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발스 스파
1996년: 땅속에 숨겨진 신전 같은 목욕탕
땅과 건축
건축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땅이다. - P169
. 땅과 건축물의 구조는 건축가의 생각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 P170
페터 춤토어는 스위스 건축가로, 완성도 높은 건축을 한다. 여기서 완성도란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하나는 재료의 물성을 잘 이용하는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공의 정밀도다. - P170
춤토어가 땅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그가 스위스 발스에 지은 두 건축물을 보면 알 수 있다. - P171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정자를 지을 때 물 가운데 두는 경우가 있다. 주변 자연 경관과 건축물 사이에 빈 여백의 공간을 두기위해서다. 그 빈 공간이 있기에 건축물과 자연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 P174
땅속 동굴 같은 건축
‘성 베네딕트 채플‘과 가까운 거리에 ‘발스 스파‘가 있다. 같은 건축가가 만들었지만 완전히 다른 ‘땅과의 관계를 보여 준다. ‘발스 스파‘는 땅속에 반쯤 묻힌 형태다. - P174
(전략). 돌을 쌓을 때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적절한 불규칙성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너무 규칙적이면 지루하고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다. 그래서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것은 적절한 불규칙성이라고 말한다. - P176
. 실내 스파의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마치 퇴적암 지대에 만들어진 동굴 속 연못에서 목욕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P177
콘크리트로 만든 난초화
천창을 잘 만드는 건축가는 여러 명 있다. 그중에서도 안도 다다오를 빼놓을 수 없다. - P178
‘고시노 하우스‘의 거실에는 빛을 받아서 거의 흰색에 가깝게 밝은 콘크리트 벽체에 검은색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마치 흰색 한지 위에 검은색 먹을 머금은 붓으로 난을 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검은색 그림자는 해의 위치가 바뀌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 P178
골목길에서 목욕하기
‘발스 스파‘에는 온탕, 냉탕 등 다양한 종류의 탕이 방으로 구획되어있다. 그 밖에도 마사지룸 같은 방도 여러 개 있다. 그리고 그런 방들은 마치 미로처럼 각기 다른 크기로 여기저기 떨어져서 놓여 있다. 방이 마을처럼 모여 있고, 그 방과 방 사이에 욕실이 배치된 구조다. - P181
보로 연결되지 않는 지붕을 만든다는 것은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작은 차이지만 작은 차이가 모여 엄청난 감동을 만든다. - P182
목욕탕은 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에서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다루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목욕탕은 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 P183
‘발스 스파‘는 동굴같이 어두운 공간을 연출해 그 안에서 극도로 민감해진 오감을 통해 절제된 빛과 물의 촉감을 최대한 느끼게 하는 궁극적인 감각의 공간이다. - P184
13장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
1963년: 빛이 투과되는 돌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
태어나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있는 물질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물질을 다룬 경험들은 우리의 고정 관념으로 이어진다. - P217
이 같은 대형 건축 사무소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설계사무소 SOM(Skidmore, Owingsand Memill)은 고층 오피스 빌딩, 컨벤션 센터, 공항 같은 대형 건축물 중심의 작품을 쏟아 내고 있다. - P218
유대인 성막을 닮은 평면
이 작품의 평면은 먼저 구약 성경 속 인물 모세가 설계했다고 알려진유대인의 전통 성막인 ‘태버내클tabernacle‘에서 공간의 개념을 따왔다 - P219
사실 공간 안에 공간을 배치해 안쪽의 공간을 성스럽게 만드는 기법은 모세의 성막 이전에 이집트 신전에서도 사용되었고, 북경 자금성‘에서도 보이고, 심지어 우리나라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기법이다. 그러니 인류 보편적인 기법이라고 할수 있다. - P220
. 단 유대인 성막이 ‘자금성‘이나 ‘경복궁‘과 다른 점은 성소와 지성소에 창문이 없다는 점이다. - P220
유대인에게 가장 중요했던 여호와가 임재하는 성궤를 보관하는 건축물이 지성소가 있는 성막이다. 마찬가지로 지식의 전당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희귀 도서를 보관해야 했던곳이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이다. - P221
빛을 투과시키는 대리석
공간 시퀀스도 훌륭하지만 이 도서관이 유명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빛이 투과되는 대리석 벽 때문이다. - P222
은은한 빛을 연출하려면 유리창에 반투명 필름지를 부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가는 얇은 대리석을 사용했다. 그렇게 태양광이 대리석 벽을 통과해 들어옴으로써 내부에서는 아름다운 천연의 대리석 문양이 마치 벽화처럼 장식된다. 이 부분이 놀랍다. - P223
. 근대 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도 아름다운 녹색 대리석문양을 보여 주기 위해 벽체에 대리석 판을 붙이고 그 옆의 창문을 크게 뚫었다. - P223
천연 대리석의 문양은 햇빛 아래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답다. 하지만 햇빛이 투과되는 얇은 대리석은 마치 형광등 불빛 앞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엑스레이 사진처럼 더 환상적이다. 표면을 넘어서 대리석 내부의 모습까지 투영되기 때문이다. - P224
이 건축물의 또 다른 경이로움은 밤에 연출된다. 낮에는 거대한대리석 덩어리처럼 보이던 건축물이 밤이 되면 내부에 켜진 조명이 대리석 창문을 통해 투과되면서 이번에는 하나의 종이 랜턴 같은 모습이 된다. 낮 동안 대리석과 태양 빛이 만들어 낸 향연이 실내에 펼쳐졌다면, 밤에는 대리석과 인공조명이 만들어 낸 향연이 펼쳐진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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