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것은 좋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라고 해도 글을 못 쓰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 연구를 하는 사람이지 대중에게 연설하는 직업이 아니니.








건축계의 대표 지성인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계의 아인슈타인‘이 되고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전 세계 모든 건축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을 추구했다. 그것이 ‘근대건축의 5원칙‘이다. 훗날 이러한 생각은 전 세계에 모두 비슷비슷한 건축물이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 P21

하나의 이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건축의 다양성을파괴하여 획일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가져온다. 사실 우주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주 어디서나 통하는 중력의 법칙으로 인해 우주전체의 행성은 모두 둥그런 형태를 띤다. 행성 디자인의 획일화인 것이다. 이것이 하나의 원리로 만들어지는 세상의 한계다. - P21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라 사보아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이 적용된 것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진 훌륭한 디자인이다. - P22

‘빌라 사보아‘의 디자인에는 근대 건축의 5원칙이 모두 적용되었다. 다른 말로하면 이 주택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할수 있다. - P22

이 건물이 단순하게 근대 건축의 5원칙만 적용된 디자인이었다면 이렇게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건축물에는 5원칙이 모여서 만든 또 다른 가치가 있다. - P23

잔디를 가로질러 ‘빌라사보아‘에 이르면 필로티 하부에 주차장이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았던 신문물인 자동차를 위한 주차장을 설치했다는 것은 건축가가 시대를 앞서 준비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23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한 가지밖에 없는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우의 숫자가 한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계단과 경사로라는 두 가지 다른 선택권이 있다면 사용자는 네 가지 경우의 숫자를 갖게 된다.  - P23

 ‘빌라사보아‘의 경우 계단과 경사로라는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을 두어서 사용자의 경험이 네 배로 다채로워진다. 계단은 다른 층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경험은단조롭다. 오르내리면서 주로 계단 디딤판과 자신의 발만 바라보게 된다. 경사로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편한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 된다. - P24

 2층에 올라가서 옥상 정원으로 나가면 연속된 경사로를 통해 3층의 옥상 정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모든 층은 나누어져 있지만 동시에 경사진 면을 통해 1층부터 3층까지 경계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P27

이렇게 2층 공간에서는 거실 -안방 화장실-안방 침실-서재-옥상 정원-거실로 연결되는 하나의 순환 동선이 완성된다. 따라서 거실에서 서재로 갈 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 P27

2층 옥상 마당의 공간감도 특별하다. 하늘로 열려 있는 야외 공간이지만 주변은 4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벽들이 각기 다른 형식이다. 시계 방향으로 살펴보면,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유리창 없는 가로로 긴 창, 커다랗고 투명한 거실 유리창, 3층 옥상 정원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서재의 창문이다. - P27

지금 소개한 다채로운 공간 외에도 부엌 옆의 발코니나 숨겨진 작은침실 등이 있다. 이 집은 사각형의 평면 안에 다양한 공간이 퍼즐처럼 끼워져 있어서 공간을 돌아다닐 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 P28

. 르 코르뷔지에 하면 콘크리트 건물을 유행시켜 건축을 망가뜨린 사람이라고 이해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그 장소에 가서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면 그러한 삭막한 공간은 보이지 않는다. - P28

그의 설계를 보면 그는 당대 사람의 사고방식과 다르게 요즘 시대 사람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르 코르뷔지에가 이 시대를 열고 만든 사람이기때문일 것이다. 그는 진정한 선각자이자 개척자다. - P28

 르 코르뷔지에가 "집은 살기 위한 기계"
라고 말한 배경에는 20세기 초반에 팽배했던 과학과 기계 문명에 대한 무한한 긍정 사고가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산업화와 기계화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 P29

 기계 문명을 인류를 구원할 희망으로 바라보던 르 코르뷔지에와는 반대의 시각으로 건축을 행했던 건축가가 대서양 건너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는 땅에 뿌리를 내린, 자연에 근거한 건축을 추구했다. 그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Frank Lloyd Wright라는 미국 건축가다. 
(중략)
그 이야기는 2부인 븍아메리카 편에서 다뤄 보겠다. - P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후감 중 한 권을 다 읽었다.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 지 생각해봐야겠다.

<빌트>는 독일의 발행 부수일둥 신문이다. 무려 400만 부를 찍는다. 슈프링어 그룹의 독일 신문시장 점유율은 30퍼센트에 육박한다. 그런데 2005년 8월 슈프링어 그룹이 채널 둘을 운영하는 독일 민간 방송사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07/5AT1)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P297

다. 소위 ‘여론 독과점‘의 위험성에 대해 치열한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독일 연방 정부는 언론 미디어 시장의 경제력 집중이 여론 조작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신문 재벌 슈프링어의 방송사 교차 소유를 무산시켰다. - P297

. 언론기관으로서 높은 권위와 명성을 누리는 것은 다른 신문들이다. 매우 품격 있는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쥐트도이체 차이퉁(Suddcutsche Zeitung)〉,
중후한 보수 성향의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그리고 진보 성향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Frank-furter Rundschau)〉가 그런 신문들이다.  - P298

발행 부수가 이 신문들 못지않은 수많은 지방신문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발행 부수 400만을 자랑하는 《빌드》라고 해도 독일 여론 시장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독일 연방 정부는 슈프링어 그룹의 방송 종합편성 사업진출을 허가하지 않았다. - P298

처음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읽었을 때를 생각해본다.
주인공이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에서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 P298

그런데 당시 대한민국은 정부 그 자체가 극우적이었다. 공보처리는 정부 기관과 국가안전기획부라는 공안 기관이 모든 신문사와 방송사에
‘보도지침‘이라는 것을 내려 보냈다. 이 지침은 보도해야 할 것과 보도하지 말아야 할 것, 크게 보도할 것과 작게 처리할 것을 친절히 준류해주었다. - P298

 뷜에게는 《빌트》라는 신문이 문제였지만 우리에게는 국가권력과 언론 그 자체가 통째로 문제였다. 죄 없는 카타리나 블룸은 <차이퉁>이라는 신문 때문에 좌익의 조종을 받는 ‘강도의 정부‘가 되었지만,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실제로 갖고 싶어서 정부에 대항했던 우리들은 정부와 언론 전체에 의해 ‘북괴의 배후 조종을 받는 친북 좌익 세력‘으로 만들어졌다. - P299

 발행 부수일등부터 삼둥까지가 모두 <빌트>와같은 신문인 나라. 그리고 그 밖에 또 여러 개의 작은 <빌트>가 있는 나라 <빌트>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면 신문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 그게 대한민국이다. - P299

 그런데 퇴임한 지 15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은 카타리나 블룸과 똑같은 상황에 봉착하자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죽이는 길을 선택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오간 대화가 교묘하게 왜곡된 형태로 특정 신문을 통해 중계되듯 보도되고, 문제가 된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사항들이 훌러나와 ‘피의자‘를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어간 그 모든 일들은 35년 전 독일에서 나온 이 소설에서 뵐이 묘사한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 P300

만약 슈프링어 재벌이 <빌트>와 같은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사도 가지게 되었다고,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차이퉁>의 보도 행태를 계속한다고 가정해보라. 무슨 일이 더 벌어질 것인가.  - P301

그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 진실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남의 머리가 생각한 것을 내 머리로 생각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카타리나 블룸은 잃어버린 명예를 영원히 되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P301

카타리나 블룸이 묻는다. "그대는 신문 헤드라인을 진심이라고 말습니까?" - P3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전에 다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독후감을 써 본 기억은 없다.
독후감도 쓰다만 것이 수두룩하다.


. 주요 원천은 경찰의 심문 조서, 후베르트 블로르나 변호사, 그리고 그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대학 동창인 페터 하흐 검사이다. 하흐 검사는 심문 조서, 수사 당국의 조치들과 수사 결과들을 아직 정식으로 문서화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 보충해 주기도 했다. - P9

 블로르나는 그 자신이 이 사건의 전모를 완전히 밝힐 수는없었지만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설명하지 못할 것도 없고, 오히려 논리적으로까지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었던 것이다. - P10

여기에서 지나치게 원천 운운해서 이 보고가 때때로 ‘물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그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었다. ‘원천들‘이니, ‘흐름‘이니 하면서 ‘구성‘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 P10

이는 모은 물을 더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게 하거나 가능하다면 규칙대로 혹은 순리대로, 당국에서 만들어 놓은 하수관이나 배수관으로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여기서 의도하는 바는 다름 아닌 일종의 배수 혹은 물 빼기 작업이다. 명명백백한 정리 과정이다!  - P11

아무래도 흐름의 중단, 흐름의 정체, 모래의 퇴적, 유도 작업의 실패, "함께 흐를 수 없는" 원천들, 게다가 지하의 흐름들도 있기 때문이다. - P11

여기서 한 번쯤 언급되어야 할 사건은 끔찍한 것들이다. 1974년 2월 20일 수요일, 여성 카니발* 전날 밤, 어느 도시에서 스물일곱 살의 젊은 여자가 저녁 6시 45분경 누군가가 주최하는 댄스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 P11

뫼딩은 여러 차례의 심문으로 이 젊은 여자를 알고 있었고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동점심을 느끼고 있던 터라, 한순간도 그녀의 진술을 의심하지 않는다. - P12

여기서 피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단지 부득이한 경우의 정도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니 이런 광경에 관해서는 텔레비전과 영화, 혹은 이런 종류의 공포물과 뮤지컬을 참조하기 바란다. - P12

 퇴트게스는 다 해진 침대 시트를 즉흥적으로 어설프게 재단해 만든 아랍 족장의 옷을 입은 채 총을 맞고 죽어 있었다. 그러나 순백의 바탕 위의 새빨간 피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누구나 알고있다.  - P12

축제 분위기로 술렁이는 이 도시 서쪽 숲에서 재의 수요일에야 역시 총에 맞은 사진 기자 아돌프 쇠너의 시체가 발견되자한동안 그도 블룸의 희생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밝혀졌다. - P13

 퇴트게스 옆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가 절대 쇠너를 죽일 때 사용한 무기일 수는 없음을 일찍이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당국은 한동안 블룸에게 혐의를 두고 있었다. 바로 동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퇴트게스에게 복수할 이유가 있었다면, 쇠너에게 복수할 이유도 최소한 그 정도는 있었다. - P13

 범행 당시 블룸은 냉정하고 영리하게 일을 처리했다. 나중에 쇠너도 살해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미심쩍은 반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요. 왜 그를 죽이면 안 되나요?" 그러나 이후 경찰은 쇠너 살해 혐의를 그녀에게 두지 않기로 했다. - P14

카타리나 블룸을 이미 알고 있었거나 조사 과정에서 그녀의 성격을 알게 된 사람들 중, 그녀가 쇠녀를 살해했다면 분명히 자백했을 것임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객관적인 물질을 기본으로 하여 증거를 찾는 과학적 방법이 인간의 내면적 속성을 온전히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만약 인간 생명이 고정되어 있다면 현미경에 나타나는 물질분자의 비중이 크며 사람의 생명을 설명하고 이해하기에 크게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생명체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유기체라서 ‘고정화된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 P39

한편 생명의 근원적 의미에 접근하는 측면에서 이런 말이 있다.
‘통제는 가라, 생명은 천금 이상의 것!‘ 이는 통제를 인간 생명과 결부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 P40

인간은 고유하고 총체적이며 독특한 생명체인데 인간 내부에서 비롯된 현상과 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자연과학에서 정립한 이론과 방법인 정형화된 공식으로 인간을 해석하려는 것은 큰 오류이다. - P40

물론 과학을 통해서 생명의 일부를 인식할 수는 있다. 문제는 현시대의 과학이 그 객관성과 엄밀성을 높이기 위해 시각을 좁혀서 대상을 세분화시키고 전문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 P40

. 물질분자의 기계적 원리를 인간의 생명에 직접 도입한기계론적 생명관을 아이들에게 심어 줄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특히 생명에 대한 관념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자칫 제한적으로 혹은 축소시켜 이해시킬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고 본다. - P41

그러면서 간호인 스스로 내가 하는 간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무엇을 위해 간호하는가, 나의 간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하는간호는 간호의 가치를 보태는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 P41

그렇다면 과학적 간호로 해결되지 않는 게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그것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간호하면서 몸, 생명을 말하지않고 과학만 이야기하는 과학적 간호가 간호 현실의 모습이다. - P42

간호사가 간호를 하면서 얻는 느낌과 만족감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확한 간호, 근거중심 간호, 가치지향적인 간호, 행복한 간호‘ 등일것이다. 임상에서 과학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 과학적으로 맞지않다고 생각이 들 때는 없었던가? - P42

인간 생명체는 지속적으로 자신을 만들어간다. 자기보존과 자기규제의 원리로 ‘자기질서‘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역동적 유기체인 인간의 생명을 과학적으로만 볼 수 없는 아주 큰 이유 중 하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 생명체를 단면화하고 고정화하여 부분만을 정교하게 분석한다면 생명체를 확대해석하거나 축소·은폐할 수 있는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 P43

과학은 근거 실증주의를 위주로 발달하며 인간학은 인간성 이해와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서로 대별된다. 간호는 인간의 생활 자체를다루며 생활은 곧 개인의 삶이요, 자신이다. 대상자 자신의 인간본연으로의 탐구에의 길로 자기이해와 자기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일상을중심으로 간호를 행하는 것이 해답인 것이다. - P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부분은 마이클 센델의 책들이 생각난다.


 로터리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손님을 내려준 택시가 빈 차로 나가야 하는 구조여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을 빈 택시가 획획 지나쳐 갔다. - P91

시나가와 역 관리자들은 그런 상황을 방치하고 역 지하에 자기부상열차가 통과하는 거대한 터널공사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택시 정류장을 개선하면 승객도 편리하고 효율성 증가로 택시 회사의 수익도 증가하겠지만, 이런 사소한 것은 자본의 측면에서보면 별로 알 바가 아닌 모양이다. - P91

실은 ‘유용성‘과 ‘가치‘, 이 둘의 이중성 또는 대립은 『자본론』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 P92

특별히 기억해야 할 부분은 자본제사회의 정의다. 자본제 사회는 물질대사 대부분이 상품의 생산, 유통유통은 곧 교환을 의미한다), 소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다. (중략) 마르크스 자본주의관의 핵심을 『자본론』을 통해 추출한 내 나름의 해석이다. - P92

그런데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그때까지는 가정이나 공동체에서 함께 소비하기 위해 만들던 농작물도 공동체 외부에 판매할 목적으로 만들게 된다. - P93

또한 산업혁명을 시발점으로 노동력이라는 상품을 팔아 생계를 꾸리고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생활양식이 일반화된다. (중략) 이것이 산업혁명이 만들어낸사회다. - P93

 그런데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처음에는 주변부에 존재하던 상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취하는 물질대사가 상품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커졌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상품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높아지게 되었다. - P93

그것은 바로 노동력과 토지다. 마르크스는 이 두 가지가 상품화되었을 때 그 사회는 자본제 사회가 된다고 간주했다. - P94

‘노동력의 상품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에 대해 마르크스는 빈정거리는 어투로 ‘이중의 의미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바로 노동력을 상품화한 노동자라고 말한다. - P94

즉 노동자는 독자적인 생산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이를 바꿔 말하면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표현할 수 있다. - P95

또 하나는 신분적 속박에서의 자유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기본적으로 신분적 속박과 토지에 대한 속박이 직능과 연관되어 한 몸을 이루었다.  - P95

자본주의가 성립하려면 ‘자유로운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 P95

『자본론』에서는 이를 프롤레타리아의 원초적 상태라고 표현한다. - P95

다음으로 ‘토지의 상품화‘에 관해 생각해보자.
전근대, 봉건제 시대에 토지는 유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신분제가 있었으며, 토지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도 없었다. - P95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内田樹]는 교육이 황폐해진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의 상품화, 대학의 시장화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우리는 하이퍼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것을 상품으로 간주하며, 교육 또한 예외가 아니다.  - P96

그런데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교육을 상품으로 취급하면 모순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 획득하는 것이기에, 상품은 입수한 순간부터 어떤 도움이 되어야 한다. 유용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96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지금에야 그 말씀의 뜻을 알겠네."
때로는 그 뜻을 평생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 P97

 이 폐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좋지 않은 수업 태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자신들이 곧 고객이니, 수업 태도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라며 교사를 상점 주인 대하듯 구는 것이다. - P97

소비자는 수동적이다. 소비자의 태도를 가진 학생은 대부분지루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한다. 아마도 인생이 지루한 것일 테다. 그들은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서 배우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재미있고 신나는 게 굴러와 자신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고 여긴다. - P97

이것이 소비자가 된 학생의 모습이다. 그들에게 교육 상품을 판매하는 대학은 어떨까?  - P98

근래 들어 대학들이 만드는 카탈로그를 보면 아파트 분양 광고보다 더 화려한 것 같다. 우리 대학에 오면 이렇게 멋지고 낭만적인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다는 식이다. - P97

 과대광고를 하며 학생을 끌어모아고객님은 신과 같은 존재이니(일본에는 고객은 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옮긴이) 잘해드려야 한다며 대접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을 상대로 가르칠 수는 없다.  - P97

이러한 경향은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에도 퍼져 있다. 학력은자꾸만 저하되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이릌바 ‘학급 붕괴‘ 현상마저 나타난다. - P98

한때는 유토리 교육(여유 교육)이라고 해서 교과서 분량을 줄인 적도 있다. 과도한 주입식 교육을 해서 실패했으니 최소한의기준을 마련하고 그 대신 그 내용은 확실하게 학습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런대로 일리 있는 생각이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고, 그러자 다시 교과서 분량을 늘리는 쪽으로 되돌아갔다.  - P99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도 점점 상품화하는 속성이 있다. 왜 그럴까? - P99

자본은 무조건 늘어나는 것, 오로지 양적으로 증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외의 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잘 살게되는 것은 자본의 목적이 아니다.  - P1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