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만이라도 필요한 법이었다. - P62
그렇다면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 번도 제대로 어두워지지 않는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P63
인간적인 자유가 적어도 복도의 공동변소를 사용할수 있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과 그런 필요 불가결한 자유를 자기가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마음속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 P64
그 순간 이후부터 그는 은행 문 앞에서 다리에 힘을더 꽉 주고 서 있게 되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치 금속으로 주조된 동상 같아 보이기도 하였다. - P64
오늘 부시코 공원에 앉아 건포도가 든 달팽이 모양의 빵을 뜯어먹고, 우유를 팩째 들고 마시기 전까지만해도 거지는 그에게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 P66
사실 그는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미 방 값으로 55 프랑이나 지출해 버린 입장이었다. - P65
건너편 벤치에 있는 거지는 식사를 다 마친 모양이었다. 정어리를 다 먹어치운 다음 빵과 치즈와 배와 과자도 먹었고, 포도주를 크게 한 모금 들이키고는 속까지 시원할 것 같은 트림을 토해 냈다. - P66
조나단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렇게 그를쳐다보는 가슴에 이상한 불안감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 불안감은 과거에 느꼈던 그런 부러움이 아니라 경이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떻게 저 사람이 나이 50이 넘도록 살 수 있었는지가 스스로 의문스러웠다. - P66
그것에 비하면 조나단은 그의 경이감은차츰 머리를 어지럽히는 신경질로 변해 갔다 평생토록 착실했고, 단정했고, 욕심도 안 냈고, 거의 금욕주의자에 가까웠고, 깨끗했고, 언제나 시간을 잘 지켰고, 복종했고, 신뢰를 쌓았고, 예의도 잘 지키며 살아왔건만...... 그리고 단 한푼이라도 스스로 일해서 벌었고, 전기세나 임대료나 관리인에게 주는 성탄절 보너스도 언제나 제때 꼬박꼬박 현금으로 지불했으며.....(후략). - P67
잠들어 있는 거지를 보고 있던 그의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무서웠다. 자기도 벤치에 누워있는 그 폐인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였다. - P68
자신의 존재를 둘러싼 확실해 보이는 것들이 완전히 부서지는 데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가 궁금해졌다. <뢰델 씨의 승용차가 오는 것을 못 봤지.>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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