 관점은 전혀 다르다. 임금노동은 자유노동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완전한 시민의식과는 양립할 수 없는 의존적 노동이다. - P104

제이가 해방이라고 여겼던 것을 노동운동에서는 독립성을 가로막는 의존성이라고 바라봤다.¹¹
1830년대와 1840년대 내내 노동 옹호자들은 노예제 폐지론자들에게 자유에 대한 개념을 확장해 "임금제라 불리는 현재의 비참한 노동 체계를 개혁하는 작업을 운동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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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사와 7팀 형사들은 그 뒤에도 방범카메라 영상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일일이 비교해 숙박객을 특정해나갔던 것이다. - P99

역시 아즈사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어젯밤 바에 있었던 손님들의 성명이 모두 밝혀졌습니다.
가미야 요시미와 모리모토 마사시 이외의 숙박객은 전원 오늘 체크아웃 예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관계없을 가능성이높습니다. 우선 알려드립니다. 7팀 아즈사‘ - P99

전화를 끊고 닛타를 보았다. "모리모토가 방을 나왔어. 4층 일식당에 들어갔다."
"4층? 왜 오늘 아침은 따로따로일까요?"
그러는데 다시 닛타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역시 도미나가였다.
"7팀 수사관 한 명이 레스토랑을 나왔습니다. 남자 형사 쪽이에요. 뭔가 허둥거리는 기색입니다." - P102

 도미나가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면서 물었다.
"가미야는 안쪽 테이블에서 모닝 세트를 먹고 있어요."
"계속 혼자였어?"
"네." - P103

분명이 위치에서라면 안쪽에 자리잡은 가미야 요시미의 모습이 잘 보인다. 그녀는 식사를 하면서 빈번하게 여기저기로 시선을 내달리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 P104

저절로 한숨을 내쉬면서 무심코 로비 안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흠칫했다. 어느새 아즈사가와 있었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놀란 것은 그 차림새였다. 호텔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 P104

아즈사는 불쾌한 듯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호텔 직원으로안 보인다는 건가요?"
"호텔 직원? 말도 안 돼." 닛타는 몸을 크게 젖힌 뒤, 진지한표정으로 돌아와 다시 얼굴을 가까이 됐다. "세상 어디에 로비 소파에 버티고 앉아 태블릿이나 들여다보는 호텔 스태프가 있습니까. 게다가 근무 중에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면 당장 일어나세요." - P105

"그건 이상하죠. 팀에서 잠입 수사에 동원된 건 여성 수사관 한 명뿐일 텐데요."
"맞아요. 하지만 그 친구는 따로 중요한 임무가 생겨서 유니폼은 내가 대신 입기로 했어요. 다행히 사이즈도 딱 맞던데요."
"중요한 임무라는 건?"
"손님으로 위장해 가미야 요시미를 감시하는 일입니다." - P106

"그런 건 굳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잘 알아요. 걱정 마세요.
차림새는 이렇지만 일반 고객에게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을 거니까. 수상쩍은 손님이 있을 때만 되도록 가까이에서 감시하려는 것뿐이에요."
닛타는 ‘손님이 아니라 고객님‘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차마 입밖에 내지는 못했다. - P107

"그럴지도 모르지만 몰래 촬영은 명백한 위법이에요. 호텔측에 무단으로 방범카메라를, 게다가 교묘히 숨겨서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잇타 씨가 호텔 측과 협상해주십시오." - P108

"바에 있었던 다른 손님들의 신원은 판명되었습니다. 전원이 오늘 체크아웃 예정입니다."
"즉 그 바에는 두 사람 이외의 다른 공범은 없었다는 얘기로군."
"그렇습니다." - P110

닛타는 아즈사와 모토미야가 나가는 것을 지켜본 뒤에 이나가키에게 말했다.
"잠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이지?"
"아즈사 경감이 일하는 방식,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몰래 촬영한 것 말인가?"
"네. 호텔 측에 알려졌다가는 곤란해집니다." - P111

"이 호텔에서 사건이 터지면 난처해지는 건 후지키 씨도 마찬가지야. 협력하지 않겠다느니 하는 얘기는 못 할걸? 예전 사건 때도 그랬잖아. 이러니저러니해도 의지할 곳은 경찰밖에없다는 거, 그쪽도 잘 알아. 능구렁이야, 그 사람." - P111

"우선 당장 수사를 방해하지는 않겠지만 사건이 해결된 뒤에라도 전말을 인터넷에 올리면 위법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몰래 촬영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어. 기껏해야 조례가 있을 뿐이지. 게다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될 일도 없어. 그냥 무시하면 돼. 항상 그래왔잖아." - P112

잠시 두 사람의 동향을 관찰한 뒤, 닛타는 사무동으로 향했다.
회의실에 돌아가 이나가키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어떻게 된 거지? 대체 그 두 사람, 뭘 하고 있는 거야." 이나가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표적을 찾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P114

"호텔 예약자 이름으로 운전면허증 데이터베이스를 조회하는 건 동성동명이 유독 많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끝났습니다. 운전면허증과 일치한 자들 중에는 아직 중범죄 전과자는 없었어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약자만 조회해본 거라서 동행한 사람의 신원은 알 수 없습니다. 여러 명이 숙박을 예약한 경우가 오늘 밤은 200팀이 넘어요."
"200팀?" 이나가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운전면허증이 특정되지 않은 건 몇 명이나 되지?"
"78 명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반절 이상이 동행숙박입니다." - P115

"그러면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총 몇 명이야?"
"대략 350 명 정도에요." 닛타가 안산한 결과를 알려주었다.
이나가키는 짚었던 손을 내리며 고개를 떨궜다. "이것 참,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군. 헛웃음만 난다." - P116

닛타는 문을 열자마자 실례합니다. 하고 머리부터 숙였다.
안쪽 책상에 총지배인이 앉았고 그 앞에 누군가 서 있었지만 뒷모습뿐이라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우선 문부터 닫고 안으로 향했다.
등을 내보인 사람은 단발머리에 정장 차림의 여성이었다. - P117

"공항에서 곧장 여기로 온 거예요?" 벽쪽에 캐리어가 있는것을 보고 닛타가 물었다.
네, 라고 야마기시 나오미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총지배인이 연락하신 게 정말 한밤중이었어요. 제 도움이필요하다면서 즉시 돌아와라, 그쪽 관계자들에게는 내가 설명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자세한 사정은 메일을 보낼 테니 비행기 안에서 읽어보면 된다면서요." - P119

"그래서 자세한 사정은 메일을 확인하고 알았어요?"
"네, 그렇죠. 솔직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어요. 또다시살인 사건에 휘말리다니."
"두 번 벌어진 일은 세번째도 있다고 하던가요? 뭐, 그나마이 호텔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경찰과 공조하는 데는 익숙해졌을 테니까." - P120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제가 듣기로는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당사자이외의 사람이 대신 복수해주고 있다던데요.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 세 명이 모두 과거에 사람을 죽게 한 전력이 있었고, 그 사망한 사람의 유족은 사건 당일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그리고 그 세 명의 유족이 오늘 밤 이 호텔에 숙박할 예정이다..……."
닛타는 눈이 둥그레졌다. "여전히 대단하시네." - P121

"밝혀야 할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닛타는 오른손 검지와중지를 들었다. "첫 번째는 누구의 목숨을 노리는가 하는 점이에요. 분명 오늘 밤 이 호텔의 숙박객일 텐데, 과거에 사람을 죽게 한 전과자라는 것 말고는 현재까지 단서가 전혀 없어요.
그런 인물은 평소에 가명을 쓰는 경우가 많아서 특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 P122

"그렇겠네요. 두 번째 포인트는?"
"그들이 협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디서 서로 알게 됐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리적인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이미 철저히 조사했지만 현재로서는 연결점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분명 인터넷 쪽일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사이트와 SNS 등을 조사 중입니다." - P122

"그런 안 좋은 기술이 국내에도 흘러들었고 그걸 악용하는자들이 너무 많은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찰은 그에 대항할만한 능력이 한참 모자라요. 고민스러운 문제죠. 그렇다고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되고, 최대한 감시하려는 노력은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저야 열심히 해주십사는 응원밖에 못 하지만, 일단 중요한 두 가지 포인트는 충분히 알겠네요." - P123

"그건 후지키 씨에게도 얘기했습니다."
"메일에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그렇군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한 것 같네요. 실은 메일을 봤을 때는 과거 사진보다 대책을 강구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용의자 세 명이 밝혀졌으니 어쨌든 그 사람들의 동향만 감시하면 되겠구나, 살해 대상이 누군지 아직 모르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 P124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세 사람의 이름은 파악하셨지요?"
"네, 하지만 아직 자세한 것까지는 알지 못해요."
닛타는 수첩에 세 명의 이름을 적고 그 페이지를 뜯어 야마기시 나오미에게 건네주었다. - P124

"상황은 잘 알았습니다. 체크인 타임인 오후 2시까지 아직시간이 좀 남았지만 저도 곧바로 준비할게요. 현재 스태프들과 인사도 하고 변경된 시스템을 알아둘 필요가 있으니까요."
야마기시 나오미가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닛타도 따라일어섰다.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깊숙이 머리를 숙였다. - P125

나오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무렵에는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처음에는 마스크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심한 경우에는 끼리끼리 서로 돌려가며 쓰더라니까요." - P126

 야스오카는 나오미를 보자 빙긋이 웃음을 건넸다. 그녀가 돌아온 것과 그 이유에 대한 얘기를 이미 들은 모양이다.
프런트 사무실에 들어가자 반가움이 왈칵 밀려왔다. 얼핏봐서는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만 책상 위가 약간 어질러진게 이곳의 황망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모든 것이 마지막에 봤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 P127

. 뭔가 큰일이 생겨도 책임 추궁을 당할 걱정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한일이다.
어쩌면 이걸 노렸는지도 모른다고 나오미는 생각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호텔 측에도 책임 추궁이 날아온다. 그런 경우에 경찰과 공조했던 담당자는 원래 이곳에서 일하던 스태프가 아니라 외부에서 초빙해온 사람이라고 하면 사회적 비난이 조금쯤은 누그러들 거라고 계산했던 게 아닐까. - P129

"객실이라면, 어떤 방을?" 나오미가 물었다.
"마에지마 다카아키가 예약한 방이에요." 여성 수사관이 말했다. 울림이 있는 허스키 보이스였다.
"마에지마 다카아키 고객님..."
나오미는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냈다. 닛타에게서 받은것이다. 세 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이 ‘마에지마 다카아키‘라는 이름이었다. - P130

"방을 정하고,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시려는 건가요?"
여성 수사관은 의아하다는 눈초리로 나오미의 얼굴과 이름표에 바라보았다. "당신, 누구죠?"
"소개가 늦었군요. 야마기시 나오미라고 합니다. 현재 코르테시아 로스앤젤레스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전에 이 호텔에서 사건이 났을 때 경찰과 공조 역할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 급한 호출을 받고 온 참입니다." - P131

"청소가 끝난 방은 없나요?"
"오늘 청소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어젯밤에 쓰지 않았던방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렇다면 마에지마 다카아키에게 그런 방을 내주시면 되겠네요."
알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나오미는 야스오카에게 시선을 옮겼다. "방을 정해서 알려줘요."
"되도록 높은 층으로 옆에서 아즈사가 주문을 덧붙였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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