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들어섰을 때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카운터 안쪽에 있던 가미오가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가미오 씨, 오늘은 여기 통째로 빌릴 수 있을까요?" - P220
"사과해야 할 일이 있어. 내가 널 속였어." (중략). "그 사진, 아직 갖고 있어? 요코스카 라이브하우스에서 찾은, 도모 씨가 모르는 여자랑 찍은사진." - P221
"한가운데 있는 건 사실 다른 여자야. 거기 도모야 씨 아들 사진을 합성한거지. 합성사진이야." (중략). 그러니까, 하고 야요이는 말을 이었다. "가시마 씨도 공범이야. 가미오 씨가 도와달라고 부탁한거고." - P222
"무슨 뜻이긴 도모야 씨의 속박 말이야. 당시 넌 그사람 망령에 사로잡혀 있었어. 생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안색도 좋지 않았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남자를 소개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고, 그래서 가미오 씨에게 조언을 구한 거야." - P223
가미오가 말을받았다. "몰래 만났던 상대가 딸이어야 강한 인상을 남기겠죠. 연상연하 커플로 보일 만큼 친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히노 씨는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연상연하 커플∙∙∙∙∙." 그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유즈키는 기억을 떠올렸다. 이내 생각이 났다. "그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있던 직원도 공범이었나요?" - P225
"난 그 얘기 듣고 울었어. 전부 지어낸 얘기였는데. 그런 날 보고 속으로 웃었지?" "말도 안 돼. 나도 필사적이었어. 속이기는 싫었지만, 모두 널 위해서..." - P226
"비밀을 털어놓으며 야마모토 씨도 동요한 모양이군요. 제일 중요한 얘기를 안하고 가시다니. 히노 씨가 알아야할 제일 중요한 일인데 말입니다." (중략). "모르시겠습니까? 당신을 속인 공범이 또 있다는걸." - P227
"다카토 료코 씨......." "(전략). 죽은 남편의 불륜 상대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든 말든, 상관할 바 아니라고 생각하겠죠. (중략). 게다가 아들이 트랜스젠더라고 거짓말까지 해야 합니다. 여간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 P228
"블러디 메리, 야마모토 씨가 이 칵테일을 주문한 이유를 저는 알 것 같습니다. 피를 흘릴 각오가 돼 있던거죠. 친구를 위해서라면, 설령 자신이 상처받는다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아닙니까?" - P228
유즈키는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지난 날을 돌이켜보자 지금도 도모야와의 추억이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에 대한 감정을 주저 없이 토로할 수 있는 건,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눠준 존재가 늘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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