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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이 투덜거렸다. "왜 이래, 세븐? 이미 엉큼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잖아? 뒷감당이고 뭐고 우리가 조만간 시체 구덩이에 던져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 못 하잖아. 살아 있는 동안 좀즐기자."

그다음 두 시간은 정말 묘했다. 자세히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 두자면, 후회는 없다. - P304

"미키? 안에 있어?"
젠장. 베르토가 아니었다.
나샤가 돌아누워 내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고 물었다.
"보안 잠금 설정했지?"
잠금장치가 풀리며 조그맣게 딸깍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한줄기 빛이 방 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 P305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잠시 참았다가 내쉬었다. 두 사람말이 맞는 것일까?
두 사람은 틀렸다. 두 사람이 틀렸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불을 들치고 침대로 다시 들어갔다. 나샤가 몸을 돌려 내게 키스했다.
"긴장 풀어, 미키. 잠이나 좀 자" - P306

"젠장. 너희 대체 무슨 짓이야?" 키 작은 남자가 말했다.
다른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상관이야. 너희 셋, 모두일어나 제발 뭐 좀 걸치고 다 같이 사이클러와 데이트하러 가야지." - P307

19장

나샤는 겁을 먹을 만했다. 처벌을 받으러 가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변명거리가 없었다. 이런 일은 나한테 밥 먹듯일어났다. 2주 동안 세 번이나 처벌을 받은 적도 있었다. - P308

바이오 챔버는 원통형 관처럼 생겼는데, 양팔을 뻗으면 양쪽 벽에 손이 닿을 정도의 폭에 몸을 꼿꼿이 펴고 서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시트를 뒤로 밀면 변기통 역할을 하는 금속 의자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천장에는 환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 P310

아케이디가 인터컴에 대고 말했다. "심호흡을 몇 번 해봐. 괜찮다면 입으로 숨을 쉬어."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에서 구린내가 나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
공기는 맛도 구렸다. - P311

(전략)
그녀는 미소 지었다. "좋겠네. 우리는 사이클러 페이스트랑물밖에 안 주는데."
나는 뒤를 돌아 서랍에서 프로틴바 하나를 꺼낸 다음 포장지를 뜯었다.
"뭐, 제물로 바쳐질 돼지인데 잘 먹여야지, 안 그래?" 나는프로틴바를 한입 깨물었다. - P311

"양이라고. 제물로는 양을 바치는 거야. 돼지는 역겹잖아. 누가 돼지를 제물로 바쳐 돼지는 먹는 거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둘 중 뭐가 됐든 죽는 건 마찬가지네." - P312

나샤는 노력했다. (중략)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창밖에 네 시간 동안 서 있으면서 계속 말 상대가 되어 주었다.
(중략)
그 일이 끝나고 내가 다시 재생 탱크에서 나오게 되면 같이이런저런 일을 하자는 얘기도 했다. - P312

아케이디가 돌아와 내 몸 상태에 대해 질문을 몇 개 던졌다. 나는 독감에 걸렸을 때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사라졌다.
세 시간 후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세 시간 반 후에는 처음으로 피를 토했다. 그때쯤부터 나샤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 P313

그 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혹시 나중을 위해 한마디 하자면, 여러분에게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선택지가 주어지거든 폐출혈만은 최대한 피하라고 말해 두고 싶다. 이 분야 경험자로서 말할 수 있다. - P313

더는 피가 나지 않는 폐에서 마지막으로 보존액을 토해 내며 내가 말했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침대도 없습니까?"
의료국의 버크가 내게 수건을 건넸다. "끈끈한 게 잔뜩 묻어있잖아 침대 시트 빨기는 귀찮거든." - P314

다시 챔버에 들어가기까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있었다. 나는 주로 나샤와 시간을 보냈다. 가끔 대화도 하고, 나샤가 드라카에서 챙겨 온 카드 게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를 탐하며 시간을 보냈다. - P315

"처음 두 개는 면역력 강화를 위한 주사야. 나머지 네 개는 지난번 미키를 죽게 만든 미생물에 대한 백신이지.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이틀 기다렸다가 다시 챔버로 가게 될 거야." - P316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포에게 일어난 일은 그다지 홍미롭지 않았다. 포는 스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24시간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P317

"와, 빨리도 준비했네요." 내가 말했다.
버크가 대답했다. "딱히 그렇지도 않아. 지난번 시도가 있고 8일이 지났네. 듀건이 다음번 실험 준비가 마무리됐을 때 널 만들자고 했거든. 어차피 곧 사이클러로 들어갈 몸에 자원을 낭비할 필요 없으니까." - P318

"싫어요. 헬멧은 안 써요."
"그래, 자네가 그렇게 말할 거라더군. 만약 헬멧을 쓰지 않으면 다음번엔 실험 전에 백신 주사를 하나도 안 놓은 채로 챔버에 넣겠다던데. 명령에 따를 때까지 몇 번이고 실험을 반복하겠다고 전하라더군." - P318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어날 만한 일이 다 일어나긴 했지."

챔버 안에서 하루가 지났고, 나는 멀쩡했다.

이틀이 지나고도 나는 멀쩡했다.

사흘째가 되자 불편한 의자에서 잠을 자는 데 질린 데다 서랍 속 음식까지 거의 떨어져 갔다. 나는 툴툴거리며 까칠하게 굴었다. 그 외에는 모든 게 멀쩡했다. - P319

검사는 거의 완벽했다.
거의혈액 검사와 신체검사를 거쳐 피부, 목구멍, 콧구멍의 조직 검사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 P320

나는 격리가 해제되면 무엇을 할지 신이 나서 이야기하다가 내 어깨 너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말을 멈췄다. 내가 뒤돌아보니, 버크였다. 그는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둘이 타액이 섞이거나 한 건 아니겠지?"
"아직요, 곧 그럴 예정이죠." 나샤가 대답했다.
"아니, 그러면 안 돼." 버크가 말했다. - P321

 그녀는 태블릿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손가락으로 화면 가운데 어두운색으로 자리 잡은둥그스름한 형상을 가리켰다. "미친, 저건 도대체 뭐야?"
"종양이야. 뇌종양이네요. 그렇죠?" 내가 말했다.
"아니, 뇌종양은 확실히 아니야. 자네 몸은 이제 생겨난 지 일주일 됐네. 뇌종양은 이렇게 빨리 자라지 않아." - P321

20장

경비대원들은 우리를 한 줄로 세우고는 돔 바깥쪽에서 중심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걷게 했다. 덩치가 작은 경비대원이 앞장섰고 나샤, 에잇, 내가 차례로 발걸음을 옮겼다. 덩치큰 경비대원이 우리 뒤를 따라왔다. 중앙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곧장 사이클러로 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 P324

"개척지에서 신정 체제를 채택한 적은 없으니 우리를 화형에 처하긴 힘들 거야." 나샤가 말했다.
앞서가던 대원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마샬한테 달렸지." - P325

 내가 아는 한 개척지에는 수감 시설이 없었다. 대신 그들은 우리를 경비대 대기실로 데려갔다. 전투복과 무기가 가득 든 사물함이 있는 장소를 고르다니 이상한 결정이었다. 심지어 자동 배식기까지 갖춰져 있었다. (중략)
덩치 큰 대원이 문을 닫기 전 경고했다. "여기서 기다려. 장비들은 만지지 말고, 음식 주문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안 그러면?" 나샤가 물었다. - P325

그가 사라진 뒤 나샤는 사물함 중 하나로 다가가 오큘러를 스캐너에 갖다 댔다. 스캐너 화면에서 빨간 불이 반짝였다.
"뭐, 시도는 해 볼 수 있잖아." 그녀가 말했다.
에잇이 말했다. "잘했어. 열렸으면 뭘 하려고 했는데?"
나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유를 찾을 방법이 있을줄 알았지." - P326

"오늘은 안 던져질 거야. 여기서 대기권 조종사는 둘뿐인데 네가 그중 하나야. 마샬은 너를 절망에 빠뜨릴 다른 방법을 찾겠지만 죽일 수는 없어." 에잇이 눈을 감은 채 대꾸했다.
"잘 모르겠네. 마샬이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만약에 내가 첸을 죽이고 난 다음이라면?" 나샤가 말했다.
에잇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얼마나 우발적으로 보이게 하느냐가 관건이겠네." - P327

[Mickey8]: o***ㅎ**ㅐ

이런 잠결에 메시지를 보내는 모양이었다. 눈을 깜빡여 채팅창을 끄고 오큘러를 종료한 다음 눈을 감았다. - P329

마샬이 말했다. "맙소사, 반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 난 믿고 싶지 않았네."
‘그 모든 일을 겪었음에도‘가 무슨 의미인지는 묻지 않기로했다.
우리는 다시 마샬의 사무실에 와 있었고, 베르토와 내가 며칠 전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난 48시간 동안마샬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 P330

"혐오스러운 괴물 같은 것들, 잘 듣게. 고의적이든 아니든내 알 바 아니야. 자네들이 굶주린 개척지에서 칼슘과 단백질을 70킬로그램이나 훔쳤다는 사실은 제쳐 두자고. 중복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둘 중 한 명이 사이클러로 뛰어들었어야 마땅하다는 사실도 제쳐 두자 이거야. 성스러운 모든 것을걸고, 반스, 자네들이 서로 그런 관계를 갖다니. 도대체 나
"
그는 더듬거리다 말을 멈추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 P331

마샬이 낮고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들은 괴물이야.
자네 둘 다 사이클러로 가게 될 거야. 지금 자네들과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홉 번째 미키 반스를 만들어야 할지, 아자야도 너희와 같이 시체 구덩이에 던져 버릴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야."
마샬의 선언에 에잇은 맥이 풀린 듯했고, 나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랐다. - P331

그는 말을 멈추고 다시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명밖에 없는 전투기 조종사 중 한명이 아니었더라면, 적대적이고 지각이 있는 토착 생명체와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시급한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나샤는 벌써 이 세상에 없었을 거야."
"잠시만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에잇이 말했다.
"이틀 전 사냥에서 가지고 돌아온 전리품을 조사했는데, 완전한 자연 생명체가 아니었어. ‘크리퍼‘라고 부르는 그것들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군사 기술품이네, (후략)" - P332

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원래 계획대로 할걸 그랬네? 기회 있을 때 시체 구덩이로 날 밀었어야지. 적어도 너라면 머리부터 넣어 줬을 텐데."
에잇이 맞장구쳤다.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을 거야. 그나저나 마샬이 정말 우리를 둘 다 죽일까?"
"그럴 것 같던데." - P333

"재생 탱크에서 나인이 나오는 일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어.
과연 마샬이 진짜로 그렇게 할까? 개척지는 익스펜더블이 필요하잖아."
나는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샬이 상관이나 할 것 같아?" - P334

"저기, 어느 쪽이 세븐이야?" 개리슨이 말했다.
나는 에잇을 흘긋 보았고, 에잇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끙소리를 내며 일어나 앉아 한 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좋아, 가자고." 개리슨이 말했다.
나는 일어섰다. 에잇이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저세상에서 보자고, 형제여." - P336

문이 활짝 열렸고 개리슨이 내게 안으로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앉지." 마샬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서 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마샬은 한숨을 쉬면서 충혈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마음대로 하게, 반스." 그러고는 의자에 기대앉아 손을 무릎에 떨어뜨리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메즈와 이야기했네. 밖에 있는 저것들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말해 보게."
"저것들이라면, 크리퍼 말씀입니까?" - P337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좋아. 그 아래는 어땠나? 자연적인 지질 현상으로 만들어진것 같던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던가?"
나는 망설였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마음만 먹으면 돔 벽을 찢어 놓을 수 있는 거대 크리퍼가 있다고 하면 마샬이 어떻게 반응할까?
사실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다.  - P338

나는 로어노크에도 마샬과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동굴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령관님. 의도적으로 설계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 P338

"좋아. 상황상 나서서 말하기 힘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치자고. 아래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를 목격한 적이 있나?"
이제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왔다. 나를 동굴 밖으로 꺼내마당에 풀어 준 거대 크리퍼가 떠올랐다. 
(중략)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마샬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 P339

에잇은 앞으로 몸을 숙여 팔꿈치를 무릎에 올리고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좋지 않아, 세븐. 우리는 기술을 가진 생명체와 지상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인구도 180명뿐이고."
"176명이야. 다섯 명이 죽었고, 우리가 둘이 되었으니까."
에잇은 고개를 들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뭐 어쩌라고.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건 개척지를 세우기 전에 알았어야지." - P341

마샬이 우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때까지 감방에 누워 기다리는 동안 혹시 그가 정말로 우리를 끝장낼 생각이라면 나를 먼저 죽이는 아량을 베풀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득 식스가 떠올랐다.
이제까지 겪은 죽음의 순간들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는다.
포는 죽기 전 업로드를 거부했고, 투로 산 기억은 전혀 없다. - P342

베르토는 내가 크리퍼들에게 갈기갈기 찢겼다고 했다.
내 죽음에 관해 베르토가 한 말들이 믿을 만하지 않다는사실은 베르토 자신에 의해 명확히 증명되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식스도 그 동굴에 버려졌던 게 아닐까? - P343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오큘러에 채팅창이 떴다.

[Mickey8]: In**이ㅎ" cl**?

나는 에잇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발 좀, 또 장난질이야?" 그가 말했다.

[Mickey8]: C*e*r? S**ㅐ해? - P343

그의 표정에는 이제 짜증 대신 황당함이 가득했다. "잠결에?그럴 수도 있어?"
"아마도?"

[Mickey8]: 이***nd? C***p?

나는 창을 향해 눈을 깜빡였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면누군데?"
에잇은 어깨를 으쓱했다. "뻔하지. 글리치야. (후략)" - P344

이쯤 되면 지금까지 이루어진 개척지 건설 시도가 모두 참담하게 실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실상은 전혀 다르다. 내가 실패 사례를 계속 찾아 읽은 이유는 우리가 니플하임 궤도에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머릿속에 실패에 관한 생각이 맴돌았기 때문이다. - P345

이번에는 감방을 나서면서 내가 마샬의 사무실로 가서 크리퍼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우리는 복도를 지나 계속 걸음을 옮겼다. 심장이 쿵 하고내려앉았고 창자가 뒤틀려 매듭이라도 짓는 것 같은 느낌이들었다이번에는 진짜 사이클러로 가고 있었다.
도착하니 마샬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샤와 캣, 그리고 다른 경비대원 두 명이 더 있었다. 경비대원들은 버너를 가지고 있었다. - P347

"음, 확실히 해 두자면, 오늘 자네 둘이 구덩이로 들어가고 나면 새로운 미키는 없을 걸세. 서버에서 인격 정보는 물론이고 신체 템플릿까지 지워질 거야. 재생 탱크에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는 버려, 반스, 사형 선고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에잇이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 이제 176명밖에 안 남았어.
게다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 지금 한 사람이 아쉬운 상황이잖아. 유일한 익스펜더블을 그렇게 없애 버릴 수는 없을 텐데." - P348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네에게 아직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겠지."
방에 침묵이 감돌았다. 우리 뒤에서 경비대원 하나가 버너의 안전핀을 원위치 시키는 소리가 딸깍하고 들렸다.
에잇이 먼저 입을 뗐다. "뭘 하면 되는데요?"
"평소 하던 일과 다르지 않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나면 시체 구덩이로 던져지지 않을 걸세. 임무를 하나 주지." 마샬이말했다. - P350

마샬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의 미소가 이죽거림으로 바뀌었다. "반스, 자네의 직무 기술서를 다시 읽어 주길 바라나?"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씀 계속하시죠." - P350

21장

개리슨이 나를 들이고 문을 잠갔다. 나는 침대에 가서 앉았다.
에잇이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마샬은 변태 익스펜더블이 중복된 것보다 개척지가 크리퍼 떼에 습격당할까 봐 더 걱정하고있는 것 같더라"
"그래? 놀랍도록 합리적이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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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I

Introduction

To add to the irony, I‘ve thought about writing this book for years. I thought I was quite decisive, but now I‘m not sure. I did 17 different things to put off writing the book so I‘d feel better in the moment, only to feel frustrated as I got further behind and closer to the deadline.
In the end, I used the tricks that can be found in Chapter 34back on myself, as some kind of sado-masochistic pleasure-pain paradox. If you‘re reading this book, it worked. - P1

(전략) but the journey of battling with my ‘inner bas-tard‘* (officialterminology) is the same. I guess I just know how to put it backin its box from time to time now. - P2

In addition to making decisions quickly and confidently,
they also change decisions, if and when needed to, slowly, Hillnoted. On the flip side, ‘Those who reach decisions promptlyand definitely know what they want, and generally get it... - P3

I
You are not a procrastinator, but...

‘I‘m a procrastinator‘, you may say to yourself. Maybe even in public?  - P4

There‘s no need to take on the ‘identity‘ of ‘being‘ a procrastinator, because actually that‘s a lie. The reality for every single one of us is that we are very decisive in areas where we are confident and experienced. - P4

But that doesn‘t identify and render you ‘indecisive‘. You wouldn‘t want a teacher to label your child ‘stupid‘ just because they don‘t like science, so don‘t do the same to yourself. - P5

Every human being possesses and expresses every human trait. As such you are not ‘unmotivated‘ or ‘lazy‘ either. You simply ‘do‘ these traits when you are not engaged, interested, thingsget hard or the task at hand simply isn‘t important enough to you. - P5

Start Now sound bite

You are not a procrastinator, but you do it sometimes. Don‘t labely ourself; model the best parts of yourself. If you are decisive in one area, you can be so in any area. Simply build decision muscle by drawing on past decisive successes. - P5

2
What are indecisiveness &procrastination?


Have you ever had the overwhelming urge to do something completely and utterly random and useless in the name of avoiding important things? - P6

Before you judge me, we all have our own versions of this.
Some will be habitual, and some will be one-off-random. Maybe you‘ll need a spontaneous haircut? - P6

But it can be more serious. At least in this instance you are doing something to procrastinate away from. The sly one that creeps up on you from behind is the urge to ‘get every thingready‘ before you start. - P7

Indecisiveness and procrastination come in many hidden forms. Perhaps you simply have a hard time making general decisions? Or harder ones? You might make a decision but thenendlessly question it after wards, never fully backing yourself oryour decision. - P7

Start Now sound bite

Procrastination and indecisiveness are normal human traits that serve to help us avoid fear, pain and threatening situations. They conserve our energy for more important tasks. Do not label your-self a procrastinator - there is nothing wrong with you. Just beaware that all the little excuses and menial tasks you‘re doing area mechanism for self-protection. - P8

6
Your work is not your worth


The main reason I failed commercially as an artist, wasbecause I was scared to show (and sell) my work. It‘s quite hard to sell work that isn‘t viewed, but I‘d convince myself to keep painting in the faint hope that someone would knock on my door and buy all my art and save me from myself. - P18

I had created enough art, and I knew I needed agents, galleries and media to get my work seen and bought. So why did I avoid this and fill my house with new pieces of art that weren‘t selling just as much as my existing portfolio? Because I was unconsciously protecting myself-worth. - P18

 I couldn‘t even be in the same room as someone viewing my paintings, in case they didn‘t like them. I was so sensitive that,
unless they gushed over my work, I assumed they hated it but didn‘t want to tell me. - P18

You are not your work, just like I was not my art. - P19

I was so hard on myself. I was my harshest critic of all, butI couldn‘t see it. I was so protective of my self-worth thatI avoided doing anything that could damage it, including basic socializing - P19

Start Now sound bite

Have a clear wall of defence between you and your work. The world can judge your work, but that does not define who you are.
You are capable of decisiveness, clarity and greatness. - P19

Section 4

To do, or not to do?

27
What is decisiveness?


To decide, or not to decide, that is the question. Maybe you should take more time to think about that before you make adecision? - P80

Decisiveness is the (leadership) trait that gives you:

1 ‘the ability to make decisions quickly and effectively‘
(Dictionary.com)
2 ‘the conclusive nature of an issue that has been settled or a result that has been produced‘ (Dictionary.com)
3 (the ability to) ‘draw heavily on past experiences to influence how it (the current decision) is implemented‘ (earlbreon.com)
4 ‘the spark that ignites action. The courageous facing ofissues, knowing that if they are not faced, problems will remain forever unanswered‘ (Wilferd A. Peterson) - P80

Anyone can be decisive,
because all you need to do is say ‘yes‘ or ‘no‘ to something. And sometimes saying ‘wait‘ to something is acceptable, because deciding to wait or deciding to do nothing is still a decision. - P80

Your ever-improving skills in making good decisions are basedon how effectively you choose from the only four options of the anatomy of any decision:

1 Option A
2 Option B
3 Option A + B
4 Neither Option A nor B - P81

Start Now sound bite

Decisiveness is the (leadership) trait that gives you the ability tomake the right actions towards a desired outcome quickly andeffectively. It draws on past experience that can be built up and itis the courageous facing of issues, igniting action towards success. - P81

28
What NOT to do

 There are two forms of what NOT to do:
1 Time wasting/unimportant tasks
2 Tasks that you leverage out to others - P82

1. Time wasting/unimportant tasks

 Too much time on social media, long meetings, forum debates, getting sucked inby haters and trolls, pity-parties, selfies and foodies, small talk,
arguments, having to be right, allowing interruptions, surfing online, checking email, low-value admin, tidying up and cleaning, checking the fridge (one of my undiagnosed OCD traits),
TV or YouTube, micro-managing, and general avoidance andactive procrastination tasks should be avoided. You know what you should not be doing, so stop doing it. - P82

 Most people say procrastinationis a bad thing, but procrastination is a great thing on low IGT tasks. Be lazy, unmotivated, bored and apathetic to all of these; avoid or outsource.  - P82

. Beware of this self-delusion that your split personality will try to convince you of. It is a liar. You are getting nowhere, but boy does it take a long time to get there. - P83

2. Tasks that you leverage out to others

(중략)
I Just as every master was once a disaster, so every big business owner, manager or successfully scaled person has the help of assistants, staff, carers, outsourcers, coaches andmentors. You can achieve this one of two ways:

i. YOU START OR MAKE PART OF THE DECISION

 You trust them to make the smartestdecisions, within the initial parameters you set up at the start. - P83

ii. YOU LET THEM MAKE ALL THE DECISIONS

(중략)
In order to successfully leverage out tasks in your ‘to do‘ list,
you need to rethink and rename what a ‘to do‘ list even is. And so we move to the next chapter... - P84

Start Now sound bite

It can help knowing what you should be doing by knowing whatyou should NOT be doing. Minimize all low-value and time-wasting tasks, and conversely leverage out high-value tasks that others can do better than you, to get your task list down and your done list up. - P84

SECTION 5
Who‘s the easiest person to lie to...?

...(yourself) - P99

33
Latent resourcefulness

You are the easiest person to lie to.
(중략)
These are lies. And here‘s why:
You and every other human being on this planet are infinitely resourceful and creative. Everything that we know and take forgranted in the material world was created by fellow man, froma single thought or idea. (중략)
If one person can do that, any and every person can do that,
in their areas of highest value and interest. No, you can‘t grow three extra feet by thinking it in your mind, but if it is humanly possible, you can do it too. - P100

Being creative is much easier than most people think. Everyhuman being is creative, not just the arty-creative types. - P101

Here are some ways to be more creative, from a previous hippy-anti-capitalist-rage-against-the-system artist (that was me):

1 Listen to and watch very creative people (speakers,
comedians, artists, entrepreneurs, etc.) and model their behaviours, and...
2...read their books. Listen to their audio books and podcasts. Go on their seminars and get mentored bythem (where possible)
3 Isolate yourself from noise, media and negativity toallow ideas to come in - P101

11 Practise contrarianism, unconventional wisdom andleft-field thinking. New spins on existing norms.
Uncommon sense. How can you think differently or laterally?
12 How can you look at the same problem in a different way?
13 How would your idol or someone successful and creative solve the problem? - P102

Start Now sound bite

You are infinitely creative and resourceful. For most people, itis latent within them, bursting to come out if only given thechance. Get a little uncomfortable and follow one or more of the15 points to being more creative, and all future solutions willcome to you with least effort.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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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어떻게 보면 익스펜더블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드는 게 더 실용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예를 들어, 목숨이 걸린 임무에 두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생겼을 때 그런 임무에 진짜 사람 목숨을 걸고 싶지는않을 테니 말이다. - P278

익스펜더블을 활용한 지는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이오 프린터는 그보다 훨씬 전에, 칭시가 발사되기도 훨씬 전에 개발되었다. 매니코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저 신기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 P279

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해, 나중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거듭한 결과, 그들의 이론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이오 프린터에서 나온 것은 인지 능력이나 신체적능력이 신생아보다도 낮은, 껍데기뿐인 텅 빈 몸이었다 - P279

그러다 매니코바가 나타났다.
앨런 매니코바는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쥔 에덴 정치 명문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만약 타고난 팔자대로 인생을 끝내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그런 팔자를 마다할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 P280

그는 소시오패스이기도 했다. 계속 읽다 보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 P280

(전략). 1년쯤 지나자 언론은 흥미를 잃었고 사람들도 매니코바가 자신의 회사에서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어졌다.
5년 후 매니코바는 토크쇼에 출연해 마침내 인간의 정신을기록하고 복제하는 비법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 P281

그러나 매니코바는 그중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유니버셜이터니티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현금화했다. (중략). 1년 후 매니코바는 맞춤 제작한 항성 간 이동 우주선에 각종 장비와 기기, 데모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복제 프로토타입을 싣고 홀로 궤도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 P282

(전략), 매니코바는 에덴에서 7광년 떨어진 곳에 (중략).
첫 정착민들이 지은 상륙 거점의 이름은 골트였다.
(중략)
골트의 건국 이념은 ‘철저한 자유‘와 ‘자립‘이었다. 행성에 착륙한 120명의 정착민들이 하나같이 공동의 선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중략) ‘도와주세요, 죽어 가고 있어요‘라는 요청에 대한 철저한자유‘를 바탕으로 한 대답은 그러게 짐을 꼼꼼히 챙기지 그러셨어요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 P283

그 결과 매니코바가 도착했을 당시 골트에는 주민 1만 명이 분열된 채 살고 있었다.  - P283

마샬이 내게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자원이 든다. 특히 칼슘과 단백질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지만 그 밖에도 첨가해야 할 성분이한둘이 아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바이오 프린터에잔뜩 넣을 수도 있지만,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려면 밀, 소고기,
오렌지 따위가 산더미만큼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폐기물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 P284

.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주민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매니코바는 그때까지 골트 사회 특성상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납치하곤 했는데, 그런 사람들마저도구하기 어려워지자 가족과 친구가 있는 이들을 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 P285

골트가 좀 더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다면, 꼭 단일 정부가 있는 국가가 아니라 정치 세력끼리 가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이기만 했어도, 매니코바를 멈출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확실해졌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행성 인구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수적으로 열세였다. 안타깝게도 골트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 P285

애초에 골트로 떠난 이들은 에덴에서 평판이 딱히 좋지 않았기에세월이 흐르고도 그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 또는 인과응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에덴 의회는 매니코바가 언젠가 다른 세계에도 위협이되리라고 생각하고 조치를 하기로 했다. - P286

여러분도 눈치챘겠지만, 애초에 잘못된 계획이었다.
첫째, 에덴의 정의가 골트에 도착했을 때 매니코바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또 바이오 프린터에 넣으면서 18년가까이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온 상태였다.
둘째, 에덴의 정의가 골트에 몰래 접근할 방법은 없었다. 우주선이 감속할 때 내뿜는 불꽃은 1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위장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셋째, 무엇보다 앨런 매니코바는 누군가 자신에게 싸움을걸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사람이 아니었다. - P287

골트에서 에덴 다음으로 가까운 곳에훨씬 최근에 건설된 파흠이라는 가난한 2세대 개척지가 있었는데, 이 행성도 골트의 메시지를 받았다. - P288

 에덴의 정의는 감속할 때 발생하는 불꽃에 뒤통수를 맞았다. 총알 작전은감속할 필요가 없어서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물체가0.97c의 속도로 이동할 때, 행성 하나를 달걀 쪼개듯 터뜨리는데 필요한 질량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공격을 방어할 방법은 없고, 물체가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파는 물체가 도착하기 몇 분의 1초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공격이 오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 P288

하지만 누구도 파홈을 비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매니코바를 비난했고, 그 후 유니언 대부분 지역에서 중복된 익스펜더블은 아동 납치범이나 잔혹한 연쇄살인범보다도 못한 취급을받게 되었다. - P289

18장

(중략), 오늘 오후 에잇과 마주친 뒤 분명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테고, 그녀가 혐오스러운 대상을 그냥 봐 넘길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90

[Mickey8]: 안녕 캣, 밀린 일 좀 하고 있느라 응, 시간 있어.

내 아이디가 Mickey8이라고 표시되는 것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묘했다. 이름 뒤 8이라는 숫자를 보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 익스펜더블이 아닌 누군가가 자기 이름이 적힌 묘비 앞을 지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리라. - P291

"도대체, 식량난에 시달리는 판국에 누가 운동을 해?"
"사정이 있어. 어젯밤에 네가 나샤를 방으로 다시 데려올 것같아서 체력 단련실에 갔다가 캣을 만났거든." 내가 말했다.
"굳이 말해 두자면, 그러긴 했지."
나는 매섭게 에잇을 쏘아보았다.  - P292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부기는 많이 빠졌지만, 아직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모르지. 붕대를 풀어도 되지 않을까?"
"안 푸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직 멍이 보여. 뭐・・・・・・ 글쎄 모르겠다.…………. 계속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되려나?" - P292

체력 단련실로 가는 길 중간쯤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Mickey8]: Archi**?

무슨 소리지?
[Mickey8]: 에잇?
[Mickey8]: 뭐라고?
[Mickey8]: Co m......ren?
[Mickey8]: 대체 뭐야. - P293

"그래서, 음・・・・・・ 운동할 거야?"
캣이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니, 운동은 안 할 거야. 우리가 체력 단련실에 온 이유는 너랑 단둘이 이야기할 장소가 필요해서야 개척지에서 나 말고 누구도 제 발로 찾지 않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거든." - P294

계속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말했다. "저기, 왜 여기서 만나자고 했어?"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가 두 명인 거 알아. 너는 나와 오늘 아침 식사를 같이한 미키야. 어젯밤에 내 침대에서 잔 미키. 손을 다쳤고 오늘이 쉬는 날인 미키 몇 시간 전에 내가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미키는 손이 멀쩡하고 종일 토마토를 돌봤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너희는 중복됐어." - P295

"오해하지 마.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건 절대 아니야. 생명공학부 사람들한테 뭐라고 했길래 널 중복으로 만들어 줬지? 관계자들 모두가 사형에 처해질 중죄 아냐?" - P295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를 여기로 왜 불렀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를 죽이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협박을 하려는 기미도 없었다. - P296

"네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느냐고. 여태 한 일곱 번쯤 죽었나?"
(중략)
"뭐 어쨌거나 넌 우주선을 타고 미드가르드를 떠날 때와 같은 사람이야?"
생각해 볼 문제다.
마침내 대답했다. "음, 당연히 같은 몸은 아니지." - P297

이런 중복 문제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난밤 그녀가 아니라나샤와 있었을 테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그 자리에 선 채로 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해 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녀가 발꿈치를 들어 내 뺨에 키스했다. 그러고는 뒤로물러서서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문을 열었다.
"다른 미키한테 안부 전해 줘!"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서서 입만 달싹이는 나를 남겨 두고 - P299

방으로 돌아가니 문이 잠겨 있었다. 오큘러를 스캔하고 잠금장치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밀어 열었다. 안이 캄캄했지만,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 덕분에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나체로 누워 있었다. - P299

"에잇."
내 부름에도 에잇은 이렇게만 말했다.
"세븐, 문 닫아"
나는 문을 닫았다. 오큘러가 적외선 모드로 바뀔 만큼 주변이 캄캄했다. - P301

"에잇은 지금 네 여자를 훔쳐 가려는 거야. 이제 어쩔 거야?"
나샤가 낮은 목소리로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렸다.
"에잇, 이야기했잖아. 나샤를 끌어들이기 전에 나한테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진정해. 너희 둘이 엉큼하게 벌인 일을 사령관한테 일러바칠 생각은 없으니까." 나샤가 말했다. - P301

물론 캣의 심기도 거스르고 싶지는 않다. 경비대원들도 성깔 있기는 마찬가지다.
나샤가 말했다. "들어 봐. 다 괜찮을 거야. 그냥 너희 둘 다조용히 지내면서 한 사람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자살 임무에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미키이 되면 되고, 모두에게 영원한 해피엔딩이지."
"뭐, 거의 모두라고 해야겠지." 에잇이 말했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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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쇼 무대에 두세 번 등장한 것만으로 레이코는 다른 디자이너들의 주목을 받았다. 반년 후 가을 컬렉션에는 벌써 일류 디자이너들이 레이코의 스케줄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 그리고 석 달 뒤에는 일본 패션계의 원로 다지마 신지가 병상의 몸을 이끌고 레이코를 위해 서른 벌의 이브닝 드레스를 디자인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큰 화제를 불렀다. - P117

인기를 얻은 것과 함께 레이코에 대한 나쁜 소문이 떠돌았다. 건방지고 변덕스럽다, 제멋대로 군다, 젊은 디자이너의 일 따위는 태연히 펑크를 낸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면 일부러 개막직전에야 나타나 관계자들을 힘들게 한다.
그런 소문이 결코 근거 없는 가짜 뉴스가 아니라는 것을 그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해준 걸 고맙게 생각했는지 그녀 앞에서는 딱히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없었고 그녀가 연락하면 언제라도 스케줄을 조정해 쇼에 나와주었다. 다만 변덕스러운 데가 있는 건 사실이었다.  - P117

데뷔하고 이 년 뒤, 대기업 섬유회사의 텔레비전 광고가 불씨가 되어 모델로서만이 아니라 스타로서도 인기에 불이 붙었다.  - P118

인기가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코는 하라주쿠의 맨션으로 거처를 옮겼고, 그때까지 매니지먼트를 해준 모델 클럽에서도 독립했다. 그전부터 하기 싫은 일은 태연히 펑크를 내고 반쯤은 이미 독립한 모양새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일했었다. - P118

(전략). 그때 웨딩드레스를 입기로 정해진 모델은 이케지마 리사였다. 레이코의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톱 모델 리사를 화나게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달래보려고 했지만 결국 레이코는 쌩하니 대기실을 나가버렸다. (중략).
그래도 레이코를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 행동까지 눈감아줬지만, 그 무렵의 오만함에는 아직 어딘가 천진한 데가 있었다.
펄펄 뛰며 화를 내도 다음에 만나면 웃는 얼굴로 죄송하다고 순순히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유난히 애교를 떨며 매달렸다. - P119

. 레이코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쇼 무대처럼 춤을 추면서 물었다.
"생각나요, 이거? 당신이 처음 내게 입혔던 옷인데."
(중략).
"이 옷, 너무 싫어. 옷뿐만이 아니야. 이걸 디자인한 중년 아줌마도 진짜 싫어."
미소와는 다르게 전혀 딴 사람 같은 목소리였지만,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이라서 그녀는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P120

"나는 돌아가신 다지마 선생님이 디자인한 옷이 아니면 좋아하지 않거든요."
"어, 어떻게 그걸 네가 갖고 있어?"
저절로 신음 같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 P120

한눈에도 다지마 신지의 손에서 나온 디자인임을 알아볼수 있는 스케치였다.
"어떻게 된 거야, 돌아가신 선생님 그림이잖아?"
"마지막에 병문안을 갔을 때 나한테 주셨어요. 나를 위해병실에서 아무도 몰래 그리셨대요. (중략), 어쩐지 꺼림칙해서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넣어뒀죠. 근데 요즘 당신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이 옷, 만들어 봐요, 내가 쇼 무대에 입고 나가줄 테니까." - P121

"다지마 선생님 작품이라는 거, 아무도 몰라요. 걱정할 거없어요."
레이코가 그렇게까지 말해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다음컬렉션에 그걸 쓰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런 디자인을 사장시키는 건 너무 아깝다, 라는 것이 타인의 디자인을 도용하는 꺼림칙함에 대항 그녀의 변명이었다. - P121

. 선 하나하나가 온전히 레이코만을 위한 것이어서 레이코가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고 드레스 또한 레이코를 돋보이게 했다. 자신은 이만큼 레이코에게 잘어울리는 드레스는 만들지 못한다고 깨달았다. 다행히 아무도디자인에 의심을 품는 일은 없었다.
레이코가 그걸 들고 왔던 날, 밤을 새워 모조리 자신의 손으로 다시 그리고 다지마의 원화는 불태워버렸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내가 복사해뒀거든요." - P122

레이코는 유리잔의 술을 옷자락에 쏟더니 라이터로 불을붙였다. 검은 레이스가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진홍색과 검은색의 두 가지 불길이 뒤섞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대로 레이코는 놀라서 멍해져 버린 그녀에게 덮치듯이 안겨들었다.
"철저히 파멸시켜드릴게." - P123

옷에 붙은 불이 꺼지자 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디자인 복사본을 움켜쥐고 라이터를 켰다. 복사본 한 장이 화라락타면서 불꽃의 파편이 허공을 날았다.
"그래봤자 소용없어요." 바닥에 쓰러진 레이코가 킥킥거리며 말했다. "따로 사진을 찍어뒀거든요. 얼마든지 태워보세요." - P124

나는 다지마의 디자인을 도용한 적도 없고, 그것 때문에 그 아이에게 협박을 받은 적도 없다. 그건 모두 다 거짓이다...
"네, 얼마든지 찢으세요. 태워보시라고요. 또 인화해드릴테니까."
그 아이가 한 달에 두 번은 그녀를 불러내 트럼프 카드처럼사진을 펼쳐놓고 미소를 지어가며 마치 노래하듯이 위협하는 것을 그저 굴욕감을 곱씹으며 꾹꾹 참았던 것도. - P124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그 필름, 나한테 팔아. 내가 돈은 얼마든지 줄게."
그녀가 매달리듯이 애원했던 것도 전부 다 거짓이다.
그때 자신만 화상을 입고 그 아이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그것도 거짓이다. - P125

그녀는 호텔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로비와 연결된 행사장은 두툼한 문세 개가 나란히 이어졌다.
(중략)
아나운서의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로즈룸의 문을 열려다가 문득 ‘오늘 오후 4시, 도쿄 세타가야구 세이조에서 월드섬유회사 사장 사와모리 에이지로 씨가 엽총으로 자살했다고 합니다.‘라는 뉴스가 귀에 들어와 그녀의 몸을 돌렸다.
(중략) 레이코가 광고 모델로 출현한 섬유회사 사장이다. - P125

저도 모르게 목까지 튀어나온 비명을 가까스로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프런트 직원이 의아한 듯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깨닫고 그녀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미소를 짓고 텔레비전 앞을 떠났다.
거짓말이야!
그렇게 소리치려고 했던 것이다. - P126

그녀는 천천히 뒷손으로 문을 닫았다. 그날 밤에도 그랬다.
그날 밤에도 그녀는 장갑을 낀 손으로 천천히 침실 문을 뒷손으로 닫았다.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의 화상 자국이 방금처럼 욱신거렸다. 힘을 주지 않으면 그 아이가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금세라도 거실로 나올 것만 같았다. 
(중략)
그러고는 거실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의사의 물건만남기고 자신의 것은 지문까지 모조리 그 방에서 지워버려야 했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왜 그런 짓을 했을까. - P127

유서는 거짓말이야! 그 키 작은 젊은 사장이 범인일 리 없어. 바보 같은 중년 의사도 범인이 아니야. 아무도 레이코를 죽이지 않았어....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너무도 차가운 공기는그녀에게 더 이상 어떤 거짓도 허락하지 않았다. - P128

그렇다, 나는 다지마 선생의 디자인을 훔쳤다. 그것 때문에그 아이에게 협박을 당했다. 팔 개월 동안 고통을 받았다. 그 아이는 정말로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갈 작정이었다. 팔 개월 후인11월의 어느 날,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그야말로 신이 난 목소리를 냈을 때, 이제 협박 놀음도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중략)
그렇다, 내가 죽인 것이다. - P128

그리고 집을 나와 비상계단을 내려왔다. 이번에도 천천히한 단 한 단 확인하면서, 한 단을 내려올 때마다 거짓말이야, 라고 가슴속으로 중얼거리면서. - P129

그렇건만 오늘 아침에 전화한 사람은 어째서 내가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고 말했을까.
그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쟁이였을까. 그자는 대체 뭘 원하는 걸까. 키 작은 젊은 사장은 왜 유서에 자신이 그 아이를 죽였다는 거짓말을 남겼을까. - P129

7장, 누군가 誰か

요요기 공원 뒤쪽의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그는 다시 오늘 아침 전화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중략).
어째서 전화 목소리는 그런 말을 했는가. 어째서 사와모리는 유서에 미오리 레이코 살해를 고백했는가. - P132

오 년 전부터 사고라는단어를 들을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머릿속에 그런 차가운 회오리바람이 덮쳐들었다.
회오리 속에서 항상 그렇듯이 한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은 반절 넘게 찌그러졌다. 어렸을 때 점토로 엄마 얼굴을 만들다가 실패해서 바닥에 내던진 적이 있었다. - P132

오 년 전까지 그의 인생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스포츠카로고속도로를 쌩쌩 내달리는 식이었다. (중략). 그의 인생과 80킬로미터로 신나게 내달리던 차에 돌연 한 여자가 뛰어들었던 것이다.
급브레이크를 밟고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길바닥을 껴안듯이 쓰러진 여자를 발견하고 삼 초쯤 망설였다.  - P133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리는 곧 낫겠지만 얼굴은 도저히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어."
"어떻게든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는 몰아붙이듯이 물었다. 방법만 있다면 돈은 얼마든지댈 생각이었다. - P133

"현재 국내 의료 기술로는 도저히 어렵지만, 이 의사라면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독일인인 듯한 이름을 알려주었다. 뉴욕의 유명한미용성형 외과의라고 했지만, 물론 그는 알지 못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중 몇 명은 그의 손이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들었어. (중략). 성형수술을 했다는걸 아무도 모를 정도야. (중략)." - P134

다행스럽다고 할까, 여자는 가족이 없었다. 아마 망가진 얼굴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친척과 친구는 몇 명 있지만 어디에도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뉴욕에서 수술을 받게 해줄 테니까 이번 일은 경찰에 비밀로 할 수 있을까?"
그의 말에도 여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P134

독일인 의사는 예전에 브라질인지 어딘지에서 체포되었다는 나치 장교를 닮은 풍모였지만 선량한 미소를 지으며말했다.
"나는 반드시 비밀을 지킬 테니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해주시오. 사고를 당하기 전의 얼굴 사진은 가져왔습니까?"
도쿄의 성형외과 원장이 뉴욕에 보낸 편지에는 곧바로 답장이 왔고, 거기에도 예전 얼굴 사진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라는 지시 사항이 적혀 있었다. - P135

여자는 가방에서 그때 도쿄에서 그린 다섯 장의 자화상을꺼내 독일인 의사에게 내밀었다.
"이게 예전 얼굴이에요."
(중략).
"이보다 더 아름다운 얼굴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까?"
여자는 잠시 생각해본 뒤에 대답했다.
"가능하면 더 아름답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의사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지우개와 연필을들더니 그림 속 여자의 코를 약간 높이고 눈은 살짝 크게 하고 뺨을 깎아낸 뒤에 여자 쪽으로 내밀었다. - P136

삼일 동안 뉴욕을 구경하고 도쿄로 돌아왔다. 밤늦게 두사람은 도쿄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에 헤어졌다.
일본에 돌아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2백만 엔쯤 남았는데, 원한다면 줄게."
하지만 여자는 자기도 저금해둔 게 좀 있다면서 거절했다. - P137

"새로 방 구하면 연락해줄래? 그리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여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뿐, 그 뒤로 이 년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다.
이 년 동안 여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그가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사고에 대해서는 얼른 잊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에 대한 것도 지워버리고 싶었다.  - P138

유일한 구원은 여자 쪽에서도 사고에 대한 기억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지 그에게 아무 연락도 안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미모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서 여자쪽에서도 그를 피하고 싶을 터였다. 미오리 레이코는 성형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 P139

순간, 이 년 전 뉴욕의 의사가 여자에게 해준 것은 시술이아니라 마술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잡지 사진에서 이미 여러번 봤지만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미소는 눈과 코와 입술을 악기삼아 완벽하게 조화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 P139

"오랜만이네요."
(중략)
그는 상당히 술에 취한 여자를 집으로 데려갔다.
"크게 성공했던데? 멀리서나마 응원했어."
"그렇지도 않아요. 이 세계라는 게 별로 행복하지 않거든요." 여자는 미소의 그늘이 짙어지더니 그 표정 그대로 중얼거렸다. "외로울 때가 더 많답니다." - P140

"이방, 좋아요. 죽고 싶을 만큼 외로워지면 또 와도 돼요?"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
"차로 데려다줄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밤거리 걷는 걸 좋아하니까 걸어서 갈래요."
그리고 계단에 의지하는 듯한 발소리를 울리며 돌아갔다. 차 조심해, 라는 인사를 하려다가 그는 급히 그 말을 꿀꺽 삼켰다. - P141

"괜찮아요, 돈은 남아돌 만큼 많으니까. 당신도 좋은 직장에 다니니까 경제적으로 힘들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말해요. 수술비 천만 엔도 갚아줄까 했거든요." - P141

새 얼굴은 그녀가 그린 자화상의 선이 모두 없어진 건 아니었다. 친척이나 친구라면 예전에 자신들이 알던 아이와 미오리레이코가 많이 닮았다는 느낌은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한 얼굴이 이토록 아름답게 변하는 건 기젇 같은 일이라서 결국 딴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 P142

"이 얼굴이 성형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술에 취해 그렇게 말한 것도 그날 밤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미오리 레이코의 얼굴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아는 사람은 그녀 자신과 그, 그리고 뉴욕의 의사뿐이었다. - P143

"하지만……." 그녀는 문득 생각난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실은 한 명 더 있어요, 금세 알아본 사람이. 근데그 사람이 나를 협박하고 있답니다."
그런 위험한 얘기를 그냥 흘려 넘길 수는 없었다.  - P143

"하지만 친지들이 예전의 너와 닮았다고는 생각해도 설마동일 인물인 줄은 모를 텐데? 레이코도 그렇게 말했잖아."
"하지만 그 사람은…." 그녀는 하려던 말을 담배 연기로 얼버무렸다. "아이, 됐어요. 잊어버려요, 방금 한 얘기는." - P144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그녀가 ‘협박‘이라는 말을 내뱉은 것은 그때로부터 일 년 반이 지난 올해 3월이었다.
일년반 사이에 그와 미오리 레이코의 관계는 부쩍 친밀해졌다. 어느 날, 두 달 만에 찾아온 레이코는 그의 침대에 나란히누웠다.
(중략)
먼저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녀 쪽이었다. 그는 그 손을 미처 거절하지 못했다. - P145

벌거벗은 왼쪽젖가슴에 새겨진 검은 나비 문신이 같이 흔들렸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그런 문신을 했어?"
"글쎄 왜 그랬을까. 이케지마 리사라는 모델, 알아요? 그여자가 자기는 빨간 나비 문신을 했는데 똑같이 해보는 게 어떠냐고 가슴을 보여줬을 때, 이 어리석은 여자와 똑같은 곳까지 나를 떨어뜨리면 의외로 이 세계에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마음이 들더라고요. 네, 맞아요, 그거예요." - P145

물론 그건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다. 하지만 작년 여름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술기운에 취한 눈에 문득 그 흉물이 떠올라 저절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급히 아무 일도 아닌 척하며 다시 시선을 맞췄지만 이미 그녀의 차가운 옆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얼굴이 생각났군요. 당신도 역시 그런 거였어."
레이코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P146

그렇게 한참 동안 옆얼굴의 시선을 멍하니 발치에 떨구고있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되풀이하는 그의 변명이 통했는지 한참만에야 이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나, 정말 배배 꼬였나 봐."
그 뒤에도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은 찾아와 그의 품에 안겼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전과 다름없이 다시 반년 동안 이어졌다. - P147

"당신, 사람을 죽인 적은 없어요?"
있어, 라고 그는 대답했다. 술에 취했고 그녀가 평소보다더 기분 좋게 웃고 떠들었기 때문에 가벼운 농담쯤으로 털어놓은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농담은 아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그건 살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작은 과실이었다. - P147

 차 안 가득 울리던 비발디 음악을 갑자기 꺼버리더니 그녀는 핸드백에서 다른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스테레오에 넣고 한껏 볼륨을 높였다. 그와 동시에 남자 목소리가 엄청난 음량으로 터져 나왔다. 너무도 큰 소리였기 때문에 가까스로 알아들은 것은 "살인이라기보다 사고", "칠년 전"이라는 말뿐이었다. 테이프가 끝날 때까지 그게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중략).
"왜 이런 걸…"
그때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는 물었다.
மய - P148

"내가 핸드백 속에 녹음기를 감춰뒀거든요. 당신이 뭔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근데 사람을 죽인 것까지 털어놓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했더니 당신이 고백한 대로 칠 년 전 4월에 한 사람이 죽었더라고요. 오키 쇼지라는 한창나이의 회사원이라던데?"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담겼지만 룸미러 속의 두 눈은 번뜩이면서 운전석에 앉은 한 마리 사냥감을 노려보고 있었다.
"더 빨리 달려요. 나를 쳤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그녀는 외치듯이 말하고 테이프를 되감더니 다시 스위치를 눌렀다. 이번에는 더욱더 볼륨을 높여서⋯⋯ - P149

 그녀가 죽었는데도 여전히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아니, 어차피 그녀가 살아 있을 때도 이건 헛수고였다. 아무리 밤늦게 집에 돌아가도 그녀는 그가 받을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벨을 울려댔으니까. - P149

 그리고 이번 11월 중순, 한밤중의 드라이브와 테이프 목소리와 협박의 말도 이제는 단조롭게 느껴질 만큼 지쳐버린어느 날 밤, 그녀는 전화를 걸어 노래라도 하듯이 말했다.
"파리로 떠나기 전에 당신 일도 깨끗이 정리할 거야."
그는 걸음을 옮기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그런 건 떠올리지 말자. 그보다 오늘 아침 전화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오늘아침의 그 기묘한 전화의 의미를..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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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와 후일담을 보면서 뭔가가 생각나지만, 도입부에서 뭐가 생각났는지는 까먹었다.
후일담에서는 영화 ‘라따뚜이‘가 생각났다.

Prologue

이 이야기는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다. 내가 떠올릴수 있는 가장 오래된 기억 중 하나다. (중략) 그 장면 속에는 늘 언니가 있다. - P11

둘째에게 첫째는 주어진 환경이다. 국적, 성, 인종, 피부색, 체형처럼 생후 1일부터 그냥 주어지는 삶의 조건이자 자아의 거푸집 같은 것. - P12

세 살 터울 언니는 두 옥타브 ‘솔‘의 쨍한 목소리로 하루 종일 떠드는 어린이였다. 좋게 표현하면 즉흥 구연동화이고, 실제로는 아무말 대잔치이며, 나쁘게 표현하면 소음이라 할 만한 종알거림을 쉼 없이 이어갔다. 할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입을 여는 게 아니라 일단 입에 시동을 걸고 생각을 굴렸다. - P12

문제는 언니의 즉흥 창작이 의식의 자유 흐름대로 급커브하거나 뚝 끊어지거나 갑자기 솟구치거나 갈피를 잃고 시들해지는일이 다반사였다는 점이다. 도대체 맥락이란 것이 없었다. 줄거리와 요점이 없는 말의 홍수를 두 옥타브 ‘쏠‘로 쏟아내는 7세 어린이 곁에서 4세 어린이는 사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실감했다. - P12

적극적 경청을 조기교육당한 덕분인지 나는 또래보다 말이 빨랐고, 의미 차이에 민감했다. 유치원에 갈 즈음이 되었을 땐 언니 이야기의 전후 관계를 파악해서 정보 공백이나 오류를 감지해 되묻고("아까는 곰이 왕자라고 했잖아. 왜 지금은 왕비야?"), 자기 말에도취되어 반환각 상태에 이른 나의 사랑하는 언니가 길을 잃지않도록 요약해주었으며("그래서 둘이 결혼했다는 거잖아. 그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이야기의 신선함과 흥미로운 정도를 평가하는("그게 뭐야? 시시해") 대화 상대가 되었다. - P13

반면 지난 20년간 미디어업계는 단 하루도 고요하지 않았다. - P13

스마트폰과 SNS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대 이후의 변화를 요약하자면 이 두 문장이 아닐까. ‘기업, 개인, 사물. 모든것이 미디어가 되었다.‘ 그래서 ‘볼 게 너무 많다.‘ 2010년대부터 신문과 잡지는 손꼽히는 사양 산업이 되었고, 불안과 무기력이 짙은 안개처럼 업계 전체를 덮쳤다. - P14

예감은 현실이 됐다. 패션 잡지 단골 기사였던 스트리트 리얼룩 콘텐츠는 ‘스타일쉐어‘가 인테리어 집들이 콘텐츠는 ‘오늘의집‘이 코스메틱 품평 콘텐츠는 ‘화해‘가 서비스로 만들었고,
포털 사이트는 아예 조인트벤처로 잡지사를 차렸다. - P14

정확하게는 온 국민이 준 에디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SNS에 올릴 사진과 영상을 고르고 편집하고, 바디 텍스트를 쓰며, 자기만의 해시태그를 정해 콘텐츠를 아카이브한다. 방대한 하이퍼링크 세상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스스로 큐레이션해 상황별 추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영감 수집 부계정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 P15

(중략),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큐레이터로 재직하기도한 미술비평가 니콜라 부리는 자신의 저서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이렇게 썼다.

이제 예술적 질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저 문장이 온 세상이 잡지화되어가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믿는다.  - P15

선택과 주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보를 비교하고 검증하는 일도 벅차다. 자신의 취향, 호기심, 판단력을 알고리즘에 외주 주거나 타인에 대한 모방으로 때우는 일이 빈번해진 이유다.  - P16

바로 이 지점부터 기존 재료로 인지적 차별점을 만들어내는편집 능력이 중요해진다. 조리의 기본기와 실전 경험을 갖춘 사람이라면 식재료가 발에 차이게 많은 과잉 공급 환경에 놓여도차분하게 비전을 그릴 것이다. 재료의 산만함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계획과 속도대로 식탁을 차려낼 것이다. - P16

나는 에디토리얼 씽킹이 정보 과잉 시대의 조리 기본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적 스킬 차원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두 옥타브 솔의 목소리를 가진 7세 어린이 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썼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소화하기 버거운 사건을 겪을 때마다 편집이 지닌 놀라운 힘을 체험했다. - P16

 니콜라 부리요가『포스트프로덕션』에서 쓴 문장처럼 ‘우리가 리얼리티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몽타주‘일 뿐이다. - P17

테드 창이 『숨』에서 쓴 아래 문장처럼.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P17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작은 실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의지박약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고, 다른 사람은 작은 성취의 순간을 유독 예민하게 그러모아서 ‘나는 마음먹으면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자아상을 그리기도 한다. 객관적 사건의 양상보다는 해석과 의미 부여가 인지적 차별점을 만든다. - P17

지난 20년간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하고, 뒤죽박죽 난장판 같은 사건과 사실이 끊임없이 들이닥친다. - P18

스물두 살 이후 인생의 절반을 에디터로 살았다. 무작정 달려들고 대차게 깨지고 한없이 작아지고 이따금 살아나고 끝끝내 버티고 울고 웃고 하면서 온 마음으로 일했다. 그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업에 대한 자긍심을 지킬 수 있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었던 동료 에디터들과 힘든 출간 과정을 함께해준 나의 소중한 편집자 김보희 님에게 특히 감사하다. - P18

Epilogue

책을 쓰는 동안 종종 자문했다. ‘이 책은 정체가 뭘까? 일에대한 에세이집인가? 에디토리얼 씽킹 개념을 잡는 이론서인가?
에디팅과 현대미술의 공통점을 서술하는 인문서인가? 도대체 정체가 뭐지?‘ 끈기 있게 마지막 원고까지 읽어주신 독자를 당황시키는 고백일 수 있지만, 솔직히 지금도 서점 분류 체계의 어느 코너에 이 책이 꽂힐지 감이 오지 않는다. - P217

『에디토리얼 씽킹』은 순전히 개인적 동기로 집필했다. 에디터 근속 20주년을 맞아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면서 책을 썼다. 해외여행이나 귀한 물건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만, 인생의 절반을 바친일의 의미를 고유한 언어로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남기는 것보다 더 큰 선물은 없겠다 싶었다. - P217

. 20년 동안 몸으로 체득한 에디팅 방법론을 세세하게 단계별로 펼치고 분류하고 재인식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작업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깜찍한 야심도 있었다. 장르, 산업,
시대를 불문하고 채집한 시각 자료, 논문, 밈, 참고도서를 종횡으로 오가면서 맥락을 만들고 이야기 타래를 풀어가려고 했다. - P218

세상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이 있다.
일을 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시험이나 검증 과정을 통과하는 직종과 달리 잡지 에디터, 콘텐츠 에디터는 사실상 누구나 될수 있다. 예전에는 미디어사 공채 시험을 통과하거나 경력직으로 입사해 편집부에 소속되면 에디터라고 불렸는데, 세상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되는 요즘에는 딱히 그런 경계가 없다. - P218

 이런 에피소드들이 쌓여내 안에서 커다란 질문이 되었다.

에디터는 전문가일까?
에디터의 전문성은 어떻게 정의할까?
전문가로서 에디터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까?

위 질문에 답하려 애쓰다보니 이 책이 나왔다. 요리에 빗대어 생각하면 복잡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요리를 한다. 그렇다고 셰프의 전문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요리를 꽤 잘하는 일반인과 전문 셰프의 차이가 무엇일까? - P219

 에디팅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나 에디팅 기술을 활용해 상대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 P219

나는 에디터가 원고 편집이나 윤문하는 사람, 혹은 마케팅머티리얼 제작 말단의 업무를 대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를 가시화하는 전문가‘, ‘문자 언어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 P220

 에디터에 대한 인식이 중구난방인 현실에서 이 책이 에디터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는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좋겠다. - P220

글을 쓰는 동안 에디터의 레이더가 언제나 바깥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에디터는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이들에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새로 뜨는 맛집 목록부터 노동요 플레이리스트까지 삶의 구석구석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려 안달하고 묻고 취재하고 듣고 다닌다. - P220

"에디터 최혜진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한 지난 20년 동안,
에디터 일은 소심하고 파리했던 나의 자아를 부드럽게 떠밀면서 먼 바깥으로, 조금 더 먼 바깥으로 나아가게 했다. (중략). 더 나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했다. 그렇게 내 삶의 의미를 스스로 써내려가는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나에게 오직 좋은 것만 주었던 내 일에 보내는 감사 편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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