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 꿈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지도 몰랐다. 아니, 자신이 대리인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 P159

"엄마 역시 나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다는 걸 말이야." - P160

그러나 하나의 말처럼,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 P160

"저처럼 다 큰 아이와 사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 P161

"우리가 꼭 부모가 되어야 할까? 그냥 친구가 되면 안 될까? 십대들에게는 부모보다 친구가 더 소중하잖아. 부모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친구에게는 하잖아."
하나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 P162

"두 분 모두 저를 원하세요?"
하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났다.
"아니라면 지금 여기에 있지 않겠지? 제누, 넌 어때? 이 면접이 끝나면 우리와 합숙 생활을 해 보고 싶니?" - P163

"아니요, 두 분은 지금까지 제가 면접을 통해 만나 본 어떤 분들보다도 이상적인 부모였어요. (후략)." - P164

"저는 아직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이곳에서 더 배우고 생활하고 싶어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계속 면접을 이어 나간 이유는, 진심으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어요. 장난이나 변심은 아니라고요." - P164

"액자를 열면 그림 뒷장에 우리들의 번호와 집 주소가 적혀 있어. 해오름이 적었어."
부모 선택이 결렬되면 아이와 프리 포스터 사이에는 그 어떤 연락처도 교환할 수 없었다. - P165

"센터를 졸업하게 되면, 정말로 찾아가도 돼요?"
"그럼 우린 진짜 친구가 되는 거야." - P165

최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나를 보았다.
"너, 그런 모습 처음 봐."
"제가 어떤데요?"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 프리 포스터를 향해서 그 정도로 마음을 연 것은 처음 아니야?" - P167

"그럼 뭐가 문제인데?"
"문제없어요. 좋은 분들이에요. 아쉽게도 다른 한 분은 못 뵈었지만."
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네 눈에는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니?" - P168

"혹시 모르잖아요, 우리가 먼 훗날에 진짜 친구가 될지. 부모보다 훨씬 가까운 친구요. 안 그래요?"
"제누 301."
(중략).
"사실은 너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구나." - P169

Parents‘ Children


"대체 뭐야, 결국 가디들을 놀린 거 아니야? 3차 페인트까지 이어왔잖아! 이제 와서 끝이라고? 그럼 저건 왜 받아 왔어? 말해 봐!" - P171

아키는 확실히 몇 달 사이에 고집이 세졌다. 이제 곧 센터를 떠나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게 될 테니 잘된 일이었다. - P172

아키는 첫 페인트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 드문 행운이었다. 녀석은 프리 포스터들에게 실망해 본 적도, 그들을 의심해 본 적도없었다. 하지만 아키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뜻대로 이루어지지않는 일도 있다는 걸. - P174

페인트로 만난 부모와의 인연이라고 해 봐야 고작 서너 번의 면접과 한 달간의 합숙이 전부였다.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는 한 부모의 아이가 되고 누군가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 - P175

삼개월에 한 번씩 하는 화재 대피 훈련은 비상벨이 울리면 생활관의 모든 불이 꺼지고 복도 가득히 인체에 무해한 훈련용 연기가 차올랐다. 안개 같은 가스라서 숨을 쉬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 P177

강당에 도착하자 가디들이 빠르게 인원 파악을 시작했다. 두 명이 빈다는 말에 아이들이 짜증 섞인 탄식을 뱉었다.  - P179

"졸려 죽겠는데 정말."
아키도 투덜거렸다. 그 순간 드르륵 강당 문이 열렸고, 단상을 향해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문을 보았다. 강당 안으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NC의 센터장, 박이었다. - P180

"다 큰 녀석들이 징그럽게 비켜, 떨어져, 막 센터에 도착했는데 얼마나 피곤하겠어? 인사는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괜찮다. 제누 301."
평소에 얼굴에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박이었다. - P180

매서운 겨울이 한창이었다. - P181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돼요?

합숙을 끝낸 아이 몇몇이 부모와 함께 센터를 떠났다. - P182

"나, 곧 페인트 할 것 같다."
노아가 책상에 걸터앉은 채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웬만하면 오케이 해. 이제 곧 열여덟 살이잖아." - P182

"야, 그런데 센터장 말이야."
"뭐?"
내가 급하게 묻자 노아는 뭐가 그리 궁금하냐는 듯 나를 살피며 말했다.
"대체 어디를 다녀온 걸까? 여행을 다녀온 거라면 성격상 빈손으로 올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표정이 말이야." - P184

박의 용기가 과연 그 자신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주었는지 궁금했다. 박이 없는 동안 나는 그의 말을 곱씹어 보고는 했다.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휴가는 온전히 그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픈 과거를 겪었지만 끝내 스스로를 놓아 버리지 않았고, 끔찍한 기억이 스스로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았다. - P185

물론 박의 생각이 실제로 어땠는지 나는 모른다. - P185

노아와 한바탕 떠들다가 나는 복도로 나왔다. (중략). 나는 멀티워치로 ‘상담신청‘을 터치했다.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파란불이 깜빡거렸다. - P186

"상담은 최와 했던데, 오늘은 어쩐 일로 나를?"
"제 상담 신청이 귀찮다는 말로 들려 서운하네요."
박이 졌다는 듯 양손을 들었다. - P187

박이 내 마음을 알아내려는 듯 물었다. 내가 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바로 그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왜 높은 점수를 주고도그들을 거절했는지 말이다.
"제 301, 너답지 않은 결과인 동시에 너이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88

나는 박이 나를 꿰뚫어 보고 있다고 느꼈다.
"혹시, 그 프리 포스터들과는 상관없는 이유로 거절을 선택했니?"
네, 졌습니다. 졌다고요.  - P188

"실은, 제가 좋은 아들이 될 자신이 없더라고요."
"제누, 나는 진지하게 상담을 하고 싶구나." - P189

"서로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살아가는 거, 저희만의 얘기가 아니잖아요. 바깥세상의 가족들이 사랑으로만 연결되어 있나요?" - P190

"혹시 휴가 가시기 전에 다른 가디에게서 저에 대해 보고받으신거 없으세요?"
아무리 황이라도 휴가를 떠나는 사람에게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 P191

"리모스룸에 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거니?"
이렇게까지 묻는다는 건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 P191

나는 박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앞으로 부모 면접은 일절 거부합니다. 이 시간부로 저에 관한 모든 면접을 중지해 주세요." - P192

"제누 301."
박이 입을 열었다.
"어른으로서 이런 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엄연한 차별이 존재한다. (후략)." - P193

"울타리 밖으로 벗어난 양은 늑대에게 잡아먹히죠."
"......"
"하지만 더 맛있는 풀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박이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NC 출신에 대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NC 출신들밖에 없어요." - P194

"제누, 너는 열아홉 살이 되면 센터를 떠나야 해. 물론 그 전에 여러 직업 교육과 기술 교육을 받겠지만, 그 후로는 너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 P195

나는 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늘 불안했다. 생각이 많은 것이, 생각이 깊은 것이 실은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
"결국 네가 이런 선택을 하리라는 걸."
다른 사람도 아닌 박이라면, 분명 예견했을 것이다. - P196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봐도 돼요?"
"......."
"......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센터에서 근무하는 가디들은 성 이외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 P197

박은 어느새 다시 감정을 읽기 어려운 예전의 박으로 돌아갔다.
"제 301, 여긴 센터고, 너는 NC의 아이다."
나는 수긍하는 투로 멋쩍게 눈썹을 긁적거렸다.
"언젠가 네가 이곳을 떠나면......"
"....."
"나는 더 이상 너의 가디도 센터장도 아닐 거다." - P197

나는 바깥세상으로 한 발 내디딜 준비를 할 것이다. - P1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