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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 :환청과 환상으로 인한 범죄
(전략). 당장 분석해야 하는 강력 사건이 없을 경우 프로파일러는 이미 검거된 피의자와의 면담을 중심으로 범죄자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을 한다. - P108
상해사건은 당사자 간에 문제가 있거나 범행 동기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면담 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략). 이틀 후 ○○경찰서에서 만난 피의자 K는 체격이 왜소하고, 차림새가 지저분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노숙 생활을 하다가 검거된 것 같았다. 얼굴에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았고, 면담하면서도 상대방의 눈을 잘 쳐다보지 못하고 자꾸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 P108
저 문, 일부러 열어두신 거죠
K의 나이는 25세이고, 직업은 없었다. 검거되기 전 어떻게 지냈는지 물으니, 집에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파 주로 밖으로 돌아다녔다고 했다. 서울 시내 곳곳을 주로 돌아다녔지만, 때로는 강원도에도 가고 부산에도 가고 자기가 가고 싶은 대로 그냥 갔다고 답했다. - P109
그러자 그가 말을 꺼냈다. "뒤에 문, 일부러 열어놓으신 거죠?" 면담할 때는 밖의 소음이나 말소리를 차단하고 면담 내용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문을 꼭 닫고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중략). 정중히 사과하며 일부러 열어둔 것은 아니었다고 그를 이해시켰다. - P110
그녀가 시켜서 칼로 찔렀어요
K는 고등학교 때까지 남들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있는 듯 없는듯 조용히 지냈고, 주변에 친구가 없었다. 선생님의 주목을 받거나 학교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었다.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문제아는 아니었다. - P110
어느 날은 머리가 너무 묵직하고 답답해 벽에 머리를 찧다가 피를 흘리며 기절해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이즈음 K는 이유 없이 가족에게 화를 내고, 죽여버리겠다며 칼을 들고 행패를 부렸다. - P111
말하기를 꺼려하고 망설이던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K는 숨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쏟아냈다. "모두 그 여자가 시켜서 한 일이에요." 그는 시킨 대로 하지 않으면 여자가 자기 혼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그 여자가 시킨 대로 하지 않아 혼을 빼앗겼고, 혼을 다시 찾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했다. - P112
면담을 마무리 지으려 하자 K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 한숨을 크게 내쉬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근심 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죽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이제 또 그 여자가 날 괴롭힐 거예요." 안타까운 한숨을 애써 참으며 필자는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놔주어 고맙다‘는 말을 K에게 남기고 나왔다. - P112
묻지마 범죄는 정신질환?
우리나라에서는 범법 정신장애자를 ‘범죄를 저지른 발달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가진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³ K가 보인 증상은 망상, 환각 등을 주 증상으로 하는 정신분열증에 해당한다. - P113
3부 정신질환
3) 안성훈(2011), 「치료감호제도의 개선 방안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 P283
이러한 언론 보도는 ‘정신질환자는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정신질환자가 범행을 저지를 위험성은 얼마나 되는지, 정신질환 및 정신질환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은 경우, 정신질환자는 범죄자라는 인식이 일반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113
2011년 10월 10일 기준으로⁶ 치료감호소에는 일반 병동 800명, 약물중독센터 96명, 성폭력치료센터 100명으로, 총 996명이 수용되어 있다. 죄명에 따른 현황을 보면 살인은 299명, 폭력 139명, 강도 49명, 절도 80명, 마약류 97명, 방화 59명 등이 수용되어 있다. - P114
6) 안성훈(2011), 「치료감호제도의 개선 방안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p.45 - P283
정신질환자는 잠재적 범죄자인가
정신장애자에 의한 범죄는 특히 ‘묻지마 범죄‘로 대서특필되는 경우가 많다 - P115
한편 가족 혹은 지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의 경우, 가족이 이미 정신질환 증상을 알고 있어 폭력이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 후에도 이를 철회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공식 통계에 집계되거나 형사 사건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다. - P116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신분열증과 폭력의 관련성에 대한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일관된 결론을 제시하지못하고 있다. - P116
환청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명령 환각(command hallucination)과 폭력행동과의 관계는 확실하지 않다는 결론이다.⁸ - P116
8) Hersh K., Bourm R. (1998), 「Command hallucination, compliance and risk assessment」,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Psychiatry and the Law(26)』, p.353-359 - P283
(전략).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정신분열증의 환각, 망상등의 증상 자체가 직접적으로 폭력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로 작용한다기보다는, 여러 증상의 상호 작용이나 상황적 요인에 의한 스트레스가 그들의 폭력 행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P117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 치료가 필요
정신분열증이 폭력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면 이를 사전에 예방하면 되지 않을까? 정신질환자 중에서 범죄의 위험성이 있는 잠재적 위험군을 선별하여 감시하면 어떨까? 필자의 의견은 부정적이다. (중략).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 P117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도 질병이라는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략). 특히 정신분열증 환자의 폭력성은 아동기에 편집증적 사고와 열악한 학업 수행, 부모의 물질 남용 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¹² - P118
12) Arseneault L., Moffitt T. E., Caspi A., Taylor P. J., Silva P. A. (2000), "Mental disordersand violence in total birth cohort: results from the Dunedin study, Archives ofGeneral Psychiatry 57(10), p.979-986Tengströ A., Hodgins S., Kullgren G. (2001), "Men with schizophrenia who behaveviolently: the usefulness of an early versus late starters typology, "SchizophreniaBulletin (27), p.205~218 - P284
한편 정신질환자는 범죄의 가해자가 될 위험성도 있지만, 피해자가될 위험성도 높다. (중략). 즉, 먼저 정신질환자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인식을 공유하고 각종 보호 제도를 마련하여 그들의 일차적 범행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P118
치료감호가 가종료되면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는데, 치료감호 및보호관찰이 종료되면 더 이상 사법적 관리를 할 수 없다. 정신질환은 치료가 중단되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치료감호가 종료된 후에도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P119
정신분열증 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 특히 편집형 정신분열증 환자는치료적 개입조차 ‘적대 세력의 위협 행동‘으로 간주하기도 한다.¹⁹ - P119
14) 이봉건 옮김(2013), 『이상심리학(제11판)』, 시그마프레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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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죽인 엄마 : 산후우울증의 무서운 그늘
(전략). 영아살인은 원하지 않는 임신이 원인이 돼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이 성매매 혹은 강간 등으로 인해 임신한 후 화장실 등에서 혼자 출산하고영아를 유기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산모가자택에서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단순히 우발적 살인이기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살인에 이르는 상황이 매우 복잡한 경우가 많다. - P123
경찰서에서 만난 S 역시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자리에 앉는 순간까지도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히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앉아 있었다.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 P124
면담 온 이유를 설명하자 그녀는 표정 없이 말했다. "내가 아이를 죽였어요." - P125
내가 우리 아기를 죽였어요
S는 결혼 10년 차의 평범한 주부였다. 결혼 후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들어서지 않았지만, (중략). 하지만 결혼생활이 5년을 넘어서면서 남편은 예전 같지 않았다. 툭하면 야근이나 회식을 이유로 늦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내가 서운한 마음을 비추기라도 하면 오히려 화를 내며 집에 들어와도 재미가 없다는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 P125
S는 싫다는 남편을 간신히 설득하여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중략). 하지만 기적 같은 아내의 임신 사실을 들은 남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그래? 고생했어." - P126
S는 그동안 자신이 겪은 고생을 알아주기는커녕 그저 아이만 예뻐하는 남편이 야속했다. - P126
자살 충동과 유아 살해 충동
미동도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S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듯했다. S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친정엄마가 정신 차리라며 자신을 흔들어 대고 뺨을 때릴 때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 P127
이미 우울증 병력이 있던 S는 임신 중에도 가정불화, 출산 및 양육에대한 불안 등 산후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산후우울증은 보통 산모의 10~15% 정도에게서 나타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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