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호르몬

나도 모르게 내 몸을 조절하는

숨겨진 리모컨

윌리엄 베일리스와 어니스트 스탈링 (1902) - P53

19세기 중반, 독일 생리학자 카를루트비히 (Carl Friedrich Wilhelm Ludwig, 1816-1895)는 키모그래프(kymograph)라는 장치를 발명했다. 키모그래프는 원통에 거무칙칙한 그래프 종이가 길게 감긴 형태의 기록 장치다. 원통이 천천히 돌아가면 심장이나 동맥, 또는 내장과 같은 생체의 주요활동이 종이에 기록된다. - P55

1902년 1월 16일, 런던 대학의 한 작은 실험실에서 두 명의 과학자는 키모그래프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 P55

지금까지 이 두 과학자, 그러니까 윌리엄 베일리스와 어니스트 스탈링이 한 것은 러시아의 위대한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 1849~1936)가 수년 전에 했던 실험을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 - P56

당시 베일리스는 41세였고 스탈링은 35세였다. 생물학을 전공한 베일리스와 의학을 전공한 스탈링이 공동으로 연구를 시작한 건 스탈링이 런던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1890년이었다. 3년 후 베일리스는 스탈링의 누이와 결혼했다.
두 남자는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 P56

베일리스의 스타일이 느린 속도로 정교하게 연구하는 것이라면 스탈링은 도 아니면 모라는 식으로 돌진하는 사람이었다. 베일리스는 스탈링과의 공동 연구를 제외하곤 혼자서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다. 반면 스탈링은 항상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했고 세부적인 면은 동료에게 떠넘겼다. 베일리스가 지식적인 측면에서 강했다면 스탈링은 과감했고 직감이 뛰어났다.  - P57

장은 분명히 췌장에 신호를 전달하고 있었다. 사돈지간인 두 과학자는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정신을 차린 후 공장에서 점액을 떼어내 혈관에 직접 삽입했다. 그러자 다시 췌장이 이자액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소장 벽 점액에서 화학적 메신저를 발견했던 것이다.  - P58

1902년 9월 12일에 발표된 그들의 기념비적인 논문의 서론 부분을 보면 이 두 과학자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 P58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이렇게 최초의 호르몬을 발견했다. - P58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2000년 전에 이미 발견된 신경을 추적하다가 신체 내에서 의사소통과 조절을 담당하는 두 번째 체계를 발견했다. 이 두 체계는 베일리스와 스탈링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 P59

1900년에 생물학의 미개척지는 물리학에 비해 훨씬 광활했다. 미개척지로는 생명의 기원, 어떤 미생물이 질병을 전달하는지에 관한 질병학과 세균학, 종의 진화,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분열하여 간세포나 심장세포로 분열하면서 몸을 이루는지에 관한 발생학, 부모의 형질이 자녀에게 이어지는 유전학, 그리고 생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이 있었다. - P60

물리학처럼 생물학도 지난 50년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세균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미생물과 유기체가 병을 일으킨다는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의 ‘세균설(germ theory)‘과 콜레라와 결핵을 일으키는 세균을 발견한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의 업적덕분에 상당한 진보를 이루었다. - P60

베일리스와 스탈링이 우연히 호르몬을 발견한 일은 모든 미개척 분야뿐 아니라 생물학이란 학문이 시작된 이래 줄곧 사람들을 괴롭혀온 주요한 주제를 건드렸다. 그건 바로 생물과 무생물이 다른 법칙을 따르냐는 것이다. - P61

우리 인간의 의식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 있을까. 물리학과 화학으로 인간 정신의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문제다. - P62

19세기 말,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이 난해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에서 막연한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면서 관심사가 점차 바뀌었다. 화학과 물리학이 생물학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신경을 통한 의사소통은 물리학으로 쉽게 정리되었다. 소화와 호흡은 분명화학적이었다. 그러나 조절과 억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또 외부에 대한 반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걸까? - P63

호르몬의 발견으로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우리 몸의 명령 기관과 통제 센터를 찾아냈다. 그들의 발견은 새로운 의사소통 체계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 P63

플랑크의 양자 논문을 비롯한 현대 물리학 대부분의 논문이 매우 난해한 것과 달리 1902년에 발표된 베일리스와 스탈링의 논문은 개념적으로 간단하고 읽기도 쉽다. 그들은 이자액 분비에 관한 연구로 글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두 과학자들은 파블로프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다. - P64

베일리스와 스탈링은 세크레틴의 화학적 조성을 알아내진 못했지만 보편적인 물질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개, 토끼, 사람, 원숭이에서 같은분비 작용을 가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 P65

세크레틴 연구 후에도 두 과학자의 영광은 계속되었다. 베일리스는 전기가 세포막을 통과하는 물질을 옮길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이후에는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 효소의 작용을 자세히연구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외상으로 인한 쇼크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는 ‘검생리식염수 주사(gum-saline injection)‘가 체액의 손실을 막는다는 것을 발견해 수많은 인명을 구했다. - P65

스탈링 역시 『인체생리학의 원리(Principles of Human Physiology [1912])』라는 두꺼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여러 차례 개정되었고 국제적인 표준 교재로 쓰인다. 이 위대한 두과학자는 15년 동안 긴밀하게 함께 했지만 각자 따로 책을 집필했다. - P66

췌장 분비의 메커니즘

윌리엄 베일리스, 어니스트 스탈링


1. 역사적 고찰髙徑

오래전부터 췌장의 작용은 소화기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베르나르¹는 위장이나 십이지장에 에테르를 주입할 때에 췌장 분비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으며, 하이데하인²은 췌장분비의 시간적 추이를 위장과 장에서 일어나는 소화작용과 관련하여 연구했다. - P68

파블로프는 산에 의해 자극되는 췌장 분비를 반사적인 것으로 보았는데, 분비액의 조성이 다양한 이유는 음식에 대한 췌장의 놀랄 만한 민감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P68

산이 십이지장에 들어갈 때 췌장 분비가 나타나는 메커니즘은 포피엘스키⁴와 베르트하이머, 레파지⁵의 독립적인 연구에서 좀 더 자세히 조사되었다. 이들 연구에 의하면 미주신경 및 내장신경을 절개한 상태나 척수를 파괴했을 때, 심지어는 태양 신경총을 완전히 제거했을 때에도 산이 십이지장에 들어가면 췌장 분비가 일어난다. - P69

 췌장 분비는 신경 채널이 아니라, 소장의 윗부분 점막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에 의해 나타나며, 이 물질이 혈류를 타고 췌장의 샘-세포로 운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⁷ - P70

II. 실험 방법

모든 실험은 모르핀을 주입한 후 A.CE. 혼합물로 마취시킨 개를 대상으로 시행되었다. 개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인공호흡을했다. 이는 양 미주신경들이 분리되었을 때에 특히 필요하다. - P70

IV. 결정적인 실험

1902년 1월 16일, 실험 전 18시간 동안 음식을 준 체중 6킬로그램의암캐에게 실험 3시간 전에 모르핀을 주사했고, 실험 중에는 추가로A.C.E.를 주입했다. 장간막 대동맥과 복강 제2경추(頸椎)근처의 신경 덩어리를 완전히 제거했으며 양 미주신경을 잘랐다. 고리모양 장의 양 끝을 묶었으며 장간막 신경을 조심스럽게 절개하고 분리해장 조각이 동맥 및 정맥으로만 실험동물에 연결되도록 했다.  - P71

그러나 이것이 본 실험의 중요한 점이며, 전체 연구의 전환점인데ㅡ같은 산용액 10cc를 무력화한 장에 주입했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뚜렷하게 나타났다. - P71

본 실험의 다음 단계는 명백했다. 즉, 장의 한 부분을 원형으로 잘라내고 점막을 뜯어낸 후모래와 0.4퍼센트 염산으로 문지른 다음, 덩어리와 모래를 제거하기위해 면사를 통해 여과한 후 추출물을 정맥에 주입한다. 결과는 그림 2에 나타나 있다. - P72

본 실험에 대한 플뤼거의 반대 의견에 대해 혈관벽이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신경-채널이 배제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위에 기술된 실험 내용으로 보자면 신경이 제거되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겠다. - P73

Ⅴ. 세크레틴의 성질과 작용

세크레틴은 비휘발성이어서 용액을 증기에 통과시켰을 때 증류물에나타나지 않았다. 양피지에 투석되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 오스본 박사가 만든 재(ash)를 가했을 때 차이가 없으므로, 세크레틴 용액의 작용은 무기물에 의존하지 않는다. - P74

세크레틴의 작용방식.

 이 문제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혈압을 내리는물질(간단히 하기 위해 강하제라고 부름)이 췌장 분비를 자극하는 물질과 같은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은 혈압 강하를 일으키는 혈관 확장이 췌장 분비의 원인이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75

세크레틴 작용의 일반적인 조건.

 지금까지 논한 바에 의하면 췌장 분비에대한 작용은 실험동물의 상태와 완전히 무관했다. 음식에 대한 개의 소화 단계에도 무관하여, 먹이를 준 시점으로부터 20시간 후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P75

다른 실험동물들과의 관련.

. 지금까지 기술된 모든 실험들은 개에 대해 시행되었지만 다른 동물에서도 비슷한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중요하다. 실험 결과 고양이, 토끼, 소, 원숭이, 인간 및 개구리의 십이지장에서 얻은 세크레틴이 개의 췌장 분비에 동일하게 작용했음을 알았다. - P76

VIII. 생체 내 세크레틴의 귀결

세크레틴 주입에 의한 췌장액의 분비는 10분을 넘지 못하며 5분 후에는 신속한 분비가 정지되므로 주입된 세크레틴은 혈류로부터 사라지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 세크레틴을 반복 주입한다면 췌장액을 연속적으로 분비시킬 수 있어 피로 현상 없이 8시간을 유지할 수 있다.¹¹ - P76

XIII. 결론의 요약

1. 췌장액의 분비는 작용은 산성 유미액이 십이지장에 주입될 때에 일어나고 그 양은 주입된 산의 양에 비례한다(파블로프). - P78

3. 세크레틴은 세포에서 생성되는 전구체로부터 만들어지는 듯하며, 물과 염기에는 녹지 않고 끓는 알코올 중에서 파괴되지 않는다. - P78

5. 세크레틴 주입에 의해 분비되는 췌장액은 ‘엔테로키나아제(장내 효소의 일종)‘가 첨가되기 전에는 단백질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녹말 및 지방에 작용하고 지방에 대한 작용은 내장액의 첨가에 의하여촉진된다. 이것은 정상적인 췌장액의 성질이다. - P78

9. 점막의 산 추출물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가지는데 이 물질은 세크레틴이 아니다. 박리된 상피세포를 산으로 처리함에 의하여 혈압강하제가 없는 세크레틴을 만들 수 있다.

(중략).


Journal of Physiology (1902) - P79

■ 참고문헌

1. Physiologie expérimentale, II. p.226. Paris, 1856.
2. Hermann‘s Handbuch d. Physiologie, V. p. 183. 1883.


4. Gazette clinique de Botkin (Russ.), 1900.
5. Journal de Physiologie, III. p. 335.1901.


7. 이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한 예비 초록은 (Proc. Roy. Soc. LXIX, p. 352. 1902)에 발표되었다. 이 논문에 보고된 실험은 1902년 3월에 완료되었으나, 외부 사정에 의해 발표가 미루어졌다.


11. 세포에는 조직학적인 변화가 있었고, 현재 이 주제를 연구하고 있는 데일 박사는 고갈의징후를 볼 수 있었다. - P79

6

우주의 크기

2차원의 하늘을 3차원으로 보여준
세페이드 변광성

헨리에타 리비트 (1912) - P215

청명한 밤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우주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이생겨난다. 암흑의 우주 공간에서 반짝거리는 저 작은 점들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들은 대체 얼마나 크고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일까?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하얗고 엷은 띠의 정체가 뭘까? - P217

인간의 문명은 이런 의문들을 풀어 보려고 애써 왔다. 기록상으로 가장 오래된 우주론은 바빌론의 창조신화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다. - P217

우주에 대한 생각에 논리와 추론을 더한 사람은 기원전 6세기 아낙시만드로스(Anaximandros, BC 610~545)*였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천문학의 창시자, 우주론 또는 체계적인 철학적 세계관을 전개한 최초의 사상가로 불린다. - P217

우주에 대한 이런 생각들을 검증하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거리를측정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천문학의 역사에서 거리를 결정하는 일은 언제나 큰 골칫거리였다. - P218

망원경으로 본다고 해도 그렇다. 만약 우리가 별의 본래 밝기(intrinsicluminosity)*를 알고 있다면 우리 입장에서 보이는 그 별의 밝기로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다. (중략). (어떤 물체의 본래 밝기와 그 물체까지의 거리, 그리고 그 물체의 겉보기 밝기 간의 관계는 수식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의 값을 알고 있다면 다른 하나의 값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별은 저마다 다른 밝기를 띠고 있다. 

*이 장에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천문학 용어인 광도 대신에 밝기로 표현했다. - P218

1912년, 한 여성 천문학자가 우주의 거리를 재는 잣대를 발견했다. 하버드 천문대에서 일하는 헨리에타 리비트였다. 청각장애를 가지고있으며 신앙심이 깊은 그는 세페이드(Cepheid)라고 부르는, 특정한 별의 본래 밝기를 잴 수 있는 법칙을 찾아냈다. - P219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주의 거리를 측정해 보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했다. 그리스인들은 행성들이 각각의 이동 궤도에서 다른 위치에 있을 때행성들의 위치를 측정하고 여기에 기하학을 적용하여 태양과 행성들간의 거리 비율을 상당히 정밀하게 유추할 수 있었다. - P219

최초로 태양까지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한 사람은 프랑스의 천문학자장 리세(Jean Richer, 1630~1696)였다. 1672년, 리셰는 조수들과 함께두 곳의 천문대에서 화성의 방향을 측정했다. 관측 지점 중 한 곳은 파리였고 다른 한 곳은 프랑스령인 남미의 가이아나 해변에서 가까운 카옌 섬이었다. (여기에서 화성의 방향은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을 배경으로 했을 때 화성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태양의 경우 일식일 때를 제외하고선 이 방법을 활용할 수없다. 태양이 너무 밝아서 배경이 되는 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 P220

몇 년 후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들의 거리를 계산해 냈다. 여기에서 뉴턴은 별의 밝기를 태양의 밝기와 같다고 가정했다. - P220

1838년 경, 독일의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베셀(Friedrich Bessel, 1784-1846)을 비롯한 여러 천문학자들이 가까운 별들에 대한 시차를 측정했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시차 역시 매우 작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기 위해서 천문학자들은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관측 지점을 선택했다. 바로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의 공전궤도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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