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담력시험 준비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우리는 다시 광장에 모였다. 데메의 모습은 없었다. - P129

 내 파트너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히루코 씨였다.
"아, 잘됐네. 이건 운명이라 해야 하려나."
운명이라. - P129

从옆을 살피자 히루코 씨가 고개를 호수 쪽으로 돌리고 내 손이 이끄는 대로 걷고 있었다. (중략).
"실은 네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중략).
"두 사람을 이번 합숙에 끌어들인 목적을 말해줄게."
그걸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 거래 조건 아니었나. 고개를 돌리자 커다란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무라. 난 널 내 걸로 만들고 싶어서 이번 합숙에 같이참가하자고 제안한 거야." - P132

"저는 단지 좋아서 책을 읽을 뿐이에요.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지도 않는다고요." - P133

대화는 거기서 뚝 끊겼다. 솔직히 말해 당장 귀신이 나오길바랐다. - P134

7

(전략).
시선을 돌리자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몇 명이 보였다. 앞서출발한 조가 돌아오나 싶어서 말을 걸려고 했는데이상하다. 사람이 세 명이다. 이 동네 사람인가.
"어쩐지 상태가 안 좋아 보이지 않아?"
히루코 씨 말대로 세 사람 모두 술에 취한 것처럼 몸을 좌우로 비틀거렸다. 우리를 위협하려는 걸까. - P135

무엇보다 냄새! 피와 지방과 뭔가 썩은 듯한 강렬한 냄새가밀려와서 코에 들러붙었다.
그 순간 본능이 이겼다.
"뛰어요!"
히루코 씨의 손을 잡아당기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P137

"아무튼 밖에 있으면 안 돼, 펜션으로 돌아가서 문단속을."
"아니, 달아나는 편이 나아."
"하지만 아직 다들 안 돌아왔는걸요."
"놈들이 여기까지 올지도 몰라. 무기가 필요해." - P139

"도대체 뭐야."
나바리가 간노를 부르러 달려가고, 다쓰나미가 아직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 P139

하지만 이제 막 도착한 간노는 눈치 없게도 "큰일났네, 빨리 병원으로" 하고 외치며 계단을 내려가 맨 앞에 있는 자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젊은이 모습을 한 그것은 고꾸라지듯이 몸을 움직여 간노를 덮쳤다. - P141

한 번, 또 한 번 찔렀지만 좀처럼 안 죽는다. 시게모토가 다시 소리쳤다.
"심장을 찔러봤자 소용없어요. 뇌를 부수어야 해요."
"말은 쉽지!"
인간의 두개골은 단단하다. - P142

히루코 씨가 목소리를 높였다.
"끝이 없네요. 자담장으로 피하죠."
"그보다 뒤편으로 달아나는 게 낫지 않을까?"
다쓰나미의 제안을 듣자 나나미야의 안색이 변했다.
"안 돼! 나는 산속에서도 쫓겼어. 놈들은 산을 넘어서 왔다고." - P143

주변에서 좀비들이 몰려들든 말든 신도의 머릿속에는 연인이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자. 펜션에 몸을 숨기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 - P144

좀비들이 현관까지 당도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카기가안타깝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혼자 친구를 구하러 가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 P145

마음먹은 대로는 안 되는군.

(전략). 그 표정을 마지막으로 아케치 씨는 고작 몇 미터 아래 지옥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굴러떨어져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 P146

8

현관은 봉쇄했지만 펜션의 수비벽은 미덥지 못하다. 1층정면 벽은 유리로 된 커튼월*이라 취약하기 그지없으므로 좀비들이 실내로 침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여기는 안 돼."
"2층으로 올라가! 그리고 계단을 모조리 막아."


*하중을 부담하지 않고 커튼처럼 칸막이 구실을 하는 바깥벽 - P147

다쓰나미에게 얻어맞은 신도는 바닥에 엎드려 엉엉 울기시작했다. 아케치 씨의 죽음 때문에 신경이 마비가 되었는지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호시카와가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좀비의 침입을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 P148

"분명 반대쪽에 비상계단이 있을 거야. 그쪽은 안 막아도될까?"
"비상계단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문은 철문이고, 방법상 안쪽에서만 열립니다. 바깥쪽으로 열리는 방식이니까 몸으로 부딪쳐서는 뚫고 들어오기 힘들 겁니다."
간노가 대답했다. - P149

맞다! 만에 하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우연의 힘을 빌려위층으로 간단히 침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150

"임시로 이렇게 해두죠."
히루코 씨는 그렇게 말하고 가까이 있던 의자를 엘리베이터 문에 끼웠다.
"이제 멋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 P151

나나미야가 우리 반응을 살피듯이 말했다.
"마침 딱 좋은 게 있어."
다카기와 시즈하라가 호주머니에서 호신용 경보기를 꺼냈다. 핀을 뽑으면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물건이다. - P152

참가자가 한정된 합숙에 호신용 경보기를 지참했다는 건남자 참가자를 경계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카기는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 P152

"이건 3층 비상문에 설치할 거야. 3층이 함락되면 끝장이니까."
확실히 나나미야 말처럼 좀비가 3층을 점령하면 우리는 달아날 곳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나미야의 방이야말로 3층 비상문에 제일 가까웠다. - P153

"오늘 오후 4시경, S현 사베아 자연공원에서 열린 야외 라이브 사베아 록 페스티벌을 관람하던 관객 여러 명이 몸에 이상이 있다고 호소해 경찰과 119가 출동했습니다. (후략)."
뉴스는 평범한 일반인인 내가 보기에도 기묘했다. - P154

그도 그럴 것이 담력 시험을 하러 갈 때 차를 한 대도 못 봤다. 그때 이미 도로는 봉쇄된 뒤였으리라. 그리고 몇 시간 전에 본 헬리콥터 편대. 그건 도대체 무슨 임무를 띠고 현장으로 향했을까. - P156

"너무 비관적인 생각은 그만두죠. 좀비가 움직이는 시체라면 며칠 안에 자가 융해*와 부패가 진행돼서 활동을 멈출 거예요. 하물며 한여름이니까 부패도 빠르겠죠. 일주일도 안 걸릴 거예요."
이어서 시게모토가 감정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시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다양한 효소들에 의해 근육과 내장이 저절로 녹아서 분해되는 과정. - P157

다들 친구들의 짐을 뒤지는 데 심리적인 반감이 드는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다.
간노가 비상용으로 마련해두었다는 마스크를 나누어주었 - P158

ㅆ다쓰나미의 말을 들어보니 좀비들은 베고 때려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접근전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유효하다고 추정되는 방법은 창 따위로 멀리서 단숨에 눈을 찔러 뇌를 파괴하는 것뿐이다. - P160

"영화에서도 이럴 때 흩어져서 행동하는 건 금물이에요.
모두 함께 있는 편이 낫다고요." - P161

간노가 끼어들었다. "꼭 2층이 먼저 습격당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의 주장은 이랬다. 바리케이드를 돌파한 좀비가 2층을그대로 지나쳐 3층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남쪽 구역 끄트머리에 설치된 비상계단은 건물 바깥에서 2층과 3층 각각의 비상문으로 연결되므로 2층을 지나쳐 3층 비상문이 먼저 뚫릴 가능성도 있다. - P162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히루코 씨가 말했다.
"간노 씨. 위아래층을 오가는 방법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뿐인가요?"
"아니요, 하나 더 있습니다."
간노는 그렇게 말하고 창고에서 대피용 알루미늄 줄사다리를 가지고 왔다. - P163

간노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구역 사이에 위치한 문의 열쇠는 텔레비전 받침대 위에 놓아두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사용해주십시오. 그리고 나바리씨는 방을 바꾸셔야 할 텐데 다른 방카드키는 꺼내 올 여유가 없었어요. 관리인용 마스터키를 드릴 테니 사용하세요." - P164

"이 펜션의 카드 홀더는 카드 뒷면의 마그네틱 선이 없으면 인식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 카드키는 쓸 수 있지만 면허증 같은 걸로 대신할 수는 없어요." - P164

간노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밤에는 섣불리 방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좀비가 벽을 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발코니 유리문도 잠그시고요. (중략). 바리케이드와 비상문은 제가 한 시간마다 점검하겠습다."
간노 한 사람에게 고생을 떠안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그러는 것이 제일 낫겠지.
이리하여 가능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 P167


"히루코 씨, 저는 이쪽으로 돌아갈게요. 문 좀 잠가주시겠어요?"
아까 밤에는 2층 동쪽 구역 문을 잠가두기로 했다. 내가 나간 후 누군가 라운지에서 문을 잠가야 한다. - P168

"혹시 밤중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무턱대고 문을 열면 안돼. 상대의 목소리부터 확인해야 해."
히루코 씨가 마치 보호자 같은 투로 말했다.
"히루코 씨도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 P169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다행히 놈들에게 영화에서 본것 같은 무시무시한 전투 능력은 없다. (중략).

그렇게 생각했기에 밤사이 새로운 희생자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 P171

004
희생자
혼란 속의


1

이것은 하늘의 계시다.
되살아난 시체들의 등장도 그렇고, 벼락치듯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도 그렇고, 운명을 조종하는 누군가-신 혹은 악마-가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P173

2


잠에서 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침대 옆 나이트테이블을 더듬었다. 손이 두세 번 허공을 가른 뒤에야 손목시계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몸을 일으켰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보니 숫자가 오전 6시를 나타냈다. - P174

바리케이드는 건재했다. 가구는 원래 있던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경보 장치의 핀에 묶은 낚싯줄도 멀쩡했다. - P175

3층에 멈춰 있는 엘리베이터 문틈에는 티슈 상자가 끼워져 있었다. (중략).
그때 옆방을 쓰는 시즈하라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일찍 일어났네. 혹시 나 때문에 깼어?" - P176

어차피 번거로울 거면 우리가 계단으로 내려가는 편이 낫겠지. 내 방에서 라운지로 전화를 걸자 일어나 있던 간노가받았다. 내 목소리를 듣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 P177

"시게모토 씨가 이게 신도 씨 방문에 끼워져 있었다고."
그 종이에는 지저분한 글씨체로 딱 한 줄 "잘 먹었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장난친 거 아니야?" - P177

다쓰나미가 이 자리에 없는 나나미야를 깨워 오겠다며 남쪽 구역으로 향했고, 간노는 마스터키를 슬롯에 꽂았다. (중략).
안을 들여다본 간노가 숨을 토해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바닥에 흩뿌려지고 천장까지 튄 피, 흩어진 살점. - P179

나는 시체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핏자국이 이어진발코니로 나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로프도 줄사다리도없다. 변함없이 지상을 가득 메운 좀비들이 신음 소리를 토해내고 있을 뿐이다. - P181

깨물린 것으로 추정되는 신도의 온몸 상처에서 흘러나온피는 이미 시커멓게 굳었고, 미묘하게 녹색으로 변색된 부분도 있었다.
"피가 저렇게 굳을 때까지 방치됐는데 살아 있을 리 없어!
이미 인간이 아니야, 좀비라고! 처치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거야!"
그렇게 주장하면서도 시게모토는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 P182

그후 우리는 신도의 시체를 방구석으로 밀어놓고 시트로덮었다. 주변이 그의 피와 살점 천지다. 이제 이 방은 원상 복구할수가 없으니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 P183

"이게 뭘까요?"
쳐다보자 입구 바로 옆, 방구석에 접힌 종이가 떨어져 있었다. 펼쳐보니 본 적 있는 지저분한 글씨체로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 P184

3

그후 신도를 물어 죽인 좀비가 건물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히루코 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2층과 3층의 빈 방 및 옥상까지 사람이 숨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분담하여 수색했지만 우리말고 다른 존재는 발견하지 못했다. - P184

"어젯밤 신도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단계에서는 언제 어디서 좀비가 침입했는지도알 수 없어요. 어젯밤 뭔가 알아차린 점은 없는지 한 사람씩정보를 내놓아보죠."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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