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에
가장 쓰고 싶은 것부터 입력하기

(전략).
이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쓰고 싶은 장면부터 쓰는 것이다. 가장 좋은 장면, 재밌을 것 같은 장면, 제일 재미있는절정이 될 것 같은 장면, 이 이야기를 쓰면서 제일 신날 것같은 장면을 그 무엇보다 먼저 쓰는 것이다.  - P90

물론 문제는 있다. 대뜸 가장 결정적인 장면부터 시작하면 독자가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가 있다. - P90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일단 제일 재미있는 장면을 써놓고 앞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대목 앞에 끼워 넣을 수 있다. - P90

이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작가들에게 그저 꿈 같은 일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 수법을 쓰는 사람도그 가치를 탐구하는 사람도 적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할 수 있다. - P91

글을 쓰기 전에 배경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 어떤 뒷이야기가 있고 어떤 사정이 있는지 상세하게 미리 짜두고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다. 사전에 배경을 상세히 그려내면서 백과사전이나 매뉴얼 같이 그 배경에 대한 정보를 차곡차곡 써넣는 일은 종종 방대한 작업이 되기도 한다. - P92

그러나 배경에 대한 내용만 너무 자세히 짜다 보면 그만 진이 빠져서 정작 본론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될 수도있다. - P92

그래서 나는 더욱더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먼저 쓰는방법을 좋아한다. (중략).
대신에 배경을 짜다가 이런 배경에서는 이런 사건이벌어지면 재미있겠다 싶으면, 그 이야기를 일단 써버린다. - P93

소설을 쓰거나 읽다 보면 ‘다음 대목부터 점점 더 재밌어질 텐데 여기는 좀 지루하네‘ 싶은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부분을 꾹 참고 버티면서 이제 조금만 버티면 재밌어진다. - P94

우선 첫 번째 장점은 이 방법을 쓰면 글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의욕적으로 쓰기가 쉽다는 것이다. - P94

가장 쓰고 싶은 대목부터 먼저 쓰는 방법의 두 번째 장점은 그렇게 하면 활기차고 생각이 신선할 때 제일 중요한장면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P95

그러다 보면 긴 시간 글을 쓰다가 마침내 제일 쓰고 싶었던 장면을 쓸 때가 왔는데, 원래 상상했던 것에 비해 형편없는 것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 P96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쓰고 나면 그 앞부분에끼워 넣어야 하는 이야기는 자연히 간략해진다. 이미 가장쓰고 싶은 부분을 써버렸는데 그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굳이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 P98

게다가 일단 이야기의 핵심을 먼저 쓰고 보면 이야기를쓰기 전에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중략). 기가 막힌 것은, 그렇게 돌아보면 생각보다 절정 장면 전에 꼭 늘어놓아야 하는 다른 이야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 P98

강렬한 첫 장면에 매달리는 작가들

‘제일 쓰고 싶은 것부터 쓰기 방법‘을 쓸 때 조금 더 과감해진다면 아예 앞부분을 다 쳐내버리고 가장 짜릿한 절정 대목부터 들입다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 P100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앞쪽으로 확 끌어내면서 뒷이야기를 상상해가는 것은 더 신선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 P101

만약 앞으로 끌어다 쓴 절정 장면 이후 이야깃거리가 충분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앞에다 관심을 끄는 재미난장면을 뿌려놓고, 이어서 회상 장면으로 앞선 이야기를 설명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 P102

다만 회상 장면을 활용하는 방법이 요즘 너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1940, 1950년대 할리우드 누아르영화를 보면 터프가이 남자 주인공이 과거를 돌아보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 P403

우리나라 TV 사극에서는 첫 회에서는 절정에 어울릴만한 화려한 전쟁 장면이나 액션 장면을 보여주고, 그러다가다시 회상 형식으로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나 많이 쓰였다.  - P103

그러니 가장 재미있고 쓰고 싶은 장면부터 먼저 쓴다는이 방법의 핵심은 완성된 글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맨 먼저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쓰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먼저 쓴다는 것이다. - P104

그러니까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로 재미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변형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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