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평이 조금 넘는 부엌과 세 평짜리 거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방이기 때문에 아파트 견학은 모노레일 구경을 포함해 30분 이내에 모두 끝이 났다.
"이제 넷이서 식사라도 함께 하죠. 어때요?" - P96

(전략).
료스케는 전화를 걸어 직접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참았다. 하지만‘‘‘‘ 또 만나고 싶군요.‘ 라는 메일을 보내는 것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
얼버무리거나 또다시 연락을 끊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것도 ‘좋아요. 언제가 좋은가요? 라는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산뜻한 문장이었다. - P97

오다이바에서


이곳 23층 흡연실에서는 도쿄만을 사이에 둔 대안 시나가와 부두가 멀리 바라다보인다. (중략).
그러나 전차를 타면 교통이 불편해진다.  - P101

그때 누군가 창가에서 멍하니 대안 부두를 바라보는 미오의어깨를 툭 하고 건드렸다. 뒤를 돌아다보니 함께 점심을 먹기로약속한 동료직원 요시노(佳乃)가 서 있었다.
"왜 그래? 도쿄만에서 뭐라도 튀어나올 것 같니? - P102

먼저 흡연실을 나간 요시노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던 미오는 막 화장실에서 나온 구보(久保) 과장과 몸을 부딪칠뻔했다.
변함없이 와이셔츠와는 전혀 안 어울리는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아마 며칠 동안 빨지도 않은 듯한 손수건에다 열심히 손을 닦는 중이었다. - P103

엘리베이터 홀로 가자 의미심장한 표정을 띤 요시노가 애써시선을 피하며 "대단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설마 두 사람이 같은 침대에서 출근한 일이 있었다고는 아무도 상상 못할걸"이라며 웃었다. - P104

몇 달 만에 재회하기로 한 료스케와는 몇 번 메일로 연락을주고받으며, 쓰키시마(月島)에서 몬자야키(묽은 반죽을 약한 불에 얇게 구운 뒤 뜯어먹는 일본식 누룽지)를 먹기로 약속했다. - P105

그날 만나기로 한 지하철 지상 출구에 료스케는 5분 정도 늦게 나타났다. 미오는 계단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모습을 나타내기 전부터 개찰구를 빠져나와 지하통로를 달려오는 료스케의 모습이 보였다. - P106

식당 위치를 알 리 없는 료스케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젠 괜찮아요?" 라고 미오는 그의 등에 대고 물었다.
"음, 괜찮아요. ‘아오야마 호타루‘ 알아요?"
료스케가 휙 뒤를 돌아다봤다.
"소설가?"
"응, 그녀가 집에 왔었어요. 그래서 조금 늦어졌죠." - P107

"얼마 전에 우리 창고로 견학을 왔는데 내가 안내를 했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내 아파트를 구경하고 싶다는 겁니다. 우리 집창에서 모노레일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그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아, 그렇지, 료코와도 함께 봤었지?" - P107

요시노의 손에는 《LUGO》라는 여성 패션지가 들려 있었다.
"취재를 왔던 게 지난달인데 그렇게 빨리 연재를 시작할 수있겠어?"
미오는 요시노 손에서 《LUGO》를 빼앗아 대충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 P109

"흐음......."
TV가이드를 책꽂이에 다시 꽂으며 요시노는 뜻 모를 발신음과 함께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무슨 뜻이야, 그 ‘흐음‘은‘
"아무것도 아냐." - P110

(전략). 다시 한번 그 페이지 언저리를 훑어보니 ‘아오야마 호타루의 신작소설《동경만경(東京湾景)》연재 시작‘ 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 P110

시금치 카레를 사들고 엘리베이터로 23층까지 올라가니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 구보 과장이 서 있었다.
"어머, 어디 나가세요? 점심 사왔는데." - P111

"지금 막 점심 먹고 와서 생각 없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것 같았다. 거의 닫힌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도미다(富田)가 아직 안 먹었으니까, 그 친구 줘!"라고 과장이 소리쳤다. - P112

창가의 구보 과장도 내내 그 풍경에 넋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과장이 미오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과장의 얼굴은 여전히 창밖을 향한 채였다. - P112

웃통을 벗으면 료스케 가슴팍에 화상 자국이 보인다. 근육질 어깨 부위에서 시작하는 피부의 균열은 왼쪽 가슴 전체를 뒤덮고 있다. - P117

. 별 생각 없이 긴자에 나가보자고 말한 건 미오 쪽이었다.
"어디 가서 한잔 더하고 가죠, 뭐."
"난, 긴자는 잘 모르는데....."
료스케는 목을 길게 빼고 앞 유리창에 비치는 야경을 바라봤다.
"바를 몇 군데 알아요. 아무 데나 괜찮겠죠? - P118

(전략).
"가고 싶을 리가 없잖아요."
료스케가 화난 말투로 중얼거렸다. 미오는 "그래요, 그럼 미안! 이라며 사과했다. 그 순간, 료스케가 시트 위에 올려진 미오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냥 우리 집으로 가죠." - P118

"저어, 긴자 어디쯤인가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들었는지 운전사가 물었다. 미오는 료스케와 얼굴을 마주보았다.
"으음, 하치초메(八丁目) 근처에 세워주세요. ....하치초메닛코(日?)호텔 앞에."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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