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음. 범인이 벼랑에서 몸을 던졌다고요......."
고바야카와 다카오는 복잡한 표정으로 가슴 앞에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비틀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다트 머신 앞으로 가서 다트핀을 하나 집었다. - P216

"두 사람이 한 말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건 탐정으로서 당연한 일이겠죠. 당시 명탐정 기분이었던 저도 같은 의심을 품었습니다. 고로 씨와 쓰루오카를 의심한 건 아니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믿는 성격이었거든요." - P216

"통나무 다리 건너편은 어땠습니까?"
(중략).
"실은 그 직후부터 기억이 없습니다. 머릿속에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요."
"아니, 기억이 없다니요?! 왜 그런 일이?!"
"어른들에게 들은 바로는 제가 다리에서 떨어졌답니다. (후략)." - P217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당시 사이다이지 가문의 가장이었던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가 비탈섬의 별장에서 살해당했다. 범인은 섬북쪽 가장자리로 도망친 끝에 벼랑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건만, 더 나아가 이 살인사건은 아무도 모르도록 완벽하게 은폐됐던 모양이다.
그 사실에 사야카는 끝 모를 공포를 느꼈다.  - P218

(전략).
아픈 곳을 찔린 듯 의사의 표정이 흐려졌다.
"즉, 당시 아무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 선생님을 입막음한사람이 있었다는 뜻이겠죠. 누구입니까? 물어볼 것도 없이 대충 짐작은 가지만요." - P219

(전략).
"오카야마 사투리로 물어보셨군요. 당시의 선생님은." 다카오가쓸데없는 점을 확인하자 이상합니까? 하나도 안 이상한데요!" 하고다카자와는 딱 잘라 말했다.
물론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카야마에 사는 중학생 남자아이가 오카야마 사투리를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 P220

"당시 아버님은 오카야마 사투리로 대답하셨군요!"
"무슨 사투리든 상관없잖습니까!"
물론 무슨 사투리든 전혀 상관없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사이다이지 도시로 씨가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한 다카자와. 하지만 그의아버지는 도시로 씨가 병으로 죽었다고 알렸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과 혼란이 컸을까. 사야카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 P221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인 겁니까?"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리나마 이해한 거예요. 이게 사이다이지 가문 입장에서는 일종의 스캔들이라는 걸. 회사 사장이자 가장이기도 한 도시로 씨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으니까요. 미디어도 가만히 내버려두지는 않겠죠. (후략)."

4

이로써 23년 전에 일어났던 기묘한 사건에 관한 설명이 끝났다.
게임룸에 잠깐 침묵이 내렸다. 의사는 말을 많이 해서 피곤한 듯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 P223

"그 선대 스님은 도시로 씨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알고 계셨을까요?"
"아니요, 그건 아닐 겁니다. 진상을 모른다고 장례식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선대 스님은 참석자와 마찬가지로 도시로씨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믿고 장례식에 임했을 거예요. 그런 장례식으로 고인의 영혼이 성불할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P224

"그럼 그동안 아버님은 섬에 돌아가지 않고 선생님 옆에 붙어 계셨습니까?"
"네, 섬에는 돌아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 옆에만 붙어있었던 건 아니고요. 오히려 다른 환자 때문에 바빴는지, 옆 병실에드나들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허, 친아들보다 중요한 환자가 있을까요? 그 환자는 누구였습니까?" - P225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느낌에 지나지 않지만......." 다카자와는 신중하게 서론을 깔고 나서 말을 이었다. "옆 병실에 가나에 부인만 입원한 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누군가 한명 더 있는 것 아닌가 싶었어요. 벽이 얇아서 옆 병실 환자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는데, 가나에 부인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듯한 기척이 가끔 느껴졌습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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