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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에게 잘해 주겠다고 말한 건 거래용 카드였나? 나한테 사과한 건? 하지만 이런 질문을 따라가 봐야 답 없는 의심만 깊어질게 뻔해서, 나는 승윤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 P106

반년가량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애매했다. 요한은원래 이름을 되찾긴 했지만 대우가 완전히 바뀐 건 아니었다. 녀석은 여전히, 매번 말끝을 흐렸고 모자란 취급을 받았다.  - P106

게다가 승윤의 플레이 스타일은 한층 더 괴팍해져서 맞춰 주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 - P107

어린 시절의 업보를 지금 청산하는 것이라고도 믿어 보았다. - P107

고등학교 3학년 6월 모의고사에서 이변이 생겼다. 수학 등급이 평소보다 괜찮게 나왔던 것이다. - P108

처음에는 평소처럼만 플레이하려 했지만 승윤이 자기 욕심으로 죽어 놓고는 내탓을 하는 순간(심지어 이번에도 반군 소리가 나왔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툭 끊겼다. - P108

이건 결국 게임이다. 나는 게임을 제대로 하는 법을 알았고, 팀원을 엿 먹이는 법도 알았으며, 게임을 제대로 하면서 탑 한 명 골탕 먹이는 법까지 잘 알았다. - P109

키워주새오(제리) 기적의 남탓층 ㄷㄷ
T1 Seraphel(룰루) 라인이 밀릴수도 있다
T1 Seraphel(룰루) 근데 정글이 케어해 주는데 성장을 못했으면
T1 Seraphel(룰루) 그건 자기 책임이...ㅋㅋ
알기쉬운미드입문(제라스)ㅋㅋㅋㅋ ㄹㅇ 탑 양심 ㅇㄷ?

승윤은 한동안 채팅에 열중하더니 나를 홱 돌아보았다. - P110

나는 이왕 대화를 한다면 1층으로 내려가서, 건물 바깥에서하고 싶었는데 승윤은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중략).
"너 요새 내가 좆같냐?" - P110

"음흉하게 정치질 하니까 재밌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밌냐고." - P111

고등학교 3학년씩이나 되어 놓고, 게임 따위로 싸우고 싶지도않았다. 하지만 승윤이 고작 세 판으로 이렇게까지 화난 걸 보니 묘한 오기가 생긴 것도 사실이었다. - P112

"예전부터 속으로 불만 쌓아 두고 있었던 거 맞잖아. 이제 학원도 다닐 만큼 다녔고, 대치동 자료도 받을 만큼 받았고, 내 눈치볼 필요도 없으니까 막 나가는 거지?"
"아닌데."
나는 짧게만 말했다. - P112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이용할 거 다 이용해 먹고, 이제 필요 없다 싶어져서 손절 치려는 거 아니야?"
"이용해?"
"그래."
하지만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있고 싶지는 않았다. - P113

"지금 그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 (중략). 근데 내가 지적하는 건 타이밍이라고 불만을 터뜨릴 거면 진작 했어야지 왜 지금이냐는 거야. (후략)." - P114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은 간단하다. (중략). 하지만 친구끼리 호의를 주고받는 일에는 마법 같은 구석이있다.  - P114

결국 내가 수류탄을 던졌다.
"내가 형보다 6모 성적 잘 나온 게 순전히 형 덕분이면, 형이 대장 노릇 하고 다니는 건 형네 엄마가 결혼 잘해서 그런 거 아냐? 형은 한 거 하나도 없고 형 엄마가 다 해 준 거라고 말하면 형도 화날 거잖아. 논리가 딱 그 수준이라고."
말해 놓고 보니 끝장이었다.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화해할 여지가 남아 있었지만, 이 말을 했기 때문에 나는 비로소 지금까지 돈 쓰고 신경 써 준 게 아까운 놈이 됐다. - P115

곧장 집으로 향하는 대신 한참이나 동네를 걸어 다녔다. 7월이라도 벌써 푹푹 찌는 날씨였다. 잔뜩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의 열기가 신발 밑창을 뚫고 올라왔다. - P116

그런데 더 좋은 방법을 찾아서 뭘 어쩐단 말인가. 자기가한 짓은 생각도 않고 청구서만 내미는 놈과는 상종하기 싫다. - P116

역시 끝장을 봤어야 했다! 나는 죽을 뻔했는데 코뼈가 대수인가? 게다가 6월 모의고사 성적 따위로 남의 저의를 의심하다니 속좁은 놈이다. 나는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 P117

롤을 하는데 승윤이 신경질을 부려서 싸웠다, 이건 불충분하다.
승윤이 계속 나를 반군이라 부르고 부려먹었다. 이것도 정확하지는 않다.
내 자존심이 상했다. 이게 그나마 사실에 가까웠다. - P117

똑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한 어떤 말보다는 ‘그 말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이 더 따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 P118

요컨대, 요한에게서 이름을 빼앗을 권한도 돌려줄 권한도 승윤에게 있다는 거. 호주는 승윤에게 어떤 공격도 될 수 없지만, 내가공격당할 때는 남아시아나 호랑이 반군 등이 불려 나온다는 거. - P118

요새는 노아를 좀처럼 못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아는 학교에 거의 오지 않고, 나는 가게에 거의 가지 않게 된 까닭이었다. - P118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있었다. 해장국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가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땀에 푹절은 애가 죽을상을 짓고 있는데 옷에는 핏방울까지 묻어 있으니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 P119

"응급실 비싸잖아요. 약국 마데카솔로 될 일에 삼십만 원 써서뭐 해요."
"한마디도 안 지는 것 봐라. 돈 걱정할 시간에 네 엄마 말이나잘 듣고 살어."
고모는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돌아섰다. 엄마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P121

"아무튼 토요일 학원은 앞으로는 못 가고, 안 가. 이유는 설명 안 할란다. 진짜 미안. 대신 게임은 아예 접을 거고, 자습 더 열심히 할게."
"지금 그게 중요해?"
"나한테는 중요해."
"응급실 가라고 해도 안 갈 거지?"
"응. 가서 씻고 자면 돼."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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