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석해도 되겠습니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히무라가 "그러시죠."라고 대답했다. 히무라가 개의치 않는다면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 P134

어제 이벤트 이야기에, 내 신작 이야기, 거기에서 파생해서 다음주에 개봉하는 미스터리 영화와 그 원작 소설 이야기가 나왔다.
두 잔째 맥주가 사라질 때쯤에는 그럭저럭 어색한 분위기도누그러졌다. - P135

"아리스가와 씨는 호러도 쓰시죠. 철도 폐선에서 시체를 발견하는 이야기, 읽었어요. 그 작품과 약간 비슷하다고 할까. 친구가 아는 프리랜서 기자가 행방불명된 적이 있는데 그 이야기가 떠올라서 오싹했어요. 그 사람은 시체로 발견된 건 아니고 폐쇄된 역에 짐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만." - P135

자발적으로 심령 스폿에 가지는 않아도 실제로 가 봤다는 사람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여기에서 유령이 나와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것저것 상상을 부풀리기는 한다. - P136

"쓰지 씨는 괴담을 좋아하시나요?"
"실은 그렇습니다."
계속 운을 띄우길래 그럴 줄 알았다. - P136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에는 심령 스폿 투어가 취미였어요. 친구집에서 기묘한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재워 달라고 끈질기게 매달린 적도 있고...………. 몇 번은 으스스한 경험도 해봤어요."
내가 관심을 보이며 몸을 앞으로 내밀자 쓰지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으리라. - P137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마음대로 가져가세요‘라는 종이와 함께 전기로 작동하는 장난감을 상자째 버렸다.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쓰는 무기도 있었는데 한때 매진될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 P138

이 집만 그런 게 아니라 건물 자체에 뭔가 있는 게 아닐까 불안했지만 집세도 저렴하고 가전제품 오작동 외에는 딱히 피해가 없어서 그대로 살고 있다.………….  - P139

(전략).
"후배분이 한밤중에 탄내를 맡았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었습니까?"
소문의 명탐정이 이야기의 세부 사항에 관심을 보여서 기뻤는지, 쓰지는 자세를 가다듬고 설명했다. - P141

"그 아파트 말입니다만, 혹시 고속도로 근처에 있지 않습니까?"
"아, 예, 00 나들목 출구 근처예요."
나는 그 말을 듣고 히무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
(중략).
히무라도 내가 눈치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략).
"아파트에서 발생한 가전제품 오작동은 아마 트럭 무선이 원인일 겁니다." - P142

"밤새 장거리를 달리는 트럭 중에는 개조한 불법 무선기를 싣고 다니는 차량이 있습니다. 출력을 최대한 높혀 두기 때문에 인근 가게나 민가의 가전제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지요. 그 때문에 텔레비전이나 에어컨이 멋대로 작동했을 겁니다." - P143

"기대하는 답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이 뭘까 계속 궁금했는데속이 다 후련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히무라에게 쓰지가 다급히 그렇게 말했다. 쓰지의 입장에서는 기묘한 경험담을 부정당한 꼴이었지만, 다행히 마음이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 P144

"그 밖에도 몇 가지 경험한 게 있는데 들어 주시겠어요? 이것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꼭 들어 보고 싶고, 그렇지 않더라도 어쩌면 아리스가와 씨 창작에 힌트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쓰지는 히무라에게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P144

쓰지가 대학 1학년 때였다고 한다.
(중략).
친구가 뭐야, 하고 맥이 풀린 소리를 냈다.
쓰지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진짜 쫄......."
쫄았다고 말하려다 숨을 삼켰다.
인형 탈 목 부분이 움직이고 있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두 사람 쪽을 돌아보려는 것처럼. - P147

인형 탈이 머리만 떨어져 있었던 것도, 그게 움직인 것도 기괴해서 무섭다면 무섭지만 그것이 실화고 한밤중에 비성수기 휴양지 산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령 현상과는 다른 해석이 성립한다. - P148

히무라는 바로 알아차렸겠지만 "당신, 그거 누가 봐도 살아 있는 사람이잖아요."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나도 말하지 않는다. - P149

"하나는 제 경험이라고 해도 될지 미묘하긴 한데. 저는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현장을 찾아간 것뿐이라…………. 산악부 출신 친구가 산속에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거예요."
"산속 괴담인가요."
괴담 중에서는 메이저 장르다. - P150

"산악부 출신이라고 해도 그 친구는 험한 산을 오르지는 않고 경치를 즐기며 산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예요. 대부분 혼자서 당일치기가 가능한 높이의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 P151

길가에 지은 자그마한 오두막이다.
(중략). 대개 산꼭대기와 중턱에 있는데 숙소와 식당, 매점을 겸하곤 한다. 하지만 그 오두막은 그런 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알 수 있었다. - P152

오두막 안을 둘러보았지만 볼만한 건 딱히 없었다. 이용객의 사인이나 낙서라도 없을까 싶었지만 다들 얌전했던 것 같다. 북쪽을 바라보는 벽에 뭔가에 긁힌 듯한, 약간 눈에 띄는 흠집이 전부였다. - P153

उ그리고 한 시간쯤 걸었다. 이제 삼십 분만 더 걸으면 정상에도착할 것이다.
(중략). 바로 한 시간 전에 쉬었던, 그 오두막하고 똑같이 생긴 건물이 또 길가에 있었다. - P153

그리 높은 산도 아닌데 이렇게 짧은 거리에 휴게소가 두 채나 있다는 건 이상하다. 이상하지만, 있는 걸 어쩌겠나. - P154

평범한 흠집이다. 하지만 아까 그 오두막에도 같은 자리에, 비슷한 흠집이 있었다.
흠집을 본 순간 아까 본 광경이 떠오르자 오싹해서 가슴이 벌렁거렸다.
우연이라 해도 오싹하다. 어쩐지 안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 P155

"(전략)……그래서 그 친구에게 자세한 장소를물어서 제가 직접 가 봤어요."
"행동력이 대단한데요."
나는 감탄해서 말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 P156

"하지만 한 채뿐이었어요. 이야기로 들은 것처럼 산 중턱에 휑하니 껍데기만 남아 있는 작은 오두막이 있었어요. 벽에 난 흠집도, 고양이 낙서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앨범을 거슬러 올라가 사진을 보여 주었다. - P156

"낭만이고 뭐고 없는데요, 기묘한 경험을 했다는 추억 그대로 남겨 두는 게 즐거울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친구는 무서워서 다시는 그 산에 오르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 유령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해 주면 기뻐할 거예요." - P158

같은 장소에 흠집이나 낙서가 있었다고 해서 똑같은 건물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긴 그렇다. 우연의 일치일 리 없으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꾸몄다는 것도 듣고 보면 합리적인 설명이었다.
하지만 깊은 산속, 그것도 이용객이 적은 오두막에 일부러 그런 장난을 치다니 보통은 생각해 볼 수 없는 일이다. - P159

"도보 한 시간 거리에 오두막을 두 채나 지은 이유가 더 궁금해."
내가 애써 말을 돌리자 히무라가 대꾸했다.
"확실히, 아리스, 넌 어떻게 생각해?" - P160

산 소유주에게 문의해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다.
"듣고 보니 ・・・・・・ 그렇네요. 현실적인 해석입니다." - P162

대학생이었던 쓰지가 여느 때처럼 심령 스폿 투어에 빠져 있던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 방학으로 고향에 돌아가 있던 쓰지를 고등학교 때 친했던 동급생 가가와가 폐업한 유원지로 담력 시험을 가자고 꾀어냈다. - P163

다만 피에로 간판이 있던 미러 하우스가 굉장히 무서웠다. - P164

"무슨 일이 있으면 내 책임이 되니까. 회사에서 잘리기는 싫어."
불법 침입 사실이 알려지기만 해도 유모토는 해고당할 것이다. 쓰지와 가가와는 최대한 조심하겠다고 약속했다. - P165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그렇게 중얼거리긴 했지만 들어가 보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중략).
"우리가 찾으러 오기를 안에서 기다리다가 깜짝 놀래 줄 심산인지도 몰라." - P167

오 분쯤 지나 가가와가 출구로 나왔다.
쓰지와 눈이 마주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들어간 사이에 선배가 나왔어?"
가가와는 안에서 유모토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 P168

이번에는 가가와가 출입구를 지키고 쓰지가 안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 P169

정면에 있는 거울 앞에서 길은 왼쪽으로 이어졌다.
어째서 이 거울만 다른 거울과 다를까? 가까이 다가가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불빛을 비춘 순간, 거울 속 쓰지의 모습 위에 포개지듯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 P171

"그래서 유모토 씨는 발견됐습니까?"
내가 묻자 쓰지는 고개를 저었다. - P173

무사하다고 해도 "날 두고 가다니!" 하고 엉뚱하게 원망이라도 사면 곤란하다고 생각했으리라. 그 심정은 이해한다. - P174

"저는 우연히 알고 있는 어떤 사실 때문에 눈치챈 것뿐입니다. .....너도 아는 것 같군, 아리스?"
"트릭에 쓰려고 조사한 적이 있거든."
진상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자랑할 건 못 된다고 아주 못을 박는구나. 그러지 않아도 이런 일로 우쭐대지는 않는다. - P175

"그 미러 하우스에는 손님을 공포에 떨게 하는 장치가 있었던게 아닐까요? 가령 귀신으로 분장한 직원이 미로 안에 숨어 있거나 쫓아오는." - P177

"아마 그 한 개만 매직미러였을 겁니다. 매직미러는 빛을 투과시켜야 해서 도료로 표면을 보호할 수 없죠. 그래서 일반 거울보다 흠이 잘 납니다. 모습이 잘 비치도록 표면을 닦아 놓은 건 유모토 씨였겠죠." - P177

"아마 철거 작업을 맡게 된 유모토 씨는 미리 현장을 둘러보았다가 미러 하우스에서 비밀 문을 발견했을 겁니다. 겁 많은 후배 가가와 씨를 놀려 주려고 처음부터 작정했던 게 아닐까요?"
가가와는 미러 하우스 안에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고했다. 그래서 유모토가 마련한 ‘유령이 비치는 단 한 장의 깨끗한 거울‘ 장치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 P178

"제가 본 유령은 거울 반대편에 있었던 유모토 씨였다는 말씀이군요. 얼굴은 확인도 못하고 달아나서 전혀 몰랐어요………… 하아, 그랬나." - P179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남은 안주를 먹고 있는데 카운터에 혼자 앉아 있던 손님이 일어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짐은 그대로 두었길래 화장실에 가는가 했더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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