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가 정말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요? 나한테는 반지가 없는데요」 「아, 여기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는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될 겁니다. 거의 비슷하니까요」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누가 정말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P75
「그자가 오면 어떻게 하지요?」나는 물었다. 「아, 그 다음 일은 나에게 맡겨두십시오. 그런데 무기는갖고 계신가요?」 「오래된 군용 리볼버 하나와 탄약통이 몇 개 있습니다」 - P76
「권총은 주머니에 넣어두십시오. 그자가 왔을 때 낌새를채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얘기만 하세요. 나머지는 나한테 맡겨두시고요. 그자를 너무 자세히 쳐다봐서 행여 놀래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 P77
「왓슨 박사님이 여기 사시오?」 또렷하지만 목쉰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녀의 대답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문이 닫혔고, 누군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략). 「들어오세요」 나는 소리쳤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기운찬 사내가아니라 발을 절룩거리는 주름투성이 노파였다. - P78
「이게 따님의 반지가 맞습니까?」 나는 물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노파는 호들갑을 떨었다. 「샐리란 년은 복도 많지. 바로 이게 그 반지라우」 - P79
「하운즈디치 던컨가, 13번지. 여기서는 하품이 나올 만큼멀다우」 「서커스가 벌어지는 곳 어디에서도 하운즈디치로 이어지는길 중에 브릭스턴로는 없습니다」 셜록 홈즈가 날카롭게 말했다. 노파는 고개를 돌리고 눈자위가 불그스레한 작은 눈으로홈즈를 노려보았다. - P80
「저 할멈의 뒤를 쫓아야겠습니다」 홈즈는 급하게 말을 이었다. 「할멈은 같은 패거리임에 틀림없어요. 뒤를 따라가면 놈을잡을 수 있을 겁니다. 갔다 올 테니 기다려주십시오」일층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을 때 홈즈는 벌써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창문으로 내다보니 노파는 길 건너편을 힘없이 걷고 있었고, 홈즈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 뒤를 쫓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P81
「할머니는 무슨 얼어죽을 할머니!」 셜록 홈즈는 날카롭게 말했다. 「속아 넘어간 할머니는 바로 우리였지요. 그자는 젊은 놈이었을 겁니다. 그것도 아주 힘이 좋은 치였어요. 그뿐입니까? 전문 배우 뺨치는 연기력에, 분장은 가히 최고의 솜씨였지요. 그자는 자기가 미행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따돌리기 위해 그런 수를 쓴 게 분명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쫓는자는, 우리 생각과 달리 혼자가 아닌 것이 틀림없어요. 그자에겐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 친구들이 많은 겁니다. 그런데 아주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어서 들어가서 주무십시오」 - P83
토비아스 그렉슨, 능력을 과시하다
다음날 신문에는 <브릭스턴 수수께끼>라고 명명된 사건에관한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어느 신문에나 장문의 사건 기사가 실렸고, 일부 신문에선 그에 관한 사설까지 덧붙였다. - P84
셜록 홈즈와 나는 아침 밥상머리에서 같이 이런 기사들을읽어내렸다. 그는 이 기사들을 상당히 재미있어 하는 듯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일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점수를 따는 쪽은 레스트레이드와 그렉슨이라고요」 「그건 일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 P86
바로 그때 아래층 홀에서 어지럽게 들려오는 여러 사람의발자국 소리를 듣고 나는 외쳤다. 여럿이서 우당탕퉁탕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하숙집 주인이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베이커가 특공대입니다」 (중략). 「차렷!」홈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어린 양아치 여섯 명이 더러운 조각상처럼 일렬로 서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 P87
「저런 어린 거지 하나가 경찰 대여섯 명보다 더 많은 일을할 수 있답니다」홈즈는 말했다. 「사람들은 대개 제복 입은 사람만 봐도 입을 다뭅니다. 하지만 저런 아이들은 안 가는 데가 없고 못 듣는 얘기가 없습니다. 게다가 눈치 하나는 비상하지요. 저런 아이들을 조직해 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알아서 굴러갑니다」 - P88
그렉슨은 큰 소리로 외치며 홈즈에게 달려들어 손을 덥석잡았다. 「축하해 주시구려! 내가 모든 것을 깨끗이 밝혀냈소」 (중략). 「가닥을 제대로 잡았느냐고? 아니오, 선생, 우린 범인을체포했소이다」 「범인의 이름은?」 「아서 챠펜티어, 대영제국 해군 중사요」 - P89
그가 외쳤다. 「저 바보 같은 레스트레이드 일이오. 그 친구는 자기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아는데, 지금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소이다. 그 친구는 사건과 아무 상관없는 비서 스탠거슨을 뒤쫓고 있소. 아마 지금쯤은 틀림없이 그를 잡았을 거요」 그렉슨은 생각만 해도 우스운지 숨이 막히도록 웃어댔다. - P90
(전략). <비서인 스탠거슨 씨는 저녁 아홉시 15분 기차와 열한시기차가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아홉시 15분 기차를 타겠다고하더군요.> <그러면 그분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때였습니까?> 내가 그렇게 질문했을 때 부인의 얼굴이 무섭게 변했소. 얼굴이 완전히 납빛으로 되더군. 부인은 잠시 뜸들이다가 목이 쉰 듯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예>라는 한마디를 간신히 토해 냈소. - P92
<형사님, 저는 형사님한테 이런 얘기를 다 털어놓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엾은 딸이 말해 버렸으니할 수 없군요. 일단 말하기로 결심했으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다 말씀드리겠어요.> <현명하십니다.>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소. - P93
챠펜티어 부인은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하자 얼굴을 붉혔소. <저는 그 인간이 여기 온 날부터 당장 쫓아내고 싶었습니다.> 부인은 말했소. <하지만 유혹이 너무 컸답니다. 하숙비가 1인당 하루 1파운드씩, 1주일이면 14파운드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비수기잖아요. 과부의 몸으로 해군에 있는 아들 치다꺼리에 돈이 좀 많이 들어야지요. 그놈의 돈이 원수지요. 저는 꾹 참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딸한테그러는 걸 보고 이제는 끝이다 싶어서 당장 나가달라고 했지요. 드리버 씨가 이 집을 나간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 P94
「정말 재미있는 얘기군요」 셜록 홈즈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됐지요?」 「챠펜티어 부인이 이야기를 끝냈을 때…………」 형사는 말을 계속했다. - P95
<아드님이 돌아온 건 부인이 잠자리에 든 다음이었나요?<(all.> <부인이 자러 간 시간이 몇 시쯤이었지요?> <열한시쯤.> 〈그러면 아드님은 적어도 두 시간은 밖에 나가 있었군요?> <(a). > <새벽 네시나 다섯시쯤에 들어왔나요?> <예>(all.) <아드님은 그동안 무엇을 했지요?> <모르겠어요.> 부인은 입술까지 하얗게 질린 채 대답했소이다.. - P96
그것은 정말 레스트레이드였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동안 그는 계단을 올라와서 방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평소의그 경쾌하고 확신에 넘치는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중략). 그렉슨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난 자네가 그런 결론을 내릴 줄 알았네. 그래, 조셉 스탠거슨 비서는 찾았나?」 「조셉 스탠거슨 씨는……………」 레스트레이드는 침통하게 말했다. 「오늘 아침 여섯시경에 핼리데이 프라이빗 호텔에서 살해당했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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