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사건

3월 1일 오후 7시경. 고테자키 시 우에베 정 4초메의 한 공원에 아동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3명 모두 얼굴과 목에 자상을 입었으며 의식 불명 상태다. 우에베 정에서는 지난달에도 아동이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은 순찰을 강화한 상황이었다.

고테자키 신보 온라인(3/1 19:55) - P7

"겐이치 군은 고테자키 초등학교 5학년 3반 학생이지요?"
"네."
"오늘 학교는?"
"휴교예요."
"겐이치 군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 P9

"우리 반에는 명탐정이 있거든요." - P9

2011년 1월 10일, 북아프리카 라빌리 공화국의 항구도시 베르그지에서 경찰조직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중략).
무장 경찰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SNS에서 주목받으며 시위는 곧장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 P10

2월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서방 각국 주도로 시민에 대한 라빌리 정부의 무력행사를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정부 자산 동결, 정부 고위 관료의 비자 발급 중지 등의 제재도 가해졌다. - P11

1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전어가 소풍비를 도난당한 것이다.

지난 겨울방학, 나는 명탐정이 되기로 결심했다. - P12

마치 지옥 같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붓토비맨을 보는 동안 이 나라에서는 범죄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나는 고타쓰(일본의 난방 기구-옮긴이) 속으로 파고들었다.  - P13

아빠는 눈을 두 번 깜빡이더니 말했다.
"료타의 꿈이라면 웬만한 건 다 응원할 생각이지만, 경찰은 안 돼. 절대 허락 못 해."
한쪽 발로 서서 신발을 벗으며 아빠는 "세무서 직원도 마찬가지야"라고 덧붙였다. - P14

하지만 탐정의 길은 험난했다. 나는 곧장 벽에 부딪혔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 요령이나 추리 팁은 어떤 책에 실려 있었지만, 사건을 만나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다. - P15

2월 사건은 발생했다.

"선생님, 이거 가져왔어요."
전어는 3단으로 접힌 납부 봉투를 펴더니 셀로판테이프를 떼면서 "소풍비예요"라고 말하며 교탁에 올려놓았다.
(중략).
"지금 장난치는 거냐?"
무뚝뚝하게 봉투를 집고는 안을 들여다본 다라야마 선생님이 봉투를 도로 내밀었다.
"(중략)
"저요?" 전어가 눈을 크게 떴다. "저는 장난 안 쳤는데요." - P16

이날의 버스비로 1월 중에 한 사람당 천 엔을 학교에 납부하기로 했다.
"내일까지 돈 안 가져오면 내년 수학여행 때 너만 교실에서 자습이다."
계속 돈을 가져오지 않는 전어를 보고 인내심이 바닥난다라야마 선생님이 어제 종례 시간에 그렇게 경고했다. - P17

내가 신경이 쓰인 것은 그 셀로판테이프였다.
(중략). 전어가 테이프를 뜯어낸 것은 거기에 진짜 돈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즉, 전어는 실제로 소풍비를봉투에 넣어두었다. - P18

"내가 소풍비를 훔친 범인을 찾아낼게."
나는 선언했다. 붓토비맨의 엔딩처럼 점퍼가 바람에 멋지게 나부꼈다. - P19

"그런데 오늘 아침에 지각하고 말았어. 원래는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 내려고 했는데 늦어서 못 드렸지. 그래서 종례시간에 내게 된 거야."
조회 시간에 전어가 없었던 것은 나도 기억하고 있다. - P19

조회 시간을 알리는 음악이 끝난 후, 선생님이 야스의 책상에 지갑이 놓인 것을 보고 "딱히 필요도 없는데 학교에 돈가지고 오지 마" 하고 야스를 꾸짖었다. 야스는 불량 학생이다. - P20

"왜 지각했는데?"
"왜였지." 전어는 코 밑을 긁적이더니, "아, 맞다!" 하며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2센티미터 길이의 유리 조각을 꺼냈다. "이거 하수구에 떨어져 있던 걸 발견하고 주워왔어." - P20

"오늘 소풍비 가져온 거, 누군가한테 말했어?"
전어는 "흐음" 하고 이마를 찌푸리더니 말했다.
"케첩한테만 말한 것 같아." - P21

추리할 재료는 갖춰졌다. 이제 남은 일은 그것을 어떻게조합하는지다.
아버지는 "뭐 하는 거냐?" 하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고, 다라야마 선생님은 "멍 때리지 마" 하고 머리를 두드렸지만,
나는 추리를 멈추지 않았다. - P22

숀이 목에 건 이어폰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누군가가 전어의 봉투에서 돈을 빼갔다고 해도 그게 우리반 학생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순 없잖아?"
숀은 전학생이다. - P23

나는 이때다 싶어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반 아이들은 그날 전어가 소풍비를 가지고 왔다는사실을 몰랐어. 하지만 우리 반은 달라. 전날 종례 시간에 선생님이 내일은 꼭 소풍비를 가져오라고 전어에게 신신당부했어. 범인은 그걸 들었기에 다음 날 전어의 돈을 훔칠 수있었던 거야." - P24

"그럼 범인은 언제 전어의 소풍비를 훔쳤을까? 봉투를 꺼내는 것뿐 아니라 그걸 반바지 주머니에 되돌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해. 그런 절호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어."
나는 교단에서 내려와 칠판 옆에 걸린 시간표를 가리켰다.
"2교시 체육 시간 전의 쉬는 시간." - P26

"그날 아침 조회 시간을 떠올려봐. 다라야마 선생님이야스를 혼냈지. 용건도 없는데 학교에 돈을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이야. 그때 선생님은 야스의 지갑에서 5천 엔짜리 지폐를 꺼내서 모두에게 보여줬어. 범인도 그걸 봤을 거야. 여기서 의문이 생기지. 범인은 탈의실에 있는 모든 남학생의 옷에서 물건을 훔칠 수 있었는데, 왜 야스의 5천  엔이 아니라 전어의 천 엔을 가져갔을까?" - P27

"이 봉투에는 접힌 자국이 세 개 생겨 있어. 종이를 3단으로 접었을 때 생기는 자국은 두 개야. 그런데 왜 이 봉투에는 접힌 자국이 하나 더 있을까?"
봉투를 바라보았다.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았다. - P28

"잠깐만. 전어의 주머니에 구멍이 있는 걸 숀이 어떻게 알아?"
라부카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 P29

"전어, 너 혹시 선생님께 소풍비를 가지고 오라는 소리를듣고 그날 밤 봉투에 천 엔 지폐를 넣은 채로 현관에 놓아둔거 아니야?"
전어는 몸을 기울이다 벽에 머리를 부딪혔다. "그, 그렇긴한데." - P30

"전어가 잠든 후, 아버지는 현관에서 봉투를 발견했을 거야. 그날 아버지에게 천 엔은 무척이나 큰돈이었겠지. 아버지는 봉투에서 천 엔을 빼낸 후, 전어가 눈치채지 못하게 학년 소식지를 대신 넣어둔 거야." - P31

2011년 2월 25일, 아이오와 영장류 연구센터의 제4관찰실에서 침팬지 두 마리가 탈출했다. - P31

그날은 조지 워싱턴 초등학교 학생 154명이 센터를 견학하는 날이었다. 침팬지 두 마리는 송전탑에서 전시동 입구를 내려다보며 아이들을 위협하는 행동을 보였다. - P32

이 사고는 조지 워싱턴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분노케 했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장류 연구자들을 경악시켰다. (중략).
침팬지 탈출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다. - P32

침팬지 탈출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는 다른 종의 그것과는 수준이 다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침팬지는 인간을관찰하고 출입 방법을 이해한 후 이를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 P33

 주임연구원 유성제가 리더를 맡은 안전관리팀이 설계,
개발한 것이 수치계산식 잠금 시스템CNL이었다.
직원은 방사장을 출입할 때 숫자 키패드로 비밀번호 다섯자리를 입력한다. 이 번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변수-그날의 날씨W, 월M, 요일D-를 포함하는 2차 방정식으로 정해진다. - P34

유성제는 경악했다.
릴리는 단 한 번의 입력으로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마치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숫자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릴리가 어떻게 자물쇠를 풀수 있었을까? - P35

2

내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중략).
아주 이상한 꿈이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걸까. 아니, 시간이 꽉응축된 것 같다. - P35

오늘은 2월 24일, 소풍비 도난사건으로부터 2주가 지났지만, 나는 아직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명탐정이 되기로 결심한 지 어언 1년. 드디어 첫 사건을만났는데, 나는 그만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점찍고 말았다. 그뿐 아니라 아마추어에게 잘못을 지적받고 사건 해결의 영광을 빼앗기기까지 했다. - P36

"선생님, 숀이 없어요!"
(중략). 다라야마 선생님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그 녀석은 결석이야"라며 출석부를 덮었다.
"도쿄로 돌아간 건 아니죠?"
라부카가 과장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순간 기분 좋은 상상을했다가 금세 그런 자신이 한심해졌다. - P37

틀림없다.
내 머리에 이상이 발생했다.
(중략).
머리를 부딪혀서 바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걸까.
나는 30초 만에 모든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시험지를 교탁으로 가져갔다. - P38

종례 시간.
"숀은 어젯밤에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급식 시간까지는 운동복 차림이던 다라야마 선생님이 의자에 걸쳐놓았던 재킷을 입고 말했다.
(중략).
"주, 주, 죽었나요?"
"시민병원에 입원했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모두가 선생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 P39

전어는 요즘 신바람이 나 있었다. 반 친구들이 다들 갑자기 상냥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소풍비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역시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몽당연필이나 입지 않는 옷을 전어에게 선물하거나, 급식을 만화에서처럼 푸짐하게 퍼주거나, 공원에서 조금이나마 놀이에 끼워주곤 했다. - P40

"숀을 때린 범인을 잡을 거야."
전어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불가능해. 료타는 소풍비를 훔쳐 간 범인도 알아내지 못했잖아.‘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리라. - P41

3

(전략).
테이프를 넘어 공원에 들어서자 발밑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지면에 서리가 내려 있었다. 우리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연못 주변의 돌을 따라 풍뢰교로 향했다.
"명탐정의 철칙, 그 첫 번째, 추리는 현장에서 시작된다.
현장을 구석구석 조사해야 해. 숀을 공격한 범인도 분명 단서를 남겼을 거야." - P42

다리를 지탱하는 나무 중 하나에 전선 같은 것이 걸려 있었다.
(중략).
그것은 숀의 이어폰이었다. 얻어맞고 쓰러질 때 다리에서떨어진 것이리라. - P44

그 이어폰의 정확한 모양은 잊어버렸지만 숀의 이어폰이완전히 다른 구조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P45

며칠 전 내가 공원에 왔을 때 저런 금은 없었다. 관리 창고앞에서 솔방울을 주운 덕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저 유리창을 깬 것은…………,
퐁당. 물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중략). 아무래도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 듯했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연못 여기저기에 녹색 유리 조각이 가라앉아 있었다. - P46

명탐정의 철칙, 일곱 번째. 경찰은 적이 아니다. 친밀하고원만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런 일로 경찰관에게 미움받으면 안 된다.
"내일 보자!" - P47

다음 날, 2월 25일,
(중략).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나요?"
라부카가 둥글게 만 책받침을 움켜쥐었다.
"아니. 숀은 범인을 보지 못했다."
다라야마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 P47

야스가 스마트폰을 치우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머지 두 명도 고개를 들고 희미하게 심술궂은 미소를 보였다.
"뭐야, 탐정맨."
"이거랑 같은 이어폰 가지고 있지?" 나는 주머니에서 숀의 이어폰을 꺼냈다. "어떻게 쓰는지 좀 알려줘." - P49

"경찰은 숀을 공격한 범인을 찾지 못했어!"
이를 악물고 소리를 질렀다.
(중략).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야스가 돌아보았다. 분노와 어이없음이 반쯤 섞인 이상한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진짜 미쳤어?"
"숀을 위해서야.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 P50

4

방과 후.
나는 다시 교탁 앞에 섰다.
"숀을 공격한 범인을 알아냈어."
모두가 나를 보고는 곧장 눈을 돌렸다. ‘아직도 그런 말을하는 거야?‘, ‘쳐다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대부분의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 P51

"즉, 이런 뜻이야?" 겐이치가 콩가를 두드리듯 책가방을두드렸다. "숀이 거짓말한 거구나." - P53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마리코가 공기를 뒤섞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숀이 쓰러졌을 때, 이어폰은 강에 떨어졌어. 이윽고 경찰이 손을 발견했어. 경찰은 다리 주변을 살피다가 강에 떨어져 있던 이어폰을 찾았어. 그리고 그걸 주워서 나무에 걸어뒀어. 코드에 피가 묻어 있지 않은 건 한번 강에 떨어져서 피가 씻겨나갔기 때문이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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