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넌 천재일지도 몰라.
선생님의 그 말이 나의 시작이었다. - P7

그 녀석은 내가 내심 경쟁심을 품고 있는 녀석이었다.
어제도 방과 후에 함께 운동장에서 놀았으면서 대체 언제쓴 걸까. (중략).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 같은 이유였다. - P8

아픈 배를 움켜잡고 책상에 팽개쳐뒀던 작문 용지와 마주했다. 몹시 초조했다. 당연하다. 작문 용지의 칸을 세어보자 400칸이나 됐다. (중략).
바보같이.
그로부터 한 시간 가까이 지나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 P9

 만화와 게임과 과자 말고 다른 것을 내 돈으로 산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하자면 나는 자신감 과잉과 자만에 빠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첫 창작은 내게 몹시 자극적이었다. - P11

어쩐지 지난주 <소년점프>보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작문용지 다발을 끌어안고 뛰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맹렬하게 집필을 시작했다.  - P11

진지하게 무인도에서 싸우고 있었다.
내가 열심히 쓴 작문은 배경이 없는 만화 같은 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설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원점은 그것이다.
나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모험하는 즐거움을 알았다. 맛을 느꼈다. - P12

아마 담임 선생님은 진심으로 한 말도, 농담으로 한 말도 아닐 것이다. (중략).
그 말이 나의 10대를 송두리째 옭아매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 P13

그로부터 세는 것도 귀찮으니까 대충 10년쯤 지나 대학교 1학년 아직은 일단 10대인 나는 좌식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차피 내게 천재의 싹은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고전공으로 선택한 경영학과, 그 경영학과 학생들의 술자리에 참석하고 있었다. 동기는 임의와 강제의 중간 정도. - P13

이야기가 움직이는 가운데 그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내가 그려나가는 공상 앞에는 누군지 기억나지 않는두 개의 손과 키보드가 항상 놓여 있다. 그 손이 타닥타닥문장과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 P16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그녀석이 앉아 있다. 나는 그 녀석을 동경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하며 시선을 던진다. 하지만 그 녀석은 눈치 채지 못한다. - P17

「재능이 없으면 꿈은 곧 길을 잃어버린다.」
최근 읽은 소설에 나온 문구가 내 머리를 옥죄었다. - P17

‘그것‘을 표현하는 말은 얼마든지 있다.
‘운명‘이라고 불러도 좋다. ‘연쇄‘라고 불러도 좋다.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그 녀석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와 만났다.
분명 수많은 과정이 쌓이고 쌓여 - P19

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술집 입구를 바라본 직후.
술집 문을 힘껏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중략).
‘그 녀석‘은,
‘내 앞에,
‘전라‘로 왔다.
....팬티도 입지 않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겠지만 거시기를 다 내놓은 차림.
앞도 뒤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 P20

점원의 저지 따윈 아랑곳없이 맨발로 달려오는 전라의남자, 중기에 평범한 체격의 남자가 멋진 폼으로 팔다리를버둥거리며 좌식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모두가 뒤로 물러났다. 나도 물러나고 싶었다. - P20

누드남은 어째서인지 도통 알 수 없지만 내 옆의 빈자리를 선택해서 털썩 앉았다. 앉자마자 동시에 퍼지는 술 냄새. 아무래도 누드남은 술집에 오기 전부터 꽤나 많은 술을 마신 모양이다. 보아하니 얼굴도 조명을 받은 것처럼새빨갰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누드남은 울고 있었다. - P21

누드남에게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나오지 않았다. 술집에 온 후로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아니, 그뿐인가 대학에 있는 동안에도 말을 한적이 거의 없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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