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유이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제스처를 보냈지만 칸즈위안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쉬유이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태도를 굽히는 척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 같았다. - P255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조사하고, 그다음엔 사망자의주변 인물들을 조사하죠. 원한 관계가 있는지......."
"또 그들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을 조사하겠죠." 칸즈위안이 쉬유이의 말허리를 잘랐다. "바이천의 자산을 조회해보지 않으셨죠?" - P256

"저는 ‘자산‘을 물었습니다만 그 집이 누구 명의로 되어 있는지 아세요?" 칸즈위안이 옆집과 사이에 있는 벽을 가리켰다.
"셰바이천의 어머니 아닌가요?"
"바이천이에요." - P256

"외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어요?" 쉬유이가 물었다.
"할아버지가 아들을 싫어하셨어요." 칸즈위안이 쓴웃음을지었다. - P257

쉬유이는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다. 결제자 명단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셰자오후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단칭맨션으로 달려왔을 뿐, 그에 대한 다른 정보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셰자오후에 대해 조사도 해보지 않고 절 찾아오신 건가요?" 칸즈위안이 숙제를 해 오지 않은 학생을 꾸짖는 선생님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 P258

"한 달 동안 쉴 틈 없이 바빴죠." 칸즈위안이 화이트보드를 두드리며 셰자오후 사진과 그 옆에 쓰여 있는 파란 글씨들을 가리켰다. - P259

쉬유이가 화이트보드에 붙은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티셔츠와 칠부바지를 입고 가슴에 파란 슬링백을 멘 차림으로 빨간택시 옆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모습이 탄아이잉의 클럽 사진 속 인물과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 P260

"온라인 쇼핑몰과 택시 운전 부업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만, 10여년 전 보험왕으로 끗발을 날렸던 사람이니까 지금 자기 처지에 굴욕감을 느낄 수도 있고, 불법적인 수단으로 큰돈을 벌 궁리를 할 거라는 건 합리적인 추측이 아닐까요?" - P260

"여기서 30년 가까이 살았으니 보고 들은 게 많죠. 2009년인가 2010년쯤에 셰자오후가 메이펑 아주머니에게 돈을 빌려달랬다가 거절당하자 행패를 부린 적이 있어요. 그때 대화를 엿들었는데 자오후가 수십만 달러를 빚지고 빚쟁이들한테 시달리고 있다고 했어요. (후략)." - P261

"셰바이천의 외삼촌이 이 사건과 관련 있다는 걸 알면서 왜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쉬유이가 불만을 속으로 누르며물었다. - P262

"시신을 아주 가까운 곳에 보관하는 거죠. 교외에 파묻는 것보다는 집에 보관하는 게 나아요. 일단 운반해야 한다면 시신을 통째로 옮길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시신을 토막 내서 들고 옮기기 편한 크기로 만드는 게 여러모로 좋습니다." - P264

쉬유이는 며칠 동안 조사해 칸즈위안에게 입수한 정보의 진위를 확인했다. 셰자오후의 개인정보는 기본적으로 모두 사실이었다.  - P265

그런데 셰자오후의 호시절은 7년 만에 막을 내리고 모든 게원점으로 돌아갔다. - P266

2008년 셰자오후는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 마흔셋에 르둥보험에서 해고되고 보험모집인 자격도 박탈당했다. 그 무렵 르둥보험에서 근무했던 사람은 당시 회사에서 한 구역매니저가 염정공서²에 체포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 P266

"그때 셰자오후가 다른 비리도 저질렀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고객과 짜고 보상금을 허위로 타냈다거나, 고객과 하룻밤자는 대가로 액수가 큰 계약을 따내라고 부하 여직원에게 강요했다거나...... 또 무슨 비밀이 있는지는 몰라도 퇴사한 직원의 고객은 항상 그 팀에서 데려가더라고요." 그가 말했다. - P267

야간에 택시 운전을 한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치가 얏신스트리트에서 잠복하다가 셰자오후의 택시를 보았다. 차량 번호를 통해 그 택시의 차주가 누구이고 어떤 택시회사에 임대를 주었는지 확인한 뒤 셰자오후가 그 회사에 고용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 P268

"셰자오후에게 확실히 혐의가 있긴 하군요." 회의에서 아싱이 말했다. - P268

"논리가 맞지 않아. 그럴 계획이었다면 처음부터 셰자오후의 존재를 감추지 않고 그에게 혐의점이 있다는 걸 슬쩍 귀띔해줬겠지. 그게 자신에게 더 유리하니까." 아싱이 말했다. - P269

"칸즈위안과 손잡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자치가 반대했다. "그가 셰자오후와 공범인지도 모르잖아요. 함께 범행해놓고 경찰을 이용해서 상대를 제거하려는 걸지도 몰라요. 셰자오후를 제거하고 셰메이펑을 꼬드겨 집을 독차지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잖아요?" - P269

"아싱 선배는 칸즈위안이 범인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거예요? 저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에요." 자치가 말했다. - P270

"선배 말이 맞다고 쳐요. 그래도 칸즈위안이 셰바이천이 범행을 저지르고 두려워서 자살한 걸로 위장했을 수도 있잖아요?" - P270

"그 추리는 그가 셰자오후를 추적하고 있다는 걸 몰랐을 때얘기지. 자신의 다른 인격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가설이었어. 그가 정말 이중인격을 갖고 있어서 자기 자신이 범인인 줄 모르고 셰바이천의 외삼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거라면 두 인격이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일주일 넘게 감시했지만 정신이 이상하다고 의심할 만한일은 없었어. 매일 완차이에 차를 몰고 갔던 이상한 행동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걸로 밝혀졌잖아." - P272

"칸즈위안이 범인이든 아니든 그에게 일부 증거를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샤오후이가 자치와 아싱을 번갈아 보았다. "그에게 죄가 없다면 똑똑한 그의 의견이 수사에 도움이 될 테고, 만일 그가 정말 범인이라면 우리에겐 범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겠죠. 스스로 허점을 드러내길 기다릴 수 있고요." - P272

"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쉬유이가 기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고맙다고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반격했다.
"뭐죠?" - P274

"셰바이천이 그 온라인 친구가 누군지 말하지 않았나요?"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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