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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 P9

복도에서는 양배추 삶는 냄새와 낡은 매트 냄새가 풍겼다. 복도 한쪽 끝 벽에 컬러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실내에 붙이기엔 지나치게 큰 것이었다. - P9

증오주간(Hate Week)에 대비한 절약 운동 탓이었다 - P10

층계참을 지날때마다 엘리베이터 맞은편 벽에 붙은 커다란 얼굴의 포스터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 얼굴은 교묘하게 그려져 있었다. 마치 눈동자가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아래 ‘빅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있다.‘ 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 P10

검은 눈이 윈스턴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을러댔다. 저쪽 길 한 모퉁이에 모서리가 찢어진 또 하나의 포스터가 바람에 펄럭이며 ‘영사(INGSOC: 영국 사회주의, England Socialism의 새로운 약어)‘라는 낱말을 가렸다 보였다 했다. - P11

 문제는 사상경찰(Thought Police)이었다. - P11

윈스턴은 여전히 텔레스크린을 등지고 있었다. 물론 등진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2

신어(新語)¹로 ‘진부‘라고 하는 진리부는 다른 건물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1) 오세아니아의 공용어. 신어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부록에 실려 있음 원주. - P12

흰 건물의 전면에는 윈스턴이 서 있는 곳에서도 훤히 보이는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우아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P13

윈스턴은 갑자기 돌아섰다. 그러고는 짐짓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중략). 그는 다음 날 아침 식사로 남겨둔 흑빵 한덩어리 외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선반에서 ‘승리주(VICTORY GIN)‘ 라는 흰색 라벨이 붙은 맑은 술병을 꺼냈다. - P14

거실의 텔레스크린이 보통의 경우와는 다른 위치에 설치된 데는 이유가 있다. (중략), 이는 아마도 맨 처음 맨션을 지을 때 책장을 놓기위해서 그렇게 만든 듯하다. 그런데 이 움푹 들어간 곳에 앉아서 몸을 잘 숨기기만 하면, 텔레스크린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다. - P15

그러나 그 주요 동기는 서랍에서 방금 꺼낸 노트에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근사한 노트였다. 오래되어 색이 약간 누렇게 바래기는 했지만, 매끄러운 크림색 종이로 된노트는 적어도 지난 사십 년 동안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 P15

윈스턴이 시작하려는 일은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기쓰기는 불법이 아니었다. (법이란 게 없으니 불법이란 것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발각될 경우 사형 아니면 적어도 강제노동 이십오 년 형의 선고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 P16

1984년 4월 4일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앉았다. 무력감이 그를 사정없이짓눌렀다. 우선 올해가 1984년이 맞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나이가 서른아홉인 것만은 거의 확실했다.  - P17

누구를 위해 이 일기를 쓰는가? 그는 별안간 의아스러운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해서? (중략). 문득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신어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 P17

그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데다 애초에 의도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지난 몇 주 동안 그는 이 순간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그러면서 용기만 있으면 무슨일이든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 P17

지난 수년 동안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무수한 독백을 글자 그대로 종이에 옮기기만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런 독백마저 고갈되어 버렸다. 그런 데다 정맥류성 궤양이 생긴 자리가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렵기 시작했다. - P18

그는 별안간 공포감을 느끼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였다. (후략). - P18

윈스턴은 팔에 쥐가 나서 글쓰기를 중단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쓰기를 중단하고 있는 동안 희한하게도전혀 엉뚱한 기억이 선명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 P20

11시쯤이었다. 윈스턴이 일하는 기록국에서 직원들이 맞은편에 커다란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 사무실 한가운데로 의자들을 끌어 모아놓고 ‘이분 증오(Two MinutesHate)‘를 준비했다. 이윽고 윈스턴이 가운데 줄에 앉았을 - P20

어느 순간, 마치 기름을 치지 않은 거대한 기계 소리처럼 기분 나쁜 굉음이 사무실 끝에 있는 커다란 텔레스크린에서 울려 나왔다. 그 소리는 이가 악물리고 목뒤의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 P22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민의 적인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여기저기에서 관중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갈색 머리의 자그마한 여자는 두려움과혐오감이 뒤섞인 비명을 꽥꽥 질러댔다. - P23

윈스턴은 아랫배가 죄는 듯 답답했다. 그는 골드스타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 유태인의 얼굴은 야위었는데, 후광처럼 넘실거리는 하얀 머리카락에 가느다란 염소수염까지 기르고 있어서 패지혜롭게 보였다. - P23

‘증오‘가 시작된 지 삼십 초도 안 되어 사무실에 있는사람들의 반 이상이 일제히 고함을 질러댔다. - P24

. 윈스턴의 뒤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가 "돼지! 돼지! 돼지야!"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갑자기 두꺼운신어사전을 집어서는 스크린을 향해 던졌다.  - P26

인간은 때에 따라서 의식적으로 증오의 대상을 바꿀 수있다. 윈스턴은 악몽으로부터 깨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사람처럼 갑자기 격렬하게 몸부림을 치면서 증오의 대상을스크린의 얼굴에서 뒤에 있는 검은 머리의 여자로 바꾸었다. 순간 생생하면서도 아름다운 환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경찰봉으로 그녀를 죽도록 패주고 싶었다. - P27

‘증오‘는 절정에 달했다. 골드스타인의 목소리는 진짜염소 소리로 바뀌었다. 잠깐이지만 얼굴마저 염소 얼굴로변했다. 염소 얼굴은 흐물흐물하면서 녹아내리는 듯하더니금세 유라시아 군인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P28

 이윽고 빅 브라더의 얼굴이 물러나고 대문짝만 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 P28

그때 모든 사람들이 "빅브라더! ………빅브라더!
・・・빅브라더!"라는 찬가를 낮고 느린 가락으로 반복해서 부르기 시작했다.  - P29

윈스턴은 노트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그는 무기력하게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자신이 무의식중에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그는 펜을 쥐고 매끄러운 종이 위에 큼직한 대문자로 보기 좋게 다음과 같이 똑같은 글을 되풀이하여 써서 반 페이지를 채웠다.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빅 브라더를 타도하자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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