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학과 생물학


그동안 생물학은 식물과 동물, 곤충을 연구 대상으로 했지만, 다섯 번의 큰 혁명이 일어나면서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바뀌어 갔다.
여섯 번째 혁명은 아직 진행 중이다. - P11

(전략).

여기까지가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의 혁명이다.
(중략).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생각하면여섯 번째 혁명은 벌써 일어났어야 하는데 늦어진 것 같다. - P20

수학은 몇천 년 동안 사람과 함께 했다. (중략). 그러니 수학을 여섯 번째 ‘혁명‘이라고 부르기에는 마땅치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수학은-이 글을 쓰는 동안 일어나고 있는 여섯 번째 혁명은-여기서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 P20

수학을 생물학에 쏠 때는 새로운 기구, 주로 컴퓨터가 필요하다. 새로운 생각 도구들, 수학 기술도 필요하다. 생물학의 필요에 특별히 맞춘 것들도 있지만, 다른 이유로 나타나 생물학에서 중요한 뜻을 가지는 것도 있다. - P22

얼마 전까지도, 많은 생물학자들이 수학이 생물학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지 않았다. 딱딱한 수학 공식에 맞추기에는 생명체들의 삶이 너무 다양했고, 그 형태도 너무 유연한 것 같았다. (그래서 하버드에는 이런 법칙 같지 않은 법칙이 있다. "조건을 알맞게 잘 조절한 실험실 안에서, 실험 동물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 P22

 괴짜였던 다시 웬트워스 톰프슨(D‘Arcy Wentworth Thompson)은 『성장과 형태에 대해(On Growth and Form)』라는 책에서 생명체에서 나타나는, 혹은 있다고 알려진 수많은 수학 패턴을 열거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 P23

하지만 유전자 서열의 발견과 관련된 주요한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생명체 안에서 이들이 진짜로 한일)을 밝혀내면서, 생명의 문제가 가진 진짜 깊이가 전과 달리 더욱 분명해졌다. - P23

한 예로, DNA에도 없고, 어쩌면 어떤 기호로도 ‘암호화‘되지 않은 ‘후생적(epigenetic)‘ 정보가 지구에 사는 생명체에게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라는 사실이 지난 몇 년 동안 분명해졌다. - P24

부분들만으로는 생물학 전부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 - P24

20세기에 새로운 수학이 나타나게끔 한 힘이 물리학이었다면, 21세기에는 생명 과학이 될 것이다. - P26

3

생명의긴 목록

이장은 긴 목록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처음에 생물학자들은 사람의 척도에서 생물을 연구했다. 하나의 동식물은 하나의 개체였다. 몇몇 동식물을 해부해 내부를 관찰하기도 했지만, 생물학자들은 주로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 연구했다. - P49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일에 최초로 손을 댄 사람은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 의사인 린네였다. 그가 한 일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생물을 종과 속, 기타 더 큰 묶음으로 나누고, 라틴어 학명을 붙이는 기본적인 체계를 갖게 되었다. - P52

그래도 분류는 생물함의 복잡함이 드러나는 시작점이다. 분류는 고작해야 ‘나비 모으기‘(나비 수집가에게는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이겠지만)일뿐이다. 생명체를 정리하고 거기에 멋진 이름을 붙이는 일 말고도 생물학에서는 할 일이 많다. - P55

분류학자들은 오늘날 식물을 약 30만 종, 균류와 동물이 아닌 것들을 약 3만 종, 동물을 약 125만 종으로 계산한다. 동물 가운데서도120 만 좋은 새우나 달팽이처럼 등뼈가 없는 무척추동물, 그 가운데서도 약 40만 종은 딱정벌레이다. - P56

좋은 생성에 비해 더 빨리 소멸해 가고 있다. ‘종‘의 뜻을 어떻게밝혀야 할지도 다 알지 못한다. 사실 ‘종‘이 생물학에서 볼 때 정말로 의미 있는 개념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 P57

린네의 분류 체계는 겉보기에 뒤죽박죽인 생물계에 질서를 가져왔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보상으로, 오늘날까지 진화해 온 생물의 조상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 준다.
하지만 과학에서 신처럼 여기는 것은 없으며 린네의 분류도 마찬가지이다. 소수이지만 어떤 분류학자들은 생물계가 린네의 체계처럼 깔끔하고 가지런한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 P57

린네의 분류가 나타나면서 동물학자들과 식물학자들은 종들을 구분하는 특징에 대해 더 꼼꼼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물을 분류할 때 어떤 특성을 잣대로 해야 가장 좋을까? - P58

어떤 특징을 더 많은 생물들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 특징과 관련된 분류 단계는 과-목-강의 순서로 더 높아질 수 있다. 분류 단계가높아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생물 수가 많아진다. - P58

분류학자들은 분류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이 사람의 눈에 잘 띄지않음을 곧 깨달았다. 꽃피는 식물에서는 눈에 잘 안 띄는 특성들이 특히 중요하다. 커다란 나무와 조그만 잡초가 아주 가까운 사이일 수도있고, 같은 숲에 사는 큰 나무 둘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 P59

4


꽃에서 찾은
수학


생물학에서 일어난 첫 두 혁명으로, 그 후 1세기 동안 모든 연구에서틀에 박은 듯한 패턴이 나타났다. 당시 생물학에서 지식을 발전시키는방법은 새로운 종을 찾아 그것을 린네의 분류에 끼워 넣는 것이었다. - P61

물리학은 이와는 아주 다른 길을 걸었다. (중략). 이처럼 물리학이 수학의 포괄적인 원리로 하나가 되고 있는동안 생물학은 생물 분야 하나하나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P62

오늘날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식물은 저마다의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적당한 수의 꽃잎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종마다 다른 특정한 숫자들이 나와야지, 몇 개의 이상한 숫자들이 많은 종에서 똑같이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63

설상가상으로, 이 이상한 숫자들이 식물계의 다른 곳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면 수수께끼는 더욱 어려워진다. - P63

 어떤 식물에서는 잎이 매우 단순하게 난다. 한 쪽에 잎 하나씩 짝을 이루어서 가로로 나란히. 그러나 다수의 식물에서는 잎이 늘어선 모양이 나선과 같아서, 앞에 난 잎과 다음 잎이 특정한 각을 이룬 채줄기에 죽 붙어 있다. (중략).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각은 135도로 3/8 바퀴이다. 첫 잎이 난 자리를 0도라고 하면 두 번째 잎은 첫 잎과 135도를 이루고, 세 번째 잎은 첫 잎과 270도를 이루는 식으로 나아간다. - P64

식물의 다른 특징들에서도 똑같은 숫자들이 나타나면서 잇따른 숫자들의 패턴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파인애플 겉에는 육각형 무늬들이 뚜렷하게 나 있다. - P66

왜 이 숫자들이 다른 숫자들보다 많이 나타날까? - P67

그 답은 토끼에서 시작되었다.
1202년 이탈리아 수학자 피사의 레오나르도(Leonardo of Pisa)는산술에 대한 책을 썼다. 그는 독자들에게 토끼 한 쌍에서 나오는 자손의 수를 연습 문제로 냈다. - P67

홀데인의 말을 바꿔 표현하면 식물계는 지나치게 피보나치 수를좋아하는 것 같다.
토끼 번식과 관련해 나타난 이 수열은 겉보기에는 생물학 같지만 꽃잎의 수나 잎차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사실 피보나치 수는 너무 인위적이라 토끼와도 큰 관련은 없다. - P68

많은 곳에서 나타나기에 황금수라고도 하는 b의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원을 서로 황금비를 이루도록 두 호로 가른다고 하자. 다시 말해 큰 호의 중심각은 작은 호의 중심각보다 배크다. 이때 작은 호의 길이는 원주의 1/(1+)배이다. 소수로 나타내면 - P69

피보나치 분수 쪽은 이해하기가 더 쉽다. 수학에서 피보나치 분수는 주어진 분모에 대해서 황금각에 가장 가까운 분수이다. - P70

(전략).
자세한 생물학 내용은 건너뛰고, 이제 잎차례의 기하 패턴과 숫자패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수학으로 쓸 수 있다. 원기들은 잇따라 생식 나선 위에 놓이고, 서로 황금각 또는 그에 매우 가까운 각만큼 떨어져 있다. - P72

빅토리아 시대의 수학자들, 그 가운데서도 「자연 철학에 대한 논문(Treatise on Natural Philosophy)」으로 가장 잘 알려진 수리 물리학자 피터 거스리 테이트(Peter Guthrie Tait)는 그림 7과 같은 그림들을 바탕으로, 잎차례에 대한 호프마이스터의 생각을 수학적으로 기술했다. - P73

황금각의 특별한 성질은 잎차례와 관련 있는 식물의 특성으로 눈을 돌리면 더 쉽게 드러난다. - P74

1979년, 뮌헨 기술 대학교의 헬무트 포겔(Helmut Vogel)은 해바라기 씨 배열을 수학으로 간단히 나타내는 방법을 고안해 왜 황금각이 해바라기 씨 같은 배열에 특히 잘 맞는지 설명했다.¹ 그가 만든 모형에서, n번째 원기는 첫 번째 원기에서 137.5도의 n배가 되는 각을 이루고, 중심까지 거리는 n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 P75

호프마이스터가 말했듯 식물이 자라는 힘이 원기들을 밀어내어 황금각을 이루도록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포가 자라고 움직이면서 생기는 힘은 옆에 있는 세포에 영향을 준다. - P76

1992년 프랑스 수리 물리학자 스테판 두아디(Stéphane Douady)와이브 쿠더(Yves Couder)는 원기를 나타내는 점 같은 물체가 접시 모양의 중심부에서 같은 시간 간격이 지날 때마다 끝없이 생기고, 원의 반지름을 따라 바깥으로 움직이는 계의 역학을 소개했다.² - P77

이 사실은 컴퓨터 가상 실험에서 더 자세히 나타나며, 결국 액체방울들의 계를 연구하면 자연히 황금각의 어림값인 피보나치 분수에 주목하게 됨을 보여 준다.  - P77

둘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이른바 분기도(bifurcation diagram)(그림 12)에서 알 수 있다. - P77

이 곡선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오른쪽 끝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 액체 방울이 생겨나는 빠르기가 0.8보다 크면 각은 180도로, 물방울들은 중심에서 양쪽 방향으로 죽 늘어선다. 빠르기가 작아지면, 각은 그림 위에서 왼쪽 아래로 구부러지는 곡선을 따라 연속적으로 작아지면서 140도쯤으로 바뀐다. - P78

지금은 퍼즐의 남은 조각들을 맞추었다. 황금각이 왜 식물 기하의 원리인지, 하지만 실제로는 왜 어림값인 피보나치 분수로 드러나는지가 밝혀진 것이다.  - P79

분기도에서 다른 짧은 가지들도 피보나치 수열이나 루카 수열처럼 어떤 숫자 패턴을 따르는데, 시작 수가 다르다. 각은 77.9도나 151.1도로 수렴하는데 식물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 P79

푸크시아에 이어 선인장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자연히 식물 구조를 연구하는 수학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 P80

어떤 탄성 물체의 모양을 바꾸려면 일을 해야 한다. 고무공을 눌러 보자. 그 공을 누를 때 한 일은 탄성 에너지라는 에너지의 한 형태로 물질에 저장된다. (중략). 2004년, 투손에 있는 애리조나 대학교의 수학자 패트릭 시프먼(Patrick Shipman)과 앨런 뉴얼(AlanNewell)은 자라는 식물 새싹의 연속체 모형에 탄성 이론을 적용했다. 특히 애리조나 주에 널리 퍼져 있는 선인장을 집중적으로 실험했다.⁶ - P-1

어떤 식물학자도 식물 끝이 자란다고 하지 구부러진다고 말하지않을 것이다. 탄성 모형이 식물 생장의 주요 특성들을 어느 정도 밝혀냈다고 해도, 아직 중요한 특성들이 빠져 있다. - P81

이 문제를 풀려면 수학이 아니라 생화학이 필요하다. 원기는 옥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다. 뉴얼과 동료들은 옥신 분포에서 비슷한 파동 패턴이 나타남을 보였다.⁷ 이 문제에서는 식물의 생화학, 세포 사이의 역학, 식물의 기하 모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 P81

여기까지의 결과로 보면, 다시 톰프슨의 의심은 틀렸다. (중략). 또한 드물게 나타나는 루카 수를 예측해 어떤 식물에서는 왜 피보나치 수가나타나지 않는지 밝혔다.  - P82

한 가지 경고할 것도 있다. 톰프슨의 의심에는 까닭이 있었으며, 그 까닭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 P82

자연에서 나타나는 황금수의 한 예로, 앵무조개 껍데기의 아름다운 나선 또한 흔히 이야기한다. 이것은 틀린 예이다. - P83

잎차례는 사실상 자연이 황금수와 관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수 있는 단 하나의 상황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실험물리를 뺀다면 말이다.) 그러나 심지어 그 안에서도 모든 것이 황금수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 P83

빅토리아 시대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수리 생물학 여행은 여기까지이다. 현대 수리 생물학에 관한 통찰은 짧은 속편이었다.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