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어떻게 보면 익스펜더블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드는 게 더 실용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예를 들어, 목숨이 걸린 임무에 두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생겼을 때 그런 임무에 진짜 사람 목숨을 걸고 싶지는않을 테니 말이다. - P278

익스펜더블을 활용한 지는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이오 프린터는 그보다 훨씬 전에, 칭시가 발사되기도 훨씬 전에 개발되었다. 매니코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저 신기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 P279

하지만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해, 나중에는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거듭한 결과, 그들의 이론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이오 프린터에서 나온 것은 인지 능력이나 신체적능력이 신생아보다도 낮은, 껍데기뿐인 텅 빈 몸이었다 - P279

그러다 매니코바가 나타났다.
앨런 매니코바는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쥔 에덴 정치 명문가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만약 타고난 팔자대로 인생을 끝내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그런 팔자를 마다할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 - P280

그는 소시오패스이기도 했다. 계속 읽다 보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 P280

(전략). 1년쯤 지나자 언론은 흥미를 잃었고 사람들도 매니코바가 자신의 회사에서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어졌다.
5년 후 매니코바는 토크쇼에 출연해 마침내 인간의 정신을기록하고 복제하는 비법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 P281

그러나 매니코바는 그중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에 유니버셜이터니티를 포함한 모든 자산을 현금화했다. (중략). 1년 후 매니코바는 맞춤 제작한 항성 간 이동 우주선에 각종 장비와 기기, 데모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복제 프로토타입을 싣고 홀로 궤도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 P282

(전략), 매니코바는 에덴에서 7광년 떨어진 곳에 (중략).
첫 정착민들이 지은 상륙 거점의 이름은 골트였다.
(중략)
골트의 건국 이념은 ‘철저한 자유‘와 ‘자립‘이었다. 행성에 착륙한 120명의 정착민들이 하나같이 공동의 선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중략) ‘도와주세요, 죽어 가고 있어요‘라는 요청에 대한 철저한자유‘를 바탕으로 한 대답은 그러게 짐을 꼼꼼히 챙기지 그러셨어요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 P283

그 결과 매니코바가 도착했을 당시 골트에는 주민 1만 명이 분열된 채 살고 있었다.  - P283

마샬이 내게 여러 번 강조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간을 만들려면 엄청난 자원이 든다. 특히 칼슘과 단백질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지만 그 밖에도 첨가해야 할 성분이한둘이 아니다.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바이오 프린터에잔뜩 넣을 수도 있지만, 필요한 영양분을 채우려면 밀, 소고기,
오렌지 따위가 산더미만큼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폐기물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 P284

.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주민들은 사람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매니코바는 그때까지 골트 사회 특성상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자들을 납치하곤 했는데, 그런 사람들마저도구하기 어려워지자 가족과 친구가 있는 이들을 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 P285

골트가 좀 더 상식이 통하는 사회였다면, 꼭 단일 정부가 있는 국가가 아니라 정치 세력끼리 가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이기만 했어도, 매니코바를 멈출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가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확실해졌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행성 인구의 2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수적으로 열세였다. 안타깝게도 골트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아니었다. - P285

애초에 골트로 떠난 이들은 에덴에서 평판이 딱히 좋지 않았기에세월이 흐르고도 그들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남의 일 또는 인과응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하지만 에덴 의회는 매니코바가 언젠가 다른 세계에도 위협이되리라고 생각하고 조치를 하기로 했다. - P286

여러분도 눈치챘겠지만, 애초에 잘못된 계획이었다.
첫째, 에덴의 정의가 골트에 도착했을 때 매니코바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고 또 바이오 프린터에 넣으면서 18년가까이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온 상태였다.
둘째, 에덴의 정의가 골트에 몰래 접근할 방법은 없었다. 우주선이 감속할 때 내뿜는 불꽃은 1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정도여서 위장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셋째, 무엇보다 앨런 매니코바는 누군가 자신에게 싸움을걸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사람이 아니었다. - P287

골트에서 에덴 다음으로 가까운 곳에훨씬 최근에 건설된 파흠이라는 가난한 2세대 개척지가 있었는데, 이 행성도 골트의 메시지를 받았다. - P288

 에덴의 정의는 감속할 때 발생하는 불꽃에 뒤통수를 맞았다. 총알 작전은감속할 필요가 없어서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물체가0.97c의 속도로 이동할 때, 행성 하나를 달걀 쪼개듯 터뜨리는데 필요한 질량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빛의 속도로 다가오는 공격을 방어할 방법은 없고, 물체가 날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파는 물체가 도착하기 몇 분의 1초 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공격이 오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 P288

하지만 누구도 파홈을 비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매니코바를 비난했고, 그 후 유니언 대부분 지역에서 중복된 익스펜더블은 아동 납치범이나 잔혹한 연쇄살인범보다도 못한 취급을받게 되었다. - P289

18장

(중략), 오늘 오후 에잇과 마주친 뒤 분명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테고, 그녀가 혐오스러운 대상을 그냥 봐 넘길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90

[Mickey8]: 안녕 캣, 밀린 일 좀 하고 있느라 응, 시간 있어.

내 아이디가 Mickey8이라고 표시되는 것을 보면 볼수록 기분이 묘했다. 이름 뒤 8이라는 숫자를 보며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마 익스펜더블이 아닌 누군가가 자기 이름이 적힌 묘비 앞을 지날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리라. - P291

"도대체, 식량난에 시달리는 판국에 누가 운동을 해?"
"사정이 있어. 어젯밤에 네가 나샤를 방으로 다시 데려올 것같아서 체력 단련실에 갔다가 캣을 만났거든." 내가 말했다.
"굳이 말해 두자면, 그러긴 했지."
나는 매섭게 에잇을 쏘아보았다.  - P292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부기는 많이 빠졌지만, 아직 붕대를 감고 있었다.
"모르지. 붕대를 풀어도 되지 않을까?"
"안 푸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직 멍이 보여. 뭐・・・・・・ 글쎄 모르겠다.…………. 계속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되려나?" - P292

체력 단련실로 가는 길 중간쯤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Mickey8]: Archi**?

무슨 소리지?
[Mickey8]: 에잇?
[Mickey8]: 뭐라고?
[Mickey8]: Co m......ren?
[Mickey8]: 대체 뭐야. - P293

"그래서, 음・・・・・・ 운동할 거야?"
캣이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니, 운동은 안 할 거야. 우리가 체력 단련실에 온 이유는 너랑 단둘이 이야기할 장소가 필요해서야 개척지에서 나 말고 누구도 제 발로 찾지 않는 장소는 여기밖에 없거든." - P294

계속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말했다. "저기, 왜 여기서 만나자고 했어?"
"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자. 네가 두 명인 거 알아. 너는 나와 오늘 아침 식사를 같이한 미키야. 어젯밤에 내 침대에서 잔 미키. 손을 다쳤고 오늘이 쉬는 날인 미키 몇 시간 전에 내가 복도에서 마주친 다른 미키는 손이 멀쩡하고 종일 토마토를 돌봤어. 어떻게 된 일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너희는 중복됐어." - P295

"오해하지 마.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건 절대 아니야. 생명공학부 사람들한테 뭐라고 했길래 널 중복으로 만들어 줬지? 관계자들 모두가 사형에 처해질 중죄 아냐?" - P295

우리는 한참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를 여기로 왜 불렀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를 죽이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협박을 하려는 기미도 없었다. - P296

"네가 불멸의 존재라고 생각하느냐고. 여태 한 일곱 번쯤 죽었나?"
(중략)
"뭐 어쨌거나 넌 우주선을 타고 미드가르드를 떠날 때와 같은 사람이야?"
생각해 볼 문제다.
마침내 대답했다. "음, 당연히 같은 몸은 아니지." - P297

이런 중복 문제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난밤 그녀가 아니라나샤와 있었을 테지만,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그 자리에 선 채로 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해 내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녀가 발꿈치를 들어 내 뺨에 키스했다. 그러고는 뒤로물러서서 슬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문을 열었다.
"다른 미키한테 안부 전해 줘!"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서서 입만 달싹이는 나를 남겨 두고 - P299

방으로 돌아가니 문이 잠겨 있었다. 오큘러를 스캔하고 잠금장치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밀어 열었다. 안이 캄캄했지만,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 덕분에 침대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나체로 누워 있었다. - P299

"에잇."
내 부름에도 에잇은 이렇게만 말했다.
"세븐, 문 닫아"
나는 문을 닫았다. 오큘러가 적외선 모드로 바뀔 만큼 주변이 캄캄했다. - P301

"에잇은 지금 네 여자를 훔쳐 가려는 거야. 이제 어쩔 거야?"
나샤가 낮은 목소리로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렸다.
"에잇, 이야기했잖아. 나샤를 끌어들이기 전에 나한테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런, 진정해. 너희 둘이 엉큼하게 벌인 일을 사령관한테 일러바칠 생각은 없으니까." 나샤가 말했다. - P301

물론 캣의 심기도 거스르고 싶지는 않다. 경비대원들도 성깔 있기는 마찬가지다.
나샤가 말했다. "들어 봐. 다 괜찮을 거야. 그냥 너희 둘 다조용히 지내면서 한 사람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자살 임무에서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돼.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미키이 되면 되고, 모두에게 영원한 해피엔딩이지."
"뭐, 거의 모두라고 해야겠지." 에잇이 말했다. - P3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