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창 시절에 유난히도 마음 좋고 별로 격식을 차리지않는 물리 선생님이 있었는데, 우스갯소리하는 투로 끊임없이 자살 얘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 P9

물리 선생님은 자전거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자루에 머리를 넣고 그대로 자기 목을 베었다. - P10

이 책은 실비아 플라스에 대한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 P10

자살만큼 모호하고 극히 복잡한 동기를 가진 행위를 한 가지 이론으로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1

. 자살이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엄청난양의 자료가 있었고, 심지어 해마다 불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자료 가운데 전문가 외의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별로 없고, 보통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것과 관계있는 자료는 더더욱 드물다. - P12

. 바로 자살이 어떻게 또 어째서예술 창조자들의 상상 세계를 물들이는가를 알아 내기 위해 내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살을 문학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 P13

나는 아무런 해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실 해답이 있으리라고 믿지도 않는다.  - P14

거의 모두가 자살에 대해 자기 나름의 의견을 갖고 있다. 여기서 일일이 이름을 들어 가며 점잖게 감사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주 많은 이들이 참고 자료와 상세한 이야기와 생각할 점을 제공해 주었다. - P15

. 고맙게도 결정적인 순간에 보조금을 내 준 영국 예술협회에도 감사한다. - P16

제1장 프롤로그 · 실비아 플라스


제1장
프롤로그 · 실비아 플라스

(전략). 나는 3년 전 그가 출간한「빗속의 매 The Hawk in the Rain」에 크게 경탄한 터였다. 그러나 그의 시들을 보면 뭐랄까, 내가 그 시들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3

휴스 부부는 리전트 공원 동물원에서 멀지 않은한 자그마한 연립 주택에 살고 있었다. (중략). 어느 집이든 눈부시게 하얀 실내 장식이 되어 있을 것 같았고, 오래된 집들은 새로단장한 덕분에 더욱 크고 으리으리해진 듯했다.
그러나 휴스 부부가 사는 광장은 아직 그렇게까지 변하진 않았다. - P24

이때가 테드의 시대였다. 바야흐로 그는 상당한 명성을얻어 가는 중이었다. 이전에 나온 그의 첫 번째 책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미국에서 온갖 상을 탔는데, 그러면 대개는 그 두 번째 책부터 내려앉기 마련이다.  - P25

그는 천성적으로 우유부단하고 자기 작품을 불신했지만, 그렇더라도 분명 자신의 위력과 성공을 의식하고 있었을것이다. - P26

이것은, 표면상으로는 전형적인 성공담이었다. - P27

『마드무아젤』에 특집 기사가 실린 달과 스미스대학에서 보낸 마지막 학년 사이에는 신경쇠약과 자포자기에 기반한 심각한 자살 기도가 있었고, 바로 그 경험이그녀의 소설 『벨자 The Bell Jart』*의 테마가 되었다. - P27

한순간 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녀가 무슨 얘길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걸 알아차리고날 구해 줬다. "1년 전에 『옵서버』에 실어 주셨던 그시 말이에요, 밤의 공장에 관한 시였죠." - P29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몰랐던 게 낭패스러웠다. 실비아는 내 기억을 일깨워야 했다는 게 낭패스러운 모양이었고, 동시에 그 점에 풀이 죽은 것 같았다. - P31

 테드와 나는 프림로즈 힐이나히스 숲 근처의 선술집에서 만나 맥주 한잔을 하곤 했다. 가끔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산책했다. ‘전문 분야‘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었다.  - P32

그 무렵 내 아내와 나는 스위스 코티지 부근에 있던 아파트에서 히스 숲 근처 햄스테드의 고지대에 위치한 주택으로 이사했다. - P32

 "누구나 알 수 있듯, 그것 [거상]은 수정과도 같은형태로 한 치의 빈틈도 없다." 오늘날의 문학 비평은 그런 식으로 말한다. 심지어는 적나라하게 육박하는, 야수처럼 전면으로 공격해 오는 그녀의 성숙기 작품보다 더욱 우아한 초기 시를 더 좋아하는 비평가들도 있다. - P34

휴스 부부의 집은 한때 그 지방 영주의 영지였다. - P36

그들은 1월에 새 아이를 낳았었다. 남자아이였다. 그러고 나서 실비아는 달라졌다.  - P37

전기 시설들, 새로 페인트를 칠한 방들, 과수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히 그 무덤 언덕과 ‘옛적 시체들의 벽‘을 보여줬는데, 그녀는 훗날 어느 시 속에서그걸 "자신의 "재산이라고 불렀다.

* 그 ‘무덤 언덕‘은 실은 옛날 옛적의 요새였다. 또한 내가 들은 얘기에 의하면, ‘옛적 시체들의 벽‘이란 아마도 휴스 부부의 정원과 거기에 이웃한 교회 부지 사이에 세워진 벽을 가리키는 것 같다. (원주) - P37

(전략), 다행히도 그녀의 몸이나그들의 낡은 왜건형 모리스 자동차는 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 P38

"그냥 지나가는 중이었는데, 한번 들러 볼까 했죠."
그녀가 말했다. 정장하고 말끔하게 머리를 한 타래로묶은 그녀는 흡사 고상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사교상의 의무를 행하고 있는 에드워드 시대 귀부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39

"이 짤랑거리는 소리는 미국이 그리워지게 만들어요." 그녀가 말했다. "꼭 이것만 그래요." - P40

"새로 쓴 시들을 좀 읽어 드리고 싶어요." 그녀가말했다. 그녀는 옆에 바닥에다 놓아두었던 숄더백에서한 묶음의 타이프 원고를 꺼냈다. - P-1

"그 여자, 시인이지요, 안 그래요?" 그다음 날, 허드렛일해 주는 여자가 내게 물었다.
"맞아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완연히 만족스러운 낯빛을 하고 여자가 말했다. - P42

그녀는 스스로 "좀 가벼운 시들"이라고 부르는 시들을내게 읽어 주었다. 「아빠」와 「라자루스 부인」을 두고한 말이었다. - P43

시의 세부적인 표현에 관해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 말이다. 내가 특별히 들춰내어 흠을 잡은 한 구절이 있었다. - P43

이런 일들이 있는 동안 죽, 실비아의 시들이 남긴 형적과 그녀라는 인물이 남긴 형적이 완전히 달랐다. 시에 나타나는 절망과 무자비한 파괴성이 그녀의 사교적인 거동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 P45

절박하고 사납기까지 했지만 자기 연민은 조금도 들어 있지 않았다. - P47

(전략), 즉 성인이란 살아남은 사람을 뜻한다는 확신으로 변형되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죽음이란 10년마다 한 번씩 치러야 하는 빚이 되었다. 성인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시인으로서 살아 있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으로써 그 빚을 뭐랄까, 수수께끼와도 같은 외곬의 방법으로 갚아야만 했다. - P47

이런 추측은 어쩌면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이 될수도 있겠다. - P50

그녀는 굳이 자살과 연관된 내적 동기들을 찾아보고 검토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일은 그녀를 대신해서 시들이 해 주었던 것이다. - P51

1958년에 그녀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청년기와 20대 전반 내내 스스로 그토록 공들여 준비해 얻은 대학 교직을 포기한 것이다. - P53

사실 과거의 로웰은 그 복잡한 가톨릭적 상징주의와 빽빽한 짜임새를 자랑하는 엘리엇-엘리자베스 시대풍 언어, 그리고 시행을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으로 재단해 내는 단호한 능력으로 신비평파의 총아 - P55

그래도 그녀는 애처로울 만큼 외로웠다. - P58

 "파괴의 열정 또한 창조의 열정이다." 미하일 바쿠닌은 말했다. 그건 실비아에게도 들어맞는말이었다. 그녀는 분노와 고통의 감각을 일종의 축제로 바꾸어 놓았다. - P59

. 그녀의 시는 어떤 이상하고도 강력한 렌즈 같은 역할을 했고, 일상생활은 그것을 투과한 뒤 놀랄 만큼 강렬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 P60

 만약 자살 기도가 어느 정신과 의사의 생각대로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라면, 그렇다면 이 시기의 실비아는 자살 상태에 있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것은 도움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 P61

11월, 우울한 어느 오후에 그녀는 크게 흥분한 모습으로 내 작업실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썰렁한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 다니면서 의기소침한 채 그리고 얼마쯤은 그냥 하염없이 집 사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 P62

그녀가 그토록 흥분했던 것은 단순히 집을 마침내 구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 P63

학식과 세련됨과 장인적 기교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번도 올바른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했거나 문명의 세례라는 것을 제대로 신뢰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 P64

 그런데 이제는 시가 정말 흑마술 같은 것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녀가 그토록 자주 그리고 오직 의기양양하게 물리쳐 버리기 위해 불러냈던 그 인물이 그녀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 P69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이전시들은 모두 제 나름대로, 그녀가 그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었다. - P70

그러나 만일 내가 그녀를 다른 식으로 대했더라면, 거기에는 내가 원치않는, 심지어 우울증에 빠져 있던 나로서는 애초에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책임들을 스스로 떠안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 P71

이루 말할 수 없는 겨울이었다. - P71

민감하고, 언제나 과로 중인 그녀의 담당 의사 역시 똑같이 생각했다. 의사는 그녀에게 진정제를 처방해준 뒤 심리치료사를 만나 보도록 주선해 주었다.  - P73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그녀는 최후의 자살기도가 성공하지 못하도록 배려해 놓았던 것 같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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