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다. 성당에서는 하늘도 벽이다. 하늘은 하늘색이고 별들이 총총히 떠 있다. 나는 어떤 것이 저녁별이냐고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는 소리 죽여 나더러 멍청이라고 핀잔을 주고는 기도를 계속한다. - P79
벤델도 제 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왔다. 나는 집에서부터 성당까지 벤델의 손을 잡아야 했다. - P80
오르간 바람통에도 자기 이름을 써놓았다. 그것은 멀리서도잘 보인다. 로렌츠는 글자를 그림 그리듯 큼지막하게 쓰는 걸 좋아한다. 중앙 기둥에는 로렌츠+카티라고 쓰여 있다. - P82
아버지는 거짓말쟁이였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 모두가 침묵을 지킴으로써 거짓말을 했다. - P83
수의사가 뭐라고 끼적이는 동안, 아버지는 이미 수의사의 윗도리 호주머니에 백 레이짜리 지폐를 쑤셔넣었다. 수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계속 끼적였다. 그러더니 송아지가 사고로 죽었다고 쓴 종이를 손에 들었다. 응급상황에서 도살을 허락한다는 승인서였다. - P84
할아버지는 팔을 쭉 뻗어서 직접 팔소매를 높이 걷어붙였다. 나는 무서웠다. 모두들 팔에 털이 나 있었다. - P85
낯선 개들이 마당에 우르르 모여들었다. 개들은 쓰레기 더미의 지푸라기에 묻은 피를 핥아 먹고 발굽과 가죽 찌꺼기를 타작마당으로 질질 끌고 갔다. 삼촌이 개들의 주둥이에서 그것들을낚아챘다. 개들이 그걸 물고 거리로 나가서는 안 되었다. - P85
그 이튿날 밤에는 아버지가 나더러 송아지를 타라고 강요했다. 송아지는 우리를 풀밭으로 데려갔다. 꽃들이 무성하고 높게 피어 있었다. - P86
젖소는 며칠 동안 텅 빈 밀짚을 향해 음매음매 울었다. 먹이에 입도 대지 않고, 며칠 동안 물만, 차가운 물만 홀짝거렸다. - P87
어머니는 내가 이제 울 만큼 울었다고 말했다. - P88
아이들은 절대 부모에게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었다. 부모가 무슨 일을 하든 아이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 P88
어머니들은 손을 놀려 집안일을 해치우면서, 머릿속으로는 자기 자신에게서 어디론가 도망칠 궁리만 한다. - P89
어머니들은 울기 위해 신발에서부터 뻣뻣한 두건의 술장식에 이르기까지 검은색 일색으로 차려입는다. - P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