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성별 상관없이 ‘그‘를 사용한다. ‘그녀‘란 말은 엄밀히 말해서 익숙한 발음이 아니다. 한글로 적혀있고, 한국어이지만 말하거나 듣거나 할 때 모두 외국어로 들린다.

그런데 이처럼 동아시아 삼국이 공유하는 인칭대명사를 나는 요즘 번역어로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명사와 인칭대명사의 성구분이 남녀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대체로 번역가는 그 시대 표준 어문규범의 화신이고자 한다. 자기가 권력관계 안에서 어디에 있든간에 어문규범은 ‘대세‘를 따르려 한다. 내 입장도 그렇다. 보다많은 이가 스트레스 없이 무난히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안 쓰려니 무척 고통스럽다. 그간 ‘그녀‘가깔끔하고 효율적인 글쓰기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해 왔는지 새삼느끼고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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