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롭과
문학 사이,
울면서
‘웃는 남자‘들

박민상


1.12월 7일의 밤

윤석열 탄핵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내게 ‘광장‘의 기억은 여성과 노동자, 퀴어 들이 열어낸 아침의 ‘빛‘만큼이나 어떤 남자들과 마주친 ‘밤‘, 광장과 광장사이의 불 꺼진 거리, 난장판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등등에 관한 혼란한 장면들로 다시 가라앉고 있다. - P93

그때, 딱 붙는 검정 티셔츠를 슬랙스 안에 넣어 입은 근육이 다부지면서 슬림한 몸매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듯 "지X하네, 지하네, 지X하네"라고 위협적으로 소리치며 우리 주변을 맴돌았다.
(중략).
아마 그것이 내가 ‘도태남‘이 아닌, 내 또래의 ‘극우 남성 청년과 그토록(물리적으로) 가까이 대면한 유일한 경험이었을 테다. - P93

그곳에 있는 세계란 이렇다: 딥스‘¹와 엔추파도스²에 대한 끝없는 비난, 중국이 우리의 일상을 장악했다는 증거와 영원한 계파 갈등, 이준석이 친중 빨갱이인 증거, 신앙 간증과 동서고금 음모론들의 아름다운 화합..

1_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약자로, 세계를 뒤에서 조작하는 가상의 권력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이들은 특정한 정당과 정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되레 순수한 이권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신비화된다. 딥스 음모론은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음모론에 결합하기도 한다.

2_엔추파도스(Enchufados)는 스페인어로 ‘플러그에 꽂혀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정권 혹은 권력과 연결되어 그를 재생산하는 데 복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베네수엘라에서 야당이 마두로 정권과 대립각을 연출하면서도 뒤로는 실상 공생 관계를 맺고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스레드 극우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대정부투쟁에 대한 국민의힘의 소극성을 비난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 P94

이 전장의 전위에, 내가 만난 ‘반반한 극우 남자들의 유니섹스한 실천이있다. 집회 방송 차량 위에서 한겨울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멋진 팔근육을 뽐내며 발언하는 모습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 들어가면, 좌파들을 척결하겠다며헬스장에서 포즈를 잡고 찍은 사진, 허리 굵기를 보정한 듯 보이는 화장실 상의 탈의 셀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P94

2. 스레드 극우의 젠더 가속주의

(전략). 히토 슈타이얼이 「대리 정치」에서 소묘한 바 있는 트위터 정치 봇들의 웅성거림에 의해 대체된 ‘공론‘은 이제 되레 인간 행위자에 의해서 젠더를 일개의 총탄 삼아 확전된다. 여기서 도용되는 사진이 언제나 여성의 사진이라는점은, 대중적 보수주의 정치가 여성의 신체와 이미지를 동원해 물화해온 메커니즘을 이들이 일종의 디지털 성폭력으로 모방해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P95

이들의 배후에 있는 극우 개신교의 조직망과 네트워크를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⁵ 

5 『역사비평』 2026년 봄호에 수록된 이상록과 정용택의 글은 내란 이후 급격히 가시화된 한국의 극우주의와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 사이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그 다변화와 변형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정용택은 한국 극우 개신교가 ‘구원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기업가적 영성과 능력주의 신앙이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한 불안을 혐오로 치환하는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개신교넷 ‘현실 정치‘를 극점으로 하는동시대 한국 극우에 대한 보다 확장적인 해석의 지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상록, 「한국 극우의 혐오정치와 대중심리」: 정용택, 「구원의 자본, 혐오의 정치한국 극우 개신교의 정치경제학, 1945~2025」, 「역사비평』, 2026년 봄호 - P96

 남성 동성 사회에서 남성의 비남성성은 이미 하나의 의례로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애당초 ‘남성성들의 계층화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헤게모니와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권력‘의 얼굴 아니었던가. - P96

(전략).
그렇다면, 이 자동화된 남성성의 ‘폭주‘를 멈춰 세우려는 페미니즘적 ‘비판‘은 어떻게 남자들의 ‘배움‘으로 계승되어왔던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대학에서 신입생 시절을 보낸 나를 비롯한 또래 남성들에게 ‘남성성 비판은 너무나 익숙하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에 의해 정당한 몫을 빼앗겼다는 대안 우파 남성들의 정세 판단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 backlash도 결국은 페미니즘적 비판을 향한 기호론적 익숙함에 바탕을 두고 있다.  - P97

(전략), 이 환멸 나는 폭력과 오물들을 배설하는 사회적 실재를 전체로서의 남성성과, 남초 커뮤니티의 현란하게 저열한 언어들에 휘말려 특정하게게토화된 남성 부족들tribe의 전유물로 압축해버리는 것일 테다. 이런 오류는 우리를 어떤 남자들의 저급함과 마주치도록 끌어당긴 ‘위기‘가 가진 중력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분석 대상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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