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 감정, 자아를 만드는 뇌의 서사


(전략).
빌리는 오늘 날짜를 몰랐다. (중략). 하지만 진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빌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아니었다. 그는 ‘일부러‘ 거짓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자신을 감추려 노력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사실만을 대답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말로 무릎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고 믿었다. - P171

뇌는 기억을 편집한다


빌리의 뇌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려면 기억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기억이 과거의 경험을 단순하게 촬영한 비디오 같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아니다. - P172

이론적으로 신경세포는 집단으로 묶여 자주 자극을 받으면 추가로 수용체를 모집해 새롭고 더 강한 시냅스를 만들어낸다. 장기 강화 작용(long-term potentiation)³이라고도 하는 시냅스 연결 강화는 기억을 형성하는 근간이 된다. - P173

장기 강화 작용은 기억이 뚜렷한 신경세포 발사 패턴으로 암호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기억과 기억의 연결 고리가 만들어지는 일도 가능케 한다. - P173

일단 연결된 신경세포 집단은 나중에 활성화될 때 다른 신경세포 무리에게도 집단을 만들라고 부추긴다. ‘기억 형성‘⁴은 평생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역동적 프로세스다. 우리의 경험은 뒤얽힌 연결 패턴으로 저장된다. 과거 경험을 떠올리거나 - P173

 미국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Elizabeth Loftus)는 최근의 경험이 기억을 어떻게 조작할수 있는지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했다. - P174

기억은 상호연결되어 있는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변할 여지가 있다. 뇌는 특징이 비슷한 기억을 연결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들을 강조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는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그 사건들을 재구성할 수 있다. - P176

이스라엘 연구팀은⁶ 기억에 문제가 없는 어떤 여성을 이틀 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중략) 이후 몇 년 동안 그녀는 시간차를 두고 그 이틀에 대해 묻는 질문지에 답했다. (중략) 시간차가 길수록 자세한 부분에 대한 그녀의 기억 왜곡은 더 심해졌다. - P176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의 기억은 자세하고 정확하게 저장된 기록에서 멀어졌고, 대신에 그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 P177

기억은 우리라는 사람을 결정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 P177

감정으로 물든 기억

(전략). 2000년 듀크대학 신경과학자 연구팀⁷(그들에게 편견은 없었을 것이다)은 감정 기억 연구에 참가할 열혈 농구팬을 모집했다. 12명은 듀크대학 팬이었고 11명은 UNC팬이었다. 피험자들은 1주 동안 한자리에 모여 듀크대학과 UNC 농구팀이 벌인 접전을 커다란 화면으로 세 번 시청했다.  - P178

행동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팬들은 자기 팀이 불리했던 경기보다 유리했던 경기를 더 잘 기억했다. 그러므로 긍정적 감정의 기억은 부정적 감정의 기억보다 더 정확한 경향이 있다. - P178

.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고집불통‘이라는 단어를 비롯해 다양한 형용사를 보여준 뒤 다음과 같이 두 가지를 질문했다.


1. 고집불통‘은 당신의 성격에도 해당됩니까?
2. ‘고집불통‘이라는 말은 [전 캐나다 총리] 브라이언 멀로니의 성격에도해당됩니까?


FMRI 관찰 결과 안쪽이마앞겉질은 피험자가 1번 질문에 답할 때에는 점화되었지만 2번 질문에는 점화되지 않았다.⁸ - P179

이 신경학 연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신경 촬영 결과 피험자가 농구 경기를 기억하는 동안 해마의 경계에 있는 해마곁(parahippocampal) 영역도 점화되었다. 이 영역은 대화에서 비꼬는 기색을 알아차리는 등사회적 인지 수행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 P179

지금까지 해마곁겉질은 공간관계 처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빈정거림에 대한 연구는 이 영역이 사회적 인지 수행에도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농구 경기 관람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다. - P180

뇌가 재난을 기억하는 방식


2001년 11월 18일 일요일 아침에 어디 있었는지 기억하는가? 나는 아니다. 나는 2주 전 일요일에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2001년 9월 11일은 아주 잘 기억한다. - P181

9.11 테러 기억처럼 매우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기억하는 것을 섬광기억(Hashbulb memory)이라고 한다. - P182

두 번의 대답이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았지만 9.11 테러 섬광기억에 대한 피험자들¹⁰의 기억은 문자 메시지와 관련된 대조군의 기억보다 훨씬 자세했고 세부 내용 설명도 처음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대답과 더 많이 일치했다. - P182

기억은 자기중심적이다


9.11 테러가 일어나고 3년 후 뉴욕 시민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그 테러공격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그때의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에 참가했다. 첫 번째 집단은 세계무역센터 근처 맨해튼 다운타운에서 테러 현장을 직접 본 사람들이었고, 두 번째 집단은 몇십 킬로미터 떨어진 미드타운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 P183

 미드타운 피험자들은¹¹ 9.11 테러를 자세히 기억하려 할 때 뒤쪽해마곁겉질이 많이 활성화된 반면 편도의 활동은미미했다. 다운타운 피험자들과는 정반대였다. - P184

우리는 감정을 발산한 순간을 기억한다. 9·11 테러 공격 뉴스를 들었을 때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장본인은 그렇지 않았다 - P184

 우리는 경험을 떠올릴 때 개인사에 중요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기억한다. - P185

또 다른 예가 있다. 1967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야구 경기 중에 4회에 이해하지 못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레드삭스의 스타 타자 토니 코니글리아로가 타선에 섰을 때 에인절스의 투수잭 해밀턴이 던진 강속구가 토니 코니글리아로의 머리에 맞았다.  - P186

이번 일은 잭 해밀턴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는데도 그의인터뷰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 여러 기록에서 드러났다. - P186

잭 해밀턴은 그 사건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그랬다. 잭 해밀턴은 공이 토니 코니글리아로의 몸에 맞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이 어떠했는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P187

뇌가 고통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법

1969년 9월 22일 수전 네이슨이라는 여덟 살의 여자아이가 캘리포니아포스터시티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는 길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중략). 1969년 12월 샌프란시스코 수자원관리국 공무원이 평소처럼 순찰을 도는 중에 크리스털스프링스 저수지 근처 협곡에서 한 아이의 사체를 발견했다. - P188

아일린은 먼저 치료 전문가에게 그 기억을 상담받은 후 남편에게 말했다. (중략). 경찰은 아일린의 기억에 신빙성이 있다고 여기고 조지 프랭클린의 집을 찾아갔다. (중략).
"예전 살인 사건을 조사 중입니다." 경찰관이 말했다. "피해자 이름은 수전입니다. 수전 네이슨이요"
조지 프랭클린은 잠시 경찰관을 쳐다보다 대답했다. "내 딸을 만나고 오신 건가요?" - P189

피고인 측은 아일린의 증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건 당시 보도된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아일린이 기억한다고 말한 ‘모든 것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내용이었다고 강조했다. - P190

진술에서 몇 가지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배심원들은 아일린의 증언이 자세하고 사건에 대한 기억의 정확도도 높다고 판단했다. 조지 프랭클린은 유죄였고 1급 살인죄가 적용되었다.¹⁵
아일린은 정말 아버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일까? 기사 내용과 사진을 순서대로 배열하면서 기억이라고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 P190

기억억제는 일반적으로 트라우마가 있을 때 생긴다. - P191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부정적 감정에 대한 기억은¹⁶ 행복한 감정의 기억보다 더 빨리 희미해진다. 심리학에는 기억 무시 모델(mnemic neglectmodel) 이론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자아인식과 일치하는 일은 쉽게 기억하는 반면, 자아인식과 충돌하는 기억이나 감정은 쉽사리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 P191

뇌는 개인사를 담은 스냅사진을 배열할 때 자아를 보호하는 방식을 자주 따른다. 뇌의 무의식을 뉴스 채널이라고 한다면 이는 한쪽으로 치우친 뉴스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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