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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일 월요일
그가 좀 더 일찍 결정을 내려 남자답게 그 결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알란 칼손은 행동하기 전에 오래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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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일 월요일.
알란 칼손은 양로원 건물을 따라 길게 뻗은 팬지꽃 화단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잠시 망설였다. 그는 밤색 재킷과 밤색바지 차림이었다. 발에도 같은 색 펠트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 P8
알란은 자기 방에 다시 기어 올라가 신발을 신고 나오는 게어떨까 하고 얼핏 망설였다. 하지만 재킷 안주머니 속의 지갑이 불룩하게 만져지는 느낌에 이대로 떠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알리스 원장이 누구인가? - P8
고개를 돌려 양로원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쳐다보았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곳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거처가 되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 P9
그는 자기가 저 양로원에 웅크리고 앉아 <이젠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된 것은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몸뚱이는 늙어서 삭신이 쑤실지라도, 알리스 원장에게서 멀리 벗어나 실컷 돌아다니는 일이 이 친구처럼 여섯 자 땅 밑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지 않겠는가? - P10
이렇게 생각한 백회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무릎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헨닝 알고트손에게 작별을고한 다음, 이 대책 없이 시작된 도피 행각을 계속해 나갔다. - P10
우리가 앞서 말했듯 말름셰핑은 매우 한적한 마을이었고,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망쳐 나온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의 백 번째 생일을 축하하지 않기로 작정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 P11
사실 알란은 청년의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의 정신은 천근 같은 두 발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옮겨 창구까지도달해야 하는 그 힘겨운 작업에 온통 집중되어 있었다. 마침내 창구에 도착한 그는 왜소한 사내에게 물었다. 혹시 어떤 목적지라도 좋으니 지금 당장 어디론가 떠나는 대중교통 수단이있는지, 만일 있다면 차표 값은 얼마나 되는지? - P12
왜소한 사내는 운행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3분 후에 202번 버스가 스트렝네스 방면으로 출발해요. 이거면 괜찮겠어요?」알란은 괜찮다고 대답했다. 왜소한 사내는 다시 알려 주기를, 버스는 터미널 출입구 바로 앞의 주차장에서 출발하며 운전기사에게 직접 차표를 사는 게 더 편할 거라고 했다. - P12
알란은 청년도 좋은 오후를 보내길 바란다고 상냥하게 대답하고는, 자신이 뭔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바로 그거였다. 청년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알란이 자기 트렁크를 봐주기를 원했다. - P13
청년은 마지막 문장은 듣지도 않았다. 알란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몸을 홱 돌려 화장실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백세 노인은 사소한 일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또 청년의 무례한 태도에 특별히 역정이 난 것도 아니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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