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all kinds of love in this world, but never the same love twice.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지만,
그 어떤 사랑도 두 번 다시는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 <분별 있는 일> - P7

분별있는 일

The Sensible Thing


1924년 7월 15일 자 잡지 《리버티》에 발표, 이후 《슬픈 남자들 All theSad Young Men》에 수록되었다. 사랑과 상실을 다룬 이 작품은, 매우 뛰어난 ‘개츠비‘ 계열의 단편으로 평가받는다. <겨울 꿈>을 비롯한 피츠제럴드의 여러 단편과 마찬가지로, <분별 있는 일> 역시 급격한 운명의 반전을 이야기의 중심 축으로 삼는다. 이러한 특징은, 피츠제럴드가 1919년과 1920년에 직접 겪었던 경험, 즉 처음으로 성공을 맛보고 사랑하는 여인을 되찾았던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 P92

1

미국인의 점심시간 진풍경 속에서, 젊은 조지 오켈리는 일부러 천천히 책상을 정리하며 일에 집중하는 척했다. (중략). 성공이란 결국 분위기의 문제이기에, 마음이 일에서 한참 멀어져 있다는 기색을 드러내는 건 결코 좋을 리 없었다. - P93

마음이 1,100킬로미터 너머에 가 있는 조지 오켈리에게 바깥세상은 그저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그는 서둘러 지하철에 올라탔고, 95블록을 달리는 내내 광고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광고에는 앞으로 십 년 동안 치아를 온전히 보존할 확률이 겨우 오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 P94

그는 엉망진창이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흔한 일상처럼닥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런 일들은 맹금처럼 가난을 따라다닌다. - P94

불과 2년 전 그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테네시 남부의 한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에 취직했다. (중략).
하지만 지금 그는 주급 사십 달러를 받는 보험회사 사무직원이었다. 꿈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 P95

"잠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체임버스 씨."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중략).
"나흘간 휴가를 내고 싶습니다."
"뭐라고? 자네 이 주 전에도 휴가를 썼잖아!" 체임버스 씨가 놀란 듯 말했다. - P97

"이번에도 테네시에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요."
"적어도 일관성은 있군." 지점장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자네가 외근 영업사원으로 고용된 건 아닐 텐데."
- P97

"그렇게 하게. 하지만 다시 돌아올 필요는 없어. 그러니 돌아오지 말게!" - P98

체임버스 씨는 벨을 눌러 속기사를 불러 요즘 오켈리가 이상한 낌새를 보인 적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을 해고해 왔고 사람마다 반응도 제각각이었지만, 해고당하고 감사 인사를 건넨 사람은 단 한 명도없었다. - P98

2

그녀의 이름은 존퀼 캐리였다. 기차역 플랫폼에서 조지 오켈리를 향해 달려오는 그녀만큼 상큼하면서도 창백하게 빛나는 얼굴은 세상에 없었다. - P99

"여기는 크래독 씨랑 홀트 씨야." 그녀가 발랄하게 말했다.
(중략). 게다가 존퀼의 집까지 데려다줄 자동차가 그 두 청년 중 한 사람의 차라는 걸 알고 나니 혼란은 더 커졌다. - P99

"모든 게 잘되고 있어요." 조지는 애써 밝게 대답했다. "승진도 했고, 급여도 올랐어요."
그 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참담했지만, 모두들 진심으로 기뻐하는 눈치였다. - P101

"회사에서 자네를 꽤 마음에 들어 하나 봐." 캐리 부인이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3주 사이에 두 번씩이나 여기 내려오게 두진 않았을 테니까."
"제가 허락을 받아냈죠." 조지가 급히 설명했다.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거든요." - P101

존퀼은 선풍기를 틀어 놓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지나치게 예민해진 탓에, 조지는 결국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스스로 발을 들이고 말았다.
"나랑 언제 결혼할 거야?"
"나랑 결혼할 준비는 되어 있는 거야?"
그 말에 조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 P103

그는 자신이 불안하지 않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소파에서 일어나 건너편 흔들의자에 털썩 앉았다.
"난 결혼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편지를 보냈잖아. 이제 그만하자는 것처럼 들렸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급하게 내려올 수밖에 없었잖아."
"오기 싫으면 안 와도 돼." - P104

조지는 어떤 움직임도, 생각도, 희망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다가올 불행에 대한 예감이 그를 완전히 마비시킨 듯했다. - P105

3


다음 날, 무더위 속에서 결국 한계점이 찾아왔다. 두 사람모두 상대방의 진심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먼저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쪽은 그녀였다. - P105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조지,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 아마 앞으로도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야. (중략).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분별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가 이성을 잃고 퍼부었다. 다른 남자가 있는 게 아니냐고,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 P106

처음에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다음부터는 예의상 다정하게 대할 뿐이었다.
"이제 그만 가줘." 마침내 그녀가 소리쳤다. 그 소리가 워낙커서, 캐리 부인이 놀라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 P107

잠시 뒤, 존퀼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슬픔도, 긴장도 모두 분칠과 붉은 볼터치, 그리고 모자 아래에 감춰져 있었다.
(중략).
존퀼은 바깥 현관으로 나갔다. 조지는 코트와 모자를 걸친채 한동안 복도에 서 있었다.  - P108

기차는 덜컹거리며 거리의 건널목을 지나, 점점 속도를 높여 넓은 교외 지대를 가로질러 저녁노을을 향해 달려갔다. 어쩌면 그녀도 그 노을을 바라보다가 잠시 멈춰서, 돌아서서, 그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꿈속에서 점점 더 과거로 사라져갈 것이다. - P110

4

이듬해 9월, 눅눅한 어느 날 오후, 테네시 주의 한 도시에서얼굴이 구릿빛으로 그을린 한 청년이 기차에서 내렸다. 그는초조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중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하는 듯 보였다. - P110

그는 앞으로 지난 열 달과 같은 시간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느꼈다. 그동안 그는 젊은 엔지니어로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성과를 올렸다. 우연히도 특별한 기회를 두 번이나 잡았는데, 하나는 방금 돌아온 페루에서였고, 다른 하나는 그 결과로 얻게 된 뉴욕에서의 기회였다.  - P112

(전략).
그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정 때문이 아니라 흥분해서 그렇다고 자신을다독였다. 그는 지금 그녀의 집에 와 있고, 그녀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 P113

그러다 문이 열리고 존퀼이 들어왔다. 그 순간, 그의 눈앞에서방 안의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듯했다. 그는 그녀가 그렇게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 P114

 그는 갑자기 밀려드는 당혹감을 입 밖으로 터뜨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여기 온 게 혹시 불편해?"
(중략).
"약혼했어?" 그가 물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 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 P115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조지는 존퀼이 지나갈 수있도록 옆으로 비켜섰지만, 그녀는 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동안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 P117

미소가 없는 표정보다도, 말 없는 침묵이 더 인상 깊게 남았다. - P117

"나랑 결혼할 생각은 없는 거지?" 그가 조용히 물었다.
존퀼은 짙은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
"난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 없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내일 아침 워싱턴으로 떠날 거야." 그가 말했다. - P118

그는 뉴욕에서 보낸 절망적인 이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암울했던 시간은 저지시티의 건설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으면서 끝이 났다. 수익은 크지 않았지만, 꽤 매력적인 일이었다. - P120

"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잡을 기회였다고?" 그녀가 순진한 어조로 말을 가로막았다.
"바보라도 잡았을 기회였지."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어. 내가 뉴욕에 전보를 보냈더니..." - P120

(전략). 그가 그녀의 입술에 속삭였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든지 있어..."
세상의 모든 시간, 그의 삶, 그리고 그녀의 삶이라는 시간이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바로 그 순간, 그는 문득깨달았다. 아무리 영원을 헤맨다 해도, 잃어버린 그 4월의 시간만큼은 결코 되찾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 P121

그래, 이제 흘려보내자, 그는 생각했다. 4월은 끝났다. 4월은 끝이 났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지만, 그 어떤 사랑도 두 번 다시는 같은 얼굴로 찾아오지 않는다. - P122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Three Hours Between Planes


<에스콰이어> 1941년 7월호에 발표되었으며 사후 발표된 유작 중 한 편이다. 피츠제럴드의 말년 무렵, 삶과 사랑, 기억의 허무와 복합성을 탐색하는 경향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짧은 만남 또는 재회에 대한 기대와 실망, 애틋함과 거리감이 동시에 공존한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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