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신학의 중요성은 과학의 역사에도 두 가지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선 서양 과학이 기독교 신학에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현대 과학이 세상의 다른 어느 곳보다 기독교적인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 P370

 현대 과학과 기독교 신학의 공통적인 뿌리는 그리스 철학이었다. 기독교가 신학적인 종교가 된것은 예수가 당시 그리스 문화가 깊게 스민 로마제국의 동쪽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우연한 역사적 사건 때문이었다. - P371

(전략).
이 역사는 기묘하게도 서양 문명에 둘로 나뉜 유산을 남겼다. 하나는 지금 복음서들에 기록된 가르침에서 보는 것과 같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예수의 종교다. 다른 하나는 기독교를 지적 훈련을 통해 학자들, 궁극적으로는 과학자들까지 양성할 수 있는 온상으로 변모시킨 신학이다. - P375

 폴킹혼은 파인만의 선언에 틀림없이 동의할 것이다. 반면 파인만이 폴킹혼의 견해에 쉽게 동의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P375

후기


이 논평에서 지금 복음서들에 기록된 가르침에서 보는 것과 같이‘라는구절을 쓸 때, 최초의 세 가지 복음서(<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을 말한다-옮긴이)를 염두에 두었다. (중략). 기독교 전반과 특히 요한복음에 대한 나의 지식은 대부분 일레인 페이젤스Elaine Pagels와의 대화에서얻은 것이다. - P376

1


과학자가반역자여야 하는 이유


시의 관점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과학에도 유일한 관점 같은 것은 없다. 과학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관점들로 이뤄진 모자이크다. (중략).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역의 우세한 문화가 강요하는 제약들에 맞서는 것, 즉 ‘반역‘이다. - P21

과학은 동양과 서양, 남반구와 북반구, 흑인과 황인과 백인을 전혀개의치 않는다. 과학은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 모든 이의 것이다. - P21

과학에서 반체제의 역사는 매우 길다. 감옥에 갇혔던 과학자들,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거나 우연히 그들의 목숨을 구한 과학자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 P25

만약 과학이 권위에 대한 반역을 멈춘다면, 총명한 어린이들의 재능을 탐할 자격이 없다.  - P26

앞에서도 분명히 밝혔지만, 나는 환원주의적 견해를 옹호하지 않는다. (중략). 환원주의의 실패를 보여준 명백한 증거도 있다. 모두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 1862-1943의 이야기다. 그는수학의 변경에서 매우 창조적인 업적을 이룬 위대한 수학자였다. 하지만 30년 후 환원주의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버렸다. - P28

힐베르트는 보편적인 과정을 발견해서 수학의 문제들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보편적인 과정이란 수학적 기호들로 이뤄진 모든 공식적 명제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결정할수 있는 과정을 말한다.
힐베르트는 이 보편적 과정을 발견하는 문제를 결정문제 Entscheidungs-problem‘라고 명명했다. - P28

마침내 힐베르트가 70세가 되었을 때, 쿠르트 괴델 Kurt Gextel, 1906~1978은탁월한 분석을 통해 힐베르트의 방식으로는 결정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중략).  이것이 그 유명한 ‘괴델의 정리 Godel‘s theorem)‘다. - P29

가장 위대하고 창조적인 몇몇 과학자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중대한 위업을 이뤄놓고, 말년에는 환원주의 철학에 사로잡혀 무기력해지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역설이다. - P29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이해하기 위해 10년간 고투했다. 그런 끝에 통찰한 결과를 몇 개의 장방정식 field equations 으로 만들어 환원하려 했다. 힐베르트처럼, 아인슈타인도 나이가 들면서 장방정식의 형식적 특성에점점 집착했다. - P30

블랙홀 개념은 율리우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Julius Robert Oppenheimer, 1904~1967와 하틀랜드 스나이더 Hartland Snyder, 1913-1962가 1939년에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한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무거운 별이 핵에너지를 다 소진했을 때 벌어지는 일을 설명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들의 해를 찾았다. - P30

현재 우리는 태양 질량의 수십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것까지. (중략). 블랙홀은 우주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결정되는 장소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다. - P31

왜 그들은 그토록 맹목적이고 냉담했을까? (중략). 내 생각이지만, 아인슈타인의 대답도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한다. 말년에 오펜하이머는 진정한 이론물리학자라면 반드시 물리학의 기본 방정식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31

과학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환원주의적 접근이 눈부신 성공을 거뒀던 예도 적지 않다. (중략). 1926년 슈뢰딩거 방정식 schrodinger‘s ccquation과 1927년 디랙 방정식Dirac‘s equation이 그러했다. - P32

과학은 그 안에서 일상적으로 수행되는 일들을 보면 철학보다 예술에 더 가깝다. 불완전성 정리에 대한 괴델의 증명에서도 철학적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괴델의 증명은 마치 샤르트르 대성당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에서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첨탑과 같다. - P33

(전략). 내가 할 일은 강 양편의 토대들이 가운데서 만나도록 캔틸레버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이었다. 이 비유는 아주 적절했다. 내가 구축한 캔틸레버다리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양편을 효율적으로 이어주고 있다. 스티븐 와인버그 Stephen Weinberg, 1933~와 압두스 살람Abdus Salam, 1926~1996이 성취한 통합연구 역시 다리를 잇는 비유로 설명된다. - P34

최근 몇 년 동안 과학사학자들 사이에서 굉장한 논쟁이 벌어졌다. 과학이 사회적 요구로 작동한다는 진영과, 과학은 사회요구를 능가적하며 그 자체에 내재된 논리와 자연의 객관적 사실들로 작동한다는 진영이 충돌한 것이다. - P35

(전략).
그가 옳았다. 진리에 헌신하는 고결하고 도덕적인 이미지, 과학자들이 대중에게 비춰지는 그 고전적인 이미지는 이제 신뢰를 잃었다. 대중은 세속의 현자로 그려진 과학자들의 고전적인 이미지가 거짓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인간의 생명을 갖고 노는 무책임한 악마로 상상한다. - P36

과학의 초월성을 믿는 역사가들은 과학자를 세속적인 현실사회를 초월해 위대한 지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놓았다. - P36

과학과 역사에는 다양한 형식들과 목적들이 존재할 수 있다. 과학의초월성과 사회 역사의 현실성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이들은 과학의 마지막 발언은 결국 자연이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그 마지막 발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과학을 수행하는 인간의 자만심과 부도덕이 막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6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과학도 인간이 하는 일이기에, 과학을 수행하는 인간 개개인을 이해하는 것이 과학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과학은 철학적 방법이 아니라 예술의 한 형식이다.  - P38

후기



이 논평은 1992년 한 회의에서 했던 강연 원고를 옮긴 것이다. ‘다가오는 21세기에 자연을 이해하는 열쇠로서 환원주의의 지속적인 우월성을논하는 회의였다. - P38

2


과학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와 불평등

(전략).
50년 전 영국에서 수학을 공부할 때, 훌륭한 수학자인 고드프리 해럴드 하디 Godfrey Harold Hardy, 1877~1947는 나의 스승 중 한 명이었다. (중략). 응용할 데도 없는아주 쓸모없는 추상적인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데 인생을 허비했노라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 P42

그러나 기술에 대한 하디의 관점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오늘날 기술은 마치 경쟁하듯 매우 빠르게 공장과 사무실의 노동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 P42

그나마 윤리적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 기술은 인간 규모에서 작동하면서 개개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모든 세대마다 운이 좋은 개인들은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기술을 발견한다.  - P43

아버지 시대에서 50년이 지난 후, 나는 핵융합원자로라는 형태에서 환희의 기술을 발견했다. 1956년, 전시기밀이었던 기술이 느닷없이 세상에 공개되고 일반 국민들도 접할 기회가 열렸다. - P44

(전략).
최근에 나는 버몬트의 어린이박물관에서 그런 가능성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강연을 듣던 한 젊은 여성에게 폭언을 들었다. 그녀는 동물의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평생 재미 삼아 동물을 고문하는 잔인한 과학자의 전형이라고 나를 비난했다. - P46

사실 그 여성의 항의는 타당했다. 개와 고양이를 설계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모호한 사업이다. - P47

시간이 지나 CAS-CAR 프로그램이 상용화된다면, 그래서 누구나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이용해 분홍색과 보라색 반점이 있는 강아지를주문하거나 수탉을 닮은 까마귀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시민들 누구나 개들의 무리에 편입될수 없는 기묘한 개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까? - P47

20세기 말에 발견한 기술의 사악한 결과를 선하게 바꾸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과학이 인간사회에서 선하거나 악하게 작동할 수 있는방식은 많고도 다양하다. - P47

 핵에너지가 대개 악하게 작동하는 까닭은, 부유한 정부와 부유한 기업들이 주무를 수 있는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은 실제 장난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 P48

한편 지금까지 응용과학은 이윤을 내고 팔 수 있는 상품연구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이 신상품에 더 많은 돈을낼 수 있으므로, 시장주도형 응용과학은 앞으로도 부자들을 위한 장난감 개발에 더욱 전념할 것이다. - P48

순수과학과 응용과학이 정반대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두 분야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힘에 좌우된다. 바로 과학 활동을 관리하고 재원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힘이다. - P49

 순수과학의 경우, 위원회는 상호검토절차를 수행하는 과학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 위원회가 다수결로 연구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경우, 유행에 뒤떨어진 분야보다는 최신 분야의 연구들을 지원한다. - P49

헨리 포드 Henry Ford처럼 자기 사업에 독재적 권한을 행사하는 성미 고약한 기업인이나 돼야 눈치 안 보고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즉독단적으로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급료를 높여서, 수많은 노동자들도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게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순수과학과 응용과학 모두 위원회의 통제하에서는 유행에 뒤떨어지는 연구나 대담하게 모험적인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 - P49

핵무기 경쟁은 끝났지만, 비군사적 기술이 야기한 윤리적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 P50

(전략). 세 번째 시대는 ‘신경기술시대‘다. 신경 센서의 개발과 더불어 인간의 감정과 성격의 내면적 작동방식이 밝혀짐에 따라 다음 세기 말쯤 현실이 될 것이다. - P50

기술이 지금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부자들에게만 혜택을 몰아주며 발전해간다면, 머지않아가난한 사람들은 기술의 폭정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 - P51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환경운동은 기술이 이루지 못한 선보다 기술이 야기한 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라건대, 다음 세기의 녹색운동들은 기술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 P51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이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던 말이있다. (중략). 이 말에 동의한다면, 수백만 명이 실직과 빈곤에 내몰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 원자력발전소들 버금가게 이 지구의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도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P52

아직까지 우리는 인간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과정들(신생아의 언어능력과 사회성 발달, 기분과 감정의 상호작용, 어린이와 성인의학습과 이해력, 노화의 시작과 생애 말 정신의 쇠락)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 P53

개선은 단순히 건강을 증진시키는 의미외에도 수명연장이나 더 긍정적인 성격, 더 강한 심장, 더 똑똑한 두뇌를 뜻할 수도 있다. (중략) 하지만 언제까지 규제로 묶어둘 수는 없다. 공식적으로 승인이 되든 안 되든, 또는 법률로금지하거나 혹은 터부시되는 한이 있어도, 인간개선은 널리 시행될 것이다. - P54

신기술은 자유만큼이나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사회적 제약들은 새로운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 P55

후기


이 논평을 쓴 지 9년이 지난 지금,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극은 더 커졌다. 신기술은 줄곧 주주들을 더욱 부유하게, 노동자들은 더욱 가난하게 만들어왔다.  - P55

3


현대과학에는 이단자가 필요하다


토머스 골드를 처음 만난 것은 1946년, 인간의 청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였다. 골드는 실험자였고 나는 일종의 실험용 쥐였다. - P57

1946년에 귀의 해부학과 생리학에 정통한 생리학자들은 후자가 맞는 답이라고 생각했다. 음의 고저를 구분하는 일은 귀가 아니라 뇌에서 일어난다고 믿은 것이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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