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진 리스는 많은 동시대인들에게 일종의 유령으로 보였다.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 나사로처럼 말이다. - P7

바스 디아즈가 기대했던 것은 『제인 에어』의 미친 로체스터 부인과 유사해 보인다. 리스는 로체스터 부인의 초상이 심히 왜곡되었다고 여겨 그에 답하는 소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썼다. - P8

이 소설은 관객과 연기자, 정상과 광기, 기대와 충족, 연기와 실제의 간격 사이에서 협상을 모색한다. - P8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 널리 호평을 받았으며, 지속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는 아마도 독자에게 제기되는 인지와 해석에 대한 의문들 때문일 것이다. - P9

물론 『제인 에어』는 그 자체로 고딕 양식의 텍스트이다. 작품 속에서 미친 크리올 여인은 갇혀 있지만, 고통 받는 남편과 순수한 제인의 삶에 끊임없이 나타난다. - P9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서는 고딕적 상상력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표현된다.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해결보다는 그것의 인식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 P9

(전략).

이처럼 소설의 서사적 불확실성은 독자의 상상력을 괴롭힌다.
『제인 에어』는 단정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중략). 반면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첫 문장은 망설이는 어조를 띤다.  - P10

『제인 에어』를 읽은 독자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를 읽을 때, ‘메이슨‘ 같은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러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 P15

프로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비밀로 남아 숨겨졌어야 했으나 밝혀지게 된‘ * 모든 것은 친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것이다. 숨어 있고 암시되어 있지만 대부분 말할 수 없는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비밀들은 희미하게 보이기는 하나 결코 분명하지는않다.


* 프로이트, p. 345. - P15

『제인 에어』에 나타난 고딕적인 요소들을 되살려 작업하는 것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에서 행해지는 다시 쓰기의 또 다른 양상, 즉 본국 중심부에 대한 식민지 주변부의 응답과 연결된다. - P19

에드워드 사이드는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서사의 권력, 즉 다른 서사의 형성과 등장을 막는 힘‘*이 문화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19세기 유럽에서 사실주의 고전 소설이 발달했다고 주장한다. - P20

로체스터와 앙투아네트 모두 옷을 제대로 차려입고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는 법을 배웠지만, 로체스터가 권위적인 식민주의자의 역할을 그만둘 수 없게 되자 둘 다에게 비참한 결과가 온다. - P21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대부분 독자들이 만나는 존재들보다 더 강력하다. - P21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마지막 부분에서 앙투아네트는 여전히 자신이 꿈꾼 내용을 실행하지 않는다. 그녀는 독자의 상상력이라는 어두운 통로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어쩌면 그 상상력은 그녀를 『제인 에어』로 이끌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 P22

『제인 에어』에서 수수께끼 같던 그레이스 풀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마지막 장에서 제 목소리를 얻는다. 하지만 아네트와 메이슨의 결혼이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이 서로 어긋나듯, 어떠한 이야기도 모두 잘 들어맞지 않는다. - P23

아무런 동정심 없이 노예제도나 결혼, 혹은 부모자식관계 속에서 서로를 소유하겠다고 주장하는 인간들의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소설을 따라다니는 유령이다. (후략).

-앤젤라 스미스 - P24

제1장

쿨리브리

‘문젯거리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 라는 말이 있듯이, 위기가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 P27

어머니는 아버지의 후처였다. 사람들은 어머니가 아버지에 비해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어머니는 마르티니크* 태생이었다. 


*1839년 당시 마르티니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자메이카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이 두 곳은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면에서 경쟁적 위치에 있었다. - P27

어느 날 나는 어머니가 우리의 이웃이자 어머니의 유일한 친구인 러트렐 씨와 담소하는 것을 들었다.
"물론 영국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불운을 겪은 셈이지요. 노예해방 안이 의회를 통과했을 때 영국 정부가 우리에게 약속한 보상금이 있잖아요. 나는 아직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 P28

나는 고독한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직도 무인가를 계획했고 희망을 버리지 못하시는 듯했다. 어쩌면 거울 앞을지날 때마다 어머니는 희망을 되새겼는지 모른다. - P28

"이제 우린 기동성을 잃었어. 우린 고립된 거야. 이제 끝장이구나." *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 원문은 "Now we are marooned." 이것의 원뜻은 "이제 우리는 기동성을 상실했다.", "이제 우리는 고립되었다." 이다. maroon은 스페인어 cimarron에서 파생된단어이다. 야생동물을 잡아 가축으로 사용하기 위해 길들여 놓으면 동물은 산(cima)으로 도망가 버리곤 했고, 따라서 cimarron은 산으로 도망간 동물이라는뜻이다. 자메이카에서 영국의 식민지 정책이 실시되면서 원주민에 대한 압박과 착취가 극심해지자 이에 반대하는 용맹한 청년들이 산으로 피신하여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성했고, 영국 관리나 백인 대농장주, 영국인에게 아첨하는 종족들을 독살시켰다. 이들이 마룬(maroon) 족으로, 폭동, 암살 등을 주도했다. 아네트가 "Now we are marooned."라고 한 말을 "우리는 이제 마룬 족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마룬 족처럼 사회에서 고립되었다."로 해석한다면 앞으로 전개될 손필드 방화와 같은 앙투아네트의 반란 행위를 예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 P29

어머니는 잘 걷지도 못하고 말도 똑똑히 하지 못하는 내 남동생 피에르를 진단해 달라고 스패니시타운에서 의사 한 분을 모셔왔다. 의사 선생님이 어머니나 피에르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나는 모른다. - P30

엉망이 된 정원처럼, 쿨리브리 저택은 어디를 가나 성한 곳이 없었다. 노예제도가 없어졌으니 ‘누가‘ 일을 하겠는가?  - P30

 어머니는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피에르와 함께 앉아 있거나 어머니가 좋아하는 곳에서 피에르와 산보하기를 즐기셨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고요와 평화였다. 나는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만큼 자랐으니까. - P31

때때로 해변가에 사는 여인들이 우리 집의 빨래며 청소를 해주었다. 그들은 크리스토핀을 두려워했다. 내가 곧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이 수고비 한 푼 안 받고 우리 집에 와서 일하는 것은 크리스토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크리스토핀에 대해서 물었다.
"크리스토핀이 몇 살이나 됐어요? 나이가 아주 많아요? 옛날부터 줄곧 우리와 함께 살았어요?"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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