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간접적 의무 견해
어떤 진지한 도덕철학자도 우리가 동물들을 마음대로 처우할 수 있다는 입장에 수긍하지 않는다.¹ 그들은 모두 동물에 대한 우리의 처우를 정당하게, 도덕적으로 제약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다.
1) 추신: 달리 명시하지 않는 한, 동물이라는 단어는 한 살 혹은 그 이상 나이의 정상적인 포유류를 가리킨다. - P353
5.1 간접적 그리고 직접적 의무 견해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관점을 권리 견해라고 한다면, 이러한 관점의 주요 선택지는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간접적 의무 견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 견해가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바는 우리에게 동물에 대한 직접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 P354
나는 권리 견해와 상충되는 두 번째 유형의 주요 이론이 취하는 견해를 직접적 의무 견해라고 부르고자 한다. 우리가 고려해보아야 할 간접적 의무 견해와 마찬가지로, 직접적 의무 견해도 동물들의 권리에 호소하여 우리의 동물에 대한 도덕적 처우를 근거 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간접적의무 견해와는 달리, 직접적 의무 견해는 우리가 동물에 대한 직접적 의무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 P355
5.2 도덕 행위자와 도덕 수동자
논의를 도덕 행위자와 도덕 수동자의 구별에서 출발하는 것이 유익할것이다(도덕 행위자에 대해서는 앞의 4.2에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도덕 행위자는 다양하고 복잡한 능력을 가진 개체들로, 이러한 능력에는 특히 모든 것을 고려하여 도덕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에서 공평한도덕원리를 활용하고, 이러한 결정을 하고 나면, 자신들이 염두에 두는 도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능력이 포함된다. - P356
정상적인 성인은 도덕 행위자로 여겨지는 전형적인 개체들이다. 이러한 믿음을 옹호하려면, 예를 들어 자유의지가 존재하는지의 문제, 그리고 이성이 얼마만큼 의사 결정에압력을 가하여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다루어야하는데, 이 경우 우리는 현재의 탐구에서 멀리 벗어나 버리게 될 것이다. 많은 것을 추측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정상적인 성인들을 도덕 행위자라고 가정할 것이다. - P356
도덕 행위자들은 옳거나 잘못인 행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도덕 행위자의 옳거나 잘못인 행위의 영향을 받는 쪽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도덕 행위자들 간에는 그들 간에 견지되는 일종의 호혜성이 있을 수 있다. - P357
도덕 행위자와 대조적으로, 도덕 수동자는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할 수있기 위한 전제 조건, 즉 자신들이 하는 일에 도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행동을 할 수 있기 위한 전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도덕 수동자는가능한 많은 행동들 중 어떤 것이 옳거나 적절한지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도덕원리를 정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이를 적용하는 능력 또한 갖추지 못했다. - P357
정리하자면 간접적 의무 견해는 도덕 공동체의 구성원 자격을 모든 그리고 오직 도덕 행위자로 제한한다. 이러한 견해에서는 도덕 수동자들은, 심지어 전형적인 도덕 수동자들(어린이와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사람들조차도 아무런 직접적인 도덕적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 대한 직접적 의무를 갖지 않는다. - P360
만약 종 차별주의라는 용어를 오직 생물학적 고찰에 바탕을 두고 도덕적인 경계를 긋고자 하는 시도로 이해한다면, 여기서 이해된 바로서의 간접적 의무 견해는 종 차별주의(speciesist)가 아니다.⁴ 종 차별주의의 입장. 적어도 전형적인 종 차별주의의 입장은 어떤 동물도 ‘올바른‘ 종, 즉 호모사피엔스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도덕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형태를 취한다.
4) 리처드 D. 라이더(Richard D. Ryder)는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본질적으로 인종차별, 성차별에서의 편견에 비견된다고 믿는 동물에 대한 편견을 포착하기 위해 이러한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그의 Victims of Science: The Use of Animals in Research(London: Davis-Poynter, 1975)를 보라. 종 차별주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8.11 을 보라. - P361
간접적 의무 견해들에 대해서는 다른 종류의 비판이 제기되는데, 일부는 개별 이론들에 제기되고, 다른 것들은 이러한 이론 모두에 공히 제기된다. 이 중에서 후자와 같은 유형의 비판은 가장 근본적이기는 하지만 그와동시에 논란의 여지가 매우 크다. - P362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미리 언급해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완전성과 관련된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검토되고 있는 견해 외에 분명 또다른 간접적 의무 견해가 있다. - P362
둘째, 앞으로 이루어질 다수의 논의들은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초점을맞추고 있다. 하지만 오직 동물의 도덕적 지위만이 검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간접적 의무 견해에 따르면 인간 도덕 수동자들은 적절한 측면에서 동물들과 동일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P363
5.3 나비슨의 관점: 합리적 이기주의
나비슨이 옹호하는 입장은 자신이 합리적 이기주의(rational egoism)라고 부르는 것인데, 그는 이러한 입장이 간접적 의무 견해를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모든 이성적 존재자는 그들이 누구이든, 자신의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즉 자신의 바람, 이익 등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⁵
5) Jan Narveson, "Animal Rights," The Canadian Journal of Philosophy 7, no. 1(March1977): 177. - P364
나비슨은 우리가 현재 ‘도덕성‘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일련의 제약들이라고 믿게 하고자 한다. 나비슨에 따르면 권리 역시 자기 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다. - P364
나비슨의 입장을 받아들이면 그 결과로, 합의에 동참할 수 없고, 자기이익과 관련된 주장을 할 수 없으며, 일단 주장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게 하기 위해 적절한 압력을 가하지 못하는 개체들은 권리를 가질 수 없게 된다. - P365
피상적으로 나비슨의 입장을 살펴볼 경우, 우리는 그가 동물들을 도덕수동자로 분류하는 것조차 부정하고 있는 듯이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가 언급하고 있는 일부 심층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가 동물들에게 도덕 수동자로서의 지위를 분명 허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P366
나비슨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이 점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P366
그들에 대해 우리가 갖는 의무는 간접적인 것이고, 나비슨은 이러한 도덕 수동자들이 관여되는 의무의 근거를 자신이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를 개괄한다. - P366
나비슨은 이 나이의 정상인 아이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여러 이유들을 제시한다. - P368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나비슨이 제시하는 두 번째 이유를 살펴보게 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포함해 모든 아이들의 합리적인 친척들은 이러한 아이들이 좋은 처우를 받는 것과관련된 ‘정서적 이익‘을 가질 것이며, 일반적으로 친척들의 이와 같은 이익을 존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우리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될것이다 - P370
스미스가 매우 부도덕한 그와 같은 행위의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자기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인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 사람은 순진한 것이다. 올바른 행동의 톱니바퀴는 그릇된 일을 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익의 톱니바퀴와 빈틈없이 맞물려 있지 않다. - P371
어떤 도덕 이론도 그 자체로 사람들이 옳음을 행하고, 잘못을 행하지 않을 것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반박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선 반대가 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 P372
이러한 합의가 담고 있는 의미는 우리의 정의감에 분명 불편을 야기한다. 물론 이득을 얻는 사람들의 이익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익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회적, 정치적 장치가 모든 경우에 정의롭지 않은 것은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이득을 얻는 사람들이 누리는 이득(예를 들어 부와 적절한 의료 관리)을 이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게 하고, 이와 동시에 이득을 얻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설계한 사회적, 정치적 장치는 사회적, 정치적 불의의 전형이다. - P374
나비슨은 이와 같은 마지막 비판에, 그리고 지적 장애인이 관여되는 의무에 관한 자신의 견해 비판에 가장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할 수 없다. - P375
5.4 롤스의 입장: 계약주의
나비슨의 합리적 이기주의에 대해 제기된 마지막 비판 중에는 그의 입장이 "이득을 얻게 되는 합리적 이기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불리는 제도적 장치에 합의하는 것을 옹호하게 될 수 있다"라는 비판이 포함되어 있다. - P376
심지어 그들은 어느 날 자신들이 시민이 될 그 사회가 물질적으로 번영을 누리는 사회임은 알고 있지만, 그들이 언제 태어날지도 알지 못한다. 이러한 합리적 이기주의자들은 그들 자신의 복리를 증진하거나 약화할 수있는 다양한 이득과 제한을 얼마만큼 받게 될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 P377
정의의 원리를 선택하는 사람들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령 자신들이 여유 있는 계층의 교육받은 백인 남성이 될 것임을알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자신의 이익을 증진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정의의 원리를 선택할 것임을 감안해보았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속한 특정 집단 구성원들의 이익을 가장 크게하는 원리를 선택하려 할 것이다. - P378
원초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의 정체성에 대한 어떤 특별한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은 ‘타고난 운(natural lottery)‘에 대해서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조건으로까지 확대 적용된다.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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