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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단행본으로 펴내기에는 그리 길지 않지만읽기에는 녹록치 않은 글입니다. 아주 많은 인물과 사건, 인물과 인물간의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우리의 관심을 끌지 않을 것 같은 몹시 미세한 이탈리아 전쟁사와 사건들, 마키아벨리가 슬쩍 감춰놓은 자신의생각, 과감히 생략된 글 등이 곳곳에 지뢰와 부비트랩처럼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 P4

교향악을 감상하듯이

먼저 교향곡과 비교하며 《군주론>을 음악적으로 들어보십시오. 《군주론》은 마치 장중한 서곡으로 시작하는 1악장, 가곡 형식으로 완만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2악장, 흥겨운 춤을 연상케 하는 스케르초의 3악장, 빠른 소나타로 끝내는 4악장의 순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교향곡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교향곡 한 곡을 듣듯이 《군주론》을 음악적으로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 P5

정치학에서 인민 또는 시민, 국민, 백성, 대중만큼 장중하고 무거운 주제는 없습니다. 정치는 어떤 형태이든 소수의 지도자와 다수의 인민또는 시민의 관계로 이루어지고, 정치학은 그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주 어렵고 힘듭니다. 마키아벨리는 1부에서 군주국의 유형에 따라 상이한 군주가어떻게 인민을 대해야 하는지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세밀하면서도 정교하게 증명합니다. - P5

4악장에 해당하는 4부는 말 그대로 피날레에 해당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모든 것을 정리하는 동시에 과제를 부여하는 부분입니다.
마키아벨리의 글은 이제 거침이 없어집니다. 3부에 그나마 남아 있던 논증이라는 허울을 완전히 벗어던져 버립니다.  - P6

정글에서 살아남듯이

《군주론》의 주제는 매력적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읽어보고 싶어 하지만 사실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짧은 글 안에 등장하는 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마키아벨리 기준으로 1,500년에서 2,000년 전인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인물들이 뒷짐을 지고 ‘어흠 어흠‘ 하며 불쑥불쑥 등장합니다. 마키아벨리 바로 이전 시대와 당대의 인물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흠~ 흠!‘ 하며 고대 인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옵니다. 마키아벨리는 고대 인물들과 당대 인물들을 자세한 설명 없이 비교해 놓고 있습니다. - P8

마키아벨리는 이런 인물들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명제처럼 정리한 주장을 이해하라고 툭 던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일반적인 상식과 도덕의식에 비춰본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입니다. - P8

더 큰 어려움이 우리를 가로막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장과절이 무척 짧습니다. 그런데 담고 있는 내용이 지나치게 많고 큽니다.
그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을 단 몇 줄로 요약해 버립니다. 당대의 현실 정치인을 한두 단락으로 처리해 버립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식에 반하는짧은 격언식의 주장을 폭탄처럼 툭 던져놓습니다. 잠언식 글쓰기로 유명한 니체가 마키아벨리의 글쓰기를 존경했던 이유를 알 듯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만약 복잡하게, 길게, 장황하게 논증해 가면서 500쪽짜리 책을 써서 군주에게 헌정한다면 어땠을까요? 두말할 필요 없이 군주는 책을 받자마자 집어던졌을 겁니다. - P9

다양한 종류의 글, 파도를 넘어서듯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글 구조의 다양성 때문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우리가 이해하기쉽게 서론 본론 결론으로, 또는 기승전결의 형태로 글을 정리해 놓지 않았습니다. 26장은 네 개의 부로 나눌 수 있고, 각 부의 구조가 서로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글을 읽다가 《군주론》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각 장의 구조 또한 파악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이 서로 다른 형태의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필요에 따라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 소결론을 내리기도 합니다.  - P10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당대의 최고 문필가답게 《군주론》 1부를 차가운 논문 형식에서 출발하여 마지막 4장을 격정에 찬 최고조의 웅변으로 마무리합니다. 독자는 이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군주론》에 사용된 다양한 글 구조와 형태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군주론》을 즐기는 좋은 방법입니다. - P11

겉말에 속지 않듯이

우리를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겉으로 하는말과 속으로 하는 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헌정하여 관직을 얻고 싶어 합니다. - P11

예컨대 마키아벨리가 처음부터 "군주란 인민을 보호해야 한다"라는말을 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글을 읽는 자가 맘 좋은 군주라면
"미친 놈!" 하고 끝날 것이지만, 그가 전제적인 군주라면 "저놈을 잡아들여 고문해 보아라! 틀림없이 뭔가 나올 것이다!"라고 격분할 수도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감추고 또 감추고, 돌리고 돌려서 에둘러 말해야 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은폐· 엄폐 차폐식의 글을 쓰지 않는다면 군주가 《군주론》을 절대 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군주론》을 읽을 때 마키아벨리가 진심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합니다. - P11

2. 전문가의 독서를 넘어서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되새김질하여 쓴 책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군주론》이 워낙 호기심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처세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의 대상인 이유는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야 잘먹고 잘살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처세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우리가 사는 현실이 정직하게 살면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직하지 않게살아야 잘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P12

지금까지 《군주론》이 어떻게 논의되고 이야기되고 있는지를 간단히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마키아벨리를 공화주의자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중략)
둘째, 마키아벨리를 군주론자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중략)
셋째, 마키아벨리의 이론을 맑스주의적 정치이론으로 해석하는 경우입니다.
(중략)
넷째, 운을 뜻하는 포르투나 fortuna와 역량을 뜻득하는 비르투 virtù로 《군주론》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 P12

다섯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처세에 관한 글로 읽는 방식입니다. 주로 해설서나 응용서의 형태로 출판되는 글입니다. 다양하게 삶을 영위하는 아주 많은 독자가 《군주론》을 처세서로 읽곤 합니다. 주로 《군주론》 전체에 걸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군주상을 뽑아내고, 이를 현실에 맞추어 해석하는 방식입니다.  - P13

3. 나망위 《군주론》을 위하여

이 글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 방식으로 "다면적 심층독서법multi-facial and deep reading" 또는 "다관계적 심층 독서법multi-relational and deep reading"을 제안합니다.
이 독서법은 우선, 전체 목차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읽고있는 지점이 《군주론》의 어디쯤인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보물지도를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확인한다고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수 있고, 닥쳐올 위험과 고난도 피할 수 있으니까요. - P14

둘째, 인물과 인물의 활동 내용, 그 인물들 간의 관계, 다양한 사건들의 내용과 상호관계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마키아벨리가 무수히많은 인물을 아주 간단히 처리한다는 점, 등장시킨 인물에게는 반드시어떤 역할과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 논증을 하려고 고대 인물과당대 인물을 비교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건도 위와 마찬가지입니다.  - P14

거듭 강조하지만, 속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마키아벨리가 왜 그말을 했는지를 그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그가 답해 주지 않으면 거듭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그래도 대답해 주지 않으면, 이 책을 헌정 받는 메디치에게 "지금 이 문장, 단락, 절, 장을 읽는 기분이 어떠냐?" 질문을 하십시오. 이 책 속에 나오는 교황에게 "지금 이 문장을 보면서어떤 기분이 드냐?" 하고 질문을 던지십시오. 당대의 무장 실력자들인 용병대장과 용병들에게 "이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드는가?"라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래도 속말이 이해되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내가 이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지?‘ 하는 질문을 던지십시오. - P15

연구 방법에 대하여

이 절을 정의하자면 ‘연구 방법에 대하여‘이다. 앞에서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좋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지만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여기에서 비로소 좋은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그것은
‘군주와 인민‘, ‘군주와 인민의 관계‘이다.
그는 군주와 인민, 양자 간의 관계를 설명하려면 두 가지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P38

마키아벨리는 지도를 그리려는 자와 군주를 연구하려는 자를 비교한다. 낮은 지역을 그리려는 자는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인민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높은 곳에 있는 군주의 눈으로 아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 P38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멋진 군주가 되려면 귀족 • 부자 · 관료 · 군인을 염두에 두지 말고 오로지 인민의 본성만 이해하라. 인민에게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는 군주가 되려면 오로지 인민이 군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만 생각하라. 바로 이것이 《군주론》 연구 방법의 핵심이다. 따라서 《군주론》에는 조감도적인 군주의 시선과어안도적인 인민의 시선만이 존재한다. 나머지는 다 사족일 뿐이다.
그가 이런 연구 방법론을 자신의 입으로 말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 P39

18장
군주는 자신의 약속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

서론은 <교활함이 진실을 이긴다>이다. 마키아벨리는 여기서 군주는 약속을 잘 지키기보다는 속임수를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론은 이론과 사례로 나눠져 있다. 이론 부분은 <군주는 짐승과 인간으로서 싸워야 한다>와 <여우와 사자>이다. - P575

교활함이 진실을 이긴다¹

약속을 지키며 속임수를 쓰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군주가 얼마나 훌륭한지는 모든 사람이 다 압니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의 경험들을 돌아보십시오. 자신의 약속을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속임수로 사람들의 머리를 멍하게 하는 방법을 아는 그러한 군주들이 커다란 업적을 남겼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군주들이 마침내 정직성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군주들을 정복했음도 알 수 있습니다.¹ - P577

약속을 잘 지킨다는 평가를 추구하는 것의 어려움

(전략), 이는 당신에게 해롭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약속을 현명하고 올바르게 준수한다면 여러 군주(소수 신민)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반면, 당신이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곧장비난을 퍼붓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군주들(신민) 사이에서 약속을잘 지킨다는 평판을 유지하려면 한번 내뱉은 말을 무조건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 P578

때로는 약속 파기가 필요하다

군주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약속 준수의 미덕을 발휘할 수 없으므로, 현명한 군주라면 때때로 약속을 준수하지 않는 자라는 평판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군주가 점점더 약속해야 할 일이 많아지지만, 이 모든 약속을 다 지킬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P579

거짓말 잘하는 자와 정직한 자 중 누가 살아남는가? 마키아벨리의 답변은 간단하다. 누구나 다 정직하고 신실한 자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자는 십중팔구 살아남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진 것도 다 빼앗긴다. 누구나 다 밥 먹듯 거짓말하는 자를 미워한다. 하지만 그런 자는 살아남을 뿐 아니라 남의 것도 빼앗아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18장은 이에 대한 논증이다.
더 나아가 질문을 던져보자. 거짓말 잘하는 자와 정직한 자 중 누가선한가? 또는 누가 바람직한가?  - P579

거짓말이 필요악이 아니라 필요선인 경우도 있다. 더 큰 선을 위해서 필요한 경우엔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름이다. 거짓말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하지 않으면 그것은 올바르지 못함이다. 거짓말은 불가피하다.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너무나 냉혹해서 인간의 미덕을해친다. 마치 죽어가는 아버지 앞에서 자식이 죄를 지어 감옥에 갇혔다고 너무나 정직하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P580

군주는 짐승과 인간으로서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싸움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실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법을 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힘으로 하는 것입니다. 전자는 인간에게 적합한 것이고, 후자는 동물들에게 적합한 것입니다. 그런데 군주는 종종 전자만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당연히 후자에 의존해야만합니다. - P580

마키아벨리는 군주에게 법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지혜와 힘으로 나타나는 동물의 무기를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 근거로 케이론을 든다. 고대의 영웅들이 반은 인간이고 반은 짐승인 케이론에게 교육받은 이유는 케이론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 P582

이런 의문을 가져보자. 아킬레우스는 진정 교활한 자인가? 우리는왜 마키아벨리가 아킬레우스더러 교활하다고 평가했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마키아벨리가 직접 그를 교활하다고 말하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쳐버렸기 때문이다. - P582

우선 아킬레우스가 더는 전쟁을 하지 않고 회군하겠다고 거짓말로아가멤논을 압박했다. 이는 《일리아스》 초반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 주변 연합국을 공격해 많은 승리를 거둔다. 그승리의 대가로 크리세이스와 브리세이스라는 두 미녀를 전리품으로얻었다. - P583

마키아벨리는 아킬레우스를 교활하다고 평가하며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털어버리라고 말한다. 교활하지 않고서는 영웅이 될 수 없다고 다음과 같이 넌지시 제시한다.
‘용기와 용맹의 상징인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도 사실은 교활했다.
그러므로 일개 군주에 지나지 않는 자는 얼마든지 간교하고 교활해도좋다. 하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이야 더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 P585

여우와 사자그렇다면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군주는 동물들 중에서도 여우와 사자¹를 선택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여우는 늑대들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함정을 알아차리려면 여우가 되어야만 하고, 늑대에게 공포를 주려면 사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 P586

1 마키아벨리가 묘사한 동물은 ‘반은 여우, 반은 사자의 모습을 한 야누스를상상하면 된다. 여우는 어리석은 사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사자는 힘으로 여우를 위협하는 늑대를 제압하는 역할을 한다. 군주라면 힘과 간지를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 P587

다시 인간론이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이란 사악하고, 지나치게 단순하며, 눈앞의 필요에 굴복하며, 언제든지 기만당할 마음을 준비하고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위의 네 가지는 거짓말이 왜 필요한가, 인간은 왜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속는가, 군주는 누구를 속여야 하는가를 설명해 준다. - P587

 인간은 사악한 존재이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상대방을속이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군주인 나도 상대방을 속여야한다. 이는 현실이다. 반대로 인간이 선량하다면 약속을 지킬 것이므로, 군주인 나도 상대방을 속여서는 안 된다. 이는 이상이다. - P587

인간은 왜 사기를 당하는가? 사기꾼이 보여주는 눈앞의 이익에 속기때문이다. 사기꾼의 수법은 아주 간단하다. 가령 1,000만 원을 투자하면월 50만원을 주고, 2000만원을 투자하면 월 100만 원을 준다. 이렇게 세달만 계속하면 고액 투자자가 수십 명으로 늘어난다. 이것으로 사기 끝이다. 사기꾼은 오로지 단순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는 인간의심리만 이용한 것이다. - P588

반대로 말해보자. 속고 살지 않으려면 기만당할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러러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조금 더 멀리 생각하라. 그 이전에 상대방을 속일 생각을 하지 마라. 그러면 상대방도 속이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P588

알렉산데르 6세는 거짓 맹세자

저는 최근의 사례 가운데 한 가지에 대해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알렉산데르 6세는 사람들을 속이는 일만 했으며, 속이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꿈꾸지 않았습니다. 그는 항상 속일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 P588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속과 맹세는 조금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맹세는 약속이나 목표를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고, 약속은 장래의 일을 어떻게 하겠다고 상대방과 미리 정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죽을 때까지 사랑할게!"라고말하는 것은 맹세이고, "다음 생일 때는 반지를 하나 사줄게"라고 말하는 것은 약속이다. 전자는 잘 지키면 신뢰와 믿음이 쌓이는 반면에어기면 배신이 된다. 후자는 지키면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고 어기면 거짓말이 된다. - P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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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적혀져있으나, 너무 한국어로 적용되어서인지 읽기가 힘듭니다.
내용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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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872년 4월 초에 열린 조지 메리트 살인 사건 공판 때 가서야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의 병 상태가 분명히 드러났다. 킹스턴아시지즈에 있는 법원²의 재판장 앞에 선 20명의 증인 가운데 세 명이 이 서글픈 대위에 대해 아는 바를 털어놓자 법정은 깜짝 놀랐다.

2) 당시 이곳랑 런던이 아닌 서리 관할의 재판정이었다. - P32

윌리엄슨 형사는 마이너가 그런 주장을 몇 차례나 했다고 진술했다. 크리스마스 직전, 마이너는 미국 뉴헤이번의 경찰 국장을 설득해서 런던 경시청에 편지를 보내게 했다. 마이너가 느끼는 두려움에대한 내용이었다.  - P33

오늘날 같았으면 이런 마이너의 행동은 도움을 구하는 전형적인 절규로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윌리엄슨 형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다만 일지에 마이너가 ‘돌았음‘이분명하다고 적는 것 외에는 아무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증인이 나섰다. 그는 미국인 마이너가 홀스몽거 레인교도소 감방에서 구류를 살 때 지켜본 바를 밝혔다. - P33

. 그는 정신병원인 ‘베들레헴 병원‘에 고용되어 일했다. 그곳은 어찌나 무시무시한 곳이었든지 병원 이름 자체가 우리에게 오늘날의 bedlam (미친 짓, 발광)‘이라는 어휘를 떠오르게 한다. - P34

경찰 조사 기록에는 범죄 동기를 상상해서 적은 내용과 함께 마이너가 명백히 비정상적이라는 대목이 나와 있다. 매일 밤, 마이너는심문하는 경관들에게 자기가 잠든 사이 모르는 사람들이 방에 왔다고 했다. 그들은 대개 하류 계층 사람들이거나 아일랜드인이었다.
사내들은 자기를 괴롭히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폭력을 행사한다고 했다. - P34

법정은 침묵 속에서 그의 진술을 들었다. 집주인인 피셔 부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녀는 열쇠가 없으면 아무도 밤에 집에 들어올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그날 밤 식구 모두 곤히 잠들지 않았다고 했다. 침입자가 있었을 리 없다고 했다. - P35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간단하지만 슬픈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교육받은 문화인이었고 외국인이며 애국자였다. 계속해서 범죄를 저지르고 수차례에 걸쳐 재판정에 서는 다른범법자들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법은 피고가 처한 상황과 정황에 관계없이 정확하게 적용되어야 했다. - P36

재판장은 배심원단에게 이번 사건에는 유죄보다는범죄의 책임을 판단하는 맥노튼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죄수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인지라 지금까지 들었듯이 망상에 사로잡혀서 조지 메리트를 살해했다면, 배심원단은 영국 법률 사상 특별히 관대한 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평결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심원단은 정신 이상을 근거로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에게 무죄를 선언하고, 그에 대한 사후 처리는 재판장에게 맡겨 재판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대로 결론을 내렸다. - P36

그러나 재판장은 그에게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오늘날도 이따금 선고되는 판결로, 굉장히 무서운 내용을 함축하는 내용인데도 말로 들을 때는 그럴 듯하게 들리는 문장이었다.
「귀하는 여왕 폐하께서 호의를 베풀어주실 때까지 안전한 보호 아래 구금될 것입니다. 닥터 마이너.」재판장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했다. 이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전혀 예기치 못한 앞날을 암시하는 판결이었다. 오늘날까지도 그 효과는 영국 언어학계에 반향과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P37

닥터 윌리엄 C. 마이너, 의사, 미국 군인, 유서 깊고 명망 높은 뉴잉글랜드 가문 출신의 오만한 그는 이후 공식적으로 브로드무어 742번 환자가 되어 영국에 억류당했다. 즉 정신병자로 영원히 구금 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다. - P37

2. 소떼에게 라틴어를 가르친 사람

비석 만한 크기의 책 열두 권으로 된 사전을 만드는 데 70년도 넘는 세월이 걸렸다. 이 사전이 나중에 세계 최고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되는 사전의 초판이었다. 영웅적이고 충성스런 헌신이 빚어낸 이 학문상의 걸작은 1928년 『새 영어 사전 New English Dictionary』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되었지만, 1933년 처음으로 증보판이 발간되었고 그것이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되었다


1) 여기서 언급되는 『새 영어 사전』은 후일 『옥스퍼드 영어 사전』으로 이름이 바뀌어 정착되므로 이후에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으로 표기하겠다. - P40

영어가 대단히 방대하고 복잡한 언어인 것처럼 옥스퍼드 영어 사전 또한 대단히 방대하고 복잡한 책이다. 이 사전에 수록된 어휘는50만 개가 넘는다. 2천만 개의 문자가 나와 있으며, 최소한 초판본에 실린 인쇄 글자 수만 해도 쭉 펴놓으면 대단한 거리다.  - P40

대부분의 사전과는 달리,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영어 출판물이나 영어로 쓴 문서에서 인용을 발췌해 어휘의 뜻을 정의하는 방식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즉 인용문을 도입해서 각 어휘마다 어떤 의미로 어떻게 쓰이는지 그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 P41

출판된 인용문을 골라서 수집함으로써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각 어휘의 성격을 대단히 정확하고 폭넓게 보여줄 수 있다. 인용문은 그 어휘가 수세기 동안 어떻게 쓰였는지, 세세한 의미나 철자, 발음의 변화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확연히 보여준다.  - P41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날 옥스퍼드영어 사전은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들고 판매가가 가장 비싼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비싸기는 해도 가격을 훨씬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 책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인쇄되고 있으며 여전히 잘 팔린다. 따라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어느 도서관에서든 기본 장서로서 첫 손가락에 꼽히며, 참고 자료로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이용되는 책이다. - P42

. 일부에선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문체가 구식이고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너무 거만하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bloody (빌어먹을)‘ 같은 평범한 욕설을 다루면서도 사전 편집자들이 얼마나 신경질날 정도로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냐고 반문한다. - P42

하지만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발췌와 철자법의 선택면에서 유별난 데가 많다는 점은 그들도 인정한다. 최근 규모는 작지만 나날이발전해가는 학문 관련 산업 부문에 몸담고 있는 현대의 학자들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발견되는 남녀 성차별주의, 인종 차별주의 및야단스럽고 케케묵은 제국주의적 태도에 불만을 토로한다. - P44

앞으로 읽게 될 이 이야기에는 두 명의 protagonist(주인공)‘가 나온다. 둘 중 한 사람은 마이너라는 미국 출신의 살해범인 군인이고, 그 외에 주인공이 한 사람 더 있다. - P44

하나의 이야기에 프로타고니스트가 둘, 혹은 셋이나 열이라고 하면, 요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옥스퍼드영어 사전 편찬 당시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라는 단어의 사용을 둘러싸고 사전 편찬의 논쟁이 떠들석하게 벌어졌다.  - P45

protagonist라는 단어는 이야기나 대회, 경쟁 등에서 ‘최고의 인물‘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될 때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어휘이다. 다른 익숙한 단어들처럼, 1928년에 발행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초판에 이 단어에 대한 정의가 충분히 그리고 적절하게 내려져 있다. - P45

protagonist를 예를 들어 보면 처음에 나온 3개의 인용구는protagonist란 어휘가 어떻게 문자 그대로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은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지 보여준다. 그 다음에 나오는 3개의 인용구는 protagonist란 어휘가 약간 다른 의미로 ‘어느 대회에서 앞서나가는 인물‘을 뜻하는 경우를 보여준다. - P45

첫번째 의미인 ‘드라마에서 주역을 맡은 사람‘의 의미로 쓰인 글가운데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진이 찾아낸 가장 오래된 인용구는1671년 존 드라이든¹의 글이다. 인용구는 이렇다.
"타락한 자들 ・・・ 나의 프로타고니스트들 혹은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만든 책임은 모두 내게 있나니."

1) 1631-1700 영국의 시인 극작가, 비평가 - P46

프로타고니스트의 인용구는 다른 것들과 달리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 인용구에서 드라이든은 새로 만든 어휘의 의미를 문장에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어휘가 쓰인 시기와 그 의미를 단 한 명의영국 작가가 밝혀주었으니, 사전 편집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었다. - P46

이 단어가 새로운 인용문을 덧붙이고 다시 나타난 것은 1933년 개정판이었다. 이 사전의 원본이 출판된 이후 수십 년 사이에 축적된새 단어와 새로운 의미로 쓰인 예문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으므로 개정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 즈음 ‘프로타고니스트‘의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었다. 즉 ‘어떤 게임이나 운동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었다. 1908년에 발간된 잡지 『더 컴플리트론 테니스 플레이어 The Complete Laun Tennis Player』에서 위의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문장이 나타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영어 관련 저서라 할수 있는 헨리 파울러의 『현대 영어 용법 Modern English Usage』이 1926년 처음 발간되었는데, 이 책에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인용된 드라이든의 용법과는 반대로 ‘프로타고니스트‘란 어휘가 오직 단수로만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P48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프로타고니스트‘가 필요에 따라 단수 혹은 복수로 쓰일 수 있는 어휘라는 견해를 뒷받침하는 새 인용구를 예시한다. 즉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조지 버나드 쇼는 1950년 "배우들은
‘프로타고니스트들‘이 대화하는 동안 자기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가되어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고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쓰고 있다. - P48

이 책의 주인공 이야기를 하다가 좀 다른 쪽으로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의 프로타고니스트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이미 앞에서 밝혔듯이, 닥터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로 정신병에 걸린 미국인 살인범이다. 또 한 사람의 프로타고니스트는 우연히도 평생 마이너와 이리저리 얽히게 되었으나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산 제임스 오거스터스 헨리 머리다. 두 남자의 일생은 오랜 세월에 걸쳐 표현하기 힘들 만치 묘하게 얽히게 된다. - P49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연구 생활로 되돌아갔다. 지식 추구의 방향을 새로이 해서 매일 통근길에 힌두스타니어(Hindustani)³와 아케메네스 왕조⁴ 페르시아어를 공부하고,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런던 경찰이 된 사람들의 사투리를 듣고 스코틀랜드의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또 캠버웰 조합교회에서 ‘인체와 그 구조‘에 관한 강연을 하기도 했다. 

3) 힌디어에 아라비아어 페르시아어기 혼입된 말로 인도의 공용어.
4) B.C. 550~331년경 고대 오리엔트의 거의 전역을 지배한 이란인 왕조 - P54

매기가 세상을 뜨고 1년 후 머리는 다른 젊은 여성과 약혼했고,
다시 1년 후 결혼했다. 그가 매기 스코트를 사랑하고 존중한 것은사실이지만, 두 번째 부인 에이더 루스번을 무척 사랑하고 존중한것 또한 사실이었다. - P55

만약 두 사람의 우정이 없었다면, 머리의 언어학에 대한 관심은아마추어로 열심히 노력하는 정도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도움을 준 친구는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알렉산더 엘리스였고, 또 한 친구는 옹고집에다가 불손하기로 악명 높은 음성학자 헨리 스위트였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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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을 좋아한 적은 없다.
이것을 읽어도 좋아하게 될 일은 요원해보인다.








(2) 심미적 사고와 상상력의 세련

그렇다면, 심미적 사고의 특징은 무엇인가? 심미적 사고는 형상으로 이루어진 언어 예술 작품에서 깊은 미적 감정을 느낌으로써 이루어진다. 형상은 개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실감나는 감각의 이미지를 의미한다.¹⁴ - P53

또한 심미적 사고는 칸트(Kant, ID)가 말한 일종의 무목적적 목적성에 따른 반성적 사고이다. 곧, 기존 개념의 틀을 참조하여 이루어지는 판단이 아니라 주관적 관조에 의한 미감과 직관, 정동의 형식적인 통일로 이루어지는 사고이다.¹⁵ 기존의 지식과 이념을 단순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작품 속에 들어가 자신의 과거 기억과 경험, 정서 등을 떠올리며 작품과 대화하고 판단하며, 스스로 구성하는 일련의 반성적 활동을 수행한다.

15) Crawford, D. W., 김문환 역, 『칸트 미학 이론』, 서광사, 1995, 제4~5장. - P53

 그렇지 않고 작품을 대상화하여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심미적 사고가 이루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작품과 관계를 맺고,¹⁶ 응답적(responsibility)으로 의미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심미적 사고는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와 변화를 이끌어 낼수 있다. 곧, 독자는 문학 독서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식을 바꾸기도 하고, 존재론적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 독특한 힘은 바로 이 심미적 사고에서 나오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새로운 길을 찾은 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6) 김대행 외 『문학교육원론」에서는 문학적 사고의 특징으로 지적한 ‘전이적 사고‘가 바로 이에해당한다. 김대행 외, 앞의 책, 2000, 제2부 1~3장.
Harvard University Press, 1963, p.58. - P54

▪ 상상력의 유형

우한용 외, 『문학교육론」에서는 상상력은 그 작용에 따라 인식적 상상력을 조응적 상상력, 초월적 상상력으로 나누었다. 인식적 상상력은 세계를 형상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에 개입하는 능력을,
조응적 상상력은 문학을 통한 세계 비판과 관련된 구성 능력을,
초월적 상상력은 세계에 대한 비전을 마련해 마련하는 가능한 모델 창조의 능력을 의미한다. - P54

비이러한 심미적 사고는 상상력을 세련시킨다. 상상력은 일차적으로 대상의 현존 없이도 표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상력을 통하여 독자들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마음 속의 비전 혹은 모델을 구축‘¹⁷하게 된다. 그것은 현실의 경험을 대안적으로 탐구하고 실험한다는 인식론적 의미를 지닌다. 물론 상상력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또 일상생활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17) Frye, N., Developing Imagin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1965, p.58. - P54

(3) 삶의 총체적 이해와 전인적 인간 성장

문학은 가치 있는 경험을 형상화함으로써 인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가능케 한다. 총체성은 ‘사물들이 갖는 질적인 관계‘를 설명하는 철학개념으로, 본질을 구성하는 보편적인 규정들의 총합을 가리킨다. 리얼리즘미학론에 의할 때, 문학에서 다루는 사회 역사적 총체성은 개개의 인간들과 사회 역사적 상황들을 전체적인 연관 아래 예술적으로 결합하는 것을뜻한다. - P55

루카치(Lukacs, G)에 따르면, 문학은 삶의 일면만을 비추는데 그치지 않고,
삶의 단편에 대해 결정적인 의미를 객관적으로 지니는 여러 규정들, 즉 전체적 삶의 과정 속에서의 그것의 존재와 운동, 그것의 특질과 위치 등을 결정하는 여러 규정들을¹⁸ 자체 내적인 연관 관계를 통해 그려낸다.

18) Lucas, G., 이주영 · 임홍배 · 반성완 역, 『(게오르그 루카치) 미학』, 미술문화, 2000. - P55

한편 문학은 인간 존재의 총체성 회복을 꿈꾸며, 또 재건하고자 한다. 문학은 다양하고도 통합된 인간을 탐구한다. 곧, 근대의 파편화된 삶과 제한된사회적 역할 속에 구속된 부분적인 인간이 아니라 가능성을 지닌 전체로서의 인간이다.  - P56

또한 문학 작품은 허구 세계 내에서 경험을 유기적 총체성으로 다룬다.¹⁹ 1작품은 ‘의도적으로 가다듬어진‘ 구조이기에 독자(학습자)들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²⁰

19) 구인환 외, 앞의 책, 2012.
20) Dewey, J., 이재언 역, 「경험으로서의 예술』, 책세상, 2003.

이러한 총체성은 독자들의 일상적 삶에 질서와 원리를 부여한다. 이제 독자는 주어진 일상의 삶에만 기계적으로 충실한 삶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총체적 이상으로 현실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자신의 이상으로 기억과 희망을 연결하고, 자신의 에너지와 현실 환경 조건을 관련지어 총체적 이상을 실현하는 삶이 그것이다.²¹ 이를 통해 독자는 개별적 고립감에서 나아가 세계와 하나가 되어 있음의 총체적 세계 인식을 경험할 수 있다. - P57

공감(sympathy)
공감은 상대방의 느낌, 감정, 사고 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해된 바를 정확하게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문학과 예술은타자에 대한 공감적 이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중요한 매체이다.
공감에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그 사람이 될 수 있는상상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바,
소설의 예를 들면 작가와 작중인물, 서술자와 작중 인물, 인물과 인물, 독자와 인물의 다층적인 공감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 P58

3. 문학교육의 목표

(1) 문학 능력의 향상

교육 목표는 관찰 가능한 학습자의 변화를 드러낼 수 있는 표지이다. 문학교육의 목적이 일종의 포괄적인 상위의 목표라고 한다면, 문학교육의 목표는그 목적을 교육적 실천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는 실행 목표 개념에 가깝다. 문학교육 목적론이 ‘A를 길러서 / 함양하여서 B를 추구한다‘라고 할 때,
‘A‘에 해당되는 내용이 바로 문학교육 목표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목표는교육 내용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목표와 내용이 뚜렷한 경계로 나누어지지않기도 한다.³²

32) 김창원, 「문학교육과정 설계의 절차와 원리」, 『국어교육』 77, 한국어교육학회, 1992, 345~347면. - P62

원래 능력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과 후천적으로 배워서할 수 있는 능력으로 구분된다. 문학 능력은 양자를 모두 포함한다.  - P62

 구조주의자 컬러(Culler, J.)가, "교양 있는 독자가 지닌 내면화된 문학적관습에 관한 지식"³⁴이라고 하여 언어 능력에서 유추한 ‘문학 능력‘을 설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일련의 학습 과정을통해 발전해 나갈 수 있다. 문학교육은 바로, 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문학 능력을 교육적 절차를 통해 정교화, 확장, 발전시키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34) Culler, J., Structural Poetics: Structuralism, Liguistics and the study of Literature, London:Routledge & Kegan Paul, 1975. - P63

교육과정에서 문학 능력을 문학교육 목표로 제시한 것은 7차 교육과정이다. 이에 따르면, 문학 능력이란, ‘학습자가 문학 현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문학 문화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라고 하고, 그 하위 요소로 ‘문학적 소통 능력‘, ‘문학적 사고력‘, ‘문학 지식‘, ‘문학 경험과 문학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 진술은 문학 능력을 문학교육의 상위, 하위 목표의 중심에 두되, 단순 병렬적 구조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관된 구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 P64

(2) 문학 능력의 요소와 구조

그렇다면, 문학 능력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론가에 따라 다양한 입론이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인 능력 교육과 마찬가지로 지식, 수행, 태도의 요소로 분리해 볼 수 있다. 지식이란 ‘~에 대하여 아는 것‘으로, 정보, 명제, 지식, 사상과 같이 지적 자신감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문학에 대한 지식은 문학의 수행과 태도를 형성하는 필요조건이다. - P64

가치 및 태도는 동기, 태도, 판단, 의지와 같은 정의적 요소이거나 가치관,
사고방식, 사회 풍조 등의 의식 구조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긍정적 태도와 관심, 가치 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능력 중에서도 가장 심층적인 요소에 자리 잡는다.⁴⁰ 그리하여 구체적인 활동으로 당장 드러나지는않지만 문학 수행과 지식 등의 표층적인 능력의 활성화에 적극적인 영향을미친다는 점에서 실행을 중시하는 역량 계발론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⁴¹

40) 박인기, 「국어교육 내용으로서의 ‘태도‘」, 『한국초등국어교육』 50,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 2012, 391면.
41) 윤정일 외, 「인간 능력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고찰」, 「역량기반교육』, 교육과학사, 2010. - P65


문학 능력이 다층적 구조라고 할 때, 그 구조는 표층적 요소와 심층적 요소로 구분될 수 있다. 문학 능력의 표층적 요소는 경험과 기능적 숙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문학에 대한 지식 관련 능력, 수행 능력이 이에 속한다. 반면, 심층적 요소는 가치, 태도 등의 포괄적인 내용으로 서서히 변화하지만 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러한 표층, 심층의 능력 요소는 고정된 것은 아닐 터이다.  - P66

제8장
교재론

문학교실을 구성하는 세 인자는 교사, 교재, 학습자이다. 교사나 학습자의 경우는 교수·학습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그 주체가 서로 뒤바뀌기도 하지만 교재는 주체의 변화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내용을 담고 있는 매개물로 중요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나 학생들에게 문학 교재는 문학 수업의 주된 잣대가 되는 실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구성된 문학 교재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가치 있는 문학 작품이 실렸는지, 제제나 학습활동이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구성되었는지, 지금 이곳의 사회적, 문화적 요구를 잘 수용하고 있는지 등의 각종 주문들이 그러한 비판의 예들이라 할 수 있다.
바람직한 문학 교재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문을 갖고 문학 교재를 바라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이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장은 정전의 문제, 문학 교재의 개발과 재구성의 문제,
문화 교재의 경계와 확장, 그리고 활용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미래의 문학적 주체가 될 여러분이 구상하는 새로운 문학 교재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 장을 공부해 보기로 하자. - P255

1. 문학 교재란 무엇인가

교재는 ‘교수·학습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표상적이고 물리적인 실체‘(Gall, M. D.)로 정의된다. 이는 교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지적한 것으로 교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물체의 형상을 입어야 하며, 그 물체가 교육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고, 그 물체는 자체가 가지는 어떠한 특성이 교육의 내용으로 표상되어 있거나 표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¹ - P256

. 문학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작가의 생애나 시대와 관련된 여러 자료, 비평문이나 해설서 등도 문학 교수·학습 과정에 동원된다면 여기에 해당된다. 텍스트로서의 문학 교재는 문학 교수·학습 과정에 사용되는 언어적 실체로서의 문학텍스트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 P256

학교에서 사용되는 문학 교재에는 문학교과서와 그에 준(準)하는 독본류 문학 교재들이 있을 수 있다. 문학 교과가 국어교과에서 분리되지 못하였을 때는 국어교재가 문학 교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현존하는 문학 작품의 수나 양을 고려할 때 문학 교재가 그것을 제대로 수용해 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여러 종류의 문학교과서는 물론이고 그 보완재격인 다양한 문학독본류 교재를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 - P257

교과서와 독본

교과서는 각 교과가 지닌 지식경험의 체계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선정. 조직한 교재의 가장 정형화된 형태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목표 및 내용을 상세화하여 그것을 교수·학습의 절차와 방법에 따라 체계화한 것이다. 반면 독본(本)은 모범이 될 만한 읽기의 자료를 모아놓은 책이라할 수 있다. 문학독본, 문장독본,
농민독본, 여자독본 등이 그 예들이다. - P257

 ‘무엇‘은 정전(正, canon)의 문제이고 ‘어떻게‘는 교수·학습방법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편의상 구분해서 다루기도 하지만 교재 내에서 서로 유기적 관계 아래 결합되어야만 한다. - P257

2. 정전의 문제와 문학 교재
(1) 정전, 교육 정전, 정전화

정전(正典, canon)은 측정의 도구로 사용된 ‘갈대나 ‘장대‘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kanon‘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 후 ‘kanon‘은 ‘규칙‘ 혹은 ‘법‘이라는의미를 갖게 되었다. 문학비평가들에게 중요한 그 말의 의미는 서기 4세기에처음 나타났는데, 그때 정전은 텍스트나 작가의 목록, 특히 성서와 초기 기독교 신학자들의 책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P258

일반적으로 정전이란 위대하다고 간주되는 작품들의 총합으로, ‘고전(古典,
classics)‘이라는 명백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를 대체하는 것으로 본다. 때에 따라 정전과 실라버스(syllabus)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때 실라버스는 특정한 제도적 맥락에서 학습용 텍스트를 선별한 것을 말한다.⁵

5) 정채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역락, 2004, 97면 - P258

정전화는 독자나 학습자들이 읽을 만한 모범이 되는 고전적인 작품,
즉 정전이 선택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전화는 문학선집을 기획하는문학비평가나 교재를 편찬하는 문학교육학자들의 주된 관심사가 된다.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문학전집, 또는 한 작가의 대표작 선집이나 특정 시기의대표문학전집 등을 기획할 때 주로 기획자나 편찬자의 문학관 또는 당대의문화권이 가진 지배적인 이념에 따라 정전이 선택되기 마련이다. 문학 교재에 수록되는 학습용 텍스트들도 마찬가지이다. - P259

(2) 정전에 대한 도전과 해체


첫째는 정전옹호론자들의 시각인데, 정전 자체가 갖는 속성과 힘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즉 정전 텍스트 자체가 다른 텍스트보다 우위에 있는, 존경받을 만한 가치와 속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정전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 P260

둘째는 정전 비판론자들의 시각으로, 정전의 형성이 권력 투쟁, 또는 지배계급의 사회통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지배 계급의 가치와 이념이 정전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전적인 텍스트 자체가 우수한 속성이나 존경받을 만한 가치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문화권 내의 정치적인 이유 내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정전 선택에 개입하여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 P260

정전은 지배 계급 사이에서 생산, 교환, 분배, 소비되는 문화자본으로, 독자들의 직접적인 반응보다도더 복잡한 사회적인 맥락에 따라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전은 출판, 구입, 보존, 인용, 낭송, 번역, 공연, 인유, 모방되는 갖가지 가치 평가 행위들을 통해재생산되고 전수되는 텍스트들이라는 것이다.  - P261

문학 교재에서 한 번 정전의 지위를 차지한 작품은 쉽사리 정전의 지위를 내려놓지 않는다. 여러 세대를 걸쳐 재생산되고 재독되고, 다시 가르쳐지는 제도적 맥락 속에서 정전은 더욱 완강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 P261

대안 정전(alternative canon)

새로 등장하는 정전은 기존 정전과 서로 경쟁하면서 자리를 확보한다. 대안 정전은 ‘기존 정전을 보완하거나 대치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대안으로서의 정전‘을 말한다. - P262

‘대안 정전‘의 등장이 그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정전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정전의 해체와 탈신비화는가속화된다. 기존 정전에 대한 이러한 탈신비화 작업은 기존 정전을 해체시키거나 정전의 재구성을 요구한다. ‘정전 열어놓기⁸의 관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전 열어놓기‘는 정전에 대한 자유주의 비판의 일종이다.

8) Lentricchia, F., & McLaughlin, T., 1996, 306. - P262

교재는 고정불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것에 담긴 교육내용 또한 바뀌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까지 교재에 수록되지 않았던 문학 텍스트들이 한동안 기존 정전과 정전의 지위를 다투다가 새로운 대안 정전으로 채택되기도 하는 것이다. - P262

(3) 정전 구성의 양상과 문학 교재

국어교재가 신식 출판에 의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계몽기 이후라할 수 있다. 근대계몽기 이후 일제강점, 해방, 한국전쟁 등 격동의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국어교재는 다양한 변천과 명멸의 과정을 겪었다. 우리 국어교욱은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군정청 학무국에서 발간한 『초등국어교본』, 『중등국어교본』 이후 지금까지 국어교재는 변천을 거듭하였다. - P263

정전 구성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큰 사회·문화적 변동이나 교육과정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수록 문학 텍스트만을 중심에 놓고 볼 때 7차 교육과정 이후 만들어진 문학교과서는 이전 문학교과서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것은기존 정전의 권위에 대항하거나 새로운 정전의 추가로 완강한 정전 구성의벽을 깨뜨리려는 시도와 관계 있다고 하겠다. - P264

 그런데 일제강점기 소위 카프 작가들의 작품은 이들 문학교과서에 거의 선택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1930년대 후기 시인인 백석이나 이용악의 경우는 별개로 하더라도 정지용이나 박태원, 이태준 등은 1930년대 초, 중반 오히려 카프와 그 작품 경향을 달리 하던 인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P264

이들은 해방 직후의 행적 때문에 문학사적 평가와는 별도로 1950년대 이후 국어교재 또는 독본류 문학 교재에서 배제되었다. 그렇지만 7차 문학교과서로 넘어오면서 그들의 작품은 문학교과서의 주된 정전으로 자리 잡는다.¹⁰ 그들의 복원은 30년대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그들과 그들 작품이 가진 위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0) 문학 텍스트의 선택, 배제, 검열, 복권의 과정에 대해서는 박용찬, 국어교재에 넘나든 현대시텍스트의 경계와 검열」, 「국어교육연구」 54, 국어교육학회, 2014, 53-75면 참고 - P265

이들이 모두 정전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기존 정전에대항하면서 정전의 탈신비화 내지 해체를 주도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전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이는 기존의 정전 텍스트만으로는 수용자인 독자가 접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과 관계 깊다.
컴퓨터 통신의 발달로 다른 어느 시기보다 글쓰기가 자유로워진 지금, 고전적인 정전만으로는 독자들의 욕구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 P266

 영문학에서 이러한 정전 구성에 대한 의문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엘리어트와 파운드의 70년도 넘은 시가 마치 우리와 동시대의 작품인 것처럼 여전히 문학연구에서널리 교수되고 있는 사실"¹²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우리 문학교육 현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관동별곡』, 『홍길동전』, 『춘향전』류의 고전문학 작품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전히 김소월, 한용운, 김영랑, 이상, 서정주, 이육사, 윤동주, 이광수, 현진건, 염상섭, 김유정, 채만식 등의 작품 중심으로 구성되는 문학교과서의 정전화 양상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12) Easthope, A., 임상훈 역, 『문학에서 문화연구』, 현대미학사, 1994, 208면. - P266

제9장
평가론

문학교육평가의 현실과 이념 간의 부조화 현상은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문학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이다. 제도적 이론적 차원 모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있는데, 단기간에 문제점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문학교육 평가의 이념을 실현하는 과제는 바람직한 문학교육의 실현에 필수적이므로 이를위해 제도적 개선과 이론적 탐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는 문학교육 평가의 이상적 관점, 문학교육 평가 방법, 문학교육 평가결과의 보고와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차례로 학습한다. 이 장을 통해 문학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을 점검하여 문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길잡이가되어 주는 문학교육 평가론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자. - P285

평가 관련 기본 개념 1
•검사 : 측정을 위한 도구
•척도 : 측정을 위한 일정한 단위
•측정: 사물의 크기, 인간의 능력 등을 수치화하는 행위
•평가: 측정 결과에 가치 부여를 하는 행위
•총평: 다양한 검사 도구를 활용하여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행위 - P286

1. 문학교육 평가의 이해

(1) 문학교육 평가의 탐구사

문학교육 평가에 관한 원론적 성찰은 문학교육 평가가 왜 필요한가, 문학교육 평가의 이념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탐구를 주제로 한다. 이러한 탐구를 통해 ‘문학교육 평가론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학교육 평가의 본질에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평가 생태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평가 이론을개발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부각하였다. - P286

특히 문학 능력의 의미 규정에 관한 논의로부터 문학 능력에대한 평가 방향 탐구, 고전 문학교육에서의 문학 능력의 특수성, 문학 능력의 한 범주로 볼 수 있는 정의적 특성에 대한 평가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² 이러한 탐구를 통해 문학 능력을 세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평가 범주와 요소는 어떻게 상세화해야 하며 문학 능력 중 정의적 특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가 발전되어 왔다.

2) 김상욱, 『소설교육의 방법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96, 김성룡, 「고전 비평과 문학능력」,
『문학교육학」 제28호, 한국문학교육학회, 2009; 김정우, 「문학 능력 평가의 방향- 학습과 평가의 연계를 중심으로」, 『문학교육학』 제28호, 한국문학교육학회, 2009, 김창원, 「문학교육 평가른의 자기 성찰」, 『국어교육학연구 제47집, 국어교육학회, 2013. - P287

문학 교육과정 및 문학수업 평가론⁴은 문학교육의 목표와 내용 체계 등에관한 메타적 평가, 문학수업의 이상적 모형이나 문학교사의 전문성 등에 관한 연구를 뜻한다. 이들 연구들은 학생을 평가 대상으로 하지 않고 문학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육과정이나 문학교육의 실천가로서의 교사의 전문성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분야와 구별된다. 종래의 문학교육 평가는학생 평가가 주를 이루어왔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편이다. - P288

(2) 문학교육 평가의 관점


첫째, ‘문학교육 평가의 관건은 참신하고 타당한 문항 제작‘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문학교육 평가 연구를 문항 제작 기술의 차원에 한정하여 문학교육 평가의 학문적 성숙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288

둘째, 문학교육 평가는 학생의 성취 여부를 분류하는 데 한정되지 않는 평가, 문학교육에 관한 학생의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케 할 수 있는 평가, 인성 발달에 기여할 수 있는 평가를 지향하는 관점을 취해야 한다.⁵ - P289

셋째, 문학 행위 자체에 내포된 평가적 속성과 조응하는 문학교육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 문학 행위 그 자체에는 평가적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 P289

평가 관련 기본 개념 2
•목표 지향 : 상대평가와 대비되는 절대평가로서의 문학교육 평가를 지칭
•비형식적 평가: 특정한 시간에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형식적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 평가.
•능력 평가: 제한된 시간 내에얼마나 많은 문항을 해결할 수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속도평가와 달리, 피험자의 실제적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조건하에서 실시되는 평가
•환원론적 평가 : 평가 결과와교수·학습 간의 유기적 송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평가체제 - P289

(3) 문학교육 평가 이념의 제도화

문학교육 평가 주체가 이상적 관점에 입각하여 평가를 시행하고자 할지라도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여기, 지금의 문학교육 평가 체제를 지양할 수 있는 이상적 체제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⁶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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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함양하기

에우다이모니아의 증진에서 덕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생각하면,
삶을 좀더 유덕하게, 그리하여 좀더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품성의 덕 중 그어떠한 것도 우리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¹² 대신에 우리는습관을 통해 덕을 획득하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올바른 행위를 함으로써 올바르게 되고, 자제력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제력이 생기며, 용감한 행동을 함으로써 용감해진다."¹³ - P79

 도둑질하지 말라에서 호머가 지역 케이블 TV 회사의서비스를 훔쳐보는 것에 대해 리사가 항의하자, 마지는 "누굴 사랑할때는 그 사람이 결국에 가서는 옳은 일을 하리라고 믿어야 해"라는 충고와 함께 레모네이드를 건네며 리사를 격려한다. - P80

마지의 영향력은 바트의 비교적 느리고 흐리멍덩한 도덕적 발달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일례로 바트가 폭행죄로 기소된 프레디 큄비의재판에서 증언하고 학교에 무단결석한 벌을 받느냐의 문제를 놓고 갈등할 때, 마지는 바트에게 "네 머릿속의 목소리를 듣지 말고 네 마음에 귀를 기울이렴" 하고 충고핮다(<바트의 선택>).¹⁴ - P80

신명론에 반대하는 마지

스프링필드에서 네드 플랜더스는 종교가 윤리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지만) 한 가지 방식을 예로 보여준다.¹⁵ 네드는 철학자들이 일컫는 신명론자로 보인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도덕이란 하나님이 내린 신명의 단순한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란 단순히 "하나님이 명하신 것"이고 "도덕적으로 그릇된 것"이란 단순히 "하나님이 하신 것"이다.¹⁶ 그래서 네드는 자신이 직면한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러브조이 목사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하나님에게 직접 기도한다. - P81

. 러브조이 목사는 "아, 그놈의 게임 그냥 하세요, 네드"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한다(<산으로 간 호머>). 또 네드는 새로 위탁 자녀가 된 바트, 리사,
매기에게 세례를 주어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자기 집 지하실에서 기차 모형을 가지고 놀고 있는 러브조이 목사에게 비상 전화를 걸기도 한다(<심슨 가족의 위기>).¹⁷ - P82

마지가 하나님을 믿는 건 확실하다. <바트 심슨 혜성>과 <리사와 천사화석>에서 마지는 스프링필드의 임박한 파괴를 막아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호머가 교회를 저버렸을 때는 "내 남자와 내 하나님 중 하나를 택하게 만들지 마, 왜냐면 당신은 여기서 이길 수 없으니까"라고 경고한다(<호머와 하나님>). 심지어는 <결혼의 위기>와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에서 두 번이나 러브조이 목사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도움을 청하기까지 한다. - P82

많은 도덕철학자는 (심지어 종교적 도덕철학자들도) 신명론에 대한 마지의 의구심을 공유한다.¹⁸ 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아테네의 아카데미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은 이 전통에 특히 큰 영향력을 끼쳤다. - P84

도덕철학은 신의 명령이 어떤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 만들어준다는 견해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어떤 자질이 그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따라서 (아마도) 신의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행동으로 만들어주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 P84

결론: "내가 하는 대로만 따라하면 돼"
마지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의 본보기일까? 그렇지는 않다. 《심슨가족》의 다른 등장인물과 마찬가지로 마지도 완벽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항상 호머나 바트의 개그를 받쳐줄 뭔가를 행하거나 말할 태세를 갖추고 있고 때로는 그것이 캐릭터와 완전히 어긋나기도 한다.  - P84

오늘날의 많고 많은 사람처럼, 마지도 기독교가 가미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로 묘사하는 편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 P85

4. 마지와 훌륭한 인간의 기준

12 NE 1103a19.
13 NE1103b1-2.
14 하지만 바트에게는 애석하게도, 일이 항상 그렇게 명확한 건 아니다. 실제로 바트의 도둑질에서 바트의 양심은 ‘해골폭풍Bonestorm‘ 비디오게임을훔치라고 그를 꼬드긴다. - P413

15 플랜더스의 도덕철학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이 책의 14장을 보라. 윤리학의 종교론에는 신명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성 토머스 아퀴나스의자연법론도 종교적 도덕철학이지만 이는 신명론과는 매우 다르다. - P413

16 신명론에 대한 이 같은 소개는 레이스의 『도덕 철학의 기초 4장 2절「신명론」의 설명을 따랐다. - P413

17 또 네드는 러브조이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기가 자기 아내를 탐내는것이 걱정되는데 더 정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쑤시개를 삼켰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도덕과 무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14

안녕하신가, 이웃사촌:
네드 플랜더스와 이웃 사랑
데이비드 베시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마태오의 복음서」 19:19)"는 기독교 윤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그 의미와 그것이 요구하는 바는많은 훌륭한 도덕 원칙이 그렇듯이-모호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의 본을 보여주는 네드 플랜더스의 모든 행동 중에서 철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예는 <심슨 가족의 위기>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 P293

그러니 내가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할 의무가 있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결과가 (영원한 고통을 포함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나는 타인들의 영원한 고통을 막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의무에는 그들에게 세례를 주는 일도 포함된다. 하지만 네드는, 자기 보호하에 있는 아이들과 관련되었을 때만 빼면 그러려고 들지 않는다. - P294

철학과 허구의 인물
우선 이것이 괴상한 과제임을 인정해야겠다. 허구의 인물의 (그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신앙에 대해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9294

사회, 정신이상, 다른 사람으로 오인함, 피해자를 겨누어 장전된 총의 방아쇠를 당김, 총알, 몸에 난 구멍, 뇌의 산소 부족, 그리고 물론 어디에나 임하는 설명인 하나님의 뜻.
이 중에서 무엇이 정말로 행동을 설명하고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인지도 불분명하다. 어쨌든 이상의 답변들은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그리고 심지어 신학적!) 설명임에 유의하자. 여기서 우리의 주제는 무엇이 행동을 정당화하는가이다.  - P296

생명을 구할 책임
우리는 <심슨 가족의 위기>에서 네드 플랜더스가 보여준 행동들에 관심이 있다. 어떤 행동일까? - P296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문제는 이것이다. 세례 없이는 영생을 얻을수 없다고 믿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네드는, 어째서 세례받지 않은 이들에게 사랑의 행동으로서 세례를 주려고 항상노력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의 세속적 생명을 구하기 위해 행동해야-혹은 적어도 구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 P297

 확실히 이는 플랜더스 부부가 심슨네 아이들에게 세례를 주려고 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질문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중심 원칙으로부터 논지를 유도하여, 이 주장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여기서의 의무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므로) 그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 유의하자. - P298

더 중대한 문제는,
세례가 영생의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좋음의 가능성이 수단의 비도덕성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상대에게 세례를 주어 그의 구원을 촉진하려 노력하는 일을 과연 어떤 조건하에서 도덕적으로 삼갈 수 있을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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