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로 ‘욕지기‘는 구역감 같은 것이다. 욕설이 아니다.




"그 사진이 조작된 사진이라는 건 알아. 어떻게 합성한 거예요?"
"얼굴 사진만 있으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우에마쓰 고키치 씨의 사진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 P57

"당시에 우에마쓰 씨도 비슷한 옷을 갖고 있던 건 아니고요?"
"이런 새빨간 재킷을? 말해두지만 이 옷은 올해 나온제품이야. 설령 빨간 재킷을 가지고 있더라도, 디자인이 다르다는 걸 알아채지 않을까?" - P58

"이건 합성사진이지만, 이 중에 진짜가 하나 있어. 배경인 집이지. 얼마 전 요코하마 야마테초에 가서 우에마쓰 부부의 옛집을 보고 왔지. 그때 촬영한 거야. 그뿐아니라 동네를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지." - P59

하하하, 다케시는 건조한 웃음을 흘렸다.
"역시 안 통하는군. 우에마쓰 씨는 친오빠와 만나는걸 싫어했어. 그래서 뭔가 도움이 될 수 없을까 해서.
까놓고 말하자면 부자에게 빚을 하나 만들어놓으려던거지." - P59

"형사인 척이라..."
삼촌의 특기였다. 이러다 진짜 형사한테 걸려서 잡혀가는 건 아닌지 마요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나저나이 수상쩍은 겉모습을 보고도 왜 다들 형사라는 말을믿는 걸까. - P60

"대체 무슨 질문이래요?"
"이상하지? 하지만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는 사람이한둘이 아니었어. 그 얘길 듣고 우에마쓰 가즈미 씨의오빠는 아무래도 그녀를 가짜 혹은 대역일 거라 의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후략)." - P61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내는 다케시를 마요는 뚫어져라바라봤다.
(중략).
"아니, 그 정도 정보로 용케도 거기까지 추리했다 싶어서 감탄했죠."
"이 정도가 무슨 추리라고 머리를 조금 쓰면 누구든떠올릴 법한 생각이지 널 기준으로 생각하지 마라." - P62

다케시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마요 앞에 놓았다. 화면에는 카운터에 앉아 있는 우에마쓰 가즈미의 모습이담겨 있었다. (중략).
"아마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다지 자신 있는태도는 아니었어. 그 정도로 평소 왕래가 없었던 거지." - P63

"일단 그 사람에 대해 조사해야지. 신변 조사,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난 형사 흉내 자신 없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래. 아까 최강의 무기를 받았잖아."
다케시는 마요의 가방을 가리켰다. - P64

5

(전략).
비좁은 현관에서 운동화를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벽의 스위치를 눌러 실내에 불을 켰다. 곧바로 눈에 들어온건 벽 쪽에 쌓여 있는 종이 박스였다. 2, 3단으로 쌓여 있는 박스에는 내용물을 적어놓은 라벨이 붙어 있었다. ‘고키치(서재)‘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P65

"괜찮은 집이네." 뒤에서 다케시가 말했다. "역에서도 가깝고, 집세는 얼마래?"
마요가실내를 다시 돌아보며 대답했다.
"삼십 제곱미터, 지은지 이십 년 된 집이고 십칠만쯤 하겠네요." - P66

서류 보관함의 작은 서랍을 살펴보던 다케시가 "오.
열자마자 하나 건졌네." 하고 여권을 꺼냈다. "발급 연도는 팔 년 전이야. 홍콩에 갔었네. 연상의 남편과 신혼여행을 떠났던 걸지도 모르겠군. 어때?" 펼친 페이지를 마요에게 내밀었다. - P68

다케시는 ‘우에마쓰 가즈미‘라고 자필로 쓴서명란을 가리켰다. "리모델링 관련해 서명을 받은 서류 있지? 지금 갖고 있어?"
"아, 있을 거예요." - P69

"그래. 나도 필적 위조엔 자신이 있는 편이라 아는데,
자연스럽게 썼는데 이렇게까지 비슷하단 건, 손재주가꽤 좋다는 뜻이겠지. 연습도 상당히 했을 테고." - P70

"종이 박스를 잘 봐. 제일 위에 있는 박스 라벨에는 ‘증권, 증명서류‘, ‘교우관계‘, ‘추억의 물건‘이라고 적혀 있어. 모두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물건이지. 게다가 자세히보면 종이박스는 새것인데 테이프를 한 번 뜯은 흔적이 있지. (후략)." - P70

"도중에 관둘거면 처음부터 말을 말든가. 이 말이 하고 싶은 거지. 가짜가 진짜 우에마쓰 씨를 죽인 게 아니냐고, 그리고 본인인 척 막대한 유산을 가로챘다고."
정답이었다. - P72

다케시는 몸을 돌려 종이 박스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삼촌의 가설에 따르면 우에마쓰 씨는 우리가 짐을 뒤져볼 걸 예상하고 있었다면서요. 그렇다면만일 가짜라고 해도 그 증거가 될 만할 걸 여기 두지는않았겠죠. 아까 여권을 봐요. 절대로 의심받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으니까 일부러 금방 눈에 띄는 곳에 넣어놨을지도 몰라." - P73

테이프를 뜯어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스크랩북과 파일이 들어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앨범이었다.
꺼내보니 상당히 오래된 것 같았다. - P74

마요는 사진 속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섞여 있다는사실을 알아챘다. (중략) 비슷한 사진이 몇 장더 있었다.
(중략).
"이 사진, 이상하지 않아요?"
앨범을 보여주며 이상한 점을 설명했다.
다케시는 그 사진을 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 P75

다케시는 턱에 손을 올리고 ‘추억의 물건‘ 박스 속을들여다봤다. 손을 넣어 뭔가를 꺼냈다. 사진 액자였다. - P76

"그 사람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그제야 다케시가 말문을 열었다. "적어도 우리가 그 다케우치라는 남자에게 협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P76

6

우에마쓰 가즈미를 욕실 관련 쇼룸으로 안내한 건 다케우치와 만난지 이레째 되던 날이었다. 마요는 서둘러새 집을 구하고 있으니 이삼일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괜찮아요, 호텔 생활을 만끽하고 있으니, 그보다 에비스 집은 가봤어요?" - P77

하지만 마요와 우에마쓰 가즈미가 안쪽 좌석에 앉으려던 순간, 힘차게 출입문이 열렸다. (중략). 다케우치였다.
"드디어 찾았군. 지금까지 대체 어디 숨어 있던 거야?"
다케우치는 우에마쓰 가즈미를 노려보며 말했다.
"실례지만 아직 오픈전입니다." - P78

 다케우치는 표정을 누그러뜨리더니 카운터의 의자에 앉았다. "실은 거래를 제안하러 왔어."
"거래? 무슨 거래?"
"툴툴거리지 말고 일단 앉아 봐. 그렇게 서 있으면 차분하게 얘기할 수 없잖아." - P79

"친자 확인 검사?"
"참 편리한 시대가 됐어. DNA를 조사해달라고 감정회사에 의뢰하면 친자인지 아닌지 판정을 해준다니." - P79

"설명이 필요해? 이걸로 당신과 아버지의 친자관계를 알아보자는 소리야. 말해두지만 내가 아니라 아버지 뜻이야."
"치매라면서?" - P80

"왜 거절하지? 당신이 진짜 가즈미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 걱정 안 해도 조작 같은 건 안 해. 아버지 샘플을 채취할 때는 당신도 동석하든지. 그 후에 당신 샘플을 채취해 그 자리에서 보내자고."
"거절할게요." - P80

"뭐지? 당신은 상관없잖아. 아직 영업 전이라면서, 가만히 좀 있어."
"그럴 순 없죠. 가즈미 씨는 죽은 친구의 부인이신데.
생트집을 잡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뭐가 생트집이라는 거지?" - P81

가즈미의 집에서 찾은 사진 액자였다. 사진 속에 있는건 소녀 시절의 우에마쓰 가즈미와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좋은 사진이다 싶어서 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뒷판이벗겨졌습니다. 일부러 벗긴 건 아니고요. 신경이 쓰여서 읽어봤는데..." - P82

우에마쓰 가즈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특별한 감정을 곱씹고 있는 것 같았다.
"가즈미 씨, 심정은 이해합니다. 어머님의 비밀을 감추고 싶겠죠.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도 말하는 게 어떻습니까?"
"뭐야." 다케우치가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를 하려고?" - P83

다케우치는 스마트폰 화면을 우에마쓰 가즈미에게들이밀며 말했다. 서류 같은 것을 찍은 사진이었다.
"진단서야 우에마쓰 가즈미는 일 년도 더 전에 췌장암선고를 받았지. 그런 사람이 지금 이렇게 생생하다고?"
우에마쓰 가즈미는 입술을 축이더니 말했다.
"췌장암 환자는 다 죽으란 법이라도 있대?" - P85

버럭 성을 내는 다케우치에게 다케시가 말했다.
"이 가게에는 방범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지금까지당신 행동은 모두 촬영돼 있다고 아까 사진을 찢었지?
재물문서손괴죄에 해당하지.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오년 이하의 징역이야. 신고할까?" - P86

"하는 김에 반년 전 가즈미 씨의 자택에 빈집털이가침입했던 것도 경찰에 말해야겠군. 당시 수사에서 채취한 지문과 대조해보는 건 물론, 여러모로 조사해줄테지. 당신이 좋아하는 DNA검사도 해줄 것 같은데?
아까 당당하게 내보이던 진단서 사진도 어쩌면 좋은 증거가 될지도 모르고 말이야." - P87

"그 사진은 복사본입니다."
"뭐라고요?"
우에마쓰 가즈미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 사진은 여기 있습니다."
다케시는 그렇게 말하며 사진을 든 손을 올렸다. 소녀와 어머니의 사진 액자에 들어 있던 사진과 같은 것이었다. - P88

"말할 것도 없습니다만, 당신과 우에마쓰 가즈미 씨말입니다. 이만큼 교묘한 바꿔치기는 본인과 대역이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불가능하죠. 제 생각에는 우에마쓰 씨가 제안한 일 같군요. 당신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요. 아닙니까?"
우에마쓰 가즈미의 대역은 잠시 침묵한 뒤에 체념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 P90

"우에마쓰 씨는 중학교 일학년 겨울에 오빠의 반 친구 여러 명에게 험한 일을 당했어요. 그놈들이 이렇게말했다더군요. 네 오빠가 돈을 받아 챙겼으니, 시키는대로 하라고
"어떻게 그런 짓을......."
욕지기가 올라올 것 같은 이야기를 듣고 마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 P92

"사진 뒷면에 메시지가 적혀 있다는 이야기는 가즈미 씨에게 들은 적이 없어서, 아까는 당황했어요. 하지만 위조된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뛰어나시더군요. 괜찮으시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만." 다케시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 P93

조금 전까지 우에마쓰 가즈미였던 여성은 체념한 듯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본명을 밝혔다.
스에나가 나나에라고 했다. - P94

7

(전략).
나나에는 진심으로 말했다. 추천한 책에 고객이 만족한다니, 서점 직원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그래서 스에나가 씨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근무 끝난 뒤에 시간 괜찮으세요?"
"인사라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 P97

오후 8시 20분경, 나나에는 주차장에 갔다. 폐점 시각은 이미 지났기에 차는 한 대밖에 없었다. 우에마쓰가즈미는 그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P98

"서점에서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 믿기지가 않았어요. 기적이라고 생각했죠. 죄송하지만, 당신에 대해 이것저것 조사를 했어요.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확신했기에 이렇게 만나자고 한 거죠." - P99

눈앞에 있는 우에마쓰 가즈미는 나나에와 무척이나비슷한 생김새였다. 물론 세세한 차이는 있었다.  - P100

우에마쓰 가즈미는 나나에에게 다가와 가발을 머리에 씌웠다. 그리고 잘 정돈한 뒤 거울 쪽을 보게 했다.
(중략).
"닮았네요. 살은 제가 더 쪘지만."
"그렇게 차이 나진 않아요. 예전에는 저도 당신 체형과 비슷했어요. 나이는 어떻게 돼요?" - P101

"당신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다름이 아니라………… 내대역을 맡아줬으면 해요."
우에마쓰 가즈미가 말했다. "저는 지금 요코하마의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계속 살 수는 없고요. 하지만 남들한테는 계속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할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내 대신 당신이그 집에 살아줬으면 해요. (후략)." - P102

"이런 이야기, 너무 수상하죠? 나는 당신을 잘 알지만,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하지 않을래요? 우리 집에 한번 와줘요. 그러면모두 말할 수 있고, 납득도 갈 거예요."
"저를 잘 아신다고요?"
"말했잖아요, 조사했다고." - P103

이틀 뒤, 우에마쓰 가즈미가 가르쳐준 주소를 찾아요코하마의 야마테초에 있는 그녀의 집을 찾았다. 근처 사람들이 얼굴을 못 보게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기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 P104

(전략).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계속했지만 아마 어려울 거예요. 내 몸이라알 수 있어요. 앞으로 오래는 못 살 거예요."
우에마쓰 가즈미는 태연자약한 어조로 말했다.  - P105

"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건, 내가 죽은 뒤의 일이에요.
솔직히 말해 유산의 행방이죠. 왜냐면 나에게 법정 상속인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 P105

"그래서 나는 못 죽어요. 죽어도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아요. 적어도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는. 유언으로 오빠를 상속인에서 제외시킬 수는 있지만, 아버지는 유류분 청구를 할 수 있으니까." - P106

우에마쓰 가즈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니요...... 좋지 않은 일이니까요."
"말했잖아요. 어차피 몇 년 못 살아요. 마지막에는 괴로워하며 숨을 거두겠죠. 그럴 바에야 스스로 납득할 수있는 시점에 죽고 싶어요. 걱정 말아요. 절대로 신원이밝혀지지 않는 방법을 택할 작정이니까. 어디 먼 곳에가서 죽거나…………"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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